Blog+Enter Vol. 42

Blog+Enter 2010.05.13 21:39


blog+enter 마흔두 번째 간행물입니다
Blog+Enter 42호입니다.
지난 호에서 미리 말씀드렸듯,
5월1일, 2일에 있었던 Beautiful Mint Life 2010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MBC 파업이 준 뜻밖의 여유,
뉴스데스크와 드라마 사이에 방송되는 <포토에세이 향수>와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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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사극과 궁중 로맨틱 코미디의 기분 좋은 결합 <동이>


MBC 월화사극 <동이>가 드디어 전국 시청률 20.0%를 넘어섰다. 수도권에서는 이미 7회(4월12일 방송분)에 20.1%의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다소 부진한 11.6%(수도권 12.8%, 이하 괄호 안 수도권 시청률)의 시청률로 출발한 <동이>는 빠른 상승세를 타며 11회에 21.0%, 12회에 21.6%를 기록하며 연일 자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성장사극의 달인, 이병훈 PD의 공식


<동이>는 <대장금> <서동요> <이산> <허준> <상도> 등 주인공의 성장에 초점을 두며 ‘성장사극’이라는 신장르를 탄생시킨 이병훈 PD의 복귀작이다. 여전히 주인공 동이(한효주)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병훈 PD의 사극에는 공식같은 것이 있다. 이같은 공식이 작품의 신선도를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짜임새를 촘촘하게 하며 이병훈 스타일 사극의 중심축이 되기도 한다. 주인공은 언제나 시련을 겪고 성장하게 된다.
동이 역시 마찬가지다. 동이는 사대부 양반의 부패와 횡포를 척결하는 검계 수장인 최효원(천호진)의 딸이다. 아버지와 오빠가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하자 도망을 치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겠다는 일념으로 장악원의 노비로 살아가게 된다.
총명함과 끈기, 쾌활함을 잃지 않는 성격으로 장악원을 쥐락펴락하던 동이는 암행을 나온 숙종(지진희),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고받은 장옥정(이소연) 등과의 인연으로 최고의 궁녀들이 모인다는 감찰부 궁녀로 전격 발탁된다.
동이는 인현왕후(박하선)와 새롭게 인연을 맺고, 숙종과의 정이 깊어질수록 옥정과의 골이 깊어지면서 궁에서 쫓겨나는 등의 시련을 겪게 되지만 결국 승은을 입고 영조대왕이 될 연잉군을 출산하게 된다.

조력자와 라이벌,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힘
공식 두 번째는 주인공의 인생역정에 등장하는 조력자와 강력한 라이벌이다. 이들과는 차곡차곡 정을 쌓고 인연을 만드는 기간을 충분히 거치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깊고 동이의 신분 상승에 큰 도움을 주는 옥정은 가장 강력한 조력자이자 라이벌이다.
옥정은 이미 ‘빛과 그림자’ 예언을 들은 바 있고, 이 예언에서 옥정 자신은 빛이 아닌 그림자임도 알고 있다. 동이는 천한 신분에서 조정을 뒤흔드는 힘을 가진 여인이 된 옥정과 같은 행보를 걷지만 다른 성정을 가진 인물이다.
동이가 신분은 천하지만 매우 귀한 인사임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감찰부 궁녀로 추천해 후궁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준 옥정은 그래서 조력자다. 하지만, 숙종과 깊은 정을 나누고 권력을 거머쥐는 데 동이가 걸림돌이 되면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변모하게 된다.


동이에게도 조력자는 있다. 하지만 동이에게 장금의 한상궁(양미경)처럼 강력한 조력자가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어린 시절, 아버지·오빠와 더불어 가장 의지하고 믿었던 차천수(배수빈)는 가장 강력한 조력자지만 일방통행하는 남녀 간의 정이 걸린다.
동이와 자매처럼 지내며 옥정의 포악한 횡포와 음모에 바람막이가 돼주기도 하는 인현왕후는 단명하는 데다 스스로를 건사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중 내의 암투와 당파싸움의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 동이에게 장금의 한상궁같은 강력한 조력자가 될 가능성은 가장 높아 보인다.


아버지와 ‘신뢰’라는 끈으로 연결됐지만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를 믿어주지 않았던 포청 종사관 서용기(정진영)도 조력자다. 하지만 동이에게 서용기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인사로 각인돼 있다. 게다가 동이에게 천인의 말은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다는 신분의 벽과 상처를 깨닫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감찰부 궁녀가 된 후에도 천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내쳐질 위기에 처한 동이를 위해 승급도 포기하고 반기를 들고 나선 정상궁(김혜선)과 봉상궁(김소이)이 있다. 그리고 동이의 실력과 자질을 인정하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정임(정유미)도 있다.
여기에 동이가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울 채비가 돼 있는 장악원의 직장 황주식(이희도)과 악공 영달(이광수)도 있다. 동이에게 장금의 한상궁같은 강력한 조력자가 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같은 크기의 힘을 보태는 조력자들로 인해 동이는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멜로 사극, 캐릭터들의 향연
사실, 임금을 둘러싼 궁중 내 암투를 다루는 사극에서 동이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는 임금이다. 이에 <동이>는 ‘성장’에 ‘멜로’가 가미된 멜로 사극이기도 하다. 임금과의 사랑이야기를 현대식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한 <동이>는 이전의 사극들에 비해 다이내믹하고 경쾌하며 유머러스하다. 이는 동이를 비롯한, 숙종, 옥정, 인현왕후 등의 캐릭터에서 시작되고, 이들 사이의 각기 다른 색깔의 ‘로맨스’와 ‘관계’로 진행된다.


동이는 천한 노비지만 마음 속에 품은 뜻만은 천하지 않은 인물이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 하여 ‘풍산’으로 불리는 동이는 명석하고 발랄하고 정의롭지만 그래서 장악원과 감찰부의 사고뭉치기도 하다.
감찰부에서 쫓아낼 명분을 찾기 위해 동이에게 시제를 치르게 했던 유상궁(임성민)에게 “이번 시제는 잘못됐다”는 발칙한 발언을 하기도 하고 기회를 얻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품은 뜻까지 천하지 않게 하기 위해 몇날 며칠을 정좌한 채 보내기도 한다.
옥정을 음해하려는 음변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궁을 몰래 빠져나가 동분서주하고, 인현왕후를 독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쓴 옥정을 위해 포청에 잠입해 시체를 훑어본다. 감찰부에 가서도 청국의 사신단에 섞인 밀거래상을 잡겠다고 장악원 노비로 변장하고 혈혈단신 모화관(조선시대 중국 사신을 영접하는 곳)에 잠입하기도 한다.


궁중 여인들의 기에 휘둘리는 왕인줄만 알았던 숙종도 색다른 캐릭터로 표출된다. 카리스마와 헐렁함이 공존하는 숙종은 역사적으로도 절대왕권을 구가하던 임금이었다. 누구 하나 토를 달 수 없는 적통 임금으로 신하들과의 줄다리기에도 능했던 왕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하들 앞에서 빈틈을 보이면서도 허를 찌르는 날카로움을 보여주는가 하면, 궁녀들 앞을 지날 때는 남성 특유의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정비 인현왕후 앞에서는 더없이 점잖은 지아비고, 옥정의 앞에서는 애잔한 연인이다. 그리고 동이의 앞에서는 허약하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운 철없는 판관 나리다. 이에 ‘허당’ 숙종으로 불리는 임금은 동이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어설픈 칼솜씨로 위험에 처한 동이를 구하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감찰부 퇴출을 판가름할 시제를 앞두고 있는 동이를 찾아가 머리를 맞대고 족집게 과외를 해주기도 하고 동이의 친구들인 황주식, 영달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허약하다는 동이의 농에 무술 단련을 시작하고 동이의 이상형 발언에 부아가 치밀어 술잔을 들이켜기도 한다.
옥정이든, 인현왕후든, 신하들에게건 동이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실없고 방정맞게까지 느껴져 시트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위엄 있고, 애잔하며 코믹하기까지 한 숙종의 캐릭터는 <동이>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조선시대에 찾아보기 드문 적통 임금이 천하디 천한 노비 출신의 궁녀와 결합하는 것을 곱게 바라 볼 궁중 인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향후 ‘허당’ 숙종과 ‘풍산’ 동이의 결합에는 수많은 난관과 방해공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난관과 방해공작의 선두에는 옥정이 있다. 지금까지의 사극에서 그렇듯 악독하기만 했던 장희빈은 보다 합리적이고 똑똑하다. 마냥 아이같은 동이 앞에서는 매우 의롭고 좋은 사람이다. 가장 이기고 싶고 넘어야할 사람이지만 신분과 성정에서 이길 수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현왕후 앞에서는 조바심과 콤플렉스에 시달리곤 한다.
숙종 앞에서는 음해와 시달림에도 굳건함을 유지하며 애잔함을 불러일으키는 정인으로,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명성대비(박정수) 앞에서는 그에 걸맞은 책략가의 모습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요부 장희빈의 모습은 오빠 장희재(김유석)의 앞에서나 표출된다. 이처럼 팔색조와 같은 옥정의 캐릭터 역시 매우 색다르고 매력적이다.


궁에서 내쳐지기까지 했던 나약한 존재로 그려지던 인현왕후는 이전 사극에서보다 고요하지만, 보다 강하다. 외유내강의 전형으로 옥정과의 기 싸움에서도 전혀 밀림이 없다. 하물며, 시어머니 명성대비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경지다.
향후 이 캐릭터들은 동이의 성장과 숙종과의 로맨스가 깊어질수록 변화돼 갈 것이다. 동이는 아직은 어린아이 같다. 조정이 남과 서로 나뉘어 치열한 당파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오로지 옳은 일을 하고자하는 동이의 의지는 지금까지 숙종, 옥정과의 호감어린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이가 중전을 만나고 숙종과의 관계가 진척되고 감정이 변질되면서 일관되던 옥정과의 관계에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의롭고 옳은 길만을 가고자 하는 동이는 어쩔 수 없이 은인이자 롤 모델과도 같은 옥정과 대척점에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동이가 당파에 휩쓸리며 사방에 적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귀히 여김을 받을 성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같은 과정이 향후 <동이>의 인기요인이 되기도, 혹은 늘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라는 맹점을 두드러지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풀어야할 숙제, 허술함과 진부함
‘역사 왜곡’이라는 원초적인 문제와 부차적인 몇몇 조연의 연기력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동이>가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극 초반부터 제기되던 문제는 진부함이다. 이는 앞서 짚은 일정한 공식을 대입하는 이병훈 PD 스타일과 맥을 같이 한다. 동화구연을 하는 듯한 여자 주인공의 어투와 과장된 추임새는 동이 역의 한효주의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작을 답습하는 이야기 흐름이나 구성, 그리고 김혜선·김소이·박정수·이계인·신국·이희도 등 ‘이병훈’ 사극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연기자들도 진부하다는 평에 일조한다. 연기자 뿐 아니라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열혈 주인공과 그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이성, 거대 권력의 그늘에서 그를 위기에 빠뜨리는 경쟁자, 하지만 그 경쟁자를 견제할만한 더 높은 신분의 혹은 더 헌신적인 조력자, 주인공의 뛰어남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동료, 그의 주변에서 부모처럼 혹은 누이처럼 도우며 감초역할을 하는 이들 등은 분량이나 주인공에 미치는 영향력의 차이만 다를 뿐 언제나 극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이다.


