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에 해당되는 글 37건

  1. 2009.04.14 [2002 방송21] 시사정보/한중수교 10주년 특집 프로그램들
  2. 2009.04.14 [2002 방송21] 방송현장 / 방송3사 영화시장 진출 현황
  3. 2009.04.14 [2001 방송21] 프로그램의 사회학/사극의 고증
  4. 2009.04.14 [2001 방송21] 연구기획 / 방송3사 자회사 연구
  5. 2009.04.14 [2000 방송21] 현장점검 / sbs 창사 10주년
  6. 2009.04.14 [2001 방송21] 특수영상/납량특집
  7. 2009.04.13 [1999 방송과 시청자] 현장의 세계_ 종합2 - 스탭별 인터뷰
  8. 2009.04.13 [1999 방송과 시청자] 현장의 세계_종합1 - 촬영현장 스케치
  9. 2009.04.13 [1999 방송과 시청자] 현장의 세계_시트콤 PD
  10. 2009.04.13 [1999 방송과 시청자] 현장의 세계_관현악단
  11. 2009.04.13 [1999 방송과 시청자] 현장의 세계_해설자
  12. 2009.04.13 [1999 방송과 시청자] 현장의 세계_무술감독
  13. 2009.04.10 [2000 방송과 시청자] 방송3사의 2000년 신년 계획
  14. 2009.04.10 [1999 방송과 시청자] 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이경실
  15. 2009.04.10 [1999 방송과 시청자] 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유정현
  16. 2009.04.10 [1999 방송과 시청자] 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이영자
  17. 2009.04.10 [1999 방송과 시청자] 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임성훈
  18. 2009.04.10 [1999 방송과 시청자] 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정은아
  19. 2009.04.10 [1999 방송과 시청자] 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이계진
  20. 2009.04.10 [1999 방송과 시청자] MBC 민족통일음악회
방송21 2002년 9월호, 종간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
'방송과 시청자'부터...벌써...10년째 일했던 곳인데...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거의 처음 시작했던 곳이기 때문이어선지...
종간되는 데 어찌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던지...
이로서 이제 방송 전문지는 몽창 없어진 거랍니다...ㅠㅠ
어여어여 복간해라...징징징

[ 한중수교 10주년 관련 특집 프로그램들 ] 다운로드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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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21 2002년 8월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

[ 방송3사 영화시장 진출 현황] 다운로드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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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21 2001년 9월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

[ 사극 고증 어떻게 볼 것인가 ]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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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21 2001년 4월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

[ 자회사 연구 ]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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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21 2000년 12월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

[ sbs 창사 10주년 ] 다운로드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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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바로 전에 사진 받고...
새벽에 동네 다방에서 특수분장사 인터뷰하고...
여러 사연이 많았던 기사입니다...^^
역시 특수분장의 세계는 오묘하고도 복잡하고도 경외스럽더라는...
아주 잠깐...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바로 접었습죠^^;;;

[ 납량특집 ] 다운로드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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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출자 김재순 부장 ]
현장 스탭들의 가족적인 울타리

"드라마를 한 번 제작하기 시작하면 집에 있는 가족보다 현장의 식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요. 같이 웃고, 잘못하면 야단도 치고...스탭들과 연출자의 관계가 아닌 형처럼 친구처럼 사랑이라는 끈끈한 줄로 연결되어 있죠. 간혹 귄위적이고, 자기본위적인 PD들도 없지는 않지만 모든 스탭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가는 거죠."
김 부장은 이렇게 현장분위기를 가족적인 상황으로 만들어 가고 이야기 속에 정성이 담겨지면 최단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가 있단다.
현장의 스탭들이 자신의 가족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1년을 쉬자 1년을 단막극만 하면서 기다려주는 스탭도 있다니...스탭들의 믿음, 이것이 바로 그의 재산이다.
한 컷 한 컷이 만들어져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시청자들에게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또 시청자들은 자기만족을 느끼고...스탭들간의 작은 사랑의 힘이 아주 큰 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이 김 부장의 얘기이다.
"PD는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의 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하죠. 따라서 연출자나 스탭이나 배우들이나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순수함' 입니다. 작품 해석을 하는 데 부정적인 면만을 보거나 어떤 자신의 욕심을 가지고 있다면 좋은 작품은 나올 수가 없어요. 어떤 형태로든 작품에 녹아들게 돼있거든요.
최선의 드라마는 질의 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시청자가 봐주는 드라마예요. 이는 순수한 감정으로 형상화해갈 때 가능하죠. 시청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의 활력소를 찾아주고..."
김 부장은 시청자들이 한 주를 기다렸다가 자신의 드라마를 봐줄 때 PD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단다.

[ 카메라 감독 전정근 ]
드라마적 영상으로의 재창조자

방송은 자연 그대로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자연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그 화면은 자연 그대로라고는 할 수 없다.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질 땐 꼭 '카메라'라는 매개물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방송 영상이란 건 그래요. 현실세계 속에 놓여 있는 자연 피사체들을 드라마의 영역 속에 이입시키는 거죠. 렌즈나, 필터, 여러 가지 앵글의 변화에 따라서 현실세계의 자연적인 것들을 드라마적 화면으로 포용할 수 있어야 하죠. 이러한 것들을 통해서 방송의 영상으로 시청자들과 일차적으로 만날 수 있죠. 그건 자연적 영상의 드라마적 화면으로의 재창조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카메라를 통해 직접적으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카메라 감독, 이 넓은 세상을 카메라라는 매체에 담아 브라운관이라는 작은 사각 프레임에 담을 방송 영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방송의 영상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자의 감정을 얼마만큼 사각의 프레임에 담아낼 수 있느냐' 이다.
"연기자들의 감정상태에 따라 카메라 앵글은 달라집니다. 화가 났을 때나 기쁜 순간일 때, 또 아주 슬프거나 서글픈 상태일 때, 이러한 상황들이나 감정들을 충분히 살려줄 수 있는 그림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이를 통해 시청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정의 정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영상이 되겠지만 말이에요. "
다른 길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전 감독은 뷰파인더에 빠진 천상 카메라꾼(?)이다.

[ 조명 감독 윤운용 ]
빛을 통해 영상의 극대화를 꿈꾼다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을 매개체로 하는 것들은 빛의 예술이다. 빛이 빠지면 세상은 어둠일 것이고 이는 방송의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어느 곳을 비추느냐에 따라 화면의 깊이가 달라지죠. 무조건 밝게만 하다고해서 좋은 영상이 나오는 건 아녜요. 빛은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러한 빛의 음양을 적절히 배합해서 가장 이상적인 색감이나 분위기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조명 감독의 책임이죠."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지는 그림들을 실제로 사람의 눈으로 본다면 아주 다르게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화면으로 보는 것이 좀더 좋아보이고, 고급스러워 보이고, 훨씬 돋보이고...이는 바로 조명에 의한 것이다. 배경이 아무리 좋아도 조명에 의한 명암이나 원근감 등을 살려주지 않는다면 그 그림은 좋은 그림이 될 수 없다.
"방송에서의 조명은 연출, 객관적 주관에 의한 조명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여 그림을 만들지만 드라마의 내용과 일치해야하고, 시청자들의 호응도 무시할 순 없으니까요. 또 어딘가에서 빛이 들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면 속에 녹아들게 해야 해요. 조명은 마술이에요. 어떤 방법으로, 명암을 어떻게, 원근감은 어느 정도로 표현할 것인가에 따라서 어떤 사물이나 인물은 크게 달라보일 수 있거든요. 이러한 고민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죠. "
신이 내린 자연 빛이 자연물을 돋보이게 한다면 방송에서의 빛은 드라마의 화면을 돋보이게 한다. 드라마의 영상은 바로 조명 감독이 재창조해낸 빛에 의해 다시 되살아난다.

