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Mint Life 2010 봄, 나의 아름다운 라이브 위크엔드


전날까지 비가 추적거리고, 스산한 삭풍이 불더니 5월1일, 2일은 말 그대로 화창한 봄날이었다. 고양 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에서 ‘Beautiful Mint Life 2010(이하 뷰민라)'이 첫선을 보이는 날이기도 했다. 이미 40일 전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량이 매진된 뷰민라는 가을에 개최되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 이하 GMF)의 봄 버전이다.
GMF가 있을 가을을 기다리기는 멀고, 봄의 기운이 가슴을 설레게 할 즈음, ‘작은 봄소풍’ ‘소박하지만 감성적인 어쿠스틱 음악’ ‘꽃이 만발한 계절의 친환경 페스티벌’ 뷰민라는 시작됐다. 이틀 동안 러빙 포레스트 가든(Loving Forest Garden)과 카페 블로썸 하우스(café Blossom House)를 오가며 음악에 열광했던 그 현장은 봄날의 햇살만큼 훈훈했다.(사진제공:민트페이퍼 www.mintpaper.com)

기쁨충만 S#1. 홍대 신에서 가장 잘나가는 뮤지션들 총집합


9와 숫자들, 10cm, 김윤아, 노리플라이(No Reply), 데이브레이크(Daybreak), 뎁(Deb), 루싸이트 토끼, 루시드폴(Lucid Fall), 메이트(Mate), 몽니, 박주원,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시와, 양양, 오소영, 옥상달빛, 이아립, 이지형, 이한철, 조규찬, 좋아서하는 밴드, 줄리아하트(Julia Hart), 짙은, 파니핑크(Fanny Pink), 페퍼톤스(Peppertones), 허클베리핀(Huckleberry Finn, 이상 가나다순) 등 공연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의 이름만으로도 쟁쟁하다.
뷰민라는 클럽 마니아들의 추천에 의해 선별된 밴드들의 공연이니 만큼, 최근 홍대에서 각광받는 팀들을 한 날,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축제다. 이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이틀간의 페스티벌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축복이다.
뮤지션별로 30~60분 동안 공연시간이 정해져 있어 아쉬움을 자아내긴 했지만 곧바로 다른 팀이 그 허전함을 채워주니 음악으로 인한 봄날의 감성은 이틀 내내 충만했다.

기쁨충만 S#2. 인디 신 1세대와의 반가운 재회 그리고 반가운 얼굴들


뷰민라의 기쁨 중 하나는 1993년 인디 신의 태동을 함께 했던 1세대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팀 전체는 아니었지만 자우림의 김윤아가 5월1일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무대에는 김윤아만 올랐지만, 객석에는 이선규(리더, 기타), 구태훈(드럼), 김진만(베이스)이 자리했다.
새 앨범 >315360>을 발표한 후 첫 라이브 무대에 오른 김윤아는 ‘도쿄블루스’ ‘에뜨왈드’ ‘Going Home' 등을 선보였다. 허무함을 극대화시키는 목소리로 전해지는 여전히 매혹적인 음악과 곰살맞은 그녀의 멘트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인 ‘프린스 MJ'에게만 들려준다는 자장가를 앵콜곡으로 한껏 들떴던 하루를 평온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누구나 가슴 깊이 숨겨둔 음울함을 끌어내 다독이고 위로하는 데 정성을 다하는 허클베리핀도 뷰민라 둘째 날 무대에 올랐다. 사운드도, 보컬도 여전히 강한 이들의 무대는 언제 터질지 모를 사운드의 연속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다. 허클베리 핀은 현재 작업중인 5집 앨범은 좀 더 록적인 음악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뷰민라의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은 조규찬과 루시드폴이다. 페스티벌에 처녀 출연한 조규찬은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선곡과 특유의 입담으로 봄 페스티벌에 완벽 적응했다. 오랜만에 페스티벌에 얼굴을 내민 루시드폴은 뷰민라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이틀 동안을 꼬박 들뜨고 불타오르던 감정을 다독이고 추스르기에 충분한 루시드폴을 페스티벌의 마지막에 배치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기쁨충만 S#3. 봄날을 만끽하다


