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힘을 발휘하는 ‘미소년’의 힘?


어디서나 ‘미소년’의 약발은 강한 모양이다. 미소년 뱀파이어와 인간 소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가설에서 시작한 <트와일라이트 Twilight>의 세 번째 이야기 <이클립스 The Twilight Saga: Eclipse>가 개봉 주말 77만2천154명(누적관객수 107만3천64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박스오피스 정상에 섰다.

보다 강력해진 숙명적 사랑, 전세계를 사로잡다


언제나 금기시됐지만,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로 그려졌던 뱀파이어는 <트와일라이트>에서 더욱 어려졌고, 보다 아름다워졌다. <트와일라이트>의 기본 줄거리는 미소년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로버트 패틴슨 Robert Pattinson)을 사랑하는 인간 소녀 벨라 스완(크리스틴 스튜어트 Kristen Stewart)의 숙명적 로맨스다.
<이클립스> 역시 치명적인 매력과 숙명적 사랑이라는 기본 줄거리에 충실하면서 보다 다이내믹해졌고, 유머러스해졌다. <트와일라이트>의 두 번째 이야기 <뉴 문 The Twilight Saga: New Moon>부터 등장한 늑대인간 제이콥 블랙(테일러 로트너 Taylor Lautner)은 <이클립스>에도 등장한다.
에드워드와 벨라, 제이콥이 그리는 삼각관계는 더욱 복잡하고 깊어졌으며 악랄한 뱀파이어 빅토리아(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Bryce Dallas Howard)의 복수를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뱀파이어 군대와 컬렌가-퀼렛족 연합군이 벌이는 액션신은 극에 달한다.
지난 회차, 북미 극장가에 첫 선을 보이며 개봉날 6천853만3천840달러의 수익을 올려 제작비(6천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주에만 1억5천757만7천169달러의 수익을 올렸던 <이클립스>는 개봉 2주차 주말에 3천170만8천438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2위에 랭크됐다. 이로서 북미시장 누적 수익은 2억3천537만815달러에 이르며 해외수익까지 합치면 4억5천만 달러를 넘어선다.
벨라가 에드워드와의 숙명적 로맨스에서 한발 벗어난 <뉴 문>에 잠시잠깐 실망했던 <트와일라이트> 시리즈의 팬들이 보다 강력해진 로맨스의 <이클립스>에 다시 한번 열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클립스>의 성공으로 벌써부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의 파트 1인 <브레이킹 던 The Twilight Saga: Breaking Dawn>에 대한 기대감을 분출하고 있다.

300만 관객 돌파 눈 앞에 둔 <포화 속으로>와 <방자전>


지난 회차,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슈렉 포에버 Shrek Forever After>는 개봉 2주차 주말 55만4천299명(누적관객 149만6천67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개봉 8주차를 맞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50만2천392달러를 벌어들이며 14위에 랭크됐다.
스크린도 461개로 줄인 <슈렉 포에버>는 이제 진정한 시리즈의 마지막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슈렉 포에버>의 누적수익은 2억3천378만4천897달러에 이른다. 이제, 진짜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슈렉> 시리즈의 팬들은 스핀 오프로 제작될 <Puss in Boots: Story of an Ogre Killer>가 개봉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미소년 뱀파이어와 초록 괴물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내준 한국영화들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 차승원·권상우·빅뱅 탑의 <포화 속으로>는 개봉 4주차 주말 31만3천73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3위에 랭크됐다.


기대치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과 주요 인물 중 하나인 권상우의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흥행이 쉽지 않아 보였던 <포화 속으로>는 누적관객 294만2천134명으로 3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포화 속으로>와 더불어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방자전> 역시 누적관객 295만2천967명으로 300만 관객 동원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춘향전을 재기발랄한 유머코드로 재해석한 <방자전>은 올해 개봉한 19세 이상 관람가 영화로는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세계 최고의 악당, 아빠되다


