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시간대 이방인 <별을 따다줘> 흥행, 시청행태 변화 반영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에 편성된 SBS <별을 따다줘>의 상승이 눈에 띈다. 첫 주간시청률 11.2%로 시작한 <별을 따다줘>는 2주차 13.0%, 3주차 14.2%, 4주차 15.8%로 꾸준히 1.0% 이상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최근인 2월 1일, 2일에 방송된 9, 10회는 각각 17.4%, 17.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가 주는 희망
<별을 따다줘>는 전직(?) ‘된장녀’였던 현직 ‘캔디녀’인, ‘있으나마나 미스 진’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진빨강(최정원)과 엄마에게 조차 사랑받지 못해 얼음처럼 차갑기만 한, 피도 눈물도 없는 엘리트 변호사 원강하(김지훈)가 극을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다.
여기에 빨강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과 무지개 이름을 딴,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다섯 동생들, 신분을 숨긴 JK생명 회장 정국(이순재), JK생명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마다 않는 둘째 아들 내외 정인구(김규철)·이민경(정애리), 강하를 사랑하는 당당하지만 안하무인인 정국의 손녀 정재영(채정인), 재영을 사랑하는 강하의 이복동생 준하(신동욱) 등 상황과 캐릭터 설정만으로는 매우 전형적이다.
사치와 허영으로 살던 빨강은 부모의 갑작스런 사고로 친동생도 아닌 동생 다섯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고아들을 동생이라고 자꾸 집안에 들이는 부모와는 반대로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살던 빨강은 동생들을 책임지며 성장하고 진정한 행복을 알아간다.
중병을 선고받고 사고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난 첫째 아들의 피붙이를 찾는 정국은 빨강네 형제들과 얽히면서 성공과 돈을 위해서만 살았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한다. 정국의 손자 찾는 일을 돕고 있는 강하는 막무가내로 입주가정부라고 눌러앉더니 동생들까지 숨겨놓고 있었던 빨강에 휘둘리는 자신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강하를 오래도록 사랑해온 재영은 궁상스러운 빨강이라는 여자가 강하 주변을 얼쩡거리며 변화시키는 것이 불안하고 짜증스럽다. 정국, 강하, 재영의 공통점은 빨강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는 것이다. 이에 정국은 신분을 숨기고 넝마주이 할아버지가 돼 빨강의 동생들을 보살피고, 강하는 웬만한 건 참아 넘기고 빚보증까지 서더니 혼잣말이 늘었다. 빨강으로 인해 변해가는 강하가 낯설고, 그런 빨강에게 강하를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재영은 자꾸만 거액의 봉투를 건넨다.
여기에 JK생명의 후계자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유약한 둘째 아들 인구, 이에 발벗고나서 빨강의 부모를 사고로 위장해 죽이더니 빨강을 찾아 해하려는 화류계 출신의 둘째 며느리 민경, 강하에 대한 선망과 재영에 대한 우정을 가장한 짝사랑으로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빨강에 대한 애증으로 괴로워하는 준하 등이 가세한다. 이처럼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 역시 전형적이다. 이같은 전형성은 잘못 풀면 ‘식상하다’라는 평을 받게 되지만 잘 풀면 오히려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기도 한다. <별을 따다줘>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지 싶다.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의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
조금 새로운 것은 자칫 ‘진부함’ 혹은 기쁨이든 슬픔이든 ‘감정의 과잉’처럼 느껴질 수 있는 빨강의 팍팍하든 되바라지든 일상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어떤 사고와 절망적인 상황도 주황(박지빈), 노랑(김유리), 초록(주지원), 파랑(천보근), 남이, 이 빨강의 다섯 동생들로 인해 ‘코믹함’과 ‘선함’이 덧칠되며 팍팍함도, 절박함도, 차가움도, 욕심도 이겨낼 수 있고 웃을 수 있게 한다.
빨강은 신데렐라가 되기엔 착하기만 하질 못하다. 하지만 몇 백만 원짜리 명품가방에 열광하던 때와는 달리 동생들 때문에라도 ‘있으나마나 미스 진’이 되지 않기 위해 재영이 건넨 거액을 거절할 수 있게 됐다.
강하 역시 신데렐라의 백마 탄 왕자가 되기엔 지나치게 냉정하고 야멸차다. 하지만 티끌 하나만 묻어도 참지 못하는 강하는 파랑이 명품 옷에 중국차를 엎고 그 위에 음식국물을 ‘또’ 쏟아도 참아 넘길 수 있게 된다.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것은 딱 질색이었는데 오히려 눈을 떴을 때 파랑이 없는 것이 허전하기만 하다. 몽유병 때문에 노랑, 초록과 다리를 묶고 잤다고 하자 그러지 말라는 강하에 “변호사 아저씨 나 진짜 좋아해”라고 파랑의 자랑이 늘어진다.
