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그들만의 세상’이 안타까운 이유

시청률이 높아 승승장구하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 시청률 차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작품들도 있다. TNS미디어에서 발표한 2000년 이후 월~목 10시대 방송되는 미니시리즈 역대 최저 시청률을 보면 해도 너무할 정도다. 드라마 시청률이 좀체 20%를 넘기기 어려운 요즘도 아니고, <허준> <주몽> <장밋빛 인생> <이산> 등 5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자랑하던 때의 드라마들이 대부분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절반 이상의 시청자들이 한쪽으로 몰릴 수 있다는 건 한쪽은 비참하게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표민수-노희경 수작, <바보같은 사랑> 1위
최저시청률 10위 내에 있는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듣도 보도 못한, 전파를 탄 줄도 모르는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마니아층은 물론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은 수작도 있다. 물론 ‘시청률 꼴찌=졸작 혹은 실패작’이라는 공식이 절대선은 아니다. 1.8%의 시청률(2000년 4월24일, 5얼8일)로 역대 최저 시청률 1위에 오른 <바보같은 사랑>은 표민수PD-노희경 작가(이하 표-노) 콤비의 작품으로 질박한 삶 속에서도 피어나는 절박한 사랑을 다뤘다. 배종옥, 이재룡, 이영호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극 속에 빠져들어 실감나는 애절함과 절박함을 선사했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25일, 5월9일 방송분은 역대 최저 시청률 3위(2.1%)에 오르기도 했다.
2위를 차지한 <사육신>은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 작품으로 남북 간의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방송된 작품이다. 그 뒤를 잇는 것이 4위(2.3%)와 6위(2.7%)에 랭크된 <가을소나기>다.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친구의 남편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이야기로 윤리적 문제와 지나치게 음울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에 외면당한 작품이다. 대사나 화면구성이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낯선 수준이었던 <사육신>을 제외하면 <바보같은 사랑>과 <가을소나기>가 상위권을 차지한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2009년 7월에도 여전하다. MBC 주말드라마 <친구>는 한국의 유일한 사전제작 드라마인데다, 이미 800만 관객이 본 영화 <친구>의 흥행을 등에 업은 드라마다. 연출과 극본도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주도적으로 작업했고, 현빈, 김민준 등 쟁쟁한 연기파 연기자와 수려한 화면 등으로 채워진 수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 중 최저다. 매주 그 기록을 경신하고 있을 정도다.
경쟁작이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찬란한 유산>인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친구>라는 타이틀을 달고, 우정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한 여자를 둘러싼 친구 간의 배신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우정은 한낱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비틀어진 집착의 부산물로만 부각된다.
<친구>와 비슷한 시청률로 철저하게 시청자에게 외면당하는 드라마가 지난 주 막을 내린 MBC의 <트리플>과 새로 시작한 주진모, 김범, 손담비 주연의 SBS 월화극 <드림>이다. MBC <선덕여왕>과 대적하고 있는 데다 이제 막 시작한 <드림>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트리플>은 <태릉선수촌> <커피프린스> 등의 이윤정PD의 신작인데다 최근 핫이슈인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했음에도 5.7%라는 초라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의붓남매 간의 사랑, 옛날 남자친구의 결혼식 날 그 남자와 사라진 아내,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 등의 이야기는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드라마의 필수덕목, 시청자와의 소통
물론 <허준>이나 <장밋빛 인생> <찬란한 유산> <선덕여왕> 같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와의 동시간대 편성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수작이든 아니든, 최저 시청률 수위에 드는 작품들이 행한 오류는 시청자와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바보같은 사랑>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표-노 콤비 드라마 중에서도 보석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늘 삶의 본질에 진지하게 다가서는 두 사람의 작품은 절박한 현실을 몸서리쳐질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내곤 한다. 삶에 대한 진지하고 어려운 해법은 표-노 콤비작의 매력이자 흥행 실패요인이기도 하다. 표-노 콤비의 작품은 장르로 치자면 컬트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는 있지만 대중과의 소통에는 번번이 실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을소나기> <트리플> 등은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이면서도 진부한 이야기 전개로 평가도, 흥행도, 시청자와의 소통도 실패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청자와의 소통은 제작자, PD, 작가, 연기자는 물론 시청자까지도 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바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면 낯설어하면서도, 지나치게 현실과 맞닿으면 불편함에 채널을 바꾸곤 한다. 상식과 맞지 않는다고 ‘막장’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는가 하면 너무 빤한 이야기는 진부하다고 외면한다. 물론, 지나치게 시청자들을 의식하고 비위를 맞추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시청자가 외면하는, 그것도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철저하게 외면하는 드라마는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부여하기도 쉽지 않다. 드라마는 결국, 많이 보고 회자돼야 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청자와의 소통은 감정과 상황의 공유이자, 이상향에 대한 공유이기도 한 셈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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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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