가족 판타지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Ice Age> 1, 2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슈퍼 배드 Despicable Me>가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3천476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슈퍼 배드>는 개봉 주말 6천11만7천 달러를 벌어들였다.
피라미드, 에펠탑, 만리장성 등 각 나라의 유적들을 한 번에 훔치며 악명을 드높인 그루 앞에 보다 강력한 악당 벡터가 등장한다. 벡터에게 피라미드를 도난 당한 그루는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기 위해 달 훔치기에 나선다.
그루는 달을 훔치기 위해 최첨단 장비인 축소광선총을 손에 넣기 위해 고아원에서 세 소녀 마고·에디트·아그네스를 입양하게 된다. 하지만 축소광선총을 벡터에게 빼앗겨 버린 그루는 광선총을 다시 찾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세상에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는 것이 가장 어렵고 신나는 일이라고 여겼던 그루가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으니 바로 소녀들이다. 아빠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 딸과 좌충우돌하면서 그루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부성애와 가족애가 ‘최고의 악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되고 만다. 세 자매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며 변해가는 그루는 벡터와 최후의 한판승부를 벌이게 된다.
최고의 악당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개과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세 자매는 웃음과 감동을 번갈아 선사하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슈퍼 배드>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는 그루의 조수들인 미니언 군단이다. 줄줄이 비엔나소시지 혹은 땅콩처럼 생긴 이들은 그루의 고군분투에 동참하며 큰 웃음을 자아낸다.
최고의 악당이 최고의 아빠가 돼가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되짚는 <슈퍼 배드>의 한국 개봉시에는 소녀시대의 태연과 서현이 마고와 에디트의 목소리를 더빙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토이 스토리 3> 2010년 최고 흥행작 등극


오리지널과 2편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낸 3D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가 개봉 4주차 주말 2천101만5천958달러를 벌어들이며 북미 박스오피스 4위를 지키고 있다. 북미 누적수익만 3억4천20만 달러로 2010년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토이 스토리 3> 이전에 2010년 최고의 흥행작은 3억3천4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였다. 2010년 최고 흥행 1, 2위는 모두 디즈니 배급작품인 셈이다.
이로써 <토이 스토리 3>는 2003년작 <니모를 찾아서 Finding Nemo>의 3억3천900만 달러를 넘어서며 픽사 애니메이션 최고의 흥행작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8월5일에 개봉하는 한국처럼 아직 개봉하지 않은 나라가 수두룩한데도 해외수익이 2억1천310만 달러에 이르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토이 스토리 3>의 성공은 3D 영화가 나아갈 길에 대한 모범답안에 가깝다. 아무리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이하 CG)으로 화면을 덧칠하고 포장해도 ‘이야기’가 허술하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릴 수 없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힘이 근간이 돼야만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초호화 CG의 매력도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From Dusk Till Dawn, 1996> <데스페라도 Desperado, 1995> 등 기발한 상상력의 발현으로 유명한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Anthony Rodriguez)에 의해 부활한 <프레데터 2010 Predators 2010>는 개봉 주말 2천476만882 달러를 벌어들이며 3위에 랭크됐다.
영문도 모른 채 외계행성에 끌려온 7명의 범죄자들과 정체불명의 우주 최강의 포식자 프레테터들의 사투를 다룬 <프레데터 2010>은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기괴한 상상력을 만나면서 보다 공포스럽고 보다 강력해졌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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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Enter Vol. 51

Blog+Enter 2010.07.19 10:46


blog+enter 쉰한 번째 간행물입니다

모든 것을 놔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그때가 저에게는 지금인 듯 합니다.ㅡㅡ;;;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힘이 좀 빠졌습니다.
꿉꿉한 날씨 덕도 조금 있으려니...하지만
조금 디프레스된 요즘입니다.
다음 호가 1주년입니다...
1년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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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Enter Vol. 47

Blog+Enter 2010.06.22 13:19


blog+enter 마흔일곱 번째 간행물입니다
월드컵으로 들끓는 요즘입니다.
7월11일까지는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리스전 경기에 감탄하다 아르헨티나전 경기에 아쉽고
그렇습니다.
오늘 새벽은 16강 진출의 키포인트가 될 나이지리아전이 있습니다.
그리스전의 전략과 선발 선수들을 기용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까요?ㅎㅎ
저의 바람입니다...그 기묘한 날씨에서 열심히 뛰고 응원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과 응원단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요

SBS가 단독방송을 하면서 생기는 웃지못할, 씁쓸한 해프닝들이 넘쳐납니다.
단독과 독점 혹은 독단은 매우 다른 것임에도
마치 같은 것인양 취급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Hurlkie's Enter-note에 있습니다.^^

새벽이면 16강 진출의 윤곽이 드러나겠군요...
완전 떨립니다...코리아 파이팅!!!