[ FD 김태강 ]
촬영 준비 이상무

'floor director' 김태강 씨의 말에 의하면 마루 감독(?). 스튜디오 녹화에서 녹화가 들어가기 전, FD가 해야할 일은 연기자들의 스케줄에 따라 녹화 순서를 짜고, 미용과 분장, 의상, 연습 상황 등 녹화를 위한 모든 여건이 갖추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연출자, 기술감독 등이 있는 부조와 아래 세트에 있는 스탭, 연기자들 사이의 연결 역할이다. 부조에서의 전달사항을 인터콤을 통해 듣고 스튜디오에 정확히 전달하고, 체크하는 일이 FD의 일이다.
"야외 촬영에서는 연기자의 스케줄을 감안해서 스케줄을 작성하고, 미술, 카메라, 조명, 동시녹음 등의 스탭들과의 연락, 섭외담당과 협조해서 장소 협조까지...촬영이 원할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한 FD의 몫이에요."
이러한 일들을 위해 FD는 마당발이 될 수밖에 없다.

[ 스크립 라이터 김인숙 ]
현장에 따뜻한 시어머니

드라마 촬영은 얘기의 흐름대로 순서를 맞춰 찍지는 않는다. 이에 컷마다의 순서를 기억하고, 연결신과의 액션이나 소품, 의상, 머리 등을 맞추고, 편집기사가 편집을 하는 데 편리하도록 신을 정리하고, 서로의 컷이 튀지 않도록 체크하는 것이 스크립 라이터의 역할이다.
"현장에서 액션이나 대사, 그림을 세밀히 확인하고, 지적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신경질적인 날카로움과는 다른 신경의 날카로움과 꼼꼼함이 필요해요. 연기자에게 '여기는 이게 아니다' '그 신은 이거다' 자꾸만 실수한 것이나 잘못된 점을 고치도록 하니까 연기자들에겐 시어머니같겠죠?"
하지만 현장에서 연기자들을 가장 따뜻하게 챙기는 스탭은 단연 스크립 라이터인 인숙 씨.

[ 분장사 허학종 ]
연기자의 얼굴을 만드는 꼼꼼맨

남자 연기자들의 얼굴을 메이크업해주고, 연기자에게 가발이 필요하다면 가발을 준비하고, 땀이 필요하면 땀을 찍어주고, 눈물이 필요하면 글리세린을 넣어주고, 연기자가 피를 흘려야 할 상황이면 피도 흘리게 해주고, 연기자의 화장이 떴거나 지워진 곳이 있으면 촬영 중간중간 메이크업도 고쳐주어야 하고...방송의 촬영 현장에서 분장사가 해야할일은 참 많기도 하다.
"작품의 등장 인물의 설정에 맞게 연기자를 분장으로서 표현해주어야 해요. 아무 사전 지식없이 분장을 마친 연기자를 보기만 해도 어떤 인물이구나를 알 수 있게끔 말이에요.
얼굴을 바탕으로한 미술이기 때문에 창의력도 있어야 하고, 아주 작은 것까지 신경써야하는 섬세함도 있어야 하는 것이 방송에서의 분장사죠."
작품마다 새로운 인물을 창출해 나가는 작업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낮없이 고생해도 분장사 허학종 씨는 신바람이 난다.

[ 섭외담당 이정훈 ]
대외 접대(?) 전문

드라마의 공간적인 배경은 연출자의 요구와 드라마 등장인물의 캐릭터, 연기자의 의상에 따라, 그리고 어떤 신인가에 방향을 맞추어 제공되어야 한다. 모든 촬영 차량의 주차가 가능한지, 장소간의 동선은 어떤지 고려하고, 또한 방송사와 장소를 제공해주는 업주 사이에 마찰이 없도록 해야한다. 이는 모두 섭외담당자의 몫이다.
"무조건 장소 제공자를 찾아가서 '장소 좀 빌려주세요' 할 수는 없어요. 경찰서나 구청 등 그 장소 주위의 관공서 등을 돌면서 그 장소가 촬영에 적절한가, 그 장소를 빌릴 수 있는지 등 그 장소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이 부딪혀야죠. 방송의 섭외 담당자는 일반인이 모르는 이색 장소를 찾아내는 것만으로 일이 끝나지 않아요. 이를 드라마의 공간 배경으로 연결을 시키는 것까지 책임져야 하거든요."
장소 제공자를 관리하고, 촬영장의 뒷처리까지 책임져야 하는 방송의 섭외담당은 대외 접대의 전문가이다.

[ 동시녹음가 최경규 ]
현장의 소리에 색을 입힌다

예전과는 달리 더빙보다는 동시녹음을 선호하는 요즘의 방송에서 동시녹음은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장의 모든 소리와 연기자의 감정을 그 자리에서 수록하고, 그 감정을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동시녹음가의 역할이다.
"소리는 저마다 색깔이 달라요. 바스트 샷이나 풀샷, 타이트샷 모두 그 색깔은 같을 수가 없어요. 주변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연기자에 따라서도 그 소리의 색은 달라지죠.
소리를 수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연기자의 감정이에요. 연기자의 감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잡음은 감수하는 편이죠."
감정의 순간은 금방 지나간다. 그 순간을 기계를 통해, 귀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해서 화면이 없어도 그 상황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노력하는 동시녹음가는 '순간의 승부사'이다.

[ 조연출 김상현 ]
현장 통제를 책임진다

연출자가 되기 위해 적어도 몇 년 이상은 '조연출'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들은 현장의 각 분야의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연출자와 다르고, 행정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 점에서 FD와도 다르다.
"현장에서 FD와 함께 소도구나 연기자의 분장, 미용, 의상 등의 준비 상황들을 챙겨서 촬영이 원할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해요. 그리고 공문을 전달해야 할 때는 그것도 책임져야 하고, 촬영 진행 상황에서 생겨나는 금전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조연출의 몫이죠. 촬영기간이 빠듯할 땐, 전 스탭들이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을 때, 편집을 진행하기도 하고, 따로 대사를 더빙해야 할 땐 더빙도 하고..."
현장에서 조연출의 역할도 만만치가 않다.

[ 소도구담당 유 청 ]
배경의 물품 조달자

"6,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원래 그 시대에 맞는 소품들을 이용해야 하죠. 하지만 '아름다운 죄'와 같은 드라마는 철수와 영희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부각시키기 위해 아름다운 화면을 중시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대본상 시대물이지만 카메라가 좀더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 수 있게끔 시대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같은 배경에 같은 얘기라 해도 어느 것을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소품들은 달라지죠."
소도구 담당자는 제공된 장소에 필요한 물품들을 조달함으로서 방송적 그림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 소품들은 카메라가 좀더 그럴듯한, 그리고 현실에 가깝지만 좀더 아름다운 그림을 잡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 코디네이터 이경숙 ]
색을 잡아라

브라운관은 대부분의 것을 변질시킨다. 특히 색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같은 빨강이라도 화면에는 분명 다르게 비쳐지게 마련이다.
"드라마의 코디네이터는 의상 담당자와 협조해서 의상의 협찬을 연결시키는 일을 해요. 연기자가 모든 의상을 구입할 수는 없거든요. 그리고 작품의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맞게, 그리고 연기자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고려해서 의상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한 의상의 색이나 패턴에도 신경을 써야 해요. 모니터에 비춰질 땐 많이 달라지거든요."
화면상에서 변하는 색을 조절하는 것, 바로 코디네이터 이경숙 씨의 몫이다.