사실 진부함보다 더욱 심각한 <동이>의 자충수는 허술함이다. 지나치게 성긴 이야기 구성은 우연을 반복하며 동이와 숙종을 만나게 하고, 여러 가지 사건을 겪고 감정을 공유하게 한다. 지나친 우연의 반복은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애초 장악원을 통해 조선시대 음악을 선보이겠다던 기획의도는 빛이 바라고 허드레 일을 하는 천비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끝이 났다. 궁내에서 뛰어난 궁녀들이 모여 있다는 감찰부는 ‘천인’이라는 이유로 동이의 증언을 무시하며 무능함을 자초한다.
천비 하나를 내치기 위해 자신들의 명예와 위엄을 시궁창에 처박으려는 최고상궁에게 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이도 없다. 결국, 중전이 나서서야 동이는 기회를 다시 얻고 감찰부에 남게 된다. 주인공의 특별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더욱 강력하고 뛰어나야할 인물들이 참으로 딱한 지경으로 그려진다.
옥정을 제거하기 위해 명성대비를 주축으로 한 서인들이 계획하는 음모 역시 지나치게 허점이 많고, 순식간에 실패로 돌아간다. 이에 대처하는 남인과 조정인사들의 대응 역시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허술해 놓치기 일쑤다.


이에 향후, <동이>의 제작진이 시급하게, 그리고 가장 신경써야할 것은 각 이야기 간의 허술한 매듭을 촘촘하게 조이는 일이다. 이같은 치밀한 구성과 이야기 간의 개연성은 ‘진부함’과 연기력 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동이>가 가진 매력을 극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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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eter 2010.05.09 1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한 시선이요

  2. hurlkie 2010.05.09 14: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감사합니다!

Blog+Enter Vol. 41

Blog+Enter 2010.05.09 01:52


blog+enter 마흔한 번째 간행물입니다
골든 위크를 맞은 일본의 시청률이 목요일 밤에야 발표되는 통에 하루 늦게 발행된데다
계단에서 구른 이틀만에 발목까지 접지른데다
잘 버텨내던 감기증상까지 겹쳐 몸 상태가 완전 시망이라 이제야 올립니다.

지난 토요일, 일요일에 있었던 뷰티플 민트 라이프라는
인디 라이브 페스티벌은 매우 재미있었다죠.
퉁퉁부운 발목으로 절뚝거리면서도 광분하게 했던
이 행사에 대한 리뷰를 다음 회차에 실을 예정입니다.

감기들 조심하시고, 뼈들도 조심하소서^^;;;
저는 이제부터 좀 앓을 예정입니다...아하하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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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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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분기 일본 드라마 列傳, 드라마 부활을 꿈꾸며

2010년 2분기 드라마가 대부분 시작했다. 5월10일에야 방송하게 될 기무라 타쿠야의 게츠쿠(후지TV 월요일 밤 9시) 드라마 <달의 연인>과 4월21일 TBS 수요일 밤 9시 드라마 프라임타임대에 방송될 이병헌의 <아이리스>, 4월22일 첫 방송될 TV아사히의 <동창회:러브 어게인 증후군>, 4월23일 방송할 포복절도 학원 코미디 TBS <건달군과 안경양>, 4월25일 첫 전파를 탈 TV아사히의 <여제 카오루코>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2분기 드라마가 시작했다.


2분기 드라마의 특징은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 그리고 흥행요소가 다분하다는 데 있다. 흥행보증 수표 기무라 타쿠야, 우에노 쥬리, 에이타, 우에토 아야, 오노 사토시 등을 비롯해 흥행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아베 히로시, 우치노 마사아키 등이 출연하는 드라마들이 라인업돼 있다.
또한 한국 드라마 혹은 연기자들이 프라임 시간대에 얼굴을 내밀거나 편성됐다는 사실도 2분기의 특징이다. 최근 해체를 발표한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이 에이타, 우에노 쥬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솔직하지 못해서>라는 드라마에 캐스팅됐고, ‘춤추는 골리앗’으로 유명한 싸움꾼 최홍만이 아라시의 멤버 오노 사토시와 <괴물군>에 출연한다.
더욱 눈여겨 볼 것은 이병헌의 <아이리스>다. 그 동안 오전이나 낮 시간대에 한국 드라마가 편성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골든타임대에 편성된 경우는 없었다. 3월6일부터 이미 TBS 위성채널을 통해 방송된 바 있는 <아이리스>의 행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2분기 드라마 출발 쾌청
2분기 드라마들의 출발은 꽤 쾌청해 보인다. 이번 회차 시청률 차트 10위권에만도 드라마가 절반을 차지한다. 1년 단위로 편성되는 NHK의 시대극 <료마전>과 TV연속 소설 <게게게 아내>를 제외하더라도 3편에 이른다.
한 자릿수 시청률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더니 2분기에는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두 자리 시청률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같은 상서로운 기운이 시청률의 지속적인 하향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 드라마 업계에 전환점이 돼 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2분기 드라마 중 가장 먼저 전파를 탄 것은 3월30일에 첫 방송을 한 NHK의 <8일째 매미>다. <8일째 매미>는 나오키상 수상작가 가쿠타 미쓰요의 동명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엇나가기만 하는 두 여인의 삶이 모성과 가족, 운명을 이야기 한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가진 기와코(단 레이), 그녀는 이혼 후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남자의 말을 믿고 중절수술을 하지만 그의 아내는 이미 임신중이다.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게 된 기와코는 중절수술의 후유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1년 후, 기와코는 카오루(키타노 키이)를 안고 달리고, 20년 후, 카오루는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한다. 총 6회에 걸쳐 펼쳐질 <8일째 매미>는 내레이션과 과거·현재를 오가며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로 흥을 돋운다.


매일 아침 8시에 방송하는 NHK의 아침 연속 TV소설 82번째 작품인 <게게게 아내>가 3월29일 첫 방송을 했다. 요괴인간이 주인공인 만화이자 애니메이션 <게게게의 기타로>로 유명한 미즈키 시게루의 아내 무라 누노에의 자전 에세이를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남편 곁을 지키며 여유롭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주인공과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가족연대기다. 무카이 오사무가 유명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로, 마츠시타 나오가 그의 아내 이이다 후미에로 출연한다.
48년만에 방송시간까지 바꾸는 파격편성을 단행했음에도 첫 회 시청률은 14.7%로 NHK 연속 TV소설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게게 아내>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며 4월11일~18일 주간시청률 18.2%를 기록하고 있다.

수사물 일색, 흥행 호조
2010년 2분기 드라마의 또 다른 특징은 수사물이 넘쳐난다는 데 있다. 4월7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아사히의 <종신 검시관> 시즌2는 2009년 2분기 드라마로 시체와 현장의 물증을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10부작 수사물 <종신 검시관>의 두 번째 이야기다.


경시청 형사부 감식과의 검시관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드라마의 타이틀롤은 2009년 4분기 흥행작 TBS <진 Jin>에서 사카모토 료마로 분한 바 있는 연기파 배우 우치노 마사아키가 맡았다.
원제인 ‘임장’은 경찰이 사건발생 장소에 출동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초동수사를 일컫는 용어로 일본판 <C.S.I>인 셈이다. 이시쿠라 요시오(우치노 마사아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수사물 <종신 검시관 2>는 1, 2회에 17.9%, 18.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후지TV <팀 바티스타 2:제너럴 루즈의 개선(이하 팀 바티스타 2)>은 2008년 10월 방송된 바 있는 <팀 바티스타의 영광>의 후속편이다. 78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팀 바티스타’ 시리즈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너럴 루즈의 개선>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응급센터를 무대로 한 의료 스릴러로 심료내과의 타구치 코헤이(이토 아츠시)와 후생 노동성의 수상한 관료 시라토리 케이스케(나카무라 토오루)가 다시 콤비를 이룬다. 이번 새 시리즈의 중심인물은 도조의대병원 응급센터 부장이자 천재 의사 하야미 고이치(나시지마 히데토시)다. 제목에 명시된 ‘제너럴 루즈’는 ‘피투성이 장군’을 의미하는 고이치 부장의 별명이기도 하다. 첫 방송의 시청률은 12.4%, 2회는 14.5%다.


아베 히로시와 나카마 유키에 주연의 스릴러 <트릭>이 방송 10년만에 스핀오프 시리즈로 돌아왔다. TV아사히의 <경부보 야베 겐조(이하 야베 겐조)>는 <트릭>에서 나타나기만 하면 늘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경시청 형사 야베 겐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수사물이다. 야베 겐조는 원작의 연기자 나마세 카츠히사가 맡았고 첫 화 시청률은 11.7%, 2회 평균 시청률은 10.95%에 이른다.


TBS의 <신참자>는 첫 방송(4월18일)부터 21.0%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니혼바시에서 일어난 여성살인 사건의 해결과정을 그린 추리극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니혼바시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형사 가가 교이치로(아베 히로시)를 중심으로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아베 히로시·쿠로키 메이사·무카이 오사무· 미조바타 준페이·키무라 유이치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주·조연에 캐스팅돼 시작 전부터 관심이 뜨겁던 작품이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시작부터 그 기세가 대단도 하다.