동생들을 강하네 지하방에 몰래 숨겨 들어왔지만 파랑이의 몽유병 때문에 어른들은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파랑은 강하에게 천연덕스럽게 “몽유병이니 이해하세요”란다.
휴대전화 요금을 연체해 전화가 끊긴 순간 다 같이 버스를 탔다 혼자 내리지 못해 파랑은 미아가 된다. 파랑을 잃어버린 아이들도, 파랑도 경찰서를 찾는다. 파랑은 경찰서를 찾아 “저희 누나 좀 찾아주세요. 근데 우리 누나가 나 버린 걸지도 몰라요. 이번에는 진짜 고아 됐어”라고 대성통곡하는 장면은 짠한 마음이 들게도 하지만 박장대소를 하게도 한다.
넝마주이 할아버지 정욱이 휴대전화를 꺼내거나 고기를 사들고 들어오자 아이들은 “정말 이렇게 살면 안되신다니까요. 사실 방도 없으면서 돈 생겼다고 고기를 사들고 들어오냐”며 잔소리를 늘어놓고 구박하는 아이들이나 갑자기 들어온 태규(이켠)에 일사분란하게 대처하는 아이들은 저절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네 아이들은 자신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빨강을 강하, 준하, 태규 중 누구랑 결혼을 시켜야 행복해질까로 설전을 벌이곤 한다. 여기에 회사 내 단짝인 진주(박현숙)와 은말(김지영)마저 강하와 준하를 두고 비교분석 중이다. 시장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자신의 이름에 맞는 옷을 입은 아이들은 물론 정국까지 길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앵벌이를 시키는 것 같아 우울한 빨강을 ‘홍보’라고 다독이는 이는 바로 주황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에 파격적으로 편성된 전형적인 플롯과 캐릭터 활용법을 따르는 <별을 따다줘>가 그들이 주는 희망이자 기쁨이다.


시청자의 변화된 시청행태 반영하는 뉴시스간대의 이방인
사실 <별을 따다줘>는 MBC 월화사극 <선덕여왕>에 의해 탄생했다. <선덕여왕>의 흥행광풍으로 여타의 드라마들이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스러져가자 SBS가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인 밤 9시에 <천사의 유혹>을 파격 편성함으로써 신설된 드라마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 시간대에 드라마를 동시편성하면서 시청자 선택의 폭을 좁게 하고 콘텐츠 자체를 사장시켰던 편성의 탈피였으며, 이는 꽤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막장’ 논란도 없지 않았지만 흥행에 성공한 <천사의 유혹>에 이은 <별을 따다줘>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으니 말이다.
높아만 가는 드라마 비율로 콘텐츠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이는 수십억 원의 투자금과 함께 고스란히 사장될 위기에 처한 드라마에는 반가운 편성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별을 따다줘>는 시청행태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별을 따다줘>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KBS2 <공부의 신>과 MBC <파스타>와 경쟁하고 있는 SBS 메디컬 사극 <제중원>은 수목극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꽤 오래 전부터 지켜오던, 드라마의 흥행이 이전 시간대에 방송되는 뉴스의 흥행을 책임지고, 드라마의 흥행이 다음 시간대에 편성된 예능 혹은 교양 프로그램의 흥행을 책임지던 시대가 있었다. 저녁 8시20분대 일일극의 시청률은 고스란히 9시 뉴스, 10시대의 미니시리즈, 11시대의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에 반영되곤 했다.
하지만 마치 먹이사슬처럼 이어지던 시청행태는 인터넷의 발달과 주는 대로 보기 보다는 찾아서 시청하는 행태로 바뀌면서 파괴되고 있다. TV를 틀어놓고 들며날며 시청하기 보다는 콘텐츠의 질과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찾아서 집중적으로 시청한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까지 전후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따라 1~3% 정도 오르내리고는 하지만 그 변화는 현저하게 적은 편이다.
이같은 징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인 뉴스강자 KBS 저녁시간대 일일극의 시청률이 이전만 못하거나 <수상한 삼형제>가 38.4%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던 1월31일 의 시청률이 12.7%로 평일대비 6~8%의 시청률 하락을 보인 것으로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이라는 막강한 예능 지존이 앞에서 끌어주는데도 한자리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MBC 주말극의 몰락에서도, <세바퀴>라는 토요일 심야 예능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2009 외인구단> <친구, 그 끝나지 않은 전설> 등이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한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세바퀴>와 <보석비빔밥>의 동반흥행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잘 만들어졌든, 재미있든 각 프로그램의 매력요소가 작용한 예다. 금요일 밤 11시, 다큐멘터리라는 불리한 요소를 가지고도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마존의 눈물>의 흥행과 공감대 형성도 그 좋은 예다.
이에 콘텐츠의 질과 흥행요소가 보다 중요해졌다. 어쩌면 ‘편성의 묘미’를 살려 프로그램 흥행 기상도를 역전시키는 일은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편성’은 프로그램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는 잘 만들어졌거나, 혹은 공감대 형성에 성공하거나, 혹은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흥행요소가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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