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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진단/일일드라마

일일드라마로는 예외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의 ‘보고 또 보고’, 그 이후로 9시 혹은 8시 뉴스에 미치는 시청률과 각 방송사의 위상에 미치는 영향 또한 주부들의 아침 시간대 책임 등 여러 가지면에서 더욱 중요해진 일일드라마이다. 그 존재가 중요해진 만큼 여러 곳에서 비평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요즘, 일일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말하는 일일드라마 그리고 그들의 입장과 자기 반성,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드라마를 유난히도 선호하는 우리의 시청자들, 이를 위해 각 방송사에서는 많게는 10편, 적게는 5편 정도의 드라마들을 준비하고 있고, 특히 주부들의 아침시간을 위하여 그리고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게끔 아침 저녁으로 일일드라마들이 방송되고 있다. 아침 8시 10분, KBS 1TV의 ‘당신’을 시작으로 8시 30분 SBS ‘지금은 사랑할 때’, 9시엔 MBC의 ‘사랑을 위하여’까지 세 방송사가 연속적으로 드라마들을 편성하고 있다. 저녁 시간대 일일드라마들은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해 KBS와 MBC가 같은 시간대에 드라마들을 편성하고 있고, SBS에서도 시간대는 약간 다르지만 타사의 9시 뉴스와 맞물려 편성하고 있다.
주부들을 주대상으로 하는 아침드라마와는 달리 각 방송사의 주요 뉴스, 9시 혹은 8시 뉴스와 연결되고, 방송가에서 말하는 프라임 시청시간대를 시작하거나 그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저녁 시간대의 일일드라마, 그 의미는 무엇일까. 이례적으로 ‘보고 또 보고’가 흥행면으로 성공을 거두고 9시 뉴스의 시청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9시 뉴스로 이어지는, 그리고 SBS의 경우에는 뉴스가 끝나면서 이어지는 저녁 시간대의 일일드라마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캐릭터 중심의 밥과 같은 드라마

“일일드라마라는 것은 평상시엔 존재를 느끼지 못하다가 없어지면 뭔가 허전하고 그 필요성을 느끼는 일상의 공기나 밥과도 같은 것이다. 매번 꼬박꼬박 찾아보려고도 않지만 일단 한 번 보기 시작했다면 하루라도 안보면 궁금한 것이 일일드라마의 특징이다. 물론 ‘보고 또 보고’ 이후에 일일드라마도 특식이 될 수 있다는 인식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MBC 이재갑 부장은 일일드라마의 특성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하며 시청자와 보다 많은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그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며 제작의 어려움까지 덧붙인다.
일일드라마 대부분의 방송시간이 온가족이 모여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대이다보니 극적 반전과 갈등의 고조 그리고 그 해결이라는 과정들이 빠르게 전개되기 보다는 가정과 그 가정 속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홈드라마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반복적인 스토리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일일드라마라는 장르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 중요해진 것은 내용이나 주제보다는 캐릭터의 창출이 되었고, 이 때문에 알맹이가 없는 극이 될 수 있어 일일드라마 제작진들은 늘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일일극은 작가와 연기자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작가가 인생관과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이를 연기자가 연기해가면서 만들어가는 캐릭터들에 의지해서 극이 전개되니 말이다. 일일드라마들의 주인공들은 시청자들에게 김지수, 윤해영, 김희애라는 스타로서가 아니라 은주, 금주, 서영으로, 박선영, 정선경이 아닌 민영, 지영이라는 극중 캐릭터로 기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니시리즈나 주말극처럼 유행을 만들기 보다는 시청자 자신이 동일시할 수 있는 인물, 일탈된 모습보다는 원칙에 충실한 보통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SBS 윤영묵 국장의 말처럼 그러다보니 일일드라마들은 어느 정도는 계도적이고, 어느 정도는 도덕적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윤 국장은 SBS의 ‘약속’의 경우는 일일극임에도 불구하고 배다른 두 자매 민영, 지영의 순탄치만은 않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극을 전개해감으로서 다른 방송사들과의 차별성을 두고자 한다는 것을 덧붙인다.

