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재난영화, <해운대>

<해운대>는 매우 영리한 재난영화다. ‘재난’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재난이 있기 이전, 해운대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간군상에 대한 희로애락을 그리는 데 정성을 들이고 있다. 재난을 맞은 아비귀환은 후반 40분 가량, 엄청난 자금과 CG가 동원돼 시종일관 재난을 그리는 할리우드식 재난영화와는 다르다. CG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에 승부수를 띄우며 재난만 있는 영화가 아닌 재난도 있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통해 할리우드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지는 자본의 빈약함을 영리하게 풀어감과 동시에 인간 냄새가 물씬 나는 한국식 재난영화라는 평도 끌어냈다.
<해운대> 전반에 깔려있는 코드는 웃음이다. 이는 <색즉시공> <두사부일체> 등의 연출과 각본으로 유머 내공이 만만치 않은 윤제균 감독의 힘이다. 거슬리지 않는 때, 적절한 곳에 배치된 ‘웃음코드’는 관객들을 좀체 울 수만 있게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울고 웃기기를 반복하다 마지막에 휘몰아치는 눈물과 공포의 츠나미는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픈 감정을 한껏 끌어올린다. 그리고 츠나미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겨진 이들은, 부모와 자식, 연인 등의 부재에 오열하지만 결국은 담담하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슬픔과 분노가 전부일 것같은 고난 속에도 기쁨과 웃음은 존재한다. 그것이 삶인 것이다.
리얼리티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츠나미의 습격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멀끔한 그들의 차림새나 츠나미 후에도 남겨진 대형 빌딩 및 횟집천막의 골조 등이 그렇다. 유머와 슬픔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설경구, 하지원, 이민기 등의 호연에 비해 어색하게 겉돌던 박중훈, 엄정화의 연기 등도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웃음과 눈물의 적절한 배합으로 이뤄낸 한국식 재난영화 <해운대>는 ‘1천만 영화’ 대열로의 합류 조짐을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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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그들만의 세상’이 안타까운 이유

시청률이 높아 승승장구하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 시청률 차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작품들도 있다. TNS미디어에서 발표한 2000년 이후 월~목 10시대 방송되는 미니시리즈 역대 최저 시청률을 보면 해도 너무할 정도다. 드라마 시청률이 좀체 20%를 넘기기 어려운 요즘도 아니고, <허준> <주몽> <장밋빛 인생> <이산> 등 5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자랑하던 때의 드라마들이 대부분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절반 이상의 시청자들이 한쪽으로 몰릴 수 있다는 건 한쪽은 비참하게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표민수-노희경 수작, <바보같은 사랑> 1위
최저시청률 10위 내에 있는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듣도 보도 못한, 전파를 탄 줄도 모르는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마니아층은 물론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은 수작도 있다. 물론 ‘시청률 꼴찌=졸작 혹은 실패작’이라는 공식이 절대선은 아니다. 1.8%의 시청률(2000년 4월24일, 5얼8일)로 역대 최저 시청률 1위에 오른 <바보같은 사랑>은 표민수PD-노희경 작가(이하 표-노) 콤비의 작품으로 질박한 삶 속에서도 피어나는 절박한 사랑을 다뤘다. 배종옥, 이재룡, 이영호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극 속에 빠져들어 실감나는 애절함과 절박함을 선사했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25일, 5월9일 방송분은 역대 최저 시청률 3위(2.1%)에 오르기도 했다.
2위를 차지한 <사육신>은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 작품으로 남북 간의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방송된 작품이다. 그 뒤를 잇는 것이 4위(2.3%)와 6위(2.7%)에 랭크된 <가을소나기>다.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친구의 남편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이야기로 윤리적 문제와 지나치게 음울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에 외면당한 작품이다. 대사나 화면구성이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낯선 수준이었던 <사육신>을 제외하면 <바보같은 사랑>과 <가을소나기>가 상위권을 차지한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2009년 7월에도 여전하다. MBC 주말드라마 <친구>는 한국의 유일한 사전제작 드라마인데다, 이미 800만 관객이 본 영화 <친구>의 흥행을 등에 업은 드라마다. 연출과 극본도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주도적으로 작업했고, 현빈, 김민준 등 쟁쟁한 연기파 연기자와 수려한 화면 등으로 채워진 수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 중 최저다. 매주 그 기록을 경신하고 있을 정도다.