[ 미용담당 박미숙 ]
빠르게 자연스럽게...

방송의 촬영 현장은 숨가쁘게 돌아간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신에 맞게, 작품 속의 캐릭터에 맞게 그리고 의상에 맞춰, 연기자의 개성에 맞춰 여자 연기자들의 머리를 단시간 내에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현장에서 미용담당의 역할이다.
"방송에서의 미용은 예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준비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빠른 시간 내에 완성을 시켜야 해요. 그리고 방송의 미용은 '미용실에 갔다 온' 티가 나서는 안돼요. 평상시의 머리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중요하거든요. 드라마는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얘기들이잖아요."
연기자의 머리는 박미숙 씨의 정갈한 손끝에서 마무리된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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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세계 / 종합

수십명의 스탭들이 한덩어리로 움직이며 협력해가는 방송의 촬영 현장. 이제 2년 6개월 동안의 연재를 마치며 종합편으로 그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적지 않은 세월 동안 '현장의 세계'라는 코너에서 짚어본 방송의 각 제작 분야 스탭들의 일상과 이야기를 통해 방송과 시청자들이 좀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

11월 16일. SBS 새 주말연속극 '아름다운 죄' 촬영현장

8시. 여의도 SBS 앞
7시 45분. 보통의 사람들이 휴일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일요일 아침, 여의도 SBS 앞에는 새주말연속극 '아름다운 죄'의 스탭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출발시간인 8시 정각이 되자, 촬영 현장으로 직접 오기로한 김재순 PD, FD 김태강 씨 등 연출부를 제외한 모든 스탭들이 촬영 버스에 올라 촬영장으로 향했다.

8시 20분. 예술의 전당 도착
20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스탭들은 연출부와 9시에 집합하기로 했다는 진행보조 진만 씨의 말에 어제 밤늦게까지 촬영하느라 모자란 잠을 보충하느라 눈을 감는다.
9시 5분 전. 김재순 PD와 태강 씨가 버스에 올랐고, 전정근 카메라 감독과 윤운용 조명 감독의 지휘에 따라 카메라팀과 조명팀이 오페라 하우스로 장비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9시 20분. 오페라 하우스 5층 합주실
외경을 촬영하려다가 합주실을 제외한 곳은 촬영 허가를 받지않았다는 이유로 섭외담당 정훈 씨가 이리저리 쫒아다니기를 수차례, 결국 외경 촬영을 포기하고 9시 20분이 되어서야 합주실로 향했다.
김재순 PD와 전 감독, 윤 감독이 무대 위에 올라 영희 역으로 나오는 탤런트 조은숙 씨가 칠 피아노를 정리하도록 시킨다.
"천정에 할로겐 전구 끄자."
"피아노 열어봐...이동차 준비해야 겠다."
"태강아 오늘 이동이 어떻게 되지?"
"합주실이 11시 까지 비워줘야 하구요, 11시에 퇴촌 분원리로 가서 영희 엄마 무덤, 어느 강가 찍고, 영희가 철수 따귀때리는 신 다음에 엄정화 씨 자동차 신 찍고, 별장 앞 신까지에요."
"정훈아, 별장은 어디 잡았냐? 내부도 촬영되냐?" "강촌인데요...내부에 가구가 안좋아서 스튜디오 촬영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내일 모레가 춘천 출장인데 오늘 강촌을 가자고...갔다가 어떻게 서울로 오려고...오늘 일요일이라 도로가 엄청 밀린다."
"별장 외경만 찍을거니까..."
무대 위의 촬영이 준비되는 동안, 김 PD와 카메라 감독, 조명 감독, FD 태강 씨, 섭외 정훈 씨는 오늘 전체 일정을 논의 중이다. 결국 별장은 분원 근처에서 잡기로 결론을 내렸다.
9시 35분, 카메라의 이동차와 조명들을 옮기느라 여러 스탭들의 도움을 받아 카메라 팀과 조명팀이 1층에서 합주실이 있는 5층을 몇 번씩을 오르내린다.

9시 40분. 영희 피아노 치는 신
"40세 이상 되신 분은 자신의 재떨이를 들고 다니시면서 담배 피우시고, 40세 이하는 절대로 담배를 피워선 안됩니다. 여기 금연이에요."
섭외담당인 정훈 씨의 당부의 말을 시작으로 분주히 움직이던 스탭들은 촬영에 들어갔다. '고보(조명의 빛을 차단하는 조명 도구)를 가져와라' '반사판(조명을 간접적으로 반사시켜 주기위한 조명 도구)을 가져와라' '시선을 맞춰라' '카메라를 이동차에서 내려라' 무대 위에서 신이 촬영되는 동안, 태강 씨는 정훈 씨와 별장 섭외에 대해 논의를 계속한다.
김 PD는 신을 설명하고, 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설명하고, 전 감독은 카메라 앵글에 맞게 연기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조명의 윤 감독은 신에 따라 조명의 변화를 지시하고, 인숙 씨는 김 PD의 옆에서 신을 정리하느라 분주하고, 태강 씨의 전화는 계속 울려대고...제각각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서 10시, 영희의 피아노 신은 마무리되었다.

10시. 영희를 찾은 철수신
"정준호 씨 오세요." 이미 학종 씨에게 분장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탤런트 정준호 씨가 합주실에 들어서자, 소도구를 담당하고 있는 이갑호 씨와 유 청 씨는 정준호 씨에게 가방을 건넨다.
"옆으로 메고, 줄이 좀 길면 줄일까?...괜찮아?"
"자, 문쪽에 있는 장비들 반대편으로 다 치워주세요."
태강 씨의 말에 모든 스탭들이 움직여 문쪽에 있던 장비나 소도구들을 창가 쪽으로 옮긴다.
"자, 이제 준호 들어오면서 좌악-응? 됐지? 전 감독?" "윤 감독, 준호한테 조명을 주긴 주는데..." "얼굴 안나오게? " "어떻게 알았어? 불끄자."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김 감독의 요구를 전 감독과 윤 감독은 잘도 알아 듣는다. 스탭들은 서로 구지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불이 꺼지면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는 영희를 찾은 철수의 신 촬영이 시작되었다. 무대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풀샷으로, 타이트샷으로...앵글이 변화될 때마다, 카메라팀들은 장비를 옮기느라 바쁘고, 또 이에 따라 조명팀들도 윤 감독의 지시에 따라 조명을 바꾸느라 바쁘다.
"자, 준호는 영희 보고 있는 상태에서 1, 2, 3, 4, 5...컷! 하면 그대로 고개 약간 돌리고 나가는 거야."
"인숙이는 편집기사한테 잘 얘기해. 먼저 준호 받고, 은숙이 받고, 다시 준호받고..."
연기자며 스탭들에게 하는 김 PD의 설명은 자상하고, 따뜻하다.
10시 25분. 철수 신이 마무리되고, 10시 55분. 비워주기로한 약속시간에 맞추어 영희의 첼로 신과 피아노를 치는 대역의 손 촬영을 간단하게 끝냈다.