4월13일 첫방송을 한 후지TV의 <절대영도> 역시 우에토 아야·미야사코 히로유키·야마구치 사야카·마루야마 토모미·키무라 료 등 쟁쟁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연출로 나선 무라카미 쇼스케 역시 <전차남> <1리터의 눈물>을 히트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치에는 못미친다는 평도 없지 않지만 첫 회 시청률은 18.0%로 기대치만큼이나 높다.
경시청 내 신설된 ‘특명수사 대책실’을 배경으로 미해결 사건을 쫓는 열혈 신참 여형사 사쿠라기 이즈미(우에토 아야)의 이야기다. 일본판 <콜드케이스> 쯤 되는 <절대영도> 첫 회에는 10년 전 일어난 3억 엔 횡령사건을 다뤘다. 10년 전 횡령사건 직후 행방불명 됐던 여성 용의자가 산속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수사가 재개된다.
‘절대영도’란 열역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최저 온도로 절대온도 0K를 말하며 섭씨-273.15℃로, 이론적으로는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온도다. 이는 어떤 사건도 미해결인 채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건 뒤에 숨겨진 인간 군상을 그리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드라마 TV아사히의 <경찰청 실종자 조사과>도 16.4%로 출발했다. 사와무라 이키·엔도 켄이치·키타무라 유키야·키카와다 마사야가 출연하는 <경찰청 실종자 조사과>는 도바 슌이치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회사원 토오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다. 취업에 실패하고 1년 동안 인터넷 카페에 빠져 살던 토오루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조사결과 엉터리 식품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회사와 관련 있음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첫 회 시청률은 16.4%.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해가는 <오미야 씨>가 시즌9를 맞았다. <오미야 씨>의 작가 시오다 치구사의 극본, <경시청 수사1과 9계>의 연출가 요시다 케이치로가 뭉친 수사물이다. 제목 ‘오미야 씨’는 과거 교토부경의 실력자였지만 현재는 작은 서의 사건 자료 담당자인 토리이 칸자부로(와타세 츠네히코)의 별칭이다.
얼빠진 듯 보이지만 뛰어난 실력과 감을 소유한 형사로 현재와 과거의 연관성을 간파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오미야 씨를 중심으로 유일한 부하 나나오 요코(사쿠라이 아츠코), 오미야 씨를 동경하는 오오타키 테츠야(카세 타이슈) 형사 등이 풀어가는 이야기 <오미야 씨>는 15.4%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괴물랜드 왕자, 청춘 로맨스, 어머니 이야기 등
소수긴 하지만 수사물 이외에도 괴물랜드의 왕자 이야기,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청춘들의 로맨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 등도 라인업됐다. 흥행에 가장 성공한 작품은 NTV의 <괴물군(4울17일 첫방송)>이다.


쟈니스 계열의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리더 오노 사토시가 이기적이고 철 없는 괴물랜드의 왕자로, 최홍만이 왕자를 돕는 괴물 3인방 중 하나인 프랑케시타인으로 출연한다. 철부지 왕자가 인간세계에 떨어져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발전하고 성숙해 간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만화스럽고 일본스러운 <괴물군>은 17.5%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일본 최고의 아이돌 그룹 멤버와 한국 출신의 최고 싸움꾼의 시너지가 일단은 꽤 효과적으로 보인다.
후지TV <솔직하지 못해서(4월15일 첫방송)> 에이타·우에노 쥬리·세키 메구미·타마야마 테츠지 등 일본의 청춘스타와 최근 해체를 발표한 한국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이 출연하는 청춘 로맨스다.


트위터 등 온라인으로 시작되는 관계와 우정, 사랑을 그릴 <솔직하지 못해서>는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던 작품이다. 첫 회는 5명 주인공의 사연을 소개하느라 중구난방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연출이 아쉽다는 평이다.
이처럼 깊이 없는 대본과 단순 나열식 연출이라면 익명성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맺는 인간관계의 솔직함을 짚어내기에는 무리수가 아닐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자칫, 뻔한 트렌디 드라마나 소문난 잔치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11.9%의 시청률로 시작한 <솔직하지 못해서>의 평가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다음 회차로 미뤄야할 듯하다.


학대 받는 소녀를 납치해 그녀의 어머니로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NTV의 <마더>는 호평과 더불어 11.8%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태양과 바다의 교실>의 사카모토 유지가 극본을 맡았다.
감각적인 연출과 깊이 있는 대사, 강렬한 장면들 그리고 영화 <러브레터>의 Remedios가 담당한 OST가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TBS의 <텀블링>은 남자 수중발레 팀의 고군분투를 그린 <워터보이즈>의 리등체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최고 불량서클의 짱 와타루(야마모토 유스케)가 미녀 전학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남자 리듬체조부에 가입하게 된다.
리듬체조부에 가입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성장해가는 학원물이다. 야마모토 유스케·세토 코지·미우라 쇼헤이·다이토 슌스케·니시지마 타카히 등이 일체 대역없이 아름다운 라인이 생명인 리듬체조 연기를 선보인다. 첫회 시청률은 10.5%다. 이외에도 암을 소재로 한 메디컬 드라마 와우와우의 <판도라> 시즌2, NHK <체이스:국세사찰관> 등이 첫 전파를 탔다.


지난 분기에 비하면, 작품도, 캐스팅도 강하다고 알려진 2분기 드라마의 첫회 시청률은 꽤 호조다. 하지만 흥행의 향방과 최근 몇 년 간 침체기를 걸었던 일본 드라마의 부흥이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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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도 ‘아름다울’ 권리가 있는 ‘인생’이다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금기시되거나 무관심한 것들이 있다. 동성애, 장애인 등 나와는 다르고,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불편하기만 한, 좀 심한 경우라면 불쾌하기만 한 테마들이다. 혹은 정 반대로 지나치게 열광할만한 소재기도 하다.
범죄도 아니고, 부도덕한 일도 아닌, 말 그대로 나랑 달라서 생기는 거부감이며 불편함이다. 이해의 폭이 넓어서 혹은 너그러워서 그들의 입장과 사랑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이는 내 것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이해일 가능성이 크다.
나의 이야기, 혹은 나의 가족, 내 연인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흔쾌히 받아들이고 박수를 쳐줄 수 있다. 하지만 나, 나의 가족, 내 연인의 이야기라면?


동성애자를 다루는 다른 방식
때 아닌 ‘동성애자’ 혹은 ‘동성애자로 오해받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에는 프로젝트를 위해 게이로 오해받고 있는 전진호(이민호)라는 인물이 나온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에서 지나치게 신중하고 진지한 것도 민폐라면 민폐다.
하지만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 사람 게이다’라고, 그것도 매우 코믹하게 아우팅하는 장면들이 지나치게 잦다. 게이의 아우팅이 웃음을 자아내는 도구가 되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은 불편하다. 박개인(손예진)의 친구 영선(조은지)가 거침없이 드러내는 게이커플에 대한 호감 역시도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의를 떠나, 자의에 의한 커밍아웃도 아닌 게이의 아우팅은 사회적 파장에 가깝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경계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아예 퇴출이나 범죄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코믹한 상황에 웃고는 있지만, 거북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이처럼 동성애자를 겉핥기식 트렌드로 다루는 드라마가 있는가하면, 동성애자를 다루는 방식이 진중한 드라마도 있다. 고희를 바라보는 김수현 작가의 SBS <인생은 아름다워>는 우유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며 현실적이다.
설정 자체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게이들의 현실적 고민에 접근해 있다. 게이임을 숨기고 결혼을 했다 아이까지 낳았지만 결국 들켜서 이혼을 하고 아우팅을 당한 김경수(이상우) 그리고 대가족의, 그것도 아버지의 재혼으로 생긴 계모의 관심과 닦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장남 양태섭(송창의)이다.
작가는 흥미 위주의 설정이 아닌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지에 대한 총체적인 얘기를 하고자 두 인물을 창조했다. 동성애자에게 있어 인생의 가장 큰 난관일 ‘결혼’이라는 갈등을 위해선지 나이도 서른 넷이다.


대가족의 맏아들 그리고 가족에게 내쳐진 외로운 장남
대가족이 있다. 아버지 양병태(김영철)와 어머니 김민재(김해숙)의 재혼으로 이뤄진 이 가정에는 할머니(김용림)가 있고 마흔을 훌쩍 넘기고도 싱글인 병태의 동생들 병준(김상중)과 병걸(윤다훈)이 있다.
병태의 아들 태섭이 있고, 민재가 데리고 들어온 딸 양지혜(우희진)가 있다. 그리고 병태과 민재 사이에서 출생한 아들 호섭(이상윤)과 딸 초롱(남규리)이 있다. 지혜의 남편 이수일(이민우)과 딸 이지나(정다빈)가 있고, 수십년 간 이 여자 저 여자를 떠돌며 남처럼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할아버지(최정훈)도 있다.
여기에 늘 드나드는 호섭의 친구이자 다이버샵 동업자 현진(김우현),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부부 박(이상훈)과 양수자(조미령), 민재의 조수 부연주(남상미)도 있다. 게다가 들며날는 펜션의 손님들도 있다.


그리고 한 남자가 있다. 게이였지만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고, 이혼도 했다. 그 이혼의 이유는 ‘게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버지와 형제들은 그 남자의 얼굴을 대면하는 것도 불편해 한다. 하물며 막내 여동생은 결혼을 하기로 한 남자와 이별을 하기도 했다.
대놓고 ‘괴물’이라고 지칭하는 어머니는 툭하면 “아는 사람은 애 엄마와 그 친정뿐이니 좋은 여자 만나 정상인으로 살라”고 눈물바람이다. 때로는 목 매달아 늘어지는 꼴을 보고 싶냐고 험한 협박을 하기도 한다. 꽤 시간이 흘렀어도 단 1cm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가족들, 동성애 코드가 아닌 진짜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다.
1년 정도 사귄 태섭의 여자친구 유채영(유민)과의 관계정리를 두고 조바심을 내던 경수는 자신을 치명적인 전염병자나 연쇄살인자처럼 대하는 가족과의 대면 후 “나 혼자 짐 지고 가는 게 옳을 수도 있겠다. 정직하게 얘기해서 나도 들키지 않았다면 아마 그런저런 사기인 채로 끝났을 거야”라며 “날 포기한다해도 이해할게”라고 털어놓기도 한다.
이같은 경수의 모습은 참으로 현실적이다. 하지만 이에 “채영이 놓고 그런 생각 안해본 거 아냐. 살면 살겠지. 그런데 그렇게 살면서 순간순간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 그게 더 감당 안될 거 같아. 지금도 메가폰 하나 들고 병원 복도 돌면서 ‘난 게이다’라고 외치고 싶을 때 종종 있어. 나한테 가장 큰 고통은 내가 다르게 태어난 놈이라는 거 보다 세상을 속이고 있다는 거야”라는 태섭의 답은 꽤 이상적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경수 이전에 사귀어 본 남자도 없는 태섭이 저리도 확고하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적이다. 두 사람의 관계 측면에서 봤을 때의 이야기다.