경쟁작이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찬란한 유산>인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친구>라는 타이틀을 달고, 우정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한 여자를 둘러싼 친구 간의 배신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우정은 한낱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비틀어진 집착의 부산물로만 부각된다.
<친구>와 비슷한 시청률로 철저하게 시청자에게 외면당하는 드라마가 지난 주 막을 내린 MBC의 <트리플>과 새로 시작한 주진모, 김범, 손담비 주연의 SBS 월화극 <드림>이다. MBC <선덕여왕>과 대적하고 있는 데다 이제 막 시작한 <드림>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트리플>은 <태릉선수촌> <커피프린스> 등의 이윤정PD의 신작인데다 최근 핫이슈인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했음에도 5.7%라는 초라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의붓남매 간의 사랑, 옛날 남자친구의 결혼식 날 그 남자와 사라진 아내,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 등의 이야기는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드라마의 필수덕목, 시청자와의 소통
물론 <허준>이나 <장밋빛 인생> <찬란한 유산> <선덕여왕> 같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와의 동시간대 편성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수작이든 아니든, 최저 시청률 수위에 드는 작품들이 행한 오류는 시청자와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바보같은 사랑>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표-노 콤비 드라마 중에서도 보석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늘 삶의 본질에 진지하게 다가서는 두 사람의 작품은 절박한 현실을 몸서리쳐질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내곤 한다. 삶에 대한 진지하고 어려운 해법은 표-노 콤비작의 매력이자 흥행 실패요인이기도 하다. 표-노 콤비의 작품은 장르로 치자면 컬트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는 있지만 대중과의 소통에는 번번이 실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을소나기> <트리플> 등은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이면서도 진부한 이야기 전개로 평가도, 흥행도, 시청자와의 소통도 실패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청자와의 소통은 제작자, PD, 작가, 연기자는 물론 시청자까지도 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바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면 낯설어하면서도, 지나치게 현실과 맞닿으면 불편함에 채널을 바꾸곤 한다. 상식과 맞지 않는다고 ‘막장’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는가 하면 너무 빤한 이야기는 진부하다고 외면한다. 물론, 지나치게 시청자들을 의식하고 비위를 맞추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시청자가 외면하는, 그것도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철저하게 외면하는 드라마는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부여하기도 쉽지 않다. 드라마는 결국, 많이 보고 회자돼야 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청자와의 소통은 감정과 상황의 공유이자, 이상향에 대한 공유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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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찬란한!! <찬란한 유산>

최근 유행하는 줄임말 중 하나가 ‘볼매’다. ‘볼수록 매력있다’의 줄임말로 첫 느낌은 그저 그랬거나 강렬하지 않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이나 무언가를 일컫는 신조어다. 15% 남짓의 시청률과 ‘진부한 스토리’라는 평가로 시작해 7월26일 45.2%의 시청률과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으로 평가되며 막을 내린 <찬란한 유산>이 그 ‘볼매’라는 수식어가 적합한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처음 <찬란한 유산>이라는 드라마가 한다고 했을 때의 느낌은 “찬란한?”이었다. 평상시에는 잘 쓰지 않는, 조금은 유치하고 세련되지 못한 단어의 뉘앙스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유치찬란’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있겠는가? <찬란한 유산>의 성공은 ‘유치찬란’이라는 단어가 가진 미묘한 느낌과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유치를 빼면 찬란함이 남지만, 찬란함을 포기하면 유치해질 수 있는 ‘유치찬란’이라는 단어를 곱씹을 때 느껴지는 친근함과 소소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을 지니고 있다.

