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일밤, 공익·복고·감동으로 돌아오다

'1박2일’ ‘남자의 자격’의 <해피선데이>와 유재석·이효리의 <패밀리가 떴다>에 밀려 3~4%대의 시청률로 부진을 면치 못하던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가 개혁을 단행했다. 그간 ‘한다’ ‘안한다’를 두고 MBC와 공방을 벌이던 ‘쌀집 아저씨’ 김영희PD가 기어이는 <일밤>으로 복귀했다.
김영희PD의 말대로 <일밤>은 대한민국 예능史에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작이었고, 시청자들의 오락, 트렌드 등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인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를 탄생시킨 ‘이경규가 간다’, ‘하자하자’,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아시아 아시아’ 등 필모그래피에서 그렇듯 김영희PD가 추구하는 것은 공익과 감동 그리고 가족 버라이어티다.

Code 1 : 함께 살며 사랑하며, 공익과 공생
김영희號 <일밤>이 추구하는 바는 공익과 공생이다. 김용만·탁재훈을 중심으로 김현철·한지민·안영미·비스트의 리더 윤두준 등의 스타가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비밀, 단비(이하 단비)’, 신동엽·김구라·정가은이 길거리로 나서 이 시대의 아버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힘을 주는 ‘우리 아버지’, 이휘재를 중심으로 파괴되는 생태계로 개체수가 너무 많아 농작물은 물론 인명에까지 피해를 입히는 멧돼지를 잡는 ‘헌터스’ 등 코너의 기획의도와 주제 역시 ‘공익’과 ‘공생’을 따른다.
말 그대로 ‘Variety'라는 장르의 뜻과는 다르게 <무한도전> 이후로 리얼 버라이어티, 야생 버라이어티로 일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밤>은 어려운 사람들과의 공생, 수혜에 대한 보답, 외로운 이들과의 소통, 가족 간의 사랑 등을 보여줌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는 젊은이들만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만 넘쳐나고 있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예능을 만들고 싶다”던 김영희PD의 바람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주입식으로 공익과 공생의 필요성을 설명하다보면 재미 부분을 소홀히 할 수 있다.

Code 2 : Oldies but Goodies, 복고
요즘은 트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복고다. 음악도, 댄스도, 패션도, 액세서리도 복고풍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밤>은 ‘스타일리시’와 ‘모던’을 버리고 복고를 선택했다. 포맷이나 진행은 매우 복고풍이다. ‘집단 토크’에 의한 ‘폭로’와 ‘자극’은 어디에도 없다. MC나 출연자들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며 현장의 이야기와 분위기를 전하고 정보를 준다.
아프리카로 우물을 파러 가는 ‘단비’나 농작물·인명 피해를 일으키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멧돼지를 잡는 ‘헌터스’가 MC나 전문가의 입을 통해서, 혹은 자막이나 내레이션을 통해 정보와 현황이 전달된다. 세계 인구의 11억 이상이 깨끗하지 못한 물을 사용하고, 3.5초마다 아이들이 사망한다, 멧돼지의 생체수가 얼마나 많고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 등 전달되는 정보량은 다큐멘터리 저리가라다.
1988년형 오렌지색 공중전화, 007 미션가방, 가족의 재회 등 곳곳에 복고 코드가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우리 아버지’로 뽑히는 아버지에게는 ‘양문형 냉장고’를 선물하고 팡파르를 터뜨리는 장면은 이전 <일밤>의 ‘양심냉장고’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자칫 복고는 구태의연하거나 식상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Code 3 : 안타까움과 희열이 주는 감동
예능에 감동을 섞는 일은 이제 흔해졌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과정과 결과 속에서,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떠나 와야만 하는 아쉬움으로, 여행 중 만난 안타까운 사연으로,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던 승리의 기쁨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고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일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어려운 이들의 비참한 현실과 외로움에 눈물을 흘리게 한다. 그를 외면했던 자신에 대한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또한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보탬을 주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과 절실함에서 감동을 준다. 시청자들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현실에, 예상치 못했던 아버지의 고독과 가족에 대한 사랑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아직까지 완성되지 못한 그 결과물에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희열의 눈물을 흘리게 할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삶에 대한 지나친 부각과 설명은 감동을 반감시킬 위험이 있다.