나와는 다른, 하지만 가족 이야기의 일부
이처럼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동성애자에 대한 이야기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대가족의 이야기 중 일부일 뿐이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이야기 진행이 급박하지도 않다. 인생이 흘러가듯 그렇게 흘러간다.
“저녁 먹었어?” “뭐 하고 있어?” “집안 분위기는 어때?” 등 극중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보통의 로맨스 드라마보다도 일상적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노래에 대해 묻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고, 끼니를 챙기고, 상대를 먼저 들여보내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는 등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함께 운동을 하고, 먼저 씻으라는 말에 긴장을 하기도 하고, 카레를 만들어 먹고, 싸운 다음 날 연락도 없이 태섭의 병원을 찾기도 한다. 경수가 집에 오는 날, 들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함께 영화를 보고 때때로 자연스럽게 ‘결혼을 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술에 취해 힘든 마음을 상대방의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서로를 품는 것으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들은 보통의 연인들처럼 때로는 자연스럽고, 때로는 애달프고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긴장되고 때로는 민망하고 때로는 처참하다. 남녀 사이에도 갈등상황이 생기면 싸우고, 울고불고 난리통을 치르다 헤어지기도 하고, 연적에 대한 질투심을 표현하기도 하며 서로가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상황이 반복된다.
보통의 연인들과 같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 남자일 뿐이고, 질투하는 상대가 남자이고 싸우는 계기가 조금 다를 뿐이다. 다정하다가도 사람들을 만나면 지레 찔려 떨어지며 딴청 피워야하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 흔히들 ‘동성애자’하면 따라붙는 음울함이나 문란한 성생활 등에 대한 언급도 없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섬처녀’나 ‘사모님’ ‘제비’라고 놀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성적 표현은 가볍게 어깨를 만지거나 포옹을 하는 정도가 다다. 오히려 노골적인 성적 표현은 지혜와 수일 부부의 대화에서 나온다. 임신을 확인한 후 “왜 그렇게 심하게 구냐구”라고 화를 내는 지혜에 “좋아라 해놓고”라고 대꾸하는 수일은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다.
노련한 노작가는 차마 보기 불편한 이들과 태섭·경수 커플을 배려해 다양한 카메라 워킹과 앵글을 사용한다. 대본이나 지문 하나, 소품 하나에도 공을 들이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가 그들의 옷차림 하나 하나, 손짓 하나, 심지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에 부는 바람에까지 공을 들인 테가 난다. 심하게 많은 분량을 넣지도, 그렇다고 아예 빼버리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를 ‘미화’라고 한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게이에 대한 편견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화’라 함은 판타지, 매우 긍정적인 판타지를 바탕으로 한다. 재벌가의 남자가 가난하지만 밝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거나 유부남을 사랑하게 돼 애틋함이 넘치는 커플의 이야기가 오히려 미화고 환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단어들을 동원해 글을 쓰는 호모포비아에 가까운 이들도 있다. 아이들이 배울까 무섭다고 한탄을 하는 학부모도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옹호와 환상을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륜과 복수, 출생의 비밀, 며느리를 핍박하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여타의 드라마에 비하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이다. 동성애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동성애의 현실인 것이다.


그들에게도 아름다울 권리가 있다
지상파에서, 그것도 ‘가족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진짜 ‘게이’의 이야기를, 그것도 이렇게나 일찍 접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나 <미남이시네요> <바람의 화원>에서처럼 남장 여자도 아니고, <개인의 취향>처럼 오해와 필요에 의해 게이인 척하는 게이가 아닌 진짜 게이의 이야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이야기가 고희를 바라보고 있는 노작가에 의해서, 매우 적절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자도 우리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큰 과장이나 축소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대가족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수많은 사건과 위기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고 극복해왔을 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가족의 사랑과 이해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김수현 작가가 태섭을 대가족의 장남으로 설정한 것은 꽤 희망적이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5명의 여자를 줄 세우고도 모자라 또 다른 할머니와 바람이 나 쫓겨 조강지처의 집으로 숨어들어온 할아버지를 보자. 지나치게 용서가 쉽다. 하물며 지극정성으로 모시기도 한다. 계단에서 떨어졌을 때도 깔린 할머니는 거들떠도 안보고,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해장국집으로 내달리며 호들갑이 유난하다.
동성애자는 가족에게도 괴물이고 기피대상이다. 아내와 아들들에게 씻지 못할 큰 상처를 주고도, 여전히 같은 짓을 반복하며 당당하게 밀고 들어오는 할아버지는 용서가 되도, 남자를 사랑하는 맏아들, 맏손자는 용서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단지 남자를 사랑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십 년을 여자를 바꿔가며 밖으로만 돌던 할아버지도 너무도 쉽게 포용한 이 가족에게는 어떨까? 김수현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이상적인 작가다. 그래서 그들의 미래는 최소한 ‘비극’은 아닐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을 단 드라마에서 말하고자하는 것, 그것은 ‘동성애자도 아름다울 권리가 있는 인생이다’다. 이에 대해 게이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이나 환상이라거나 김수현이라는 작가에 대한 지나친 숭배라는 비난도 기꺼이 감수해야할 것이다. 누구나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고, 아름다울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많은 이들이 기피하고, 무시해 왔지만,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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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jun 2010.04.24 1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여성 동성애자의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난 여자를 사랑하는게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인것 뿐이다.

    글 잘 봤습니다 ^ ^

  2. hurlkie 2010.04.25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늘 그 시점의 차이가 편견을 만들고 증오를 만들죠
    여자도 사람이고, 남자도 사람이고, 우리는 모두 사람이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아름다운 일인데 말이죠

Blog+Enter Vol. 38

Blog+Enter 2010.04.17 15:17


blog+enter 서른여덟 번째 간행물입니다
이번 호부터 중국 엔터테인먼트 트렌드를 다루는 'Enter+China'가 신설됐습니다.^^
지난 1월, 중국국가 국무원에서 발표한 후 영화산업의 발전과 변화를 이끌었던
영화산업발전에 대한 지도의견에 대한 핵심 요약있습니다.
많은 도움 되시길 바랍니다.

이번 회차에서 조금은 놀랍고, 조금은 부러운 게 있다면
미국 NCAA 전미 대학농구 챔피언십입니다
단판승부와 연고를 바탕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어
'3월의 광란'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NCAA의 결승전이 있었습니다.

2009-2010 NCAA 매출액은 7억1천만 달러로
2008-2009 6억6천100만 달러, 2007-2008 6억1천400만 달러 등
매시즌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2009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NCAA 파이널 포의 상품가치는 8천200만 달러,
3억7천900만 달러의 NFL 슈퍼볼, 1억7천600만 달러의 하계올림픽에 이어 3위입니다.
참으로 대단하기도 하죠.

이번 시즌에는 LG전자가 3D기술을 선보이며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5천만 달러에 달하는 홍보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콘텐츠-마케팅의 적절한 만남을 이끌어내는 그들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www.hurlkie.com 뿐 아니라 www.blog-enter.com으로도 blog+enter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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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Enter Vol.38 ]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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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르네상스, 동시 첫 전파 탄 수목드라마 列傳


바야흐로 드라마 르네상스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본방 사수는 물론 다운로드해 봐야할 드라마들이 넘쳐나고 있다. 막장 가족극 KBS2 <수상한 삼형제>부터 재혼 가정의 이야기와 이혼 부부를 다루는 SBS <인생은 아름다워>와 <이웃집 웬수>, 유치할 만큼 화려한 CG와 작위적인 연기로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는 컬트 드라마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가 주말 밤을 책임진다.
‘부자’가 되는 비법을 소개하는 재벌 드라마 KBS2 <부자의 탄생>,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 제중원을 배경으로 한 의학 사극 SBS <제중원>, 숙빈 최씨의 일대기를 그린 성장사극 MBC <동이>, 훈남 스타와 아줌마의 로맨틱 코미디 SBS <오! 마이 레이디> 등 월·화요일에 방송되는 드라마에 취향에 따라 아침 드라마, 일일 연속극, 시트콤까지 챙겨봐야 한다. 참으로 다양하고 풍성한 일주일이 아닐 수 없다.
30.0%의 시청률을 넘나들던 사극 KBS2 <추노>, <추노>의 독주 속에서도 선전하던 SBS <산부인과>, 다소 부진한 흥행성적이지만 결혼적령기의 세 여자 이야기를 다룬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후속으로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가 3월31일 동시에 첫 전파를 탔다. 방송 3사에서 동시편성한 세 드라마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 이상 동화의 환상은 없다? KBS2 <신데렐라 언니>
KBS2 <신데렐라 언니>와 MBC <개인의 취향>, SBS <검사 프린세스>는 시작 전부터 그리고 시작하고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송 첫 주의 승자는 문근영·천정명·서우의 <신데렐라 언니>다. 첫 방송 15.8%, 주간시청률 15.2%로 차트 10위권을 노리고 있다. 신데렐라 구효선(서우)과 아버지 구대성(김갑수)의 재혼으로 생긴 언니 송은조(문근영) 그리고 두 여자 사이에 선 홍기훈(천정명)이 풀어가는 이야기다.
조재현·조민수·김하늘·고수 등의 <피아노>, 고현정의 드라마 복귀작 <봄날>, 장혁·이다해의 <불한당> 등의 극본을 쓴 김규완 작가의 신작으로 윤은혜·오만석 주연의 <포도밭 그 사나이> <쾌도 홍길동> 등의 연출자이자 <아이리스>의 프로듀서였던 김영조 PD가 연출자로 나섰다. 탄탄한 대본과 연출력도 확보된 셈이다.
언제나 주인공이었던 신데렐라가 아닌, 신데렐라를 구박하고 미워하는 신데렐라 언니를 주인공으로 하는 역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연출과 대본, 연기 등 흡인력 측면에서는 수목극 중 가장 앞선다.
<신데렐라 언니>는 방송 전후로 수많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방송 전에는 KBS2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모습을 두고 ‘불화’ 논란이 일더니 마냥 칙칙하고 무거운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아직까지는 붕 떠 있는 느낌이어선지 연기력 논란도 있었고 촬영이 있었던 캠퍼스에서의 폭행시비도 불거졌다.