“봄이 오긴 오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던 날씨가, 뷰민라가 열린 5월1일, 2일에는 완벽하게 봄인 온 것을 알렸다. 따사로운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 그리고 봄을 축복하는 소박한 음악들. 뷰민라의 핵심 콘셉트 중 하나는 피크닉이다.
이미 주최사인 민트페이퍼 홈페이지(www.minpaper.com)를 통해 콘셉트와 준비사항을 소통한 관객들은 도시락, 돗자리, 담요, 양산, 기타 등을 구비하고 공연장에 들어섰다. 공연장과 공연장 사이에 위치한 잔디 위에는 자리를 깔고 편안한 자세로 무대를 관람하는 이들이 넘쳐났다.
젊은 연인들 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소풍을 나온 이들도 눈에 띄어 저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따스한 햇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바람 그리고 기분 좋은 이들과의 만남 등으로 봄날을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기쁨충만 S#4. 환경을 생각하다

뷰민라의 핵심적인 콘셉트 중 하나는 환경이다. ‘Balance our eARTh’라는 기치 하에 공연장 내부에는 분리수거, 개인 컵 혹은 텀블러 이용, 일회용품 줄이기 등의 캠페인이 진행돼 뷰민라는 친환경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입장할 때 받은 ‘인포메이션 목걸이’에는 스탬프를 받을 수 있게 돼 있어 재활용기 도시락 준비, 분리수거, 개인용 머그컵이나 텀블러 사용, 현장 리서치 참여 등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을 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 채워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날 환경 캠페인에는 뮤지션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는데 노리플라이의 정욱재, 권순관, 시와, 이지형, 이한철, 정지찬, 박원, 좋아서하는 밴드, 양양, 두 번째 달 김정범, 나루 등이 분리수거, 스탬프 찍어주기 등을 도왔다.

일장일단 S#1. 명확한 기획의도


‘봄날’ ‘작은 소풍’ ‘환경’ ‘민트페이퍼의 소품집’ 등에 초점을 맞춘 기획의도에 매우 명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공연이었다. 뮤지션들의 곡 선곡도 소박하고, 봄날을 연상시키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위주로 했다. 이처럼 명확한 기획의도 하에 공연을 진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이다. 명확한 기획의도 아래 봄날의 소풍 혹은 소품집을 연상시키는 음악을 위주로 공연하다보니 밴드 본연의 음악과 괴리가 생기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잔잔해서 좋죠? 저희가 원래는 파티밴드인데 오늘은 진정하고 왔다”라거나 “한여름의 달리는 열정보다는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같은 공연으로 꾸려볼까 합니다” “원래는 하드코어인데 오늘은 오붓한 공연을 위해 차분한 곡들을 준비했습니다” 등의 멘트를 종종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의 새로운 모습도 신선했지만, 진면목 볼 수 없는 아쉬움도 아예 떨칠 수는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획의도가 명확한 데 대한 만족도가, 아쉬움보다는 훨씬 크다. 만 배쯤.

일장일단 S#2. 바로 옆에 있는 공연장


공연이 있었던 두 스테이지, 러빙 포레스트 가든과 카페 블로썸 하우스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한 곳의 공연이 끝나고 다음 공연으로 옮겨가는 데 몇십 걸음이면 될 정도였다. 다양한 공연을 즐기기에, 그리고 공연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쪽 스테이지에서 공연중일 때, 다른 한쪽 스테이지에서는 악기 튜닝과 리허설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음악이 섞이거나 공연을 즐기는 데 잡음처럼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기민성과 모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이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전리품 S#1. 마음에 드는 밴드 몇 팀의 CD


공연도, 소풍도, 봄날을 만끽하는 것도 매우 즐거웠지만 공연을 보다 마음에 드는 밴드를 발견하면 러빙 포레스트 가든 무대 뒤쪽에 준비된 민트샵으로 달려가 음반들을 구입하는 재미 역시 쏠쏠했다. 홍대 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뮤지션들이 모인 뷰민라가 아니라면 누릴 수 없는 행운이다. 필자는 이날, 짙은의 >짙은>과 몽니의 >This Moment> 그리고 10cm·나루·데이브레이크·세렝게티·오지은·옥상달빛·이아립·좋아서하는 밴드 등이 참여한 >Life> 앨범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전리품 S#2. 친근하게 조금은 설레며 뮤지션을 만나다


이한철, 데이브레이크, 노리플라이, 라이너스의 담요의 연진, 옥상달빛, 개그우먼 박지선, 소풍을 온 칵스(The Koxx)까지. 무대뿐 아니라 공연장 곳곳에서도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조금은 설레며, 그리고 또 조금은 친근하게 사진을 찍고 음식을 나눠 먹고 분리수거에 동참하는 뮤지션들과의 만남은 뷰민라 최고의 전리품이 아닐 수 없다.

