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달랐던 <로드 넘버 원>과 <구미호:여우누이뎐>의 역시나 다른 종영

지난 회차, 두 편의 드라마가 종영했다. 130억 원의 제작비, 사전제작, 소지섭·김하늘·윤계상 등 화려한 출연진 등으로 시작부터 이슈를 불러 일으켰던 MBC 수목극 <로드 넘버 원>과 연일 20.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MBC <동이>, SBS <자이언트> 사이에서도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2 <구미호:여우누이뎐>이다.
대진운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모든 면에서 시작부터 전혀 달랐던 두 드라마의 마지막 역시 상반됐다. 꽤 풍요롭고 화려하게 시작한 <로드 넘버 원>은 시종일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다 못해 4.6%까지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구미호:여우누이뎐>은 “또 구미호야”라는, 여름이면 ‘납량특집’이라는 명목 하에 꺼내드는 식상한 카드로 인식되며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 시작했다. 하지만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이>와 <자이언트> 사이에서도 선전하며 월화극 시청률 총합을 끌어올린 주인공이 됐다.

대작 <로드 넘버 원>에서 부족한 단 하나
<로드 넘버 원>은 지난 회차(전국 4.7%)보다 0.6% 상승한 5.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 시청률도 5.3%, 20회 평균시청률도 6.2%에 불과하다. 사전제작에 130억 원의 제작비,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등 주축이 되는 인물은 물론 최불암, 최민수, 손창민, 오만석, 문채원, 이천희 등 조연들까지 쟁쟁한 출연진 등 꽤 잘 꾸려진 환경에서 만들어진 드라마의 흥행실패 요인은 꽤 복잡하면서도 간단하다.
일찌감치 <제빵왕 김탁구>에 주도권을 빼앗긴 탓도 크다. 이와 더불어 월드컵이라는 제법 벅찬 상대에 힘들었다는 말도 아주 틀리진 않다. 하지만 가장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한국의 경기와는 단 한 번 겹쳤으니 온전히 월드컵 탓만을 하기도 어렵다.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제작진들이 말하는 ‘사전제작’으로 시청자의 요구를 반영할 수 없었다는 의미의 공감대 형성은 아니다. 1회부터 감정의 시작이나 다지는 작업도 없이 커져버린 이장우(소지섭)와 김수연(김하늘)의 사랑, 장우와 신태호(윤계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수연의 캐릭터 등이 시청자를 갸우뚱하게 했다.
전장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전쟁영화는 남성영화라는 도식을 탈피하고 여성 시청자까지 잡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연성 없이 시작하고 느닷없이 커져버린 사랑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전쟁드라마의 주요 타깃 층인 남성 시청자의 외면마저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과 로맨스를 접목시키고자 했던 <로드 넘버 원>은 온전히 전쟁이야기도, 오롯이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답답하고 묵직한 전쟁 이야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것도 원인이라면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더운 날씨 속에서도 지난 회차 막을 내린 KBS1의 전쟁드라마 <전우>는 꽤 선전했다. 전장에서 피어나는 전우애와 휴머니즘 등 전형적인 전쟁드라마의 공식을 따른 <전우>는 SBS <인생은 아름다워>, MBC <김수로> 등과 경쟁하면서 20회 평균시청률 14.3%로 막을 내렸으니 더운 날씨는 부차적인 원인일 뿐이다.
무엇보다 큰 원인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대중의 감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그들만의 세상’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대중에게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전제작으로 인해 시청자의 요구를 반영할 수 없었다는 하소연 역시 핑계에 불과하다. 결국, 모든 것이 갖춰진 드라마에서 단 하나 부족했던 것이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이었던 셈이다.


화려한 시작과는 달린 씁쓸하게 막을 내린 <로드 넘버 원> 후속으로는 <장난스런 키스>가 방송된다. 흥행요소는 꽤 풍부하다.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에서 ‘국민 선배’로 인기를 끌었던 김현중이 소속사 이적 후 처음으로 출연하는 작품이고 범아시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가 원작이다.
하지만 흥행요소만큼이나 불안감 역시 크다. 쟁쟁한 <제빵왕 김탁구>가 막바지로 치달으며 보다 흥미진진해지고 있는데다, 주요 시청층이 젊은 시청자다 보니 ‘국민 남동생’이라 불리는 ‘이승기’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트렌디 드라마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흔히, 트렌디 드라마는 연기력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젊은 연기자의 캐릭터 몰입도가 떨어지거나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연기가 미흡하다면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난 베테랑 배우가 투입돼도 상쇄하기 힘들다는 의미기도 하다. 여느 드라마보다도 젊은 연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꽃남> 시절에도 지적되던 미흡한 연기의 김현중, SBS <나쁜 남자>로 스타덤에 오르긴 했지만 연기력이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데다 다소 우울한 이미지의 정소민,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만한 연기자가 없다는 것도 위험요소다.