불화나 폭행시비 등이야 당장 해결 될 수 없거나 확인된 바 없으니 어쩔 수 없어도 어둡기만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연기력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좋을 듯싶다. 애초에 지나치게 어두울 것으로 예상했던 <신데렐라 언니>는 빠른 이야기 전개와 적당한 무게감으로 우려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연기력 논란 역시 ‘발연기’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다 김갑수, 이미숙 등 중견연기자들의 연기가 커버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환경의 변화가 캐릭터 역시 변하게 하면서 연기의 문제는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자충수는 향후 있을 캐릭터 변화의 정도에 있을 듯싶다. 그 정도에 따라 신데렐라 효선과 신데렐라 언니 은조가 고운 심성과 비뚤어진 감정을 오가며 선사하는 미묘한 감정 변화의 정도 역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화 속 절대선 신데렐라와 절대악 신데렐라 언니의 속사정과 사연을 풀어감으로써 선과 악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풀어가기에 따라 단순한 역할 바꾸기, 조금은 까칠한 신데렐라 이야기에 그칠 수 있다.
변화를 통해 선과 악이 바뀌는 상황에서의 신데렐라 언니 이야기라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신데렐라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은조가 신데렐라 언니로 진정한 주인공 자리를 지킬 수 있을 때서야 <신데렐라 언니>라는 제목의 역발상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기자들의 유기적 시너지, MBC <개인의 취향>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드라마는 <개인의 취향>이다. 영화에 집중하던 손예진의 드라마 복귀작인데다 지난 한해,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로 각광받던 이민호의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자리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던 MBC 수목드라마의 구원투수격인 <개인의 취향>은 1, 2회 모두 시청률 12.5%로 평균시청률 12.5%를 기록했다.
건축가 아버지 박철한(강신일)과의 불화, 남자친구 한창렬(김지석)의 급작스런 이별선언, 10년 지기 친구 김인희(왕지혜)의 배신, 사업 실패로 인한 사채업자의 협박 등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여자 박개인(손예진)과 프로젝트를 위해 느닷없이 게이가 돼버린 남자 전전호(이민호)의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다.
드라마의 재미는 작가, 연출, 연기 등에서 만들어진다. 세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면야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경우는 많다. <개인의 취향>은 다소 안타까운 연출과 대본을 연기자들이 보충하고 있는 듯 보인다.
중심축은 역시 베테랑 연기자 손예진이다. 늘 꽃처럼 예쁘더니 망가질 대로 망가지는 개인 자체인 듯한 손예진의 연기는 일품이다. 마음껏 오버하면서도, 적정선을 지키며 맛깔난 연기를 선사하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개인과는 상반되는, 감정표현이 없는 포커페이스에 깔끔하고 능력 있는데다 어떤 면에서는 꽤 다정하기까지 한 완벽한 남자지만 은근히 허점투성이인 진호를 연기하는 이민호는 그에 걸맞은 디테일한 표정연기나 섬세한 심리묘사 등을 잘 소화하고 있다.


능글거리고 우유부단한데다 어제까지 애인이었던 개인의 10년 지기 친구와 결혼하면서 청첩장을 대문 틈새로 밀어넣고 “제발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말라”는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안하무인의 창렬을 연기하는 김지석, 10년지기 친구 그것도 한 집에서 동고동락하던 친구의 남자를 빼앗고도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희를 연기하는 왕지혜의 연기 역시 뛰어나다.
여기에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개인을 살뜰히도 챙기는 친구 이영선을 연기하는 조은지, 진호의 사업파트너이자 선배 노상준을 연기하는 정성화, 진호를 게이로 오인하게 만든 원인제공자이자 진호의 명목상 약혼자인 나혜미(최은서)를 오매불망 짝사랑하는 후배 김태훈을 연기하는 임슬옹 등 조연들의 연기 역시 감칠맛이 난다.
이외에도 향후 진호가 ‘게이’인 척하는 데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최도빈 관장을 연기하는 류승룡, 진호 아버지의 사업체를 가로채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사업체를 이어가는 창렬의 아버지 한윤섭(안석환) 등 연기자들의 연기와 캐릭터는 유기적으로 엮이며 시너지를 발산한다.
여기에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를 패러디한 박노식의 특별출연, 개인이 철썩 같이 믿었건만 사랑으로도 돈으로도 뒤통수를 치는 대학동창 원호를 연기하는 봉태규의 카메오 출연, 주말극 <민들레 가족>의 정찬, 송선미 커플의 결혼식 등 알뜰하게도 숨겨둔 장면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제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들이 언제까지 대본과 연출의 부족함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인가다. 마음껏 오버하고 망가지는 박개인과 섬세한 연기가 관건인 전진호, 상반되는 캐릭터가 어우러지고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을 어떻게 연출하고 그려갈지가 중요해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개인의 취향>은 ‘동거’ ‘게이’ 등 트렌디 드라마의 뻔한 코드를 그대로 답습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도, 혹은 진부함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의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냉철한 여전사, 검찰청 유일무이한 꼴통 검사 되다, SBS <검사 프린세스>
첫 회 방송분 시청률 8.0%, 주간시청률 8.4%를 기록한 <검사 프린세스>는 <아이리스>에서 냉철한 여전사로 분한 바 있는 김소연의 변신이 돋보이는 드라마다. 게다가 <찬란한 유산>의 진혁 PD와 소현경 작가의 콤비작이니 듬직할 수밖에 없다.
아이큐 168의 여검사, 그러나 아는 것이라곤 배운 원칙에 근거해 곧이곧대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과 6시 칼 퇴근, 선배고 부장검사고 상관없이 말 대답하기 그리고 자신의 외모를 위한 쇼핑·요가·클럽활동 등이다.
측은지심이나 책임감, 사명감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중부지검 형사 5부의 초임검사 마혜리(김소연)는 첫날부터 온갖 사고의 온상이 된다. 어머니의 병을 핑계로 워크샵을 빠지고 명품 구두 경매장에 간다거나 극비인 사건일지를 화장실에 두고 나온다거나 클럽에서 미성년자들과 부킹을 하다 경찰에 소환이 되는 등 2회만에 마혜리 검사가 친 큰 사고만도 메가톤급이다.
“민주국가에서 내 돈 내고 더 맛있는 걸 먹겠다는 데 뭐가 문제인가” “야근은 자신의 선택이고 사건 수에 비해 모자란 검사 수는 국가가 해결할 일이지 왜 개인시간을 희생하는가” “여검사 아니어도 욕먹을 검사는 욕먹는다” “선배라고 나에게 검사를 해라 마라할 권리는 없다” 등 혜리의 말인즉슨 틀린 말은 아니다.
선배 말에 복종하고 식사 메뉴마저도 선택권을 박탈당하는 관행에 반기를 드는 모습은 때로는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때로는 안하무인에 무개념의 동료를 대하는 듯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하게도 한다. 현실을 그리는 드라마에서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았는지 혜리는 결국 검찰청 내 기피대상이 돼버리고 만다.


<검사 프린세스>의 불안 요소는 김소연의 원맨쇼라는 데 있다. 아직까지는 혜리의 성향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가고 있으니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검사라는 혜리의 직업을 감안하고, 향후 진정한 검사로 거듭나는 성장과정을 그린다는 기획의도를 고려할 때 ‘김소연’ 하나로 이끌어가다가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동 성범죄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루거나 수석검사 윤세준(한정수)의 상처, 그를 해바라기 중인 진정선(최송현), 사사건건 혜리와 부딪히며 베일에 싸인 변호사 서인우(박시후)의 정체, 그의 조력자 제니 안(박정아) 등의 사연들까지 소개되는 과정에서 연기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도 중요해 보인다.
이에 <검사 프린세스>의 성공은 가볍고 경쾌하면서 발랄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과 진중한 감정들을 담아낼 수 있을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마냥 심각하고 진지해지면서 초반의 경쾌함과 발랄함이 훼손된다면 <검사 프린세스> 특유의 매력도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즐거운 비명, 개인의 취향대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문근영의 역발상이 돋보이는 <신데렐라 언니> 2회는 첫 회보다 1.3% 하락한 14.5%, 여전사의 변신 <검사 프린세스>는 0.7% 상승한 8.7%, 영화배우 손예진과 <꽃보다 남자> 구준표 이민호의 드라마 복귀작 <개인의 취향>은 두 회분 모두 1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본방사수를 할 수목드라마를 선택하는 데 시청률이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듯 보인다. 말 그대로 개인의 취향대로 골라 보더라도 기본 이상의 재미와 완성도를 겸비한 작품들이니 실망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노>에서 최장군과 왕손으로 분했던 한정수(검사 프린세스)와 김지석(개인의 취향), 2PM의 옥택연(신데렐라 언니)과 2AM의 임슬옹(개인의 취향)이 벌이는 연기 경합은 덤이다. 수요일, 목요일에 차려지는 풍성한 식탁에 시청자들의 고민은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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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Enter Vol. 37

Blog+Enter 2010.04.08 18:42


blog+enter 서른일곱 번째 간행물입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온 나라가 비탄에 빠진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무더기 결방으로 현재 방송중인 대부분의 드라마가
20위권 안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청률 역시 전반적으로 하락했네요.

여하튼, 요즘은 드라마 르네상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봐야할 드라마가 넘쳐나니 말입니다^^
Hurlkie's Enter-note에서는 동시에 첫 전파를 탄 수목드라마 열전을 다뤘습니다.

그리도 다음 호부터는 '중국' 현지에서 관계자분께서 보내주시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소식이 실릴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조언 주십쇼^^
감사합니다!

www.hurlkie.com 뿐 아니라 www.blog-enter.com으로도 blog+enter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시길...^^
↓↓↓↓↓↓↓↓↓↓
[ Blog+Enter Vol.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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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팀 버튼의 ‘앨리스’는 그의 앨리스가 맞을까?


‘앨리스가 19살이 돼 원더랜드를 다시 찾는다면?’ 이같은 상상에서 시작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이하 앨리스)>는 팀 버튼(Timothy Walter Burton) 감독과 그의 오랜 파트너 조니 뎁(John Christopher Depp II)의 콤비작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는 팀 버튼과 조니 뎁 콤비작의 마니아다.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들 콤비의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0> <에드우드 Ed Wood, 1994> <슬리피 할로우 Sleepy Hollow, 1999>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등으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는 묘한 설렘과 만족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팀 버튼과 조니 뎁의 콤비작인데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환상을 바탕으로 한 루이스 캐럴(Charles Lutwidge Dodgson)의 고전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 in Wonderland>라는 원작, 여기에 헬레나 본 햄 카터(Helena Bonham Carter),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등 쟁쟁한 연기자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까지, 영화 <앨리스>에 대한 기대 요소는 차고도 넘친다.
무엇보다 큰 기대요소는 기괴한 상상력의 보고(寶庫) 팀 버튼과 판타지 영화의 명가(名家) 디즈니의 첫 합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3D라지 않는가? 이들이 이끌 환상의 세계는 분명, 우리 머릿 속에 존재하는 원더랜드 이상으로 멋지지 않겠는가?