전리품 S#3. 오글 멘트의 향연


이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감성적이고 조신한 멘트를 하던 이들이던가. 물론 원래 그런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운 밤이에요” “여러분들의 웃음보다 화창한 날씨…”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 공연하는 제 꿈을 이뤘어요” 등등 본인들도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 멘트 왜이래?”라고 쑥스러워할 정도로 아름다운(?) 멘트들이 난무했다. 이같은 오글 멘트의 향연은 봄날이기에, 그리고 뷰민라이기에 가능했지 싶다.

전리품 S#4. 이름 모를 님의 ‘오픈 다이어리’


많은 이들, 코드와 취향이 맞는 이들이 모인 곳에서는 낯선 이들과의 소통도 즐겁다. 김윤아의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의 일이었다. “저기요.” 누군가의 부름에 돌아보니 이름 모를 앳된 여자 분이 커버에 ‘open_dairy_test'라고 적힌 인쇄물을 내민다. “선물로 드리고 싶어서요.” 당시에는 공연에 몰두하느라 감사의 인사로 끝냈지만, 나중에 살펴보니 페퍼톤스를 사랑하는, 그리고 소규모 음악매거진 창간을 준비하고 있는 최민정님이었다. 마지막장의 ‘냄비받침으로라도 쓰세요’라는 귀여운 멘트에 뷰민라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진다.

전리품 S#5. 그 후로도 오랫동안


5월1일 마지막 공연이었던 김윤아, 그리고 5월2일의 마지막 공연이자 뷰민라의 최종무대였던 루시드폴의 공연이 끝난 후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 들뜬 기분과 아쉬움을 달래준 밴드가 있었으니 ‘언제, 어디서나 판을 벌리면 공연장이 된다’는 좋아서하는 밴드다.
좋아서하는 밴드는 연이틀, 공연이 끝난 후 출구 쪽에 자리를 잡고 길거리 공연을 펼쳤다. 이틀 내내 열정적이었던 만큼 허탈감과 아쉬움이 컸던 관객들에게 좋아서하는 밴드는 여흥을 돋우며 뷰민라의 다음을 기약했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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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Enter Vol. 42

Blog+Enter 2010.05.13 21:39


blog+enter 마흔두 번째 간행물입니다
Blog+Enter 42호입니다.
지난 호에서 미리 말씀드렸듯,
5월1일, 2일에 있었던 Beautiful Mint Life 2010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MBC 파업이 준 뜻밖의 여유,
뉴스데스크와 드라마 사이에 방송되는 <포토에세이 향수>와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www.hurlkie.com 뿐 아니라 www.blog-enter.com으로도 blog+enter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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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Enter Vol. 34

Blog+Enter 2010.03.27 11:14


blog+enter 서른네 번째 간행물입니다
www.hurlkie.com 뿐 아니라 www.blog-enter.com으로도 blog+enter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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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촉발’ 홍대의 비밀병기 칵스, 당돌하게 현명하게 그리고 신나게