PS 1. 요즘 병이 걸렸습니다...귀차니즘 혹은 무기력증이라고 해야할까요?
이에 47호 포스팅이 좀 늦었습니다.
이메일 발송은 차질없이 제 때 됐습니다...^^;;;
모든 것이 귀찮고 하기 싫고
생각도, 움직이는 것도 아무 것도 하기 싫습니다.
그 원인은...아마도 너무 생각과 고민이 많아서 인듯합니다만...
이래저래..악순환이군요...

PS 2. 앞으로는 다운로드할 수 있는 PDF 판과
Hurlkie's Enter-note와 inddin만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PS 3. www.blog-enter.com을 참으로 오랫동안 방치했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정리해 다시 공지드립죠.
저의 주저리는 여기까지 입니다.^^
즐거운 월드컵 즐기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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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 발상과 유쾌한 비틀기, 전반부까지만…


발상은 기발하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아닌 방자와 성춘향이다. <춘향전>을 재해석한 <방자전>은 배용준․전도연․이미숙의 은밀한 로맨스를 다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쓰고, 2006년 한석규․김민정 주연의 <음란서생>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던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처럼 정절을 지키고 있는 여인의 정절을 두고 거는 내기나 <음란서생>처럼 조선시대 야설 작가는 양반이라는 획기적 발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김대우 감독의 이번 신작은 ‘춘향전’ 비틀기다.

음험한 몽룡, 도발적인 춘향, 순애보 방자


이몽룡(류승범)은 그렇고 그런 양반가의 자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에서처럼 반듯하지도 준수하지도 않다. 주색잡기에 심취한, 옷이라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으면 양반인지도 몰라볼 정도의 몰골에 권력에 한 야망도 큰 인물이다. 음험하고 계산속이 빠른 <방자전>의 몽룡은 원전의 변학도 저리가라다.
과거에 급제하지만, 암행어사의 권세가 예전만 못하다. “성공하려면 개성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승진이 빠르다”는 내관들의 귀띔에 동기생 변학도(송새벽)를 이용해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이라는 미담을 만들어낸다.
물론, 여기에는 신분상승을 꿈꾸는 춘향(조여정)의 조력이 있었다. 두 남자의 사랑,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 종놈의 사랑과 사대부가 자제의 추파를 받고 있는 춘향은 원전의 춘향처럼 순애보적인 인물은 아니다.
어머니에 의해서 세뇌된 ‘신분상승’의 꿈에 꽤 집중하고 있다. 어느 날 밤, 몰래 숨어든 방자(김주혁)와 살을 섞고도 ‘이몽룡과 잘 되게 돕는다’는 서약서를 받아 챙긴다. 그리고 바로 몽룡과도 밤을 보내곤 ‘버리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낸다.
몽룡이 과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면서 방자에게 서약서를 훔쳐오도록 시킨 것을 안 춘향은 글을 모르는 방자에게 방자 자신의 서약서를 들려 보낸다. 결국 남원에서 방자와 꽤 정 좋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춘향은 여전히 신분 상승의 꿈을 접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과거에 급제한 이몽룡이 미끼를 던져온다. 꺾기 힘든 여인에 끌리는 변학도의 수청 명령을 거절하고 서방인 이몽룡에 대한 순정을 지키는 ‘쇼’의 여주인공이 된 것이다. 하지만 춘향은 마지막까지 영악하지도 발칙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여기 방자가 있다. 모시는 도련님 몽룡을 따라 청풍각에 갔다 춘향을 만나 첫눈에 반하고 만다. 도도하기로 소문난 춘향을 말 그대로 ‘노리고’ 있는 몽룡의 명을 받아 방자는 춘향과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선 자리에서 춘향을 취하려 행패를 부리는 무뢰한에게서 춘향을 구해주게 된다.
이처럼 남자답고 강직한 방자는 떠내려가는 춘향의 꽃신을 건지기 위해 계곡에 몸을 던지는 섬세하고 자상한 남자이며 몽룡과 춘향이 벌이는 ‘쇼’임을 알고도 고난을 당하는 춘향을 위해 변학도에 머리를 조아리고, 절개를 지키는 순정남이다.