19세의 앨리스, 다시 원더랜드로
원더랜드에 다녀온 십여 년 후 앨리스의 모습은 어떨까? 영화 <앨리스> 속에서 19세가 된 앨리스(미아 와시코우스카)는 원더랜드를 잊었지만 밤마다 똑같은 꿈을 꾸고 있다. 항상 자신의 편이었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이같은 집안사정으로 인해 정략결혼의 위기에 처해있다.
해미시(레오 빌)가 청혼을 하는 순간, 시계를 든 하얀 토끼를 다시 보게 된 앨리스는 또다시 원더랜드로 떨어지게 된다. 이를 지켜본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쌍둥이, 체셔 고양이, 애벌레 압솔렘 등은 앨리스를 보고 “이 앨리스가 그 앨리스가 맞을까?”라고 의심하게 된다.
그곳에는 정신 나간 모자장수(Mad Hatter, 조니 뎁)가 있고, 악의 축 붉은 여왕(Red Queen, 헬레나 본햄 카터)과 그에게 쫓겨난 하얀 여왕(White Queen, 앤 해서웨이) 그리고 붉은 여왕의 충복 네이브 오브 하트(Knave of Hearts , 크리스핀 글로버) 등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제임스 카메론(James Francis Cameron)의 3D 영화 <아바타 Avarta>는 많은 이들의 눈높이를 상승시킨 모양이다. 3D, 디즈니, 팀 버튼, 앨리스 등 환상적이기에 충분한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영화 <앨리스>의 환상은 기대치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이처럼 언어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지 싶다. ‘좋마운 날’ ‘날뜩한 검’이라는 호칭이나 모자장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횡설수설, 압솔렘·트위들디와 트위들덤·체셔 고양이 등 각 캐릭터의 이름 등은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유머가 되기도, 도무지 뜻을 알 수 있는 말이 되기도 한다.
물론 흥행적으로는 대 성공이다. 개봉 첫 주말, 3일 동안 북미에서만 1억1천610만1천23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다크 나이트(1억5천841만 달러)>, <스파이더맨 3(1억5천112만 달러), <뉴문(1억4천284만 달러)>, <캐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1억3천563만 달러)>, <슈렉 3(1억2천163만 달러)>에 이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6위에 해당하는 수익이다.


완벽 재현된 원더랜드, 그러나 팀 버튼은 없다?
동화 속 혹은 팀 버튼이 만들어 낸 새로운 세계의 재현은 분명 훌륭하다. 스토리 역시 권선징악을 테마로 동화가 따라야할 덕목에 충실하다. 한편의 잘 만든 동화다. 하지만 판타지 영화 혹은 동화 속 세상에서 너무 말이 되는 스토리와 재현은 오히려 독이 된다. 그것이 팀 버튼의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크리스마스도, 미용사도, 복숭아도, 신부도 팀 버튼의 상상력과 기괴함을 만나면 악몽이 되고, 가위손이 되며, 거대해지고, 유령이 혹은 두 명이 되지 않던가. 그리고 그들은 기괴함과 비상식적인 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상처받으면서도 사랑하며 아련함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3D 영화 <앨리스>의 스토리나 컴퓨터그래픽(CG)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누구나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바로 그 모습을 지나치게 고스란히 재현한다. 참으로 2D스럽다. 원작 동화에서 볼 수 있었던, 현실 세계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원더랜드의 비틀리고 엉뚱한 법칙마저도 온전히 표현되지 못했다.
그나마 캐릭터들의 향연은 볼만하다. 이 역시 몇몇 극소수의 캐릭터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말이다. 눈에 띄는 캐릭터 중 하나는 역시 팀 버튼의 페르소나 조니 뎁이 연기한 모자장수다. 영화사에서는 영화 제목도 <앨리스>, 주인공도 앨리스임에도 조니 뎁의 모자장수를 부각시키는 홍보에 주력하고 있을 정도다.
하얀 여왕의 모자를 전담하던 모자장수는 붉은 여왕의 폭정 때문에 숨어 지내며 앨리스를 기다리고 있다. 조니 뎁 특유의 시크하고 히피스러운 매력 속에 앨리스에 대한 배려와 무한 애정이 느껴진다.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 선장,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공장장에 이은 환상 속에 사는 귀엽고 가여운 정신병자 캐릭터다.
사실 가장 인상적이고 정감이 가는 캐릭터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한 붉은 여왕이다. 너무 큰 머리, 하트 모양의 입술, 시퍼런 눈 화장, 그리고 매일 밑바닥부터 끌어올려 퍼부어대는 온갖 히스테리 등 붉은 여왕을 구성하는 것들은 그녀를 ‘비호감’으로 낙인찍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끝내주게 포악하고 강력한 하트의 여왕이라니. 참으로 팀 버튼답다.
극악무도하고 표독스럽기 이를 데 없는 붉은 여왕은 캐릭터 자체에서 전형적인 선악, 아름다움의 기준 그리고 이로 인한 불합리한 처사 등이 느껴져 측은함마저 들게 한다. 악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 사랑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공포의 대상이 되려는,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선택한 붉은 여왕의 포악함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고독과 측은함은 꽤 인상적이다.
붉은 여왕의 대척점에 서 있는(사실은 하얀 여왕의 대척점에 붉은 여왕이 서 있는 설정이지만, 왠지 이 영화에서는 이 표현이 더 어울리는 듯 보인다) 하얀 여왕은 수동적인 인물이다. 생명을 해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부터 선을 대표하는 인물이 된다.
하지만 사실 그녀가 하는 일이라곤 몸이 작아지고 커지는 약을 만들고, 가만히 앉아 여러 인물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정도다. 그리곤 뒤에서 붉은 여왕의 큰 머리를 조롱한다. 붉은 여왕과는 달리, 하얀 여왕의 유일한 무기는 아름다운 외모와 좋게 표현하면 느긋한(사실은 매우 수동적인) 성격이다. 선을 대표하는 인물이 이렇게 밉상이기도 힘들다.


사실, 인상에 남는 캐릭터는 이 정도다. ‘덤앤더머’처럼 혹은 샴쌍둥이처럼 늘 상충하기만 하는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쌍둥이,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를 닮은 듯한 체셔 고양이 등도 흥미로운 캐릭터이긴 하다. 하지만 앨리스의 단독 모험에 중간 중간 얼굴을 내미는 정도니 ‘인상적’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팀 버튼은 비상식적이고 지나치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한데 묶어 지극히 서정적이고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진정성을 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 겉모습에 대한 일시적인 판단이나 편견 등을 섬세하고 그럴 듯하게 깨는 힘도 가진 인물이다.
<앨리스>에서 조니 뎁의 연기는 좋았다. 헬레나 본햄 카터의 연기는 극찬할만하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섬세한 캐릭터들 역시 좋았다. 하지만 이들을 버무리는 데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유명 배우들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게 분장하고 CG 처리를 감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팀 버튼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에 영화 <앨리스>는 지나치게 상식적이고 불합리하지 않은 모양이다.