11시 10분. 이동
"자, 원위치 잘 시켜놓고...우린 여기 안왔던거야. 흔적을 남기지 말고 정리 잘해. 담배꽁초, 컵 다 치우고..."
김 PD의 당부에 정훈 씨와 태강 씨를 비롯한 연출팀들이 뒷정리를 마치고 11시, 진행 보조 진만 씨의 지시에 따라 이동을 위해 버스에 올랐다.
일요일이어선지 교외로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늘어나 막히기 시작하더니 12시 25분이 되어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식사하시고, 1시 10분까지 집합입니다."

1시 35분. 영희 엄마의 무덤신
다른 스탭들이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분장의 허학종 씨와 미용의 박미숙, 의상의 이경숙 씨는 먼저 버스에 올랐다. 미리 연기자들의 분장과 미용, 의상을 체크하기 위해서이다. 학종 씨는 미리 준비한 정준호 씨의 더벅머리 가발을 씌워고, 미숙 씨와 경숙 씨는 조은숙 씨가 준비한 의상과 머리를 정리한다.
1시 35분.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 길가의 무덤 앞에 도착하자 김 PD와 전 감독, 윤 감독, 태강 씨, 조연출 상현 씨, 카메라 보조 동하 씨 등은 무덤이 있는 산위로 올랐다. 미리 카메라 앵글을 보고, 그림의 구도를 잡기 위해서이다.
소품차가 길을 잘못들어 잠시 동안 대기 상태가 되었다가 45분, 유 청 씨가 촬영에 쓰일 흰 국화 꽃바구니를 가지고 올라오면서 촬영은 시작되었다.
"은숙아 무덤에 풀뽑고...무덤쪽으로 좀더 들어와. 그래...다음 대사 '엄마 용서해 주세요. 아빠'야. 그리고 나서 몸을 약간만 돌려서 나가자. 시선은 무덤쪽으로 하고..."
"학종이 형, 눈물 좀 찍어 주세요."
"감독님, 좀전 신이랑 대사가 좀 다른데요."
"괜찮아 맥만 안끊기면 되니까..."
김 PD는 여러번 찍는 신이 별로 없다. 스탭간의 호흡이 척척 맞아 떨어지기 때문인지 시원시원하게 OK 사인이 떨어진다.

2시 10분. 이동
2시 10분. 무덤신이 마무리되고 다음 촬영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스탭들은 버스로 향했다. 상현 씨와 태강 씨가 연기자 차와 소품차, 카메라 장비차, 발전차 등을 먼저 떠나 보내고 버스로 올라서자 미용 담당의 미숙 씨가 연기자 조은숙 씨와 얘기중이다.
"영희가 대학에 가면 짧은 머리로 바꿔야 하는데...그리고 머리 양쪽으로 따을 때, 뒤에 가리마가 좀 이상해. 어제도 왼쪽이 머리숱이 더 많았고...먼저 머리를 손가락은 쭉 훑은 다음에..."
2시 25분. 먼저 보낸 스탭들과 촬영 준비를 위해 상현 씨와 태강 씨가 먼저 버스에서 내렸다.

2시 45분. 철수의 강가신
강가에 조명이며 반사판, 고보 등의 조명 기구와 트라이포트 등의 카메라 장비가 들어가며 촬영 준비가 한창이다. 촬영준비를 마친 45분, 스탭들은 강가에 모두 모여들자 정훈 씨는 다음신에 쓰일 별장을 섭외하기 위해 현장을 떠난다.
"저기 강 건너에 흰 비닐봉지 카메라에 잡힌다. 돌던져서 떠내려 보내자."
장난기가 발동한 전 감독과 김 PD, 윤 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의 돌팔매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문제거리를 해결한 50분, 철수가 엄마를 생각하며 강에 꽃을 띄워보내는 신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자, 인숙아 이 신이 영희가 산소에 절하려고 앉은 다음이야...자 준호 들어와봐."
촬영이 진행되면서 동네에서 모여든 꼬마들의 소음으로 동시녹음의 경규 씨가 괴롭다. 태강 씨, 상현 씨가 통제에 나서고, 이제 조용해졌구나 싶었더니 이번엔 모형 비행기의 모터소리가 요란하다. 진만 씨가 뛰어가고, 잠시 조용해지나 싶더니 이번엔 진짜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간다. 경규 씨의 수난이다.이 신은 10분만에 OK사인이 떨어졌다.

3시 20분. 철수와 영희의 갈대밭신
"준호는 지금 감정 좋았다. 이제 가서 옷갈아 입고...자, 태강아, 저기 강건너 갈대숲 속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지 봐봐."
갈대숲의 사전답사가 끝난 뒤, 카메라의 전 감독을 비롯한 카메라팀과 김 PD만을 남겨두고, 전 스탭이 갈대숲 쪽으로 건너갔다. 연기자의 위치를 잡고, 조명을 밝히고...촬영준비가 마무리되고, 연기자 정준호 씨와 조은숙 씨가 나타난 3시 20분, 자신의 부모들의 재혼으로 인해 남매가 된 철수와 영희가 사랑을 맹세하는 애절한 신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애절한 신이어선지 김 PD가 꽤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왠만해선 한두 번만에 OK을 외치던 김 PD가 여러 번의 연습에도 불구하고 계속에서 '다시'를 외쳐댄다. 겨울이어선지 4시가 되기도 전에 벌써 주위는 어둑어둑해져가고 촬영진들의 마음은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3시 45분, 영희가 철수의 따귀를 때리는 신을 마지막으로 영희의 신은 마무리되고, 이제 철수의 뒤집기신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카메라의 이동차가 다시 동원됐고, 연기자들의 위치와 시선을 맞추는 데 약간의 시간을 지체하고 4시에 철수의 신은 마무리되었다.
4시 20분, 달려가는 영희를 바라보는 철수의 신을 마지막으로 갈대밭신은 끝이 났다.

4시 20분. 뚝방신
철수가 영희를 쫒아가는 뚝방신을 찍기 위해 뚝방으로 향했다. 아직 하나의 낮신을 더 찍어하는데 야속한 겨울 하늘은 스탭들의 마음을 급하게만 한다.
"여기는 오디오 없죠? 해 떨어지는 데 나중에 따도 되잖아요." "준호야, 빨리빨리 움직여라. 해떨어진다. 자, 태강이 뛰어봐."
김 PD의 지시에 태강 씨가 '영희야'를 외치며 뛰는 바람에 해떨어진다고 긴장이 감돌던 현장에 웃음이 터진다. "자, 준호야 저렇게 뛰는 거야."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조명들을 정리하며 이동준비를 서두른다.
4시 25분. 한 번에 OK사인이 떨어지고, 스탭들은 철수를 하느라 부랴부랴 움직이는 속에서 태강 씨와 상현 씨가 촬영 때문에 모형 비행기를 못날렸던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죄송했습니다."