‘The Koxx(칵스)’. ‘댄스촉발’, ‘홍대의 비밀병기’ 등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들, 밴드 명부터 심상치 않다. 뜻도 없고, 발음도 세다. 사실, 슬쩍 연상되는 단어(Cocks)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설마 그걸 팀명으로 썼겠는가 싶었는데, 스스로의 표현대로 “88학번같은 쌍팔년도생”으로 8대2로 정갈하게(?) 빗어 넘긴 가르마가 눈에 띄는 보컬 이현송의 귀띔을 듣자니 얼추 맞는 모양이다. 이들 참 당돌하다.
와인 잔과 바나나가 오가는 언밸런스하면서도, 또 꽤 그럴 듯한 공연 전 대기실 풍경이다. 이제 막 스물을 넘긴, 일명 'DJ Shaun'으로 불리는 막내 김윤호(신디사이저)가 바나나를 3등분으로 똑같이 나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증(?)을 늘어놓는다.
커다란 키에 진지한 얼굴로 형들을 연호하며 바나나와 씨름을 하는 윤호, 꽤 막내답다. 팀의 맏형이자 베이시스트 박선빈은 마냥 진지하고 흐뭇하게 윤호에 집중하고 있다. 얼굴만 고운 줄 알았더니 마음씀씀이도 어른스럽다.
“그걸 구지 셋으로 나눌 필요가 있어?”라며 제법 시크한 이수륜(기타)과 “한번 해보라”는 드러머 신사론. 저렇게까지 즐거운 일일까 싶게 흥이 넘치는 그들이다. 어디 구경이나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윤호의 시연을 눈여겨본다. 손도 대야 하고, 입도 대야 한다. 아무래도 숙련된 노하우가 필요하지 싶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바나나 3등분에는 성공했다. 제법 시크하던 수륜, 윤호의 시연에 “진짜 된다”며 가장 먼저 들뜬 목소리를 낸다.
흥에 겨운 분위기와 20대 초반을 넘나드는 나이답게 홍조를 띤 얼굴에 웃음이 난다. 손님을 맞는다며 테이블을 간추리면서도 와인 잔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 귀여운 의지에 다시 한번 웃음이 터진다. 이들, 참 유쾌하기도 하다.

파티, 클럽 록, 미러볼, 일렉트릭 그리고 이와 같은 것들
“공연 전에 술 드셔도 돼요?”
마치 구석기 시대에서 온 듯한 질문에도 말끔한 얼굴로 “저희는 그래야 공연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겨요”란다. ‘술’ 이야기를 저리도 호감가게 할 수도 있음에 감탄한다. ‘인디계의 아이돌’로 급부상하고 있다더니, 왠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2008년 말, 드러머 사론을 주축으로 결성된 ‘칵스’는 거칠고 자유분방한 개러지(Garage) 사운드에 강렬한 일렉트로닉 요소를 버무린 음악 스타일을 추구한다. 클럽 파티 위주로 활동하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는 이제 10개월 남짓이다.
음반도 없고 팀에 대한 프로필도 구체적이지 않다. 대한민국 온라인에 현존하는 대부분의 정보를 모아준다는 각 포털의 검색창을 빌어도 멤버 이름과 공연일정, 직접 찍은 공연 동영상 그리고 대표곡이 'ACDC' 'Trouble Maker'라는 것이 모을 수 있는 정보의 전부다.
그럼에도 홍대씬에서 꽤 각광받고 있는 그들의 정체가 몹시도 궁금해졌다. 칵스라는 팀을 잘 모르니 칵스의 음악이나 팀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단도직입적이면서도 정중하게, 한편으로는 다소 조심스럽게.
‘파티’ ‘클럽 록’ ‘미러볼’ ‘일렉트로닉’, 현송, 선빈, 수륜, 윤호의 외침에 머릿속에 ‘칵스’라는 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즉각적이고 간결한 대답을 내놓은 네 사람과 달리 사론은 고심중이다.
“설마 ‘그런지’라고 하는 거 아니겠지?”
네 사람의 재촉에 “이와 같은 것들”이란다. 확실하게 그림이 그려진다. 강한 사운드를 표방하는 모든 악기, 현란하고 트렌디한 신디사이저 사운드, 말 그대로 오색찬란한 사운드의 향연이다. 그럼에도 겉돌지 않고 서로의 소리를 끌어안으며 보다 강력한 사운드로 승화하는 음악에 그들의 무대는 힘과 흥이 넘친다. 관객보다 더 신나고 자유롭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이들, 꽤 매력적이다.
저리도 강한 음악, 애주가, 대단한 끽연가, 하수상한 팀명…. 강렬하고 흥이 넘치는 이들의 공연무대를 지켜보고 있자니 멤버들이 풀어놓는 다섯 단어가 선뜻 이해가 되기도 한다. 무대는 칵스의 화룡점정이다.