‘앨리스’는 팀 버튼의 앨리스가 맞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야기의 중심에는 앨리스가 있어야한다. 하지만 영화 <앨리스>에서 동행하는 캐릭터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움직이며 고군분투하는 앨리스는 참으로 억지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온전히 모자 장수에, 붉은 여왕에 둘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 느낌이랄까.
극 초반, 원더랜드의 친구들은 다시 돌아온 19세의 앨리스에게 말한다.
“이 앨리스는 그 앨리스가 아냐!”
이제 앨리스가 성인이 된 모습을 상상해 보자. 꼭 팀 버튼의 앨리스를 상상해보자. 2010년에 개봉한 영화 <앨리스> 속에서 미아 와시코우스카가 연기하는 그녀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앨리스는 혼자서 좌충우돌하며 자신을 믿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성장해 간다. 2010년 디즈니와 팀 버튼의 <앨리스>는 디즈니의 영화에 가깝고, 앨리스 역시 디즈니가 추구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앨리스를 사랑하고 팀 버튼을 흠모하는 이로서 차라리, 그 앨리스가 아니라는 반전을 바랐다면 너무한 걸까? 원더랜드의 친구들처럼 앨리스에게 말하고 싶다.
“이 앨리스는 그 앨리스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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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시간대 이방인 <별을 따다줘> 흥행, 시청행태 변화 반영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에 편성된 SBS <별을 따다줘>의 상승이 눈에 띈다. 첫 주간시청률 11.2%로 시작한 <별을 따다줘>는 2주차 13.0%, 3주차 14.2%, 4주차 15.8%로 꾸준히 1.0% 이상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최근인 2월 1일, 2일에 방송된 9, 10회는 각각 17.4%, 17.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가 주는 희망
<별을 따다줘>는 전직(?) ‘된장녀’였던 현직 ‘캔디녀’인, ‘있으나마나 미스 진’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진빨강(최정원)과 엄마에게 조차 사랑받지 못해 얼음처럼 차갑기만 한, 피도 눈물도 없는 엘리트 변호사 원강하(김지훈)가 극을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다.
여기에 빨강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과 무지개 이름을 딴,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다섯 동생들, 신분을 숨긴 JK생명 회장 정국(이순재), JK생명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마다 않는 둘째 아들 내외 정인구(김규철)·이민경(정애리), 강하를 사랑하는 당당하지만 안하무인인 정국의 손녀 정재영(채정인), 재영을 사랑하는 강하의 이복동생 준하(신동욱) 등 상황과 캐릭터 설정만으로는 매우 전형적이다.
사치와 허영으로 살던 빨강은 부모의 갑작스런 사고로 친동생도 아닌 동생 다섯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고아들을 동생이라고 자꾸 집안에 들이는 부모와는 반대로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살던 빨강은 동생들을 책임지며 성장하고 진정한 행복을 알아간다.
중병을 선고받고 사고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난 첫째 아들의 피붙이를 찾는 정국은 빨강네 형제들과 얽히면서 성공과 돈을 위해서만 살았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한다. 정국의 손자 찾는 일을 돕고 있는 강하는 막무가내로 입주가정부라고 눌러앉더니 동생들까지 숨겨놓고 있었던 빨강에 휘둘리는 자신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강하를 오래도록 사랑해온 재영은 궁상스러운 빨강이라는 여자가 강하 주변을 얼쩡거리며 변화시키는 것이 불안하고 짜증스럽다. 정국, 강하, 재영의 공통점은 빨강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는 것이다. 이에 정국은 신분을 숨기고 넝마주이 할아버지가 돼 빨강의 동생들을 보살피고, 강하는 웬만한 건 참아 넘기고 빚보증까지 서더니 혼잣말이 늘었다. 빨강으로 인해 변해가는 강하가 낯설고, 그런 빨강에게 강하를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재영은 자꾸만 거액의 봉투를 건넨다.
여기에 JK생명의 후계자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유약한 둘째 아들 인구, 이에 발벗고나서 빨강의 부모를 사고로 위장해 죽이더니 빨강을 찾아 해하려는 화류계 출신의 둘째 며느리 민경, 강하에 대한 선망과 재영에 대한 우정을 가장한 짝사랑으로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빨강에 대한 애증으로 괴로워하는 준하 등이 가세한다. 이처럼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 역시 전형적이다. 이같은 전형성은 잘못 풀면 ‘식상하다’라는 평을 받게 되지만 잘 풀면 오히려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기도 한다. <별을 따다줘>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지 싶다.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의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
조금 새로운 것은 자칫 ‘진부함’ 혹은 기쁨이든 슬픔이든 ‘감정의 과잉’처럼 느껴질 수 있는 빨강의 팍팍하든 되바라지든 일상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어떤 사고와 절망적인 상황도 주황(박지빈), 노랑(김유리), 초록(주지원), 파랑(천보근), 남이, 이 빨강의 다섯 동생들로 인해 ‘코믹함’과 ‘선함’이 덧칠되며 팍팍함도, 절박함도, 차가움도, 욕심도 이겨낼 수 있고 웃을 수 있게 한다.
빨강은 신데렐라가 되기엔 착하기만 하질 못하다. 하지만 몇 백만 원짜리 명품가방에 열광하던 때와는 달리 동생들 때문에라도 ‘있으나마나 미스 진’이 되지 않기 위해 재영이 건넨 거액을 거절할 수 있게 됐다.
강하 역시 신데렐라의 백마 탄 왕자가 되기엔 지나치게 냉정하고 야멸차다. 하지만 티끌 하나만 묻어도 참지 못하는 강하는 파랑이 명품 옷에 중국차를 엎고 그 위에 음식국물을 ‘또’ 쏟아도 참아 넘길 수 있게 된다.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것은 딱 질색이었는데 오히려 눈을 떴을 때 파랑이 없는 것이 허전하기만 하다. 몽유병 때문에 노랑, 초록과 다리를 묶고 잤다고 하자 그러지 말라는 강하에 “변호사 아저씨 나 진짜 좋아해”라고 파랑의 자랑이 늘어진다.
동생들을 강하네 지하방에 몰래 숨겨 들어왔지만 파랑이의 몽유병 때문에 어른들은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파랑은 강하에게 천연덕스럽게 “몽유병이니 이해하세요”란다.
휴대전화 요금을 연체해 전화가 끊긴 순간 다 같이 버스를 탔다 혼자 내리지 못해 파랑은 미아가 된다. 파랑을 잃어버린 아이들도, 파랑도 경찰서를 찾는다. 파랑은 경찰서를 찾아 “저희 누나 좀 찾아주세요. 근데 우리 누나가 나 버린 걸지도 몰라요. 이번에는 진짜 고아 됐어”라고 대성통곡하는 장면은 짠한 마음이 들게도 하지만 박장대소를 하게도 한다.
넝마주이 할아버지 정욱이 휴대전화를 꺼내거나 고기를 사들고 들어오자 아이들은 “정말 이렇게 살면 안되신다니까요. 사실 방도 없으면서 돈 생겼다고 고기를 사들고 들어오냐”며 잔소리를 늘어놓고 구박하는 아이들이나 갑자기 들어온 태규(이켠)에 일사분란하게 대처하는 아이들은 저절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네 아이들은 자신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빨강을 강하, 준하, 태규 중 누구랑 결혼을 시켜야 행복해질까로 설전을 벌이곤 한다. 여기에 회사 내 단짝인 진주(박현숙)와 은말(김지영)마저 강하와 준하를 두고 비교분석 중이다. 시장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자신의 이름에 맞는 옷을 입은 아이들은 물론 정국까지 길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앵벌이를 시키는 것 같아 우울한 빨강을 ‘홍보’라고 다독이는 이는 바로 주황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에 파격적으로 편성된 전형적인 플롯과 캐릭터 활용법을 따르는 <별을 따다줘>가 그들이 주는 희망이자 기쁨이다.


시청자의 변화된 시청행태 반영하는 뉴시스간대의 이방인
사실 <별을 따다줘>는 MBC 월화사극 <선덕여왕>에 의해 탄생했다. <선덕여왕>의 흥행광풍으로 여타의 드라마들이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스러져가자 SBS가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인 밤 9시에 <천사의 유혹>을 파격 편성함으로써 신설된 드라마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 시간대에 드라마를 동시편성하면서 시청자 선택의 폭을 좁게 하고 콘텐츠 자체를 사장시켰던 편성의 탈피였으며, 이는 꽤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막장’ 논란도 없지 않았지만 흥행에 성공한 <천사의 유혹>에 이은 <별을 따다줘>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으니 말이다.
높아만 가는 드라마 비율로 콘텐츠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이는 수십억 원의 투자금과 함께 고스란히 사장될 위기에 처한 드라마에는 반가운 편성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별을 따다줘>는 시청행태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별을 따다줘>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KBS2 <공부의 신>과 MBC <파스타>와 경쟁하고 있는 SBS 메디컬 사극 <제중원>은 수목극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꽤 오래 전부터 지켜오던, 드라마의 흥행이 이전 시간대에 방송되는 뉴스의 흥행을 책임지고, 드라마의 흥행이 다음 시간대에 편성된 예능 혹은 교양 프로그램의 흥행을 책임지던 시대가 있었다. 저녁 8시20분대 일일극의 시청률은 고스란히 9시 뉴스, 10시대의 미니시리즈, 11시대의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에 반영되곤 했다.
하지만 마치 먹이사슬처럼 이어지던 시청행태는 인터넷의 발달과 주는 대로 보기 보다는 찾아서 시청하는 행태로 바뀌면서 파괴되고 있다. TV를 틀어놓고 들며날며 시청하기 보다는 콘텐츠의 질과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찾아서 집중적으로 시청한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까지 전후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따라 1~3% 정도 오르내리고는 하지만 그 변화는 현저하게 적은 편이다.
이같은 징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인 뉴스강자 KBS 저녁시간대 일일극의 시청률이 이전만 못하거나 <수상한 삼형제>가 38.4%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던 1월31일 의 시청률이 12.7%로 평일대비 6~8%의 시청률 하락을 보인 것으로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이라는 막강한 예능 지존이 앞에서 끌어주는데도 한자리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MBC 주말극의 몰락에서도, <세바퀴>라는 토요일 심야 예능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2009 외인구단> <친구, 그 끝나지 않은 전설> 등이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한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세바퀴>와 <보석비빔밥>의 동반흥행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잘 만들어졌든, 재미있든 각 프로그램의 매력요소가 작용한 예다. 금요일 밤 11시, 다큐멘터리라는 불리한 요소를 가지고도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마존의 눈물>의 흥행과 공감대 형성도 그 좋은 예다.
이에 콘텐츠의 질과 흥행요소가 보다 중요해졌다. 어쩌면 ‘편성의 묘미’를 살려 프로그램 흥행 기상도를 역전시키는 일은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편성’은 프로그램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는 잘 만들어졌거나, 혹은 공감대 형성에 성공하거나, 혹은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흥행요소가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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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Enter Vol. 28

Blog+Enter 2010.01.29 12:21


blog+enter 스물여덟 번째 간행물입니다
엊그제 신년을 맞은 것같은데 벌써 한달이 흘렀습니다.
시간은 어찌나 빠른지요...
곧 'iddin'이라는 인디음악 전문 섹션을 만들 생각입니다.
헐키닷컴 블로그에는 아예 섹션을 따로 만들어 포스팅을 할 예정이며
블로그엔터에 어느 정도 실을지는 고민 중입니다
인디음악 차트와 가능성 있는 인디 밴드의 인터뷰, 그리고 공연 이야기 등이 담길 예정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
이래저래 밑그림을 그리다 이제야 시작합니다...
신년이 시작한 지 한달이 지났는데 말이죠^^;;;
여튼...시작했으니 또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 즐건 주말 보내소서^^

www.hurlkie.com 뿐 아니라 www.blog-enter.com으로도 blog+enter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시길...^^
↓↓↓↓↓↓↓↓↓↓
[ Blog+Enter Vol.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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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짝사랑도, 알콩달콩 연애도, 이에 동반되는 성장통도 일상이다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뚫하)>은 재미 면에서든, 시청률 면에서든, 캐릭터 면에서든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에 뒤지지 않고 있다. 이 시트콤 마니아들의 유일한 불만이 있다면 지나친 러브라인의 부각이다.
오죽하면 “뭔 놈의 시트콤이 만날 사랑 타령이냐”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청자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웬만한 미니시리즈나 주말 드라마만큼이나 진중하고 구체적인 다양한 사랑에 대한 성찰은 <지뚫하>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러브라인이 부각되는 에피소드가 방송된 날에는 시청률이 대부분 높은 편이다. 또한 소위 특정 커플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진전되거나 같이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식홈페이지는 물론 각종 커뮤니티의 게시판이 시끌벅적해지기 때문이다.
공식 연인인 지훈(최다니엘)과 정음(황정음), 지훈에 대한 감정을 키우며 마냥 바라만 보고 있는 세경(신세경), 그런 세경을 짝사랑하고 있는 준혁(윤시윤), 그리고 초창기지만 아직 어린 준혁에 묘한 감정을 느끼며 서운해 하고 속상해하던 정음 등 어느 한 커플도 허투루 다루는 일이 없다. 사람에 대한 감정과 그로 인한 변화, 그리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빼곡하게 혹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은밀하게 그려가고 있다.
이처럼 물고 물리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러브라인은 참으로 시청자들을 설레게도, 울게도, 혹은 흐뭇하게도, 불안하게도, 짜증이 나게도 한다. 모든 것이 쉽게 복사되고 생산되며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지뚫하>는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서럽지만 마음을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날로그 같은 사랑을 그리고 있다.


