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뉴욕 SVU, 그들이 성범죄에 대처하는 자세

최근 9살 여아의 몸과 마음은 물론 그 미래까지 송두리째 망가뜨린 조두순 사건이 화제다. 제2, 제3의 성범죄 피해자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조두순이 제1의 성범죄자가 아니라는 것은 매우 절망적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 헌법이 성범죄 사건을 어떻게 다루고, 처리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가짜 사건일지’ ‘목사론’ 등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거짓 정보까지 난무하고 있어 수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있다.

현실적인 성범죄, 이에 대처하는 한없는 진지함
이같은 분위기에서 눈에 띄는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가 있으니 다. 성범죄전담반쯤으로 풀이되는 이 시리즈는 1990년 9월에 시작한 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시리즈 중 하나다. 는 CSI, NCIS 등 최고 히트 수사물보다 앞서 주목받았던 시리즈로 지난 9월25일부터 시즌20 방송을 시작한 현존하는 최장수 시즌물이기도 하다.
1999년 9월, 현존하는 최장 시즌을 자랑하는 의 스핀오프로 시작한 는 뉴욕의 SVU(Special Victims Unit)라는 가상 수사팀을 배경으로 한 수사물로 9월23일에 시즌11 방송을 시작했다. 이 시리즈는 말 그대로 ‘성범죄’만을 다루는 수사물이다. ‘성범죄’라고 해서 여타의 ‘성’을 다룬 콘텐츠처럼 자극적이지는 않다. 흥행을 노리든 예술성을 가장하든 노골적인 성행위나 노출도 없다.
이 시리즈는 사건이 나면서부터 피해자를 만나고 용의자를 찾는 과정 그리고 기소인부절차, 판사실, 법정, 부검실 등 사건을 풀어가는 절차와 판결까지를 사건일지처럼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 장소까지 명확하게 표기하며 신별로 구성한다. 사건의 끔찍함도 직접적인 영상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가 명확하게 표기된 상태에서 피해자의 진술이나 검시관의 설명을 통해 전달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건을 보다 현실적으로 느끼게 하며, ‘성’이 아닌 ‘범죄’라는 데 집중하게 하고, 얼마나 진지하게 다뤄야하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피해자의 고통을 다독여주고 용의자를 찾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피해자와 범인, 그들의 주변인, 하물며 그들을 만나고 추격하는 수사요원들과 검사까지, 그들 각각이 처한 상황을 함께 풀어가면서 사건 전체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같은 방식이 사건을 매우 현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 같은 극의 흐름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캐릭터가 가진 성품이나 사정을 적나라하게, 그렇지만 매우 인간적인 고민으로 풀어내면서 보다 강력해진다.


SVU의 힘, 이야기와 캐릭터의 적절한 조화
엘리엇 스태블러(Elliot Stabler, Christopher Meloni 분)는 정의로움이 지나쳐 툭하면 불의를 못참고 주먹을 휘둘러 고소를 당하거나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기도 한다. 20살이 되기도 전에 아빠가 돼 다섯 남매를 둔 엘리엇의 큰 딸은 음주운전에 양극성 장애로 가택침입, 절도죄 등으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의 10년지기 파트너 올리비아 벤슨(Olivia Benson, Mariska Hargitay 분)이 잠시 잠복근무를 간 사이 파트너였던 여자요원과 미묘한 감정을 교류했고, 이혼을 했던 전적도 있다.
시즌7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악질 성범죄자의 파트너 위장하면서 스스로 안에 존재하는 ‘악’을 깨우려는 무형의 존재와 싸우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도가 지나친 정의로움과 감정 폭발로 인한 폭력성향 등 어찌 보면 성범죄전담반에 가장 안어울리면서도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올리비아는 태생 자체가 성범죄전담반에 가장 부합하기도, 혹은 가장 피하고 싶기도 할 캐릭터다. 어머니가 강간을 당해 태어난 올리비아는 이 문제로 늘 피해자와 아픔을 공유하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치닫기도 한다. 수많은 거짓말과 사고로 올리비아를 지치게 했던 알콜 중독의 어머니는 지하철 입구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후에 자신의 어머니를 강간한 아버지의 아들인 사이먼을 만나면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답이 없는 혼란을 겪기도 한다. 시즌9 15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여자 교도소 내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여죄수로 잠복근무를 하다가 강간을 당하기 직전에 오다핀 투투올라(Odafin Tutuola, Ice-T 분)에게 구출되면서 강간에 대한 트라우마와 정서적 장애를 겪기도 한다.
1회부터 지금까지 올리비아, 엘리엇과 성범죄전담반을 지켜온 이가 유태인 존 먼치(John Munch, Richard Belzer 분)다. 개성강한 캐릭터, 시니컬한 대사를 거침없이 퍼붓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약하고 따뜻하다. 끊임없이, 그것도 시니컬하게 쏟아내는 대사가 자막읽기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마약반에서 근무하다 전근 온 흑인 형사 투투올라는 도시 하류층, 인종문제 등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정신쇄약의 전처가 있고, 똑똑하지만 동성애자인 아들이 있다. 정신쇄약의 아내는 어린시절 아버지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고 아들을 낳았고, 이는 시즌8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SVU의 모든 요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폭력적이고 독불장군같은 엘리엇과 가장 많은 갈등을 겪는 캐릭터 중 하나다.
알콜중독자였다 재활치료에 성공한 크레이건 반장(Don Cragen, Dann Florek 분)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분노하는 요원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범죄심리학 전문가 겸 정신과 의사 닥터 황(Dr. George Huang, B.D. Wong 분)은 매회 유괴범, 성도착자, 아동성범죄자, 강간범, 연쇄살인자 등 다양한 범인 검거와 재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차분하고 지적이며 이성적이지만 가슴 역시 따뜻하다.
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검시관 닥터 멜린다(Dr. Melinda Warner, Tamara Tunie 분), 마피아와의 전쟁으로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수행중인 알렉산드라 캐보트 검사(Alexandra Cabot, Stephanie March 분), 증거조작 등으로 시즌9에서 하차한 케이시 노박 검사(Casey Novak, Diane Neal 분) 등 SVU의 캐릭터들은 어느 시리즈보다 강하고 매력적이다.
시즌이 더해갈수록 이 캐릭터들은 보다 강해지고 매력적으로 진화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성범죄가 중심이 돼야 하는 이야기를 잠식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캐릭터 특유의 개성이나 힘이 이야기에 잠식당해 약화되지도 않는다. 이야기와 캐릭터는 적절하게 결합하며 서로의 힘을 극대화시킨다. 캐릭터든 이야기든, 지나치게 멋을 부리거나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일도 없이 현실 그 자체를 다루고, 그 해결에 진지하게 임한다.