발칙하고 도발적인 전반부


극의 전반부는 <춘향전>을 비튼다는 발칙한 기획의도답게 유머러스하고 유쾌하며 꽤 섹시하다. 극 전반부의 한 축인 도발적이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끄는 일등공신은 마 노인(오달수)이다. 월매가 질투에 눈이 멀어 여동생의 눈을 멀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며, 뭇 여성을 울린 작업의 고수이기도 하다.
의뭉스런 눈빛과 적절하고 절묘한 몸놀림, 교묘하게 도발하는 세치 혀, 병석에 누워서도 멈추지 않는 음담패설은 마치 속궁합이 잘 들어맞는 부부의 정사처럼 유연하게 리듬을 타며 극에 유머를 불어넣는다.
이에 방자와 마 노인의 조합은 방자와 춘향만큼이나 잘 어울린다. 방자에게 훈수를 두는 마 노인을 연기하는 오달수 특유의 유머코드는 <음란서생>에서도 발휘된 바 있는 성(性)에 대한 김대우 감독의 재치와 어우러지며 유쾌함을 선사한다.
전반부를 이끄는 한 축인 농익은 에로티시즘은 그 수위가 꽤 높은 방자와 춘향의 직접적인 정사신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상징과 함축으로 표출된다. 신음소리와 춘향의 몸종 향단(류현경)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몽룡과의 정사나 정사신 뒤에 이어지는 하얀 막걸리가 튀는 장면, 고기의 맛과 식감에 대한 대화 등은 은근하고도 고단수의 성적 표현이다.
이처럼 유쾌하면서도 발칙하고 도발적인 이 전반부까지 방자와 춘향, 그리고 몽룡의 캐릭터는 꽤 매력적이고, 각자 살아 움직이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장르의 반전, 블랙코미디?


뛰어난 영상미와 도발적이고도 파격적인 성 코드,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이야기 등으로 기발한 발상을 영상화시키던 극은, 몽룡이 과거에 급제를 하면서 어쩐 일인지 블랙코미디로 급변한다.
이 시점부터 방자와 함께 지내며 연애에 대한 훈수를 두던 작업고수 마 노인, 그와 얽힌 사연의 또 다른 주인공 월매와 그녀의 여동생, 쉽게 달아오르는 몸종 향단 등 꽤 위트 넘치던 인물들은 자취를 감추거나 방자를 잊지 못해 몽룡에게 몸을 던지는 무모한 인물로 변모한다.
몽룡은 과거에 급제하지만 내관들에게도 머리를 조아려야하는 허울만 좋은 ‘암행어사’ 신세다. 미담만으로 고속승진이 이뤄지는 시대라니, 참으로 시니컬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몽룡은 “그저 여자가 최고”라는 과거 급제 동기인 변학도를 자극해 춘향에게 보낸다. 그리고 춘향을 불러내 윈-윈 전략을 설파한다.
이 시점부터 영화는 가벼운 웃음과 위트 넘치는 풍자를 버리고 음울해진다. 진정으로 춘향을 핍박하는 변학도에 방자는 그저 무릎을 꿇고 빌 뿐이다. 춘향이 모두 ‘쇼’라고 귀띔을 해주었어도, 춘향을 살려달라고 빌다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춘향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묵직한 분위기에서도 살아 숨 쉬며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변학도다. 세상에서 좋은 것은 오롯이 여자뿐인, 오기와 승부욕이 발동해 춘향을 괴롭히며 가학적인 성행위를 즐기는 변학도는 의외로 꽤 자주적인 인물이다.
춘향처럼 몽룡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게 아닌가 했지만, 몽룡은 변학도의 승부욕을 자극했을 뿐 모든 행동은 변학도가 자처한 것들이다. 춘향과 방자는 물론 몽룡까지 지나치게 진지한 가운데 변학도만이 고군분투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변학도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중반부의 음울함을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다.
결국, 춘향과 몽룡의 ‘쇼’는 대흥행을 하고 두 사람은 혼인을 하게 된다. 혼인을 통해 춘향은 신분상승의 꿈을 이뤘고, 몽룡은 미담의 주인공이 돼 고속승진을 하게 된다. 춘향과 몽룡의 전략적 제휴에 속이 썩어 들어가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방자다.
방자는 여전히 춘향과 몽룡의 몸종으로 지내며 두 사람 곁을 지키고 있다. 참으로 눈물겨운 순정과 절개가 아닐 수 없다. 원전의 춘향이 방자에게로 고스란히 전이된 느낌이다. 계곡 위에서 공놀이를 하던 중 의도된 행동이든 실수로든 몽룡은 춘향을 절벽 아래로 밀어버린다.
승진을 위해 손을 잡기는 했지만, 왠지 발목을 잡힌 듯한 기분이 강했을 몽룡에게는 분명 ‘그러고자’ 했던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이에 방자는 절벽 아래 계곡물에 죽은 듯 떠 있는 춘향을 들쳐 업고 어딘가로 자취를 감춰버린다. 춘향과 방자가 공모한 쇼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듯 했다.