지훈과 정음 : 티격태격, 알콩달콩 그리고 사회의 반영
소위 ‘지정’이라고 불리는 이 커플은 <지뚫하>의 네 젊은이 중 유일하게 양방향으로 감정을 교류하고 있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다. 준혁의 과외선생인 정음, 과외가 있는 날인 것을 잊고 술을 마시다 전화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준혁네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참지 못하고 변기를 붙들고 구토를 하던 중 지훈과 처음 만나게 된다.
희로애락의 감정 표현이 뚜렷한 정음에게 무뚝뚝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지훈은 자신의 소중한 개 ‘히릿’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맹장수술까지 한 밉상 중 밉상이다. 이에 정음은 ‘개자식 이지훈’이라고 부르곤 한다. 데면데면한 듯하지만 심심치 않게 되도 않는 장난을 치거나 감정을 보여주는 지훈과 혼자 울고불고 하거나 화를 내거나 팩하고 토라지기도 하는 정음은 전형적인 커플의 느낌이다.
설사병, 내비게이션의 고장 등 우연이 겹치면서 지훈과 정음은 키스를 하게 되고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티격태격 알콩달콩한 연애를 하는 이들은 알게 모르게 꽤 어른스러운 사랑을 하고 있다.
지훈만 데이트 비용을 내는 것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정음의 자격지심, 학벌·뒷배경 등 모자른 스펙으로 눈물을 자아냈던 정음의 취직, 생일날 기분이 좋지 않은 지훈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눈물겨운 노력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 위로하고 기대고 성숙하게 하는 존재가 됐다.
정음의 일방적인 감정만으로 진행되던 이 커플은 최근 두 사람 간의 교류하는 감정들로 극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에 지훈과 정음은 알콩달콩 연애상과 사회를 반영하는 달콤 쌉싸래한 커플이다.


세경과 준혁 : 풋풋함, 지고지순 그리고 성장통
한때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나문희 커플의 젊은 시절이라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던 커플이다. ‘준세’라 불리는 두 사람은 크게 감정을 드러내거나 관계의 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로 선정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커플이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 준혁과 그 집에서 입주 가정부를 하고 있는 세경, 이 두 사람의 사랑은 분명 준혁의 짝사랑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에 열광하는 이유는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세경은 준혁과 있을 때 잘 웃고 장난도 치며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드러내며 무장해제가 되기도 하지만 준혁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세경의 마음 속에는 지훈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커플의 감정선은 주로 준혁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밥을 먹을 때도 식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준혁은 세경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다 쓰레기 봉투를 내다주고 우연인 척 자전거로 세경을 마중나가곤 한다. 세경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주고받는 법, 스쿠터를 타는 법 등을 가르쳐준 사람은 준혁이다. 바다에 가고 싶다는 세경과 동생 신애를 위해 몇 달 동안 모은 게임기살 돈을 털어 스쿠터를 구입한다.
어느 날 문득 세경이 자신의 팬티를 빨고 있음을 깨닫고 안절부절하는가 하면 세경과 다정하게 수학공부를 하고 있는 세호에게 질투를 느끼고 세경이 삼촌 지훈에게 짜준 것보다 자신에게 짜준 목도리가 더 길다는 사실에 환호한다.
다친 발목이 낫지 않은 척 세경의 도움을 받으며 데이트까지 감행한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연상시키는 귀여움과 지훈을 짝사랑하는 세경이 지훈과 정음이 사귀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며 기뻐하기 보다는 상처받을 세경을 걱정하는 성숙함이 공존하는 준혁의 처절한 짝사랑이다.
세경을 짝사랑함으로써 때로는 답답함에 가슴을 치고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에 대한 원망이 일기도 하지만 세경의 짝사랑까지도 포용하며 성장통을 호되게 앓고 있는 준혁, 그리고 준혁과 함께 할 때야 비로소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세경의 조합은 꽤 그럴듯한 그림이다.
슬픔도, 아픔도, 늘 꿈꾸던 크리스마스 트리의 모든 불이 켜지는 순간도 함께 했던 준혁과 세경은 지금은 아프고 서툴기 만하지만 미래의 모습이 기대되는 커플이다.


지훈과 세경 : 아릿함, 모호함 그리고 희망고문
사실 <지뚫하>에서 가장 먼저 감정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세경이었다. 세경이 상경해서 제일 처음 만난 사람이 지훈이었고, 순재네 입주 가정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지훈때문이었다. 매사 무심하고 가족에게 조차 데면데면한 지훈이 세경과 신애에게는 옷을 사다주거나 휴대전화를 개통해주거나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며 꽤 세심하고 다정한 모습도 보여준다.
평소의 지훈답지 않은 모습에 세경의 일방적인 감정임에도 이 커플은 애잔하고 아련하다. 이 커플 역시 감정 표현이 없는 이지훈을 짝사랑하는 세경의 감정선을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로지 세경의 성장만이 목적인 듯 세경 혼자 아프고 행복하고 비참해지며 아릿함을 선사한다. 봄 아지랑이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멀게만 느껴지는 세경 혼자만의 감정이면서도 문득문득 보여주는 지훈의, 그 감정의 정체가 모호한 호의에 포기가 되지 않아 더욱 깊어지기만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지훈은 세경 자매를 동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세경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병 치료에 늘어난 빚으로 원양어선을 탔고, 세경은 동생 신애를 데리고 더부살이를 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지훈의 입장에서는 병중의 어머니와 바쁜 아버지로 어린 자신을 자식처럼 돌보며 힘겹게 살아온 누나 현경을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동정이라고 하기에 지훈의 성정이 그리 녹록치가 않다. 가족에게조차 쉬운 존재가 아닌 지훈의 배려와 친절은 그저 ‘눈에 밟히는 아이’를 향하는 것치고는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다. 지훈과 세경 커플에 열광하는 팬들은 이 모호함으로 희망고문에 시달리곤 한다.
세경이 서 있음에도 알아채지 알아보고 지나치거나 친구들에게 ‘불쌍한 가정부’라고 경고하는 지훈에 속상해하면서도 거짓말까지 해가며 빨간 목도리를 사다주는 지훈에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훈이 세경이 서 있음을 알아차릴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92회, 낯선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친 지훈과 세경은 지훈이 학교다니던 시절을 따라가는 추억여행을 했다. 자주 가던 레코드 가게에서 나란히 앉아 음악을 듣고, 욕쟁이 할머니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곧 없어질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지훈이 가고 카페에 혼자 남은 세경이 벽에 그려 넣은 ‘지훈♡세경’이라는 낙서가 스쳐간 첫사랑의 아름다운 추억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추억을 공유하며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아마도 김병욱PD도, 시트콤을 지켜보는 시청자 등은 이뤄지든 그렇지 않든 지세를 쉽게 놓지 못할 것이다. 지세는 세경이 지훈을 위해 준비하는 사골처럼 우리고 또 우려내는 질기디 질긴 첫사랑이자 짝사랑이기 때문이다.


준혁과 정음 : 상큼함, 편안함 그리고 이제는 물 건너간?
<지뚫하>의 초반에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하는 커플이 준혁과 정음이었다. 본의 아니게 ‘서울대생’으로 속이게 된 서운대생 영어과외 선생 정음과 전 과외선생과의 의리 때문에 정음을 골탕 먹이고 거칠게 대하는 준혁의 관계 설정은 소설이나 드마라에서 선호되는, 꽤 흥미진진한 러브 판타지다.
정음은 준혁이 노트에 그린 여자가 자신이라고 오해하거나 춥다고 하자 옷을 벗어 덮어주자 준혁의 감정을 확신하고 준혁을 다시 꼼꼼이 훑어본다. 하지만 준혁의 휴대전화 사진을 살펴보다 준혁이 세경을 짝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정음의 모습은 마치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처럼 귀엽다.
이처럼 일찌감치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음과 밤샘공부를 하는 준혁의 모습은 흡사 연인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그 목적이 세경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라는 데 있다. 92점짜리 성적표를 들고 세경에게 가장 먼저 달려간 준혁에 섭섭함을 느끼는 정음의 모습은 귀여운 커플에 목마른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최근 정음이 지훈과 사귀기 시작하고, 세경에 대한 준혁의 감정이 보다 깊어지면서 준정에 대한 가능성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편하다 못해 긴장감이 결여된 두 사람은 커플이라기보다 남매나 형제에 가깝다. 지정이 현실의 연애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면 준정은 사이 좋은 남매처럼 보인다.
최근에는 과외장면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하는 준혁과 정음 커플 지지팬들은 지훈과 정음이 사귀는 것을 알고도 상처입을 세경만을 걱정하는 준혁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랑도, 변화도, 성장도 우리의 일상을 닮아간다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그려야할 시트콤에서 웬 사랑타령이냐고 불만인 사람들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차마 다가갈 수 없어 아프고 서러운 짝사랑도, 티격태격하며 알콩달콩하는 연애도, 그리고 이에 동반되는 성장통과 변화도 일상의 일부분임을, 그리고 극에 재미를 불어넣는 요소임을.
알콩달콩하지만 어른스러운 사랑을 하는 지훈과 정음, 애절함과 설렘 사이를 오가는 준혁과 세경, 모호함과 슬픔이 공존하는 지훈과 세경,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여전히 예쁜 준혁과 정음 등 일방적이던 관계는 조금씩 진화한다. 일상처럼 만나고 갈등하면서 오히려 우리네 일상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경과 준혁은 지훈과 정음이 사귀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가슴앓이를 하는 세경을 지켜보는 준혁의 애절한 마음까지 표출되고 있다. 전시관에서 우연히 만난 지훈과 ‘마지막 휴양지’를 지켜보는 세경, 지훈·정음이 사귀는 것을 알게된 준혁과 세경의 상황은 러브라인이 지훈과 정음, 세경과 준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계기가 되거나 감정들이 얼키고설키는 또다른 혼란스러움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황정음의 신종플루 확정으로 2월 첫주는 스페셜로 편성된다고 발표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뫼비우스의 띠가 멈춰버린 셈이다. 이같은 상황이니 지훈·정음·세경·준혁의 사랑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팬들은 똑같은 상황을 보고도 제작진의 의도와는 별개로 각자 선호하는 커플에 맞게 상황을 퍼즐처럼 맞추며 설레어할 것이다. 극 속의 지훈·정음·세경·준혁은 멈춘 그 자리에 서있는데도 자신들의 판타지와 희망을 뒷받침하는 분석글과 망상글을 마구 생성하면서 말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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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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