2009년의 도원결의, 교집합을 형성하다
“모두를 춤추게 하겠다”는 음악적 포부를 가지고 있는 칵스의 결성 동기가 궁금해졌다. “멋있게 해야 되는데 진짜 너무 이상하다.” 첫 만남이 이상하다는 건지, 결성 동기가 멋있지 못하다는 건지, 점점 더 궁금해진다.
“같은 학교의 학생이고…”라는 말에 그럼 스쿨밴드인가라고 생각하는 찰나 “아이고~ 그건 됐고”라는 저지가 따른다. “정기공연이 있었는데…이것도 아니다.” “그냥 파타라고 그래.” “맞다! 파티다.”
결성동기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는 그들에, 왠지 더 듣고 싶어진다. 같은 대학의 실용음악과 학생이었고, 2008년 12월의 마지막 날 파티에서 의기투합했다. 맏형 선빈이 설명에 나선다.
“저희가 <스킨스>라는 영국드라마를 찬양할 때가 있었어요. 영국문화를 좋아하고 심취하면서 대관하는 공연 말고 파티처럼 술도 많이 마시고 음악도 넘치고 춤도 신나게 추는 그런 공연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어요. 저희 곡이 없다보니 스트록스(The Strokes)나 카잘스(Cazals) 등의 커버를 하게 됐죠.”
친한 사람들만 모여 술에도, 음악에도, 춤에도 진창 취하고자 한 2008년 12월31일, ‘해피 뉴 이어’ 파티에는 15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렇게 성황리에 첫 공연을 마친 이들은 2009년 도원결의를 했다. 팔이 부러지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며 본격적인 활동은 6월에나 가능해졌지만, 드디어 칵스가 탄생했다.
“지금 하는 음악스타일에 만족하는가?”
개성 강한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다섯 사람의 음악스타일이 화합할 수 있는 정도인지가 궁금해져 또다시 아주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던지자마자 현송이 “정말 신기할 따름이에요”라고 말문을 연다.
“다들 원래 좋아하던 장르를 모아보면 말도 안돼요(아마도 한 밴드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의미지 싶다). 저희는 댄스촉발, 클럽 록 등을 하는데 저는 이모코어와 미국의 쿵쾅거리는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윤호는 하우스나 일렉트로닉, 수륜은 데스 메탈·멜로디 헤비메탈, 선빈은 이모코어와 유즈드(Used)의 음악, 그리고 사론은 그런지에 열광하고 있다.
사론이 진지하게 “공통점이 없는 게 있어요. 저랑 막내를 뺀 세 명은 다들 이모코어나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데 저는 그런 게 싫어요”라고 털어놓자 선빈, 수륜, 현송이 이구동성으로 “저희는 너무 좋거든요”라고 외친다. 이처럼 제각각의 음악 스타일, 보다 심각하게 극과 극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음에도, 아직은 어린 그들은 현명하게도 교집합을 형성했다.

그들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
‘7’자가 들어가는 날에 술값을 50%로 할인해주는 바에서 밤을 새거나 편의점에서 파는 4천 원짜리 500ml 와인팩을 즐기거나 그들의 교집합에서 ‘술’을 빼놓을 수는 없다.
“제가 이 얘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집에서 혼자 술 마시다가 필름이 끊긴 적도 있어요. 일어나 보니 방바닥이더라고요.”
“나는 왜 이렇게 만날 끊기지?”라는 수륜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사론이는 술 취하면 길 걷다가도 그냥 엎어져 자요. 그냥. 총 맞은 애처럼. 거의 액션 영화예요. 한순간에 그냥.”
선빈의 증언에 수륜이 “저는 개그하는 줄 알았어요. 안 웃겨. 그랬는데 계속 자고 있는 거예요”라고 부연한다.
시작부터 가지고 있던 ‘신사론은 본명인가’라는 의문에 답이 돌아온다. 원래 이름은 ‘사론’보다 더 예명같은 ‘샤론’. 학교에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면서 이름을 바꿔달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바꿔온 이름이 사론이란다. 진지한 줄만 알았더니 깨는 구석도 있다.
중구난방으로 동분서주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절로 흥이 돋는다.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으니 “맏형과 막내가 고생을 너무 해요”라며 수륜이 제법 어른스러운 멘트를 날린다.
차 뿐 아니라 면허를 가진 이는 선빈 뿐이어서 공연 때마다 모든 짐을 싣고 움직여야 하고 동생들의 귀가도 도와야 한다. 혹은 잘 곳을 내주거나 장비를 보관할 공간도 마련해준다. 멤버들은 ‘부의 상징’이라고 놀려대지만 맏형에 대한 고마움의 또 다른 표현이다.
“어떻게 보면 저보다 막내 고생이 더 심해요. 데모 작업하면 이 친구가 프로듀싱, 녹음 등 전반적인 것을 책임지니까 한숨을 못자요. 저녁 6시부터 합주하고 밤 12시부터 녹음을 시작하면 아침 10시에나 끝이 나죠. 다른 멤버들은 녹음 끝나면 자는데 막내는 못자요.”
선빈의 설명에 윤호는 “내일 죽을지도 몰라요”라며 어리광이다. 5천만 원을 준대도 녹음은 안할 거라는 윤호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쟤 너무 안쓰러워요”라며 수륜이 한걱정이다.
“저희가 인터뷰를 잘 하고 있는 건지….”
조심스러운 사론의 염려에 거리낌없이 대답했다.
“암요.”