아직은 아귀가 맞지 않는 코드들,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이같은 <일밤>의 코드는 시청자들을 움직였다. 새로워진 <일밤>의 첫 회 시청률은 8.5%, 동시간대 편성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나 <패밀리가 떴다>에 비하면 미흡하지만, 지금까지의 <일밤>에 비하면 꽤 선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코드들의 아귀가 딱 들어맞아 보이지는 않는다.
공익과 공생을 위해 보여주는 그림이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비참하다. 17세 소년의 “매일 매일이 슬프다”는 대답은 슬프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워도 모자를 나이인데…”라는 출연자의 대사는 오글거리는 것을 떠나 지나치게 슬픔을 강요당하는 느낌이다.
아이들이 오염된 물을 퍼마시는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경악하게 하고, 눈물과 분노를 왈칵 쏟게 한다. 설명조로 구구절절 뱉어내는 출연진의 멘트는 보는 이들의 감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출연진의 멘트, 전문가의 설명, 내레이션, 자막 등 모두가 아프리카의 비참함을 전달함으로써 산만해지고 감동을 강요당하는 느낌을 줄 수 있어, 오히려 감동이 반감된다.
게다가 우물을 파러 온 제작진에 온몸을 흔들며 반기는 모습은 지나치게 영웅화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있다. 이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 보다는 전투식량 사용법에 서툴러 먹을 것이 부족한 나라에서 식량과 물을 낭비하는 실수를 줄이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물론, 아프리카의 어려움과 현실을 극대화시켜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탁재훈의 "딱 봐도 먹을 수가 없는 물인데…”라는 말보다는 말을 잃고 울음을 참는 듯 붉어진 한지민의 눈시울이 훨씬 더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공감하고 감동을 받는 것은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매일이 힘든 일상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춤을 추고 활력이 넘치기도 한다. 그들에겐 그것이 익숙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비참한 단면 속에서 보여지는 즐겁고 활기찬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이고 희망이다. 아프리카의 비참함을 왜곡시키고 부풀리는 것은 서구사회의 기준이다. 자신들의 입장과 기준에서 아프리카는 비참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일상일 뿐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두운 단면을 어둡게 정공법으로 풀기보다는 밝은 모습과 대비시키는 역공법으로 푸는 것이 다큐와 예능의 차이다. 그래서 때로는 다큐보다 예능이 더욱 감동스러운 것이다.
대만의 <꽃보다 남자>에서 따오밍스를 연기하며 일약 스타로 부상한 언승욱이 유니셰프 대사로 몽고에 자원봉사를 갔을 때의 일화는 그래서 새겨둘만하다. 비참하고 지저분한 모습만을 찍는 기자들에게 언승욱은 제재를 가했고, 즐겁게 대화하고 일하는 모습도 찍어주기를 부탁했다. 외부인들은 약간의 편리함을 위해 도움을 줄 뿐이다. 외부인들이 가고 난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힘들지만 즐겁게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든 <일밤>의 코드 중 하나는 ‘복고’다.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 혹은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감동을 이끌어내는 예스러운 방식에 최신 트렌드인 자막은 사족과도 같을 수 있다. 완벽하게 합을 맞추지 못한다면 말이다.

MC에 대한 아쉬움, ‘헌터스’의 재조정 필요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MC다. 각 코너의 메인MC를 맡고 있는 ‘단비’의 김용만·탁재훈, ‘우리 아버지’의 신동엽·김구라·정가은, ‘헌터스’의 이휘재는 훌륭한 MC지만 아직까지는 장점보다는 단점이나 아쉬움이 더 눈에 띈다.
김용만과 탁재훈은 편안하고 순박하고 유머러스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출연자들을 다독이고 현장을 아우르고 정리하는 능력은 부족한 느낌이다. ‘우리 아버지’의 신동엽과 김구라는 순발력과 진행능력이 뛰어나지만 진정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그들의 힘을 북돋을 만한 입담이나 파이팅이 부족해 보인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MC의 입심이 아쉽기는 하지만 ‘단비’와 ‘우리 아버지’는 아프리카의 어려움을 알리고, 가정 내 아버지 특유의 위치와 각양각색의 아버지 자화상을 보여줌으로써 감동과 웃음을 주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문제는 환경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헌터스’다.
지금까지 풀어낸 새로운 <일밤>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은 ‘단비’와 ‘우리 아버지’에만 국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휘재를 중심으로 박준규, 김태우, 심권호, 올라이즈 밴드, 그리고 매주 들고나는 아이돌 스타 SS501의 김현중, <미남이시네요>의 정용화, 카라의 구하라 등이 엮어가는 ‘헌터스’는 ‘환경’을 주제로 한다지만 그 의도 자체가 모호하다.
농민들의 분노와 울분을 개그화하는 데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멧돼지의 공격을 당했던 경험담과 이에 분노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웃어넘기자니 위험하고 다큐로 받자니 찜찜하다. 시작 전부터 사회적 논란이 된 ‘동물 학대’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는지 ‘생태계 파괴와 멧돼지 축출의 정당성에 대한 구구절절하고 반복되는 설명이 기대감을 떨어뜨렸다.
“동물이 싫어서가 아니라…” 등 반복되는 멘트와 내레이션은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변명하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구조대원과 전문 수렵인, 경찰들도 어쩌지 못하는 멧돼지의 습격을 어떻게 해보겠다고 잠복을 하고 산을 오르는 연예인들은 지나치게 위험해 보이고, 그 시간에 차라리 전문가를 투입하는 것이 낫지 않나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제대로 훈련을 받은 것도, 공부를 하고 가는 것도 아닌 이들이 산에 오르는 사이, 전문가인 119 구조대원들은 마취총을 들고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니 어쩌면 ‘민폐’로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매복을 하러 가면서 선배들의 배려로 고기를 구워먹는 아이들 멤버들의 모습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콘셉트다. 멧돼지 습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농작물 피해,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의 심각성을 전달하려는 ‘헌터스’는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이다. 문제의식을 전달하지도, 멧돼지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도 실패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속성이 부족해 보이고, 포맷이나 표현방식이 구태의연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밤>이 이같은 지적과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믿는다기 보다는 바란다는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자극과 오락성, 젊은 시청자만을 추구하던 기존의 예능과는 다른, 공익과 공생을 앞세운 가슴을 따스하게 하는 예능이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코너명처럼 ‘단비’에 가깝다. 그래서 그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고 절실하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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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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