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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아줌마의 통쾌한 발차기, <나는 전설이다>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는 아줌마 혹은 벼랑 끝까지 내몰린 여성들의 자아 찾기다. KBS <결혼해주세요>의 남정임(김지영)은 수년 동안 뒷바라지해 교수를 만들어 놓으니 젊은 아나운서와 쿨하게(?) 어울리는 거라 우기는 남편 김태호(이종혁)와 격에 맞지 않는다고 구박을 해대는 시아버지(백일섭)로 인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떨쳐내고 가수로 성공한다.
고민이라고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 정도였던 SBS 새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의 이민정(김지호)은 어느 날 갑자기 남편 강성찬(임호)의 아이를 가졌다며 나타난 오유란(채민서)으로 인해 이혼을 당하지만 행복은 스스로에 의해서 온다는 것을 깨닫고 홀로서기에 나선다.
사고로 5세의 지능을 가진 언니 나진주(오현경)와 힘겹게 살아가는 MBC <글로리아>의 나진진(배두나)은 얼떨결에 선 밤무대에서 생전 처음으로 이루고 싶은 자신의 꿈을 발견한다. 세상에서 걸어오는 만만치 않은 태클에도 진진의 행보는 당차기만 하다.
이처럼 세상을 향한 여성들의 발차기 중 가장 통쾌한 것은 SBS <나는 전설이다>다. 지난 회차 막을 내린 SBS <커피하우스> 후속작으로 밴드를 통해 30대 여성의 자아실현 과정을 그릴 <나는 전설이다>는 첫 회 시청률 10.1%(11.4%), 2회 시청률 11.7%(12.9%), 주간시청률 10.9%(12.2%)를 기록했다.

전설희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전설희(김정은)라는 여자가 있다. 한때 왕십리를 주름잡던 마돈나밴드의 보컬이었지만, 현재는 최상류층 법조명문가의 며느리다. 부모도 없이 여상을 졸업하고 하나 뿐인 동생을 위해 로펌의 사환으로 일하다 촉망받는 변호사 차지욱(김승수)을 만나 임신을 하고 최상류층 사회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 전재희(윤주희)는 대학병원의 의사다. 표면적으로는 꽤 성공한 여성이다. 값비싼 구두와 옷, 액세서리 등과 최연소 로펌 대표 남편, 대학병원 의사인 동생 등 사회적 통념상 고졸 출신의 여자가 누리는 삶 치고는 꽤 복에 겨워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남편과 뱃속의 아이를 믿고 결혼했지만 아이는 결혼하자마자 유산으로 잃었고, 남편은 그 이후로 식어가더니 3년 전부터는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다.
사랑한다 믿었던 남편과의 부부관계가 물 건너간 것은 물론 언제부턴가 “네 까짓 게” “천박하게”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곤 한다. 별을 딸(?)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설희는 시어머니의 명에 따라 불임클리닉을 받고 있다.
시어머니와 동서들은 배운 테를 내며 무시하기 일쑤고, 여동생마저 “자기가 좋아서 한심하고 구차하게 살면서 나 때문이라고 하지 말라”며 차갑기만 하다.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시댁 몰래 모여 연습만 하는 학창시절의 마돈나 밴드다.
이같은 설희의 삶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여동생 재희가 골수암에 걸리고 유일한 혈육인 설희는 골수이식을 하려고 하지만 시어머니는 신경 쓰지 말고 아이 가질 준비에나 몰두하란다. 모욕과 냉대를 참고 살아가는 이유였던 남편마저 분란 일으킬 생각 말고 어머니 말에나 복종하란다.
이에 그녀는 가족 모두가 모인 식사시간, 이혼할 것을 선언하고 가방을 싼다. 한때 사랑했던, 그녀에게는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인 지욱은 ‘아이’를 빌미로 자신의 발목을 잡더니 정치가를 꿈꾸는 자신에게 ‘이혼’ 낙인을 선사하려는 설희에게 “네 까짓 게 내 삶을 망치게 둘 수 없다”며 합의이혼을 거절한다. 이혼을 결심하고 혼자서 재판을 준비하는 설희는 ‘컴백 마돈나밴드’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밴드활동에 돌입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가 그리 쉬울 리 없다. 잘 키워보겠다고 돈과 시간을 투자한 밴드는 하루 아침에 도망가 버린다. 공연이라고 가보니 무대가 시장 한복판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신나게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는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쉽지는 않지만 보다 충만해질 수 있는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첫사랑, 그와의 로맨스


그 여행의 동반자는 여럿이다. 여고시절부터 밴드를 하며 거리와 무대를 활보했던 단짝친구들 강수인(장신영), 이화자(홍지민)가 있다. 그들은 설희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설희는 여고시절과 다름없이 다소 거칠고 야무지며 단짝친구들과 몰려다니며 깔깔거릴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동반자는 빠질 수 없는 로맨스의 주인공이다. 게다가 여고시절 첫사랑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던 밴드 파이어버드 기타리스트 장태현(이준혁)과의 로맨스다. 30대 중후반 여성들의 판타지를 제대로 건드린 설정이다.
이미 한 물 간 강란희(고은미)가 성공적인 부활 프로젝트로 준비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컴백 마돈나밴드’의 객원보컬로 들어오면서 태현을 동반한다.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두 사람, 하지만 설희의 남편 지욱과 태현의 이혼한 전 아내 오승혜(장영남)와 엮이면서 기묘한 동질감을 가지게 된다.
향후, 설희는 가장 유명한 변호사 남편인 지욱을 상대로 나 홀로 이혼소송을 준비하고 밴드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고난을 겪고 이를 극복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환희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학창시절 첫사랑이자 동경의 대상과의 로맨스, 신나는 밴드 사운드에 실리는 음악들까지, 설희의 삶은 보다 다이내믹해질 전망이다.
자아를 잃은 채 살아가는 설희의 삶은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살아가는 이 시대 주부들 삶의 단편이다. 모든 상황이 극대화되면서 ‘막장’ 혹은 ‘비현실적인 전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주부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설희의 성공과 자아 찾기는 나이 또래의, 혹은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의 성공이자 자아 찾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설희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동반자는 꽤나 많은 셈이다.

자아 찾기는 주옥같은 밴드음악을 타고


다소 암울해질 수 있는 상황들은 ‘밴드’와 ‘복고 성향의 음악’ 등으로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그려진다. 세상을 향한 통쾌한 발차기는 주옥같은 1970~1980년대 음악의 리메이크곡으로 실현된다.
김현식의 명곡 ‘사랑 사랑 사랑’,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윤수일의 ‘황홀한 고백’, 산울림의 ‘회상’, 퓨지스의 ‘Killing Me Softly' 등에 실린 설희의 슬픔과 서글픔, 비애 그리고 환희, 정열, 희망 등은 꽤 진지하고 그럴듯하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음악은 자아 찾기를 위한 유일한 도구이며 감정의 분출구이자 카타르시스의 근원이다. 따라서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감정과 심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OST는 이 드라마의 백미다.
첫 주부터 시청자들로 하여금 설희와 함께 고난을 겪고 이를 극복하며 울고 웃게 했던 <나는 전설이다>의 변수는 생방송과 다름없는 촬영일정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기획의도와 대본, 연출, 캐릭터, 연기 등도 시간에 쫓기다 보면 허점이 드러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통쾌하고도 설레는 자아 찾기와 주옥같은 밴드음악을 선사할 이 드라마가 촬영일정으로 인해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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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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