방자와 춘향의 비극적 사랑이야기


하지만 블랙코미디는 갑작스레 비극적 사랑을 노래하는 눈물 나는 로맨스로 전환된다. <방자전>의 반전은 이야기가 아닌 장르에서 이뤄진다.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풍자극에서 블랙코미디로, 그리고 슬픈 순애보로 장르는 극 마지막까지 전환된다.
‘이서방’이라 불리는, 장안에 소문난 재력가 방자가 책을 내고 싶어 작가(공형진)를 만나면서 시작한 <방자전>은 방자의 슬픈 순애보로 마무리 짓는다. 계곡에서 추락한 후, 어린아이가 돼 버린 춘향의 곁을 지키며 살아온 방자는 작가에게 “진짜 이야기가 아닌 춘향이 꿈꾸던 이야기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책에서라도 제대로 된 양반집 도련님을 만나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신분 상승을 이루기를 바라는 방자의 애틋한 정이 묻어난다. 그리고 자신은 “그저 뭐든 등장만 시켜 달라”는 방자는 춘향을 업고 ‘사랑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이 넘치는 사랑가는 정신을 놓친 춘향을 업고 방자가 읊조리는 한탄과도 같은 슬픈 사랑노래다. 그리고 <춘향전>은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인 춘향이 꿈꾸던 삶을 소설로라도 실현시키기 위한 방자의 애가인 셈이다. <춘향전>이라는 미담을 거짓이며 사기라고 조소하고 풍자하던 <방자전>이 급작스레 미담으로 회귀한 것이다.

어설픈 장르의 반전으로 발상의 빛이 바라다


<방자전>은 풍자극에서 블랙코미디로, 또다시 비극적 로맨스로 장르가 변모해 간다. 문제는 그 전이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데 있다. 마치 여기까지는 웃기고, 여기부터는 사회를 비판하고, 이 부분부터는 로맨스라고 누군가 명확하게 선을 그은 느낌이다.
자연스러운 리듬을 타고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춘향전’을 중심에 두고 옴니버스식으로 풀어간 작품이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 같은 어설픈 장르의 반전은 초반 살아 숨 쉬던 주요 캐릭터들을 잠재운다.
전반부 이후부터 생기를 잃고 있는 듯 없는 듯 하던 방자는 보다 대담한 풍운아여도 좋았을 것이다. 몽룡이 보다 비열하고 계산적인 인물로 그려지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 마치 신분제도의 희생양 혹은 양반 자제에 놀아난 기생의 딸로 전락한 춘향이 보다 발칙하고 영악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전반부만큼만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었다면 발칙하고도 과감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발상은 극대화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유는 전반부, 입체적으로 살아 숨 쉬고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만들어내던 농익은 해학과 은밀한 에로티시즘, 그리고 그 속에서 뭉근하게 배어 나오는 기분 좋은 비틀기와 유쾌함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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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상상? <방자전> 한국 박스오피스 1위


<춘향전>을 재해석한 <방자전>이 한국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춘향이 이몽룡이 아닌 방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한 <방자전>은 개봉 주말 60만9천70명(누적 관객수 88만5천39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자신이 하인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방자(김주혁)는 주인인 몽룡(류승범)을 따라 청풍각에 갔다 춘향(조여정)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몽룡 역시 춘향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포기하려고 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춘향 역시 남자답고 자상한 방자에 끌리지만 어머니 월매(김성령)가 오매불망하는 신분상승이라는 목표 역시 져버릴 수 없다. 방자는 함께 지내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 노인(오달수)의 훈수를 받아, 어느 날 밤 춘향의 방에 숨어든다.