4시 35분. 자동차신
조명이며, 카메라, 소품 등을 정리하고,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곳에 도착하니 이미 연기자 엄정화 씨와 레커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자, 빨리 가자. 해떨어져."
4시 35분. 촬영차량 내에 대사를 따기 위해 오른 동시 녹음의 경규 씨와, 김 PD, 전 감독, 윤 감독 등이 자동차신을 위해 촬영장소로 떠났다. 뒤에 남은 학종 씨는 연기자 정준호 씨의 가발을 벗겨주고, 메이크업을 지워주는 등 촬영의 마무리를 해준다.
"자 이제 준호 씨랑 은숙 씨는 오늘 촬영은 쫑이에요. 조심해서 가시고, 내일도 8시 여의도 본사 앞 집합입니다." 상현 씨와 태강 씨가 촬영이 끝난 연기자들을 돌려 보내고 서둘러 촬영장으로 향한다.
그리 복잡한 신은 아니지만 김 PD와 전 감독이 꽤 신경을 쓰는 신이다 보니 꽤 여러 번에 걸쳐 촬영이 진행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찬 날씨에 쌩쌩 달리는 레커차 위는 코가 시리고, 온몸이 덜덜 떨려오는 데도 스탭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5시 30분. 자동차신은 마무리되고, 스탭들의 온몸은 그제서야 떨려오기 시작한다.

5시 50분. 별장신
"정화 이리와봐. 큐사인주면 차몰고 별장 정원으로 들어와서, 다시 큐사인 받고 내려서, 불빛 발견하고 좋아서 뛰어 들어가는거야."
정훈 씨를 따라 촬영이 이루어질 별장에 도착한 5시 40분, 이제 해는 보이지 않고 사위는 점점 더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김 PD가 연기자 엄정화 씨에게 동선을 설명하고는 5시 50분,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윤 감독, 집안에 조명 하나만 넣어줘...그리고 자동차 백밀러에 라이트 안튀나?"
촬영이 시작된 지 10여분만인 6시 5분, 제작진들은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6시 10분. 서울로
"감독님, 내일부터 편집 좀 시킬께요."
"그래, 준호받고, 은숙이 받는 신 편집 좀 신경쓰고, 음악도 잘하고..."
스탭들이 장비를 옮기고 현장을 정리하는 동안 김 PD와 상현 씨가 22일 첫방송될 촬영분의 편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내일 여의도 본사서 8시 출발이다. 내일부터 춘천 출장이니까 잊지 말고...조심해서 가."
오늘 촬영한 녹화 테이프와 편집 콘티를 위해 탄현 제작센터로 들어가야 한다는 스크립 라이터 인숙 씨를 실은 봉고가 차량들로 꽉 들어찬 고속도로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을 보고나서 스탭들은 저녁식사를 위해 버스로 향했다. 이렇게 하루는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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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세계 / 시트콤 PD

감동이 있는 웃음 제조기


'오박사네 사람들'로 붐을 일으켜, 이제 서서히 전문 분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요즘의 시트콤, 그 시트콤을 선두지휘하는 것은 당연히 연출자의 몫이다. 아이템 개발과 작가들과의 대본 공동 창작, 부조에서의 연출자 등 그들이 감당해야할 몫은 너무나도 많다. 쇼적 요소와 코미디적 요소 거기에 드라마적 구성과 감동을 담아내야 하는 시트콤, 이를 이끌어 가는 시트콤 PD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9월 7일. SBS 일산 스튜디오 Miss & Mr 녹화 현장

10시 20분. SBS 일산 스튜디오 도착
아직까지도 여름 햇살의 조각들이 남아있는 늦여름의 일요일, 분주하게 분장실을 오가고 있는 김원희, 이진우, 최민식, 박성미, 이성룡 등의 출연자들 사이로 김병욱 PD가 들어선다. 시트콤 Miss & Mr의 연출을 맡고 있는 김병욱 PD는 어제 혼자서 배우들의 동선과 카메라 앵글을 잡느라 늦게까지 작업을 한 탓인지 피곤한 기색이다.

10시 35분. B 스튜디오로
그도 그럴 것이 시트콤에서 PD의 몫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작가의 단독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드라마 대본 작업과는 달리 시트콤은 6명 정도의 작가와 PD의 공동 창작으로 대본이 완성된다. 거기에 드라마나 쇼와는 달라서 특별히 카메라나 배우들의 동선 콘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시트콤 PD의 머리 속은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김 PD는 리허설을 위해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세트의 마지막 작업이 한창이고, 조명 확인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B스튜디오로 들어선다.
"자, 바로 리허설 들어갑시다."

10시 45분. 64화 '공포의 요리사' 리허설
"자, 8페이지 원희 거실신부터 갑니다." "진우는 거기서 들어오고 얘기하다가 진우가 일어서 나가면 원희는 소파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진우를 잡아...그래, 그렇게..."
"다음은 25페이지 주방신...원희는 요리하고 있고, 민식, 성미, 진우, 이다도시는 한 번 먹어보고 찡그린다...조 선배 이따가 여기서 제가 카메라 앵글 콜을 따로 할께요. 원희가 먼저 컷을 받고, 투샷(두 사람을 잡는 카메라 앵글) 받았다가 바로 풀샷(전체적으로 잡는 카메라 컷)으로 넘어가야 하거든요." "스테이크가 맛없어서 후닥닥 휴지통에 다 버리고 나서 민식이가 너무 맛있으니 더 없냐고 원희한테 묻고 원희가 더 주겠다고 할 때, 대본에는 없는데...나머지 세 사람이 민식 막 때리려고 하는 거야..." "진우는 소리를 좀 높게 하고...(중략)...원희가 입구쪽에 서고, 진우가 안쪽으로 서...그래..."
대본에 없는 움직임이나 대사들도 생겨난다. 좀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김 PD의 장치이다.
"원희야, 수산시장 갔던 얘기하고 나서 주방쪽으로 다시 들어가 줘, 그래야 포동이가 들어올 공간이 생기니까."
11시 10분. 그렇게 일사천리로 움직이며 64화 리허설이 끝이 났다.

11시 15분. 65화 '내 이웃의 여자를 훔쳐 보지 마라' 리허설
미경과 남길이 아들인 포동에게 사준 망원경으로 남자들이 이웃집 여자를 훔쳐보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이 편은 아주 코믹한 장면이 많아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성룡이랑 미경이 신은 생략하고 포동방 가겠습니다."
"자, 포동이가 이웃집 여자 훔쳐보고 있을 때, 성룡이 들어오고, 포동이는 침대쪽으로 손들고 벌서는 거야...자 남길 거실 갑니다. 여기서 투샷 잡아주시고...미경이는 좀더 소리를 질러주시고..."
"풀샷으로 들어가다가 민식이 들어오면 원샷으로 잡아주세요."

11시 50분. 리허설 마무리
내용이 재미있는데도 불구하고 간간이 웃음은 터지고는 있지만 이전까지의 시원스럽고, 활기찬 웃음은 아닌 듯하다.
이번주 녹화를 마지막으로 출연자의 7~80퍼센트가 교체되어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PD로서는 신경이 안쓰일 리가 없다.
12시가 거의 다 되자 2회분의 리허설이 모두 끝났다.
"오늘은 1시에 슛들어가겠습니다...그리고 원희하고 이다도시는 저번주에 찍었던 침실에서 개다리춤 추는 신 다시 한 번 찍읍시다. 좀 재미가 없고, 부자연스럽게 나와서..."