동시 개봉과 함께 시작된 시청률 경쟁

지금까지는 일일극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은 큰 인기를 누리는 스타보다는 연기경력이 적지 않은 굵직하고 무게있는 중년 연기자들이나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인급 연기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보고 또 보고’의 흥행을 맛본 후 일일드라마들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은 너무나 대단하기도 하다. 2년만에 컴백한 대형 스타 김희애와 떠오르는 연기파 배우 유오성 등을 간판으로 내세운 MBC의 ‘하나뿐인 당신’이 그렇고, KBS ‘사람의 집’에는 채시라와 최수종이라는 거물급 연기자들이 포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뉴스로 연결이 이루어져야하는 편성상의 특성을 생각할 때, 그리고 일일드라마가 한 번 시청률이 오르면 웬만해선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을 생각할 때, 시청률을 올리는 데 좋은 요건을 또하나 갖추게 된 셈이다. 현실적으로 두 드라마는 각각 봄 개편을 맞아 동시에 막을 올리면서부터 팽팽한 줄다리기를 시작했고, 두 드라마의 신경전은 현재까지 백중세를 이루며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신경전은 ‘경쟁적으로 시간 늘리기’ 라는 결과를 낳았고, 이외에도 시청률 경쟁의 흔적은 드라마 속 요소요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사운을 걸고 견인차역할을 해야하다보니 시작된 시청률 경쟁 과열현상에 대한 KBS 최상식 드라마제작국장의 말이다.
“시청자나 드라마 자체를 위한다기 보다는 경쟁의식이 앞서다보니 어떠한 상황이나 인물들을 정상각도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비틀고, 과잉연기를 펼치고, 시청자를 현혹하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잔재주를 부리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 장르보다 인생을 진지하고 올바르게 다뤄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고, 제작진들은 이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간늘리기와 인생을 바라보는 정상적이지 못한 각도들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자꾸만 늘어만 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주일에 25분 분량의 완성품 다섯 편을 만들어 내는 데도 빠듯했던 제작기간이 조금씩 조금씩 증가해 하루 35분으로 방송 시간이 늘어남으로서 그 제작은 더욱 힘겨워진 상황이다. 양에 치이다보니 제때 대본이 나오기 힘들어지고, 충실한 준비가 불가능하다보니 극의 정교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그때그때 대처하는 졸속제작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청률에 민감하다 보니 극의 방향이 엇나가거나 일관성이 부족해지는 면도 없지 않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작가나 연기자가 힘들어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시청자들까지도 혼란에 빠뜨리고, 극 자체도 본질을 찾기 어려워지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양을 제작하다보니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방송해야 하는 연출자로서의 아픔도 적지 않다. 물론 주어진 시간 내에서는 완성도를 최대한으로 높이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SBS '약속‘의 이영희 PD는 이렇게 제작진들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렇지 않아도 캐릭터에 의존해 극을 전개해 나가다 보면 굵직한 내용없이 어떻게 극을 이끌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일일드라마의 제작진들의 딜레마는 자꾸만 늘어만 가는 듯하다.

