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Mint Life 2010 봄, 나의 아름다운 라이브 위크엔드


전날까지 비가 추적거리고, 스산한 삭풍이 불더니 5월1일, 2일은 말 그대로 화창한 봄날이었다. 고양 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에서 ‘Beautiful Mint Life 2010(이하 뷰민라)'이 첫선을 보이는 날이기도 했다. 이미 40일 전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량이 매진된 뷰민라는 가을에 개최되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 이하 GMF)의 봄 버전이다.
GMF가 있을 가을을 기다리기는 멀고, 봄의 기운이 가슴을 설레게 할 즈음, ‘작은 봄소풍’ ‘소박하지만 감성적인 어쿠스틱 음악’ ‘꽃이 만발한 계절의 친환경 페스티벌’ 뷰민라는 시작됐다. 이틀 동안 러빙 포레스트 가든(Loving Forest Garden)과 카페 블로썸 하우스(café Blossom House)를 오가며 음악에 열광했던 그 현장은 봄날의 햇살만큼 훈훈했다.(사진제공:민트페이퍼 www.mintpaper.com)

기쁨충만 S#1. 홍대 신에서 가장 잘나가는 뮤지션들 총집합


9와 숫자들, 10cm, 김윤아, 노리플라이(No Reply), 데이브레이크(Daybreak), 뎁(Deb), 루싸이트 토끼, 루시드폴(Lucid Fall), 메이트(Mate), 몽니, 박주원,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시와, 양양, 오소영, 옥상달빛, 이아립, 이지형, 이한철, 조규찬, 좋아서하는 밴드, 줄리아하트(Julia Hart), 짙은, 파니핑크(Fanny Pink), 페퍼톤스(Peppertones), 허클베리핀(Huckleberry Finn, 이상 가나다순) 등 공연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의 이름만으로도 쟁쟁하다.
뷰민라는 클럽 마니아들의 추천에 의해 선별된 밴드들의 공연이니 만큼, 최근 홍대에서 각광받는 팀들을 한 날,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축제다. 이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이틀간의 페스티벌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축복이다.
뮤지션별로 30~60분 동안 공연시간이 정해져 있어 아쉬움을 자아내긴 했지만 곧바로 다른 팀이 그 허전함을 채워주니 음악으로 인한 봄날의 감성은 이틀 내내 충만했다.

기쁨충만 S#2. 인디 신 1세대와의 반가운 재회 그리고 반가운 얼굴들


뷰민라의 기쁨 중 하나는 1993년 인디 신의 태동을 함께 했던 1세대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팀 전체는 아니었지만 자우림의 김윤아가 5월1일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무대에는 김윤아만 올랐지만, 객석에는 이선규(리더, 기타), 구태훈(드럼), 김진만(베이스)이 자리했다.
새 앨범 >315360>을 발표한 후 첫 라이브 무대에 오른 김윤아는 ‘도쿄블루스’ ‘에뜨왈드’ ‘Going Home' 등을 선보였다. 허무함을 극대화시키는 목소리로 전해지는 여전히 매혹적인 음악과 곰살맞은 그녀의 멘트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인 ‘프린스 MJ'에게만 들려준다는 자장가를 앵콜곡으로 한껏 들떴던 하루를 평온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누구나 가슴 깊이 숨겨둔 음울함을 끌어내 다독이고 위로하는 데 정성을 다하는 허클베리핀도 뷰민라 둘째 날 무대에 올랐다. 사운드도, 보컬도 여전히 강한 이들의 무대는 언제 터질지 모를 사운드의 연속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다. 허클베리 핀은 현재 작업중인 5집 앨범은 좀 더 록적인 음악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뷰민라의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은 조규찬과 루시드폴이다. 페스티벌에 처녀 출연한 조규찬은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선곡과 특유의 입담으로 봄 페스티벌에 완벽 적응했다. 오랜만에 페스티벌에 얼굴을 내민 루시드폴은 뷰민라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이틀 동안을 꼬박 들뜨고 불타오르던 감정을 다독이고 추스르기에 충분한 루시드폴을 페스티벌의 마지막에 배치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기쁨충만 S#3. 봄날을 만끽하다


“봄이 오긴 오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던 날씨가, 뷰민라가 열린 5월1일, 2일에는 완벽하게 봄인 온 것을 알렸다. 따사로운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 그리고 봄을 축복하는 소박한 음악들. 뷰민라의 핵심 콘셉트 중 하나는 피크닉이다.
이미 주최사인 민트페이퍼 홈페이지(www.minpaper.com)를 통해 콘셉트와 준비사항을 소통한 관객들은 도시락, 돗자리, 담요, 양산, 기타 등을 구비하고 공연장에 들어섰다. 공연장과 공연장 사이에 위치한 잔디 위에는 자리를 깔고 편안한 자세로 무대를 관람하는 이들이 넘쳐났다.
젊은 연인들 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소풍을 나온 이들도 눈에 띄어 저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따스한 햇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바람 그리고 기분 좋은 이들과의 만남 등으로 봄날을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기쁨충만 S#4. 환경을 생각하다

뷰민라의 핵심적인 콘셉트 중 하나는 환경이다. ‘Balance our eARTh’라는 기치 하에 공연장 내부에는 분리수거, 개인 컵 혹은 텀블러 이용, 일회용품 줄이기 등의 캠페인이 진행돼 뷰민라는 친환경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입장할 때 받은 ‘인포메이션 목걸이’에는 스탬프를 받을 수 있게 돼 있어 재활용기 도시락 준비, 분리수거, 개인용 머그컵이나 텀블러 사용, 현장 리서치 참여 등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을 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 채워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날 환경 캠페인에는 뮤지션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는데 노리플라이의 정욱재, 권순관, 시와, 이지형, 이한철, 정지찬, 박원, 좋아서하는 밴드, 양양, 두 번째 달 김정범, 나루 등이 분리수거, 스탬프 찍어주기 등을 도왔다.