11시 55분. 세트 디자이너와 회의
연기자들이나 다른 스텝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스튜디오를 전부 빠져나가고 한참 리허설의 끝마무리를 하고 있을 때, 세트 디자이너가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등장 인물이 바뀌다보니 세트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김 PD와 협의를 하기 위해서다.
"이 집이 해외여행을 많이 한 집이라 좀 특이한 인테리어 소품이 필요해요. 호랑이 가죽같은 거 있지, 아주 부유한 집이거든...그리고 이쪽 침실은 한 사람은 좀 내성적인 사람이고, 한 사람은 야구선수야. 그래서 한방이지만 한쪽은 회색이나 암갈색톤의 어두운 색조로 가고, 한쪽은 야구선수 방처럼 스포티하게...한방이지만 딱 양분되는 분위기 있지?"
"그럼 광고회사를 없애고, 스포츠센터 사무실로 하면되겠네요...이걸 지금 일주일만에 다 하라고..."
"마당은 그대로 있고, 방하나 터서 큰방 만들고, 주방은 그냥 지금 스타일이고, 방은 그대로 두고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만 좀 분위기를 바꿔주고...세트가 늘거나 줄지도 않게 큰 변화없게 신경은 썼는데..."

12시 10분. 대본 수정, 정리
12시 10분. 세트 디자이너와 회의를 끝낸 김 PD는 어제 작업을 했지만 현장에서 막바로 바뀐 연기자의 동선이나 대사, 카메라의 앵글을 정리하기 위해 2층에 있는 부조로 향했다.
시트콤은 가장 최근의 시사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대사가 바뀌거나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갑자기 리허설 혹은 심하면 녹화 도중에도 말이다. 미경이 이웃집 여자를 훔쳐보던 성룡 포동을 벌 세우면서 모 백화점 화장실의 몰래 카메라에 빗대어 비아냥거리는 대사가 다이애나비를 쫓던 파파라치 대사로 바뀐 것이 그 예이다. 시사에 가장 민감한 것이 시트콤이라는 것이 김병욱 PD의 말이다.

1시. 마이크 테스트
김 PD가 달라진 대사와 카메라 앵글을 적어 넣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을 때, 오디오팀은 마이크 테스트를 시작한다.
"13번, 7번...7번 마이크 다시...키는 좋다. 이펙트(효과음) 들어갑니다. 예 좋습니다..."
10분 동안의 마이크 테스트 후, 방청객들이 입장하느라 조연출 영기 씨와 진환 씨가 바쁘다. 녹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영기 씨가 부조에 있는 김 PD를 찾는다.
"감독님, 민식방신에 쓰일 의상이 준비가 안됐다고 해서요."
"왜 잠옷이 없는 거야? 그럼 1시 반에 들어가자. "
1시에 하기로 했던 녹화가 30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1시 15분. 김 PD는 녹화 마무리 준비로 거른 점심식사로 컵라면이라도 먹을까 해서 매점으로 향했다. 정식으로 식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고, 일요일이다 보니 매점도 문을 열지 않았다. 결국 김 PD는 자판기에서 유자차 한잔을 빼들고 매점을 나섰다. 오늘도 점심은 굶게 생긴 모양이다.

1시 20분. 카메라 테스트
"너무 억지로 웃지 마시고, 웃음이 날 때만 웃으세요."
김 PD가 부조에 들어서니 이미 관객들이 정리되어 있었고, 영기 씨가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시트콤은 방청객이 있는 상태에서 리허설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박장대소를 할만큼 재미있는 신이라도 한 번 봤을 때와 두 번 봤을 때의 그 웃음의 정도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억지 웃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웃음의 극대화와 자연스러움을 위한 장치이다.
1시 20분. 세 명의 카메라 감독들이 스튜디오로 들어와 카메라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김 PD를 비롯한 기술 감독, 오디오, 조명 감독 등이 부조에 모여 이제 10분 뒤에 있을 녹화를 기다리고 있다.

1시 30분. 64회 녹화 시작
"지난주에 녹화 떠 논 거 있으니까 금방 끝냅시다."
부조의 시계가 정확히 1시 30분을 가리키자 김 PD를 위시한 Miss & Mr의 스텝과 출연자들은 녹화에 들어갔다.
"영기야 오늘 너 현장에서 바람 좀 잡아야겠다. 이대로 가다간 완전히 칙칙해지겠다." "방청객 데리고 오신 조 차장님, 안녕하세요? 현장 분위기가 별로 안 좋으니까 방청객들 좀 재밌다고 해주세요."
교체될 연기자들이 마음을 다쳤을까, 재미있어야 할 시트콤이 칙칙한 분위기가 될까 김 PD는 그들을 신경쓰느라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닌 것 같다.
"자 9페이지부터 갑시다. 카메라 1 원희 클로즈업입니다. 카메라 3...컷...카메라 1 그대로...컷...카메라 2 풀샷입니다...컷...카메라 1 투샷...컷..." "원희가 나중에 진우가 모자 쓴 것보고 뭐라고 할 때 원희보고 진우 쪽으로 좀 붙으라고 해. 투샷 나올 수 있게..."

1시 45분. 모니터 확인
민식과 성미가 원희의 형편없는 요리 때문에 저녁을 굶어서 배가 고파 잠을 못이루는 신을 찍기 직전, 카메라에 촬영된 것이 녹화되는 테이프의 색상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녹화 테이프에 색깔이 카메라에 뜨는 화면보다 좀 노란 것 같아요?" "지난주 녹화 테이프에 이상없었어요? 녹화가 되면서 색상이 틀려지는 것 같네."
"동시에 녹화해보자. 영기야 카메라 1하고 카메라 3, 성미 얼굴 좀 타이트하게 잡아달라고 할래?"
부조에 있는 모니터의 색상을 확인하느라 녹화가 약간 지연되고 있었다.

1시 55분. 녹화 재개
대충 색상의 문제가 정리된 모양이다. 1시 55분. 속히 촬영은 다시 시작되었다.
"카메라 여기 중요합니다. 카메라 3 갔다가 카메라 2, 카메라 3....좀더 타이트하게 표정 클로즈업입니다..."
녹화에 들어가자 김 PD는 바쁘기 짝이 없다. 대본보랴, 카메라에게 앵글 등을 콜하랴, 연기자들의 동선 설명하랴...머릿속에 있던 영상들이 재미있는 시트콤을 만들어간다.
부조의 모니터의 색조 때문에 약간의 지체만이 있었을 뿐, 별 무리없이 64화의 녹화는 2시 55분에 마무리되었다.
"영기야, 준비 빨리 끝내고 바로 65화 녹화가자."