시대의 아픔을 담보한 진정한 일상극이 되기를

방송 관련 인사나 시청자, 그리고 제작진 자신들도 작품성의 훼손을 담보로한 시청률 경쟁이 계속되면서 온가족이 모여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드라마보다는 재미일변도로만 치닫고 있는 요즘의 일일드라마가 안타깝기만 하다.
“50대 시어머니와 30대 직장여성인 며느리의 갈등을 통해 50대 주부의 제자리 찾기나 탁아시설의 부족이라는 사회적 문제들을 담아내었던 ‘당신이 그리워질 때’ 처럼 일일드라마는 사회적 문제점과 병행해가고, 이러한 문제와 현상들을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하지 못하고 있는 요즘의 일일드라마들이 아쉽다.”
SBS ‘약속’의 이영희 PD의 말처럼 팔도에 흩어져 사는 자식들을 방문하는 노부모를 통해 지역 화합과 조국경제 건설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조국의 힘찬 도약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73년도의 ‘꽃피는 팔도강산’이나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그에 따른 상실감과 고독감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서 잃어가는 가족애와 형제애를 되살리는,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까지 담아냈던 81년도의 ‘보통사람들’ 처럼 일일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의 사회의 모습을 담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에 입을 모으고, 이러한 것들이 부족한 요즘의 일일드라마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안타까움과 더불어 과열적인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자성의 소리가 높아져가는 요즘이다.
이러한 제작진들의 안타까움과 자성의 분위기는 또다시 ‘사전전작제’라는 어려운 숙제를 조심스레 끄집어 내게 한다. 촬영에 들어가기 몇 개월 전에 모든 기획이 완료되고, 물론 시의성을 중요시 한다는 일일드라마의 특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고는 하지만 대본이라도 완성된 후에 제작에 들어간다면 요즘과 같이 시간에 쫒겨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듯 드라마를 찍어내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독립 프로덕션에 외주 제작을 의뢰해 몇 개의 프로덕션사의 완성품을 경쟁시켜 선택, 방송한다면 완성도에 대한 고민 해결은 물론이거니와 독립 프로덕션의 위상 확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예전에 다루었던 것처럼 자본의 문제와 우리나라 방송 구조를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일일드라마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제시가 아닐 수 없다.
“일일드라마는 윤리적, 도덕적 고정관념이라는 선을 너무 벗어나지도, 그렇다고 너무 그 안에 얽매이지도 않고 그 선을 살짝 넘나드는 내용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부질없는 시청률경쟁에 그 갈곳을 잃어버린 요즘 같아서는 안된다” 라는 어느 제작진의 말처럼, 드라마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간 데 없고, 시청률 경쟁에 지칠대로 지친 잔해들만이 남아있는 요즘의 일일드라마, 이제 제작진 자신들도 드라마 자체를 위해, 그리고 시청자를 위해 일하기를 바라고 있다.

[ KBS 최상식 드라마제작국장 인터뷰 ]

'일일드라마라는 장르 자체가 존재해야하느냐’ 라는 기본적인 문제들을 차치하더라도, 그리고 드라마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우리 시청자들을 생각한다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지는 지금의 현실에서 제작진들이 고민해야할 것은 어떻게 올바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일일드라마는 매일 남의 집 안방을 찾아가는 손님과도 같은 것이다. 매일 안방을 찾는 손님이 뽐을 내거나 객기를 부리는 등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일일드라마도 겸손하고, 소박하고, 진실하게 옷깃을 여미면서 ‘늘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라는 자세로 시청자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
일일드라마는 재미는 없다고 할지라도 비틀린 관계나 과장보다는 윤리적, 도덕적 건강성을 강조하며 모범답안을 작성하듯 만들어가야하며, 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 인생을 어떤 기준에서 어떤 태도로 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할 것이라는 KBS 최상식 드라마제작국장의 말이다.
더불어 그는 그 시대, 그 사회의 기본적인 정서와 모랄을 담아 전국민의 구심점이 되는 장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일일드라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아쉬워한다.
“이제는 경쟁적으로 길어진 시간을 축소하고, 부질없는 경쟁심으로 상처입은 우리의 일일드라마를 보듬고, 차분히 정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더불어 제작진들은 모든 면에 건강한 상식과 균형감각으로 ‘인생을 보는 균형적인 잣대’로 극을 모나지 않게 유연하게 이끌어 나가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최 국장은 일일드라마가 늘 우리 곁의 다정다감한 친구처럼, 이웃집의 담넘어를 엿보는 듯한 혹은 우리집의 안방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와 가족, 가정의 모랄을 제시하는 그런 장르로 다시 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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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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