텁텁하지만,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은 계속 된다
대부분이 성범죄를 다루지만, 성범죄로 시작한 사건은 이주 노동자, 인종차별, 911테러, 종교 문제, 마약 등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기도 한다. 판결의 결과 역시 항상 정의가 승리하지도, 정의와 불의의 경계가 확실하지도 않다. 누군가의 영웅을 영웅의 모습으로 그대로 두지 않고, 선인을 선인으로 그대로 두지 않는다.
그 예가 시즌10 4번째 에피소드에 있다. 해병대 출신 엘리엇의 존경해 마지않는 고교 선배, 아들의 이름에까지 넣을 정도로 엘리엇의 우상이었던 핀은 결국 달에 가기 위한 꿈을 짓밟힐 위기에 처하고, 새로운 나사의 주인공이자 달 탐사 전문가인 우주비행사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현실은 영웅을, 선인을 영웅으로, 선인으로 머무를 수 없게 한다. 이같은 반전에는 서글프고 추악한 현실과 망가진 꿈에 대한 일그러진 욕망이 있다.
시즌5, 3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누가 했든, 결국 끝나지 않는 현실을 그리기도 했다. 에밀리라는 미소녀가 살해당했다. 그녀에게 늘 놀림을 당하던 아그네스가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결국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가 탐난 가장 친한 친구들의 소행임이 밝혀진다. 하지만 또 다른 놀림에 시달리던 아그네스는 결국 사람을 죽이고 구속되고 만다.
시즌4의 21번째 에피소드는 염색체와 생식기로 나뉘는 남녀의 구분이 때로는 보다 참혹한 사건을 만든다는 부당한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남다른 성 정체성으로 놀림 받고, 배척받고, 학대받고, 구타당하는 삶을 살던 셰릴은 성전환 수술을 앞두고 있다. 누가 봐도 여자인 셰릴은 수술 전이기 때문에 약혼자에게도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약혼자의 남동생에게 강간을 당할 위기에 처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염색체는 Y지만 누가 봐도 여자인 셰릴은 여자이길 부정해야하는 협상을 포기하고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명예욕에 눈이 먼 변호사의 희생양이 된 셰릴은 실형을 선고받고 남자 교도소에 수감된다. 결국 올리비아와 노박 검사는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긴급호출전화를 받게 된다. 달려간 병원 응급실에는 교도소 내에서 집단 강간을 당해 참혹한 셰릴이 있다. 그리고 극은 막을 내린다.
이렇게 텁텁하고 극명하게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SVU가 범죄를 다루는 방법이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다루는 방법이다. 이같은 방법은 SVU의 최고 매력이자 중독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의 현실은 불의가 판을 치고, 말도 안되는 부당함이 존재한다. 이는 온전히 거부할 수도, 끌어안을 수도 없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엄중처벌과 법정 콜드 케이스가 없는 미국의 성범죄 처벌과 달리 한국은 9살짜리 여자아이 뿐 아니니 그 부모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리고도 안하무인인 전과 17범의 남자가 12년 형을 받고 항소를 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시즌20을 방송중인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스핀오프된 지 만 10년, 현재 시즌11을 방송중인 는 미드 사상 최고의 청출어람 스핀오프 시리즈로 손꼽히고 있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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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Enter Vol. 13