3시 10분. 65화 녹화
"진우가 들어오는 컷부터입니다. 카메라 2가 풀샷이고, 카메라 3가 원희 웨이스트 샷이에요. 좀 타이트하게..."
"이 신은 카메라 두 대만 있어도 되니까 한 대는 거실로 가 있으라고 하고..."
"거긴 코믹한 표정이 아니라 황당한 표정이어야 해."
이제 연기자들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는지 아니면 65화가 워낙 재미있는 내용이어선지 64화 녹화 때와는 달리 연기자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NG를 내곤한다. 덩달아 부조에도 웃음이 터지고 만다. 이것이 시트콤 Miss & Mr의 녹화 분위기이다. 너무 재미있어 죽겠다는 분위기 말이다.
시트콤에는 거의 NG가 없다. 시트콤에서의 NG는 대사를 잊었다든가 너무 웃겨서 갑자기 웃음이 터진 상황일 때뿐이다. 드라마처럼 대사가 틀렸거나 두 연기자들의 대사가 겹쳤거나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촬영하는 것이 아니다. NG가 나기 전까지의 촬영분을 최대한 살려둔다. 첫 번째 유머 연기가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아무래도 김이 빠지고 만다.
또한 뒤집어 찍기(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대화하는 경우, 한 연기자의 대사분을 먼저 찍고 나서 다른 연기자의 대사분을 촬영하는 것)도 없다. 뒤집어 찍기는 대사를 위해 한템포 늦추거나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연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움이 떨어진다.
이는 시트콤이 자연스런 웃음을 위한 흐름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연기자들의 애드립(즉흥적인 대사)이 들어가거나 대본에 없는 행동들도 대본과 같은 상황에서 연기자들이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자연스러운 웃음의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5시 10분. 녹화 마무리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 김 PD는 대본에 무언가를 쓰고, 다시 지우고, 다시 쓰고하는 데 열심이다. 드라마는 이미 콘티가 있어 그대로 찍지만 그때그때의 상황에 순발력있게 바꾸고, 지우고, 덧붙이고 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시트콤이다. 약간의 소음과 분장 문제로 약간의 지체가 있었을 뿐, 별문제 없이 녹화는 5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수고했어요. "
김 PD는 녹화가 끝나서야 근 5시간만에야 부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연기자들도 이미 지쳤고, 스탭들도 마찬가지이다. 김병욱 PD는 스튜디오를 찾아 마무리를 부탁하고는 그때서야 놓쳐버린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섰다. 김병욱 PD의 힘겨운 일주일의 시작인 것이다.

[ 김병욱 PD 인터뷰 ]
시트콤은 드라마와 코미디 그리고 쇼와 많이 닮아있다. 반면에 많은 다른 점도 가지고 있다. 쇼 프로그램 만큼이나 많은 회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과 관객들을 앞에 두고 녹화를 한다는 것이 쇼와 닮았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코미디와 닮았다. 거기에 설정에 현실감이 떨어지는 코미디와는 다르게 드라마처럼 사건의 발단, 전개, 반전, 절정, 결말이 있어야 하고, 현실감과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또한 닮았다. 웃음과 일목요연함이 동시에 존재해야 하는 것이 시트콤이다.
"시트콤은 PD가 현장에서 연출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순간순간 끼워넣기도 해요. 그래서 리허설 혹은 녹화중에도 대사나 움직임이 바뀌는 경우도 있죠. 또한 콘티가 따로 없이 현장에서 분위기 좋은 컷을 따기도 합니다. 상당히 즉흥적이죠.
드라마에 비해 움직임이 상당히 많은 편이고, 이 연기자들의 움직임은 시트콤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쇼만큼의 회의와 코미디만큼의 웃음과 드라마만큼의 감동과 현실감까지...시트콤 PD가 신경써야할 부분은 너무도 많다. 이 일을 시작하고부터 김 PD는 거의 쉴 날이 없다. 그의 일주일은 일요일부터 시작한다.
일요일, 월요일 녹화를 하고, 화요일엔 편집을 하고, 수요일엔 아이템 회의와 지난주 대본의 수정 회의를 하고, 연기자 섭외를 하고 목요일엔 6명의 작가들과 시놉시스(드라마 대강의 줄거리)를 짜고, 신 하나하나를 만들며 오전 11시부터 밤새도록 회의를 해서 최종 대본 수정까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금요일엔 대본을 가지고 세트나 소품 등을 정리하며 녹화 준비를 하고, 토요일엔 최종 대본을 가지고 신마다 연기자들의 동선과 카메라 앵글 등을 구상한다. 그리고 일요일, 월요일엔 다시 녹화를 하고, 화요일엔 편집하고.....
물론 시트콤은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실생활과 동떨어진 웃음은 진정한 웃음이 아니다. 시트콤은 뒷맛이 개운한 웃음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눈물이 있는 시트콤, 즉 웃음 속에 아주 잔잔한 감동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펑펑 쏟아지는 눈물이 아니라 저절로 눈에 고일 수 있는 눈물말이다.
"영상을 아주 잘 잡아서 시청자들에게 아주 커다란 감동을 주는 PD도 분명히 있어야 해요. 하지만 웃음이 없는 세상은 무미건조하잖아요. 그만큼 웃음의 가치는 매우 중요해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시트콤 PD는 뒤끝이 깨끗한 웃음을 만드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이죠. "
김병욱 PD는 시트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아주 가슴 찡한 웃음을 주고 싶다며 아주 선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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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세계 / 관현악단

어우러진 아름다움의 창조자들


쇼 프로그램에서, 그리고 시청자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곳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제공하는 방송사의 관현악단, 그들의 주무기는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순발력이다. 열악한 프로그램 제작 상화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제공하기 위해 두문분출하고 있는 방송사 관현악단들의 하루를 들여다 보자.

8월 13일. MBC 8.15 특집 정신대 할머니 돕기 모금 생방송

1시 30분. 분주한 관현악단실
광복절이 얼마 남지 않은 늦은 여름날, 아직 단원들이 도착하지 않은 2층에 위치하고 있는 관현악단실은 좀 바빠 보인다. 악보를 담당한 주라경, 유진덕 씨가 악보를 가지러 간다, 악보를 복사한다고 왔다갔다하고, 이호성 단장은 오늘밤에 있을 생방송을 위해 김영철 부장과 회의를 하는 등 꽤 분주하게들 움직이고 있다.
오늘의 이 특집 생방송은 '한마음 음악회'처럼 관현악단들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민족의 기념일에 우리 민족인 정신대 할머니들을 끌어안을 따뜻한 프로그램이기에 관현악단에도 꽤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강신철 총무가 포항 MBC에서 초청을 받고 몇몇 단원들을 이끌고 출장을 갔고, 오늘의 이 특집 생방송에는 25인조의 관현악단이 투입되어 오늘은 70여명에 이르는 거의 모든 단원들이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1시 40분. 악기 세팅조 스튜디오로
스튜디오의 세트가 마무리되어갈 즈음이 되자 악기 세팅을 담당하는 지충환, 전관수 씨는 이렇게 분주한 악단실을 뒤로 하고 부랴부랴 D 스튜디오로 향했다. 툭탁툭탁 망치 소리와 마이크 테스트 소리, 조명팀의 무전기 소리...스튜디오는 아직까지는 완성이 덜 된 듯한 느낌이다. 무대 왼쪽으로 관현악단의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대가 너무 좁아서 아무래도 25인조가 전부 무대 위에 오르기는 무리인 것 같다.
"자리가 좀 작은데...너무 빡빡해서 앞으로 좀 빼서 뒤에 무대를 좀더 만들어야 될 것같은데요." "피아노는 바닥에 둬야겠고...드럼, 퍼쿠션, 퍼스트 바이올린, 세컨드 바이올린, 베이스 기타, 콘트라베이스...바닥에 지휘대 놓고..." "악기들이 바닥에 있는 것보다는 무대를 반으로 갈라서 거기에 드럼이랑, 베이스를 놓는 게 그림이 될 것같은데."
방청객 100명이 무대 앞쪽으로 앉아야 하고, 카메라의 케이블들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무대를 앞으로 더 만들 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리 저리 궁리를 해 봐도 무대 아래쪽으로 내려와야 할 악기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게 생겼다.