방자와 밤을 보내고도 신분상승을 위해 몽룡과도 동침을 한 춘향은 정인 서약을 받아둔다. 몽룡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난 후, 방자는 월매의 인정을 받아 춘향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 중, 장원급제를 하고 돌아온 몽룡이 출세를 위해 춘향에게 거래를 제안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발칙하고 도발적일 것이라 예상했던 영화는 생각보다 비통하고 씁쓸한 순애보다. 꽤 높은 수위의 정사신들 역시 관객몰이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영화 대거 포진한 북미 박스오피스


북미 극장가에는 새로운 영화들이 대거 개봉했음에도 <슈렉 포에버 Shrek Forever After>가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3주차를 맞은 <슈렉 포에버>는 주말 동안 2천548만6천465 달러를 벌어들였고, 북미에서의 누적수익만도 1억8천322만9천453달러에 이른다.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Prince of Persia: The Sands of Time> <섹스 앤 더 시티 2 Sex and The City 2> 등 쟁쟁한 신작들 사이에서도 3주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0년 드림웍스 작품의 특징은 뒷심이다.
회차가 지나도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던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는 지난 회차까지 10주째 10위권에 머무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번 회차에도 14위를 차지한 <드래곤 길들이기>의 북미 누적수익은 2억1천388만3천143 달러에 이른다. <슈렉 포에버>도 비록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 못 미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꽤 오래도록 선전하고 있다.
이번 회차, 북미 극장가에는 <Get Him to the Greek> <Killers> <Marmaduke> <Splice> 등 새로운 영화들이 다수 개봉하며 차트 내에 대거 진입했다. 이 중에 눈에 띄는 작품은 2위에 랭크된 <Get Him to the Greek>다.


2008년작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Forgetting Sarah Marshall>의 스핀오프 격인 <Get Him to the Greek>는 이번 회차 개봉작 중 가장 적은 상영관(2천697개)을 확보하고도 1천757만955 달러를 벌어들이며 2위에 랭크됐다.
천박한 영국의 팝스타 앨도스 스노(러셀 브랜드 Russell Brand)와 레코드사 말단 직원 아론 그린버그(조나 힐 Jonah Hill)가 펼치는 할리우드 특유의 왁자지껄 코미디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The 40 Year Old Virgin, 2005> <사고친 후에 Knocked Up, 2007>, <슈퍼 배드 Super Bad, 2007> 등 성인 코미디의 최강자 주드 애퍼토우(Judd Apatow) 사단이 제작했다.
평단에서 가장 낮은 평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캐서린 헤이글(Katherine Marie Heigl), 애쉬튼 커쳐(Christopher Ashton Kutcher)의 액션 코미디 <Killers>와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된 개 마마듀크의 좌충우돌 적응기 <Mamaduke> , <큐브 Cube>의 빈센조 나탈리(Vincenzo Natali) 감독의 <Splice>는 개봉주말 각각 1천583만7천266 달러, 1천159만9천661 달러, 738만5천277 달러를 벌어들이며 3, 6, 8위에 랭크됐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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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Enter Vol. 46

Blog+Enter 2010.06.12 11:14


blog+enter 마흔여섯 번째 간행물입니다
지방선거가 있던 주여서 인지 개표방송 말고는 큰 이슈가 없는 호입니다.
Hurlkie's Enter-note에는 춘향전을 비튼 <방자전>에 대한 이야기 있습니다.

이제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이 개막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떨까 궁금하고 설레면서도...
밤샐 생각하면 또 아찔합니다.ㅡㅡ;;
그래도 설레는 마음이 훨씬 크긴 합니다.^^

오늘은 드디어 한국의 첫 경기인 그리스전이 있는 날입니다.
최초의 단독 중계인데...어떨까 모르겠습니다.
SBS가 드라마나 예능 등이 결방하거나 시간대를 바꾸어 방송하니
시청률 전체에 영향을 미치긴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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