앨범 출시로 칵스의 미래에 +α를 하다
칵스는 앨범 출시를 앞두고 곡 작업에 한창이다. 이제 곧 ‘명함’이 생길 거라며 기뻐하는 현송이 말한다. “너무 기대돼요. 정규는 아니어도 저희 앨범이고, 어디 가서 내밀 게 생기는 거니까요. 프로필 사진 찍고, 네이트 인물 검색에 올렸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인명 밑에 앨범이 뜨지 않는 건 아쉽지만요.”
진짜 아쉬웠던 모양이다. 현재 데모작업 중이며 3, 4월 안에 출시될 앨범에 몇 곡이나 실릴 것인지 물으니 선빈의 “대여섯 곡”이라는 대답과 수륜의 “탑 시크릿”이라는 대답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또 다시 흥에 겨워 웃음소리가 높아진다.
“많은 사람과 공감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저희 음악이 많은 분들이 좋아할만한 노래는 아닌 것같아요.”
현송이 운을 띄우자 수륜이 “무거워요. 음기가 있죠”라고 이어가더니 선빈이 “초반에는 한국 팬은 없었고 외국 팬뿐이었어요”라고 증언하니 수륜이 또다시 바통을 이어 받아 “저희들 보고 블록 파티(Bloc Party, 영국의 인디 록밴드)보다 괜찮다고 그래요. 엄청난 평가죠”라며 자랑질이다. 주거니 받거니 궁합도 잘 맞는다. 인디 혹은 홍대씬의 밴드를 만나면 곧잘 하는, 음악을 버리지 않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음악으로 유명해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질문을 슬쩍 던졌다. 질문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건지 말을 아끼던 사론이 입을 연다.
“딱 그 정도가 하고 싶은데…. 한경록(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 씨가 홍대 클럽을 엄청 돌아다닌데요. 아마도 어딜 가든 다 알아보고 반가워할 거예요. 그냥 일반 사람으로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정도가 되면 좋겠어요.”
사론의 말에 현송이 “이렇게 말하면 후지긴 한데”라며 말을 덧붙인다.
“모르긴 몰라도 비욘세(Beyonce Giselle Knowles)랑 클락손스(Klaxons)는 한 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연락도 할 거예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있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 그들의 환경이나 시스템이 부러워요.” 수륜은 오아시스가 되고 싶다고 하고 선빈은 U2가 되고 싶단다. “바람이나 미래에 대해서는 각자 하나씩 얘기해서 정리하자”고 팀원들을 독려하던 선빈이 앞서 입을 연다.
“올해는 좋은 앨범 만들고, 그 앨범으로 인지도 쌓아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나 지산 록 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타(GMF) 등 큰 공연에 당연히 라인업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앨범을 계기로 칵스의 미래에 +α를 하겠다는 각오를 전한 선빈의 말에 사론이 “이건 제 생각인데요. 한국에서 3년 정도 활동하고 외국투어를 하고 싶어요”라고 바람을 털어놓는다. 사론의 바람에 선빈이 “5년 있다 가자. 내가 서른 되면”이라고 제안하자 수륜이 “7년 해요. 우리가 서른, 형이 서른 둘에”라고 대꾸한다. 언제 가느냐로 옥신각신은 하겠지만 어떻게든 외국투어는 갈 모양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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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