<구미호:여우누이뎐>의 알찬 행보


우리가 알고 있는 구미호는 사람의 간을 먹는다. 한을 품었다고는 하지만 그 사연은 알 수 없다. 구미호가 나타나는 곳은 어김없이 유혈이 낭자하게 변하고 만다. 이는 KBS2 월화극 <구미호:여우누이뎐>이 방송되기 전의 일이다.
지금까지의 ‘구미호’가 막무가내로 인간을 해치는 괴물로 그려졌다면 <구미호:여우누이뎐>은 근간의 한을 현대적으로 그려내는 작업에 집중했다. 이에 20.0%의 시청률을 훌쩍 넘기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동이><자이언트>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인간 남자와 결혼해 딸 연이(김유정)를 낳았지만 버림받은 구미호 구산댁(한은정), 그녀가 반인반수의 딸을 데리고 인간세상을 떠돌다 윤두수(장현성)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구산댁에 한눈에 반한 윤두수는 그녀를 첩실로 들이고, 자신의 딸 초옥(서신애)을 살리기 위해 그녀의 딸인 연이의 간을 노린다. 반인반수로 태생적인 한을 품고 태어난 연이의 숨통을 점차 조여 오는 윤두수와 그의 본처 양부인(김정난), 그런 연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산댁,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인물 만신(천호진)까지 얽혀들며 이야기는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곤 했다.
<구미호:여우누이뎐>의 마지막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구산댁으로 인해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복수심에 불타는 윤두수, 윤두수로 인해 딸을 잃은 구산댁, 두 사람은 끊임없는 결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끝낸 것은 연이이기도, 초옥이기도 한 초옥이다.
초옥의 몸에 깃들어 있던 연이의 정신이 초옥의 몸을 빌어 윤두수를 죽이면서 반전이 시작된다. 그리고 구산댁은 초옥의 몸에 깃든 연이의 정신을 딸이라 굳게 믿으며 함께 살아간다. 여기에 또 다른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 초옥의 몸에 깃든 연이의 정신을 누르고 다시 돌아온 초옥의 정신, 부모의 복수를 위해 함께 살던 구산댁을 칼로 찌른다.
더욱 기가 막힌 반전은 구산댁은 이미 초옥이 연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딸이라고 믿고, 그렇게라도 딸과 함께 하고 싶었던 구미호의 애끓는 모정으로 극은 막을 내린다. 지금까지의 구미호와는 달리 <구미호:여우누이뎐>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구미호의 일방적인 한풀이는 없으며 오롯이 피해자로만 비춰지던 인간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악이 꿈틀거린다.
자신의 딸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악행을 멈추지 않는 인간 윤두수, 자신의 아우 윤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람의 간을 파먹으면서 목숨을 부지하는 만신, 자신의 딸을 지키려는 부성애를 이용해 모든 것을 취하는 조현감 등 극중 인간의 모습은 괴물로 치부되던 구미호보다 훨씬 흉물스럽다.
마지막까지 초옥을 자신의 딸이라 믿고 곁을 지키며 살다 죽어간 구미호의 삶은 처연하지만 아름답다. 이 드라마로 인해 여름이면 공포의 대상으로 사람들을 악몽에 시달리게 했던 구미호는 슬프고 안타까운 존재로 재해석됐다.
이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구미호를 다룬 <구미호:여우누이뎐>은 마지막 회 시청률 12.9%(12.2%), 16회 평균시청률 10.5%로 막을 내렸다.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월화극 정상을 두고 벌이는 <동이>와 <자이언트> 사이에서 두 자리 시청률을 유지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월화드라마의 파이 자체가 커진 데 <구미호:여우누이뎐>의 영향 역시 적지 않다. 이번 회차 월화드라마 시청률 총합은 지난 회차(58.1%)보다 소폭 상승한 58.5%에 이르고 있다. <구미호:여우누이뎐> 후속으로는 ‘아시아의 별’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이 출연하는 <성균관 스캔들>이 첫 전파를 탄다.
베스트셀러 소설 <성균관 유생의 나날들>을 원작으로 한 퓨전사극으로 흥행요소는 꽤 높다. 남장여자가 주인공이며 믹키유천을 비롯해 남장한 박민영, 송중기, 유아인 등이 조선시대판 <꽃보다 남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원작과 달라진 캐릭터, ‘남장여자’라는 다소 단물이 빠진 설정 등이 께름칙하다. 또한 조선시대 최고 브레인들의 집합소인 성균관의 의미를 심도 깊게 다루기보다는 젊은 남녀의 로맨스가 피어나는 배경으로 끝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 드라마 역시 <장난스런 키스> 정도는 아니지만 극의 중심축이 될 만한 굵직한 연기자의 부재가 다소 불안하다.

<장난스런 키스>와 <성균관 스캔들>의 행보가 궁금한 이유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상반됐던 전작과 달리 <장난스런 키스>와 <성균관 스캔들>은 시작부터 비슷한 면들이 많다. 베스트셀러 원작이 있고, 아이돌 그룹이었지만 현재는 해체한 가수 출신의 연기자가 남자주인공이며, 시대가 달라 고등학교와 성균관이라고 표현되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또한 두 드라마 모두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까칠한 천재와 엉뚱한 꼴찌, 남장여자와 까칠한 조선시대 선비라는 다소 식상한 설정부터 극을 이끌어갈 만한 굵직한 연기자가 부재하다는 불안요소 역시 닮아 있다. 시작은 닮아있지만 끝은 달라질 것인지, 방송시간대가 다른데도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두 드라마의 행보가 궁금한 이유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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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Enter Vol. 58

Blog+Enter 2010.09.15 06:20


blog+enter 쉰여덟 번째 간행물입니다
죽게 바쁘다 보니...포스팅이나 이 주나 밀려 폭풍 포스팅 중입니다.;;;
바로 몇 주 전에도 이런 글로 시작했더랬는데 말이죠 여튼...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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