일장일단 S#1. 명확한 기획의도


‘봄날’ ‘작은 소풍’ ‘환경’ ‘민트페이퍼의 소품집’ 등에 초점을 맞춘 기획의도에 매우 명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공연이었다. 뮤지션들의 곡 선곡도 소박하고, 봄날을 연상시키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위주로 했다. 이처럼 명확한 기획의도 하에 공연을 진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이다. 명확한 기획의도 아래 봄날의 소풍 혹은 소품집을 연상시키는 음악을 위주로 공연하다보니 밴드 본연의 음악과 괴리가 생기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잔잔해서 좋죠? 저희가 원래는 파티밴드인데 오늘은 진정하고 왔다”라거나 “한여름의 달리는 열정보다는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같은 공연으로 꾸려볼까 합니다” “원래는 하드코어인데 오늘은 오붓한 공연을 위해 차분한 곡들을 준비했습니다” 등의 멘트를 종종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의 새로운 모습도 신선했지만, 진면목 볼 수 없는 아쉬움도 아예 떨칠 수는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획의도가 명확한 데 대한 만족도가, 아쉬움보다는 훨씬 크다. 만 배쯤.

일장일단 S#2. 바로 옆에 있는 공연장


공연이 있었던 두 스테이지, 러빙 포레스트 가든과 카페 블로썸 하우스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한 곳의 공연이 끝나고 다음 공연으로 옮겨가는 데 몇십 걸음이면 될 정도였다. 다양한 공연을 즐기기에, 그리고 공연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쪽 스테이지에서 공연중일 때, 다른 한쪽 스테이지에서는 악기 튜닝과 리허설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음악이 섞이거나 공연을 즐기는 데 잡음처럼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기민성과 모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이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전리품 S#1. 마음에 드는 밴드 몇 팀의 CD


공연도, 소풍도, 봄날을 만끽하는 것도 매우 즐거웠지만 공연을 보다 마음에 드는 밴드를 발견하면 러빙 포레스트 가든 무대 뒤쪽에 준비된 민트샵으로 달려가 음반들을 구입하는 재미 역시 쏠쏠했다. 홍대 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뮤지션들이 모인 뷰민라가 아니라면 누릴 수 없는 행운이다. 필자는 이날, 짙은의 >짙은>과 몽니의 >This Moment> 그리고 10cm·나루·데이브레이크·세렝게티·오지은·옥상달빛·이아립·좋아서하는 밴드 등이 참여한 >Life> 앨범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전리품 S#2. 친근하게 조금은 설레며 뮤지션을 만나다


이한철, 데이브레이크, 노리플라이, 라이너스의 담요의 연진, 옥상달빛, 개그우먼 박지선, 소풍을 온 칵스(The Koxx)까지. 무대뿐 아니라 공연장 곳곳에서도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조금은 설레며, 그리고 또 조금은 친근하게 사진을 찍고 음식을 나눠 먹고 분리수거에 동참하는 뮤지션들과의 만남은 뷰민라 최고의 전리품이 아닐 수 없다.

전리품 S#3. 오글 멘트의 향연


이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감성적이고 조신한 멘트를 하던 이들이던가. 물론 원래 그런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운 밤이에요” “여러분들의 웃음보다 화창한 날씨…”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 공연하는 제 꿈을 이뤘어요” 등등 본인들도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 멘트 왜이래?”라고 쑥스러워할 정도로 아름다운(?) 멘트들이 난무했다. 이같은 오글 멘트의 향연은 봄날이기에, 그리고 뷰민라이기에 가능했지 싶다.

전리품 S#4. 이름 모를 님의 ‘오픈 다이어리’


많은 이들, 코드와 취향이 맞는 이들이 모인 곳에서는 낯선 이들과의 소통도 즐겁다. 김윤아의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의 일이었다. “저기요.” 누군가의 부름에 돌아보니 이름 모를 앳된 여자 분이 커버에 ‘open_dairy_test'라고 적힌 인쇄물을 내민다. “선물로 드리고 싶어서요.” 당시에는 공연에 몰두하느라 감사의 인사로 끝냈지만, 나중에 살펴보니 페퍼톤스를 사랑하는, 그리고 소규모 음악매거진 창간을 준비하고 있는 최민정님이었다. 마지막장의 ‘냄비받침으로라도 쓰세요’라는 귀여운 멘트에 뷰민라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진다.

전리품 S#5. 그 후로도 오랫동안


5월1일 마지막 공연이었던 김윤아, 그리고 5월2일의 마지막 공연이자 뷰민라의 최종무대였던 루시드폴의 공연이 끝난 후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 들뜬 기분과 아쉬움을 달래준 밴드가 있었으니 ‘언제, 어디서나 판을 벌리면 공연장이 된다’는 좋아서하는 밴드다.
좋아서하는 밴드는 연이틀, 공연이 끝난 후 출구 쪽에 자리를 잡고 길거리 공연을 펼쳤다. 이틀 내내 열정적이었던 만큼 허탈감과 아쉬움이 컸던 관객들에게 좋아서하는 밴드는 여흥을 돋우며 뷰민라의 다음을 기약했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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