Blog+Enter 2009.10.14 02:13


blog+enter 열세 번째 간행물입니다
갈수록 욕심이 늘어 페이지가 자꾸 늘어납니다^^;;;
한국은 추석연휴로 인해 주말 시청률, 특히 토요일 시청률이 대폭 하락하면서
10위권 내의 시청률도 전체적으로 하락했습니다다.
대부분의 주말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이 토요일에는 대폭 하락하고,
일요일에는 지난 회차와 비슷한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했죠.
추석 프로그램 중 단 한편도 시청률 톱10에 들지 못했는데 그나마 20위권에 든 프로그램도
단독 편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존 프로그램의 특집판인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여전히 <NCIS>와 <NCIS:Los Angeles>그리고 NFL 정규리그가 차트를 휩쓰는 가운데
9월27일부터 <DESPERATE Housewives(위기의주부들)> 새 시즌이 시작했습니다.

3분기 드라마가 모두 완결된 가운데 가을맞이 주말 특집 프로그램이 풍성한 일본은
NTV의 <오샤레이즘> 이케멘 대집합 SP이 시청률 톱을 차지했습니다다.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의 남성라인 uno의 CF 모델 꽃미남 4인방이 출연했죠.
시간이 갈수록 요원해지는 드라마의 흥행은 3분기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습니다.
평균시청률 20% 이상의 드라마를 분기별로 최소 한두 개 정도는 배출하더니
3분기에는 아쉽게도 실패했습니다. 10%를 넘은 드라마도 단 6편뿐이죠
매너리즘에 빠진 일본 드라마의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별 변화없이 김명민·하지원의 <내 사랑 내 곁에>와 조승우·수애의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1, 2위를 차지한 한국 박스오피스와 달리 북미는 새로운 작품들로 풍성한 한 주였습니다.
소니 픽처스의 <ZOMBIELAND>와 <CLOUDY Meatballs of Chance a with>이 나란히 1, 2위
3편 개봉을 앞둔 <TOY 2 1, Story>, 드류 베리모어의 <WHIP It!>,
보수파 비판의 달인 마이클 무어 감독의 <CAPITALISM: Story Love A>등이
흥행은 물론 평단의 환호를 받으며 박스오피스에 진입했습니다.

다운로드와 폰 꾸미기 차트는 미소녀·미소년 그룹이 한데 뭉친
티아라·초신성의 ‘TTL(Time to Love)'이 석권했습니다.
가을을 대표하는 발라드 주자 이승기, 박효신, 김태우의 ‘우리 헤어지자’ ‘사랑한 후에’ ‘사랑비’
역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Hurlie's Enter-note에는 <Law&Order:SVU(Special VictimsUnit)>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근 조두순 사건을 두고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한국이 정말, 상식이라도 통하는 나라가 됐으면 합니다....어려운 일일까요?

www.hurlkie.com 뿐 아니라 www.blog-enter.com으로도 blog+enter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시길...^^
↓↓↓↓↓↓↓↓↓↓
[ Blog+Enter Vol.13 ]
Posted by hurlkie
TAG 1만 야드 리시빙, blog, Blog+Enter, Capitalism: A Love Story, 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 Desperate Housewives 9, entertainment, Fame, Hines Ward, How Are Yoo?, I Can Do Bad All By Myself, Law and Order, NCIS: Los Angeles, NFL, Pandorum, Pittsburgh Steelers, Ranking&Rating, Rashard Mendenhall, San Diego Chargers, Special Victims Unit, Surrogates, SVU, Toy Story, ttl, Whip It!, Zombieland, 가비앤제이, 과수연의 여자, 구명병동 24시, 국가대표, 김태우, 내 사랑 내 곁에, 드류 배리모어, 라샤드 멘든홀, 랭킹&레이팅&리뷰, 로앤오더, 루벤 플레셔, 마이클 무어, 미우라 하루마, 박효신, 버저비트:벼랑 끝의 히어로, 부활, 불꽃처럼 나비처럼, 블로그, 사랑비, 사랑인걸요, 사랑한 후에, 샌디에고 차저스, 생각이나, 선덕여왕, 성범죄전담반, 세상 끝까지 잇테Q! 가을 진수 축제 2009, 셸 위 댄스, 소공녀 세이라, 소녀시내 태연·써니, 솔약국집 아들들, 스타 댄스대격돌 바꿔, 신 경시청수사 1과 9계, 써로게이트, 아이돌 빅쇼, 에이타, 엔터테인먼트, 오구리 슌, 오샤레이즘 이케멘 대집합 SP, 올스타 감사제 '09 가을 초호화 퀴즈 결정판, 우리 헤어지자, 위기의 주부들 시즌9, 유승찬, 이상형 월드컵, 이승기, 임협헬퍼, 좀비랜드, 초신성, 추석특집 프로그램, 츠마부키 사토시, 태양을 삼켜라, 토이스토리, 티아라, 페임, 피츠버그 스틸러스, 하인스 워드, 핼쑥해졌대, 화려한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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