진부함도 풀어내기 나름
<찬란한 유산>의 시작점은 흔하디 흔한 ‘캔디녀’와 ‘재벌남’의 로맨틱 드라마였다. 여기에 현대판 <콩쥐팥쥐>처럼 새 엄마와 그 딸의 악행 그리고 설렁탕 기업 사장의 “모든 재산은 고은성에게 물려준다”는 폭탄발언 등으로 진부하고 얼토당토않게 허황된 이야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찬란한 유산>이 뿜어내는 매력은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너무 많은 감정들과 사건들이 얽히며 늘어지기도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찬란한 유산>은 대체적으로 ‘유치’를 빼고 ‘찬란함’을 남긴 드문 드라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의 드라마들은 저마다 보다 ‘스타일리시하게’ ‘럭셔리하게’ ‘모던하게’ ‘스케일 크게’ ‘자극적이게’ ‘막장스럽게’를 외쳐왔다. 혹은 일정 정도는 흥행이 보장된 원작 리메이크 등으로 안정성을 담보해 왔다. 하지만 정작 2009년 최고의 흥행작은 스타일리시하지도 럭셔리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찬란한 유산>이었다. 처음 연애를 하던 때를 연상시키는 알콩달콩한 은성(한효주 분)과 환(이승기 분), 그리고 그들을 지고지순하게 바라보는 준세(배수빈 분)와 승미(문채원 분)의 사랑은 ‘배신감’과 ‘복수심’ 보다는 ‘설렘’과 ‘애잔함’을 선사한다.
불륜과 배신, 복수 등으로 얼룩진 드라마 트렌드에서 서투르지만 일편단심의 <찬란한 유산>식 사랑이야기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지난했던 삶을 떨쳐버리고자 거짓말과 음모를 일삼는 백성희(김미숙 분), 재산이나 경영권이 아닌 ‘기업정신’을 물려주고자 고군분투하는 장숙자(반효정 분) 사장, 만날 듯 만나지 못해 안타까움마저 자아내는 은성의 아버지 고평중(전인택 분)과 자폐아 동생 은우(연준석 분) 등의 캐릭터와 상황이 어우러지면서 희로애락은 물론 긴박감까지 느끼게 했다.
예상치 못했던 복선, 생각지도 못한 반전, 독특하게 풀어내는 문제 해결방식(돈에 눈 먼 이에게는 돈이 없는 삶을, 사랑하는 남자가 전부인 여자에겐 그 남자를 잃고 살아가는 삶을 주는 것으로 응징을 대신한다든지, 딱히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환과 은성 등이 그렇다)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여기에 소품 하나 감정 하나까지 신경 쓰는 섬세한 연출, 한효주, 이승기, 배수빈, 문채원 등의 젊은 연기자와 김미숙, 반효정, 유지인 등의 중견연기자가 표현하는 캐릭터들이 엮어가는 스토리의 짜임 등을 버무려 낸 요리는 분명 웰빙식이었다.
여기에 ‘권선징악’ ‘직원이 주인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이상적인 기업가’ ‘어떤 악행도 화해와 용서로 마무리하는 결말’ 등을 그려낸 <찬란한 유산>은 현실과 이상, 선과 악의 경계선을 묘하게 넘나드는 매력을 지녔다. 준세가 아버지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거나 장숙자 사장이 직원들에 의해 기사회생하고 그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등은 현실이라면 좀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는 누구나 꿈꾸는 정의이며 이상향이기도 하다. 또한 환과 은성을 대할 때마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승미는 스스로의 모습에 갈등하고 절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 그 찬란함에 대하여
<찬란한 유산>이 여타의 드라마처럼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닥치고’ 찬양할만한, 대단하기만한 인물도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인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그런 보통사람들의 삶이야말로 진정 ‘찬란한’이라는 수식어를 달 만한 가치가 있다.
기획된 것이든, 혹은 편성정책이 바뀌면서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든 원래 일일드라마로 기획됐던 <찬란한 유산>은 흥행과 평가 모두에서 성공했다. 이를 ‘우연’ 혹은 ‘수작을 알아보지 못하는 시청자의 우매함’으로 폄훼하고 있다면, 시청자의 눈을 들여다 본적이 있는지, 혹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할 것이다. 비체계적인 유통과 저작권 구조 등을 토로하고 ‘스케일’과 ‘흥행코드’ 등을 고민하기 이전에 ‘시청자’들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이 우선이다. 드라마를 소비하는 것도, 드라마를 흥행시키는 것도 바로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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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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