2시. 악기 세팅 시작
무대 문제가 뭔가 명쾌하게 해답이 난 것같진 않지만 일단 충환 씨가 드럼과 퍼쿠션을 들여오면서 악기 세팅이 시작되었다. 충환 씨가 드럼과 퍼쿠션을 세팅하고 있을 때, 관수 씨는 악기가 놓일 자리에 악보대부터 고정시킨다.
"가운데가 앞부터 트럼본, 섹스폰...왼쪽 앞줄이 퍼스트 바이올린, 둘째 줄이 세컨드 바이올린, 그 뒤가 비올라, 첼로...자리가 좁아서 비올라를 바닥에 놓고 피아노는 관현악단 무대 왼쪽 바닥에 놓고...됐어."
2시 15분. 피아노가 들어오고 놓인 악보대에 오디오팀들이 소리를 모으기 위해 마이크 케이블들을 연결해 둔다. 이렇게 관현악단의 무대 준비는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2시 20분. 관현악단 무대 협의
그렇게 악기 세팅이 정리되어 가고 있을 때, 이호성 단장과 백승일 부총무가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김영철 부장과 관현악단 무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이다. 이 단장과 김 부장은 한참 얘기중이고 관수 씨와 충환 씨는 무대를 정리중이고, 오디오팀은 계속해서 마이크들을 연결하고 있다.
"무대 뒤쪽에 저 기둥은 없어도 좋으니까 무대 좀 더 깔고, 무대 앞은 카메라하고 MC들 때문에 비워둬야 할 것 같은데..." "여기 앞이 비어 있는 만큼 무대가 뒤로 더 늘여서 지휘대도 무대로 올라가야지." "자, 이제 무대 아래에는 피아노만 있는 거야."
이 단장과 김 부장이 얘기 끝에 관현악단 무대를 뒤쪽으로 늘리기로 한 모양이다. 관수 씨와 충환 씨가 일을 다시 해야만 한다. 이때 피아노 조율을 맡은 박철량 씨가 스튜디오로 들어선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꼭 지켜져야 할 과정이다.

2시 50분. 무대 재구성
말이 끝나자 무대 세트맨들이 일을 시작하느라 충환 씨와 관수 씨는 잠시 동안의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 무대 뒤쪽으로 6자만 더 깔면 될까요?"
스튜디오는 악기 세팅과 마이크 테스트, 무대 세트 마무리로 어수선하다.
3시가 넘어서자 관현악단의 무대가 완성되었고, 3시 10분, 훨씬 넓어진 무대 위에 다시 악기 세팅이 시작되어 3시 35분이 되어서야 텅비어 있던 관현악단의 무대는 그럴듯한 25인조 오케스트라의 대형을 갖출 수 있었다.

3시 50분. 관현악단실
무대를 완성시킨 관수 씨와 충환 씨가 관현악단실에 들어서자 이 단장과 백 부총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주일 스케줄 표에는 스튜디오에 내려가기 전에는 없었던 '19일 대한민국 모델 페스티벌' 이 적혀 있었다. 또다시 급작스럽게 일이 떨어진 것이다. 그 외에도 스케줄 표에는 '뽀뽀뽀 녹음, 스타 다큐 최수종 녹음, 라디오 녹음...' 등 하얀 분필로 빽빽이 채워져 있었다.
방송사에서의 관현악단이 발휘해야 하는 능력은 끝이 없다. 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의 국가적으로 범위가 큰 행사와 연기대상이나 영화 관련 시상식 등 문화 행사부터 발라드, 댄스, 트로트, 지방민요, 세미 클래식, 동요, 국악, 팝송, 각 나라의 민속 음악 등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테크노 사운드까지...관현악단이 해야 하는 음악의 장르 폭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것도 한 무대 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갑작스레 떨어진 행사 때문에 회의의 연속으로 관현악단실은 바쁘다.

4시 30분. 악보 준비
관현악단의 무대가 마무리된 것을 확인한 주라경 씨와 유진덕 씨가 이미 준비해 두었던 악보들을 들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오늘 관현악단이 준비해야할 곡은 트로트로만 6곡, 순서대로 6장의 악보가 제대로 세팅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고는 관현악단 무대 위의 악보대에 하나하나 놓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기를 30여 분, 이제 무대도 완성되고, 악보 준비도 끝나고 이제 연주를 위한 준비는 끝이 났다.

5시 30분. 단원들 모이기 시작
5시 30분. 2시간 전에 조율을 시작했던 박철량 씨가 관현악단실로 들어서면서 단원들이 악기들을 들고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보통 야외 프로그램이었다면 정신없이 연습을 끝내고 식은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생방송이긴 하지만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늦은 시간의 프로그램이어서 조금은 느긋하다. 6시 15분이 되자 단원들은 지하 식당에서 각자 식사를 마치고 거의 모든 단원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단원들이 스튜디오로 내려가 악기를 들고 연주하기만 하면 25인조 관현악단은 아름다운 앙상블을 만들어 낼 수있다.

6시 30분. D 스튜디오
6시 30분. 단원들이 악기를 들고 스튜디오로 들어서자 사뭇 넓어진 관현악단의 무대가 보였다. 단원들이 악기를 꺼내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각자의 악보대에 놓인 악보들을 확인하고는 자신들의 악기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소리를 내 보기도 한다. 군데군데 비어있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자리가 채워지는 만큼 여러 종류의 악기 소리가 저마다 울려댄다.
중후하고, 가녀린 현악기와 금속성의 드럼소리, 물결치는 듯한 피아노와 건반 소리, 청아한 퍼쿠션 소리, 입으로 불어대는 높고, 낮은 관악기 소리 등등 각각의 아름다운 소리들이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제각기 소리를 울려 댄다. 밖에서 들으면 스튜디오 전체가 붕붕 울려대는 듯하다.

6시 50분. 악기 튜닝
그렇게 각자 악기의 소리내기를 수십분, 6시 50분, 드럼 튜닝을 시작으로 악기 튜닝이 시작되었다. 7시. 현악기 튜닝을 하다보니 퍼스트 바이올린의 마이크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퍼스트 바이올린하고 세컨드 바이올린 마이크가 바뀐 것 같은데...마이크를 바꾸려면 케이블하고, 채널하고 다 옮겨야 되니까 자리를 바꿔야겠는데요."
퍼스트 바이올린을 담당하는 4명의 단원과 세컨드 바이올린의 4명의 단원이 움직여 자리를 옮겨앉는다.
7시 15분. 자리를 옮기고는 첼로와 비올라를 튜닝하고 현악기 전체를 튜닝한 뒤, 퍼스트 바이올린의 마이크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7시 20분, 각각의 악기 튜닝은 끝을 맺었다.
"자, 원 투 쓰리..."
악기 튜닝을 마친 7시 25분, 관현악단은 이제 전체 튜닝을 위해 이호성 단장의 지휘에 따라서 가수 최진희 씨가 부를 '아리랑 낭랑'과 태진아 씨가 부를 '타향살이'를 연주한다. 튜닝할 때의 그 불협화음과는 달리 정제되어 흐르는 음악은 연습없이 나오는 음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8시 05분. 송대관 설운도 연습
관현악단의 튜닝을 끝낸 7시 30분, 스튜디오의 안팎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던 단원들은 합창단의 튜닝이 끝난 45분, 다시 모여 무대 위로 향했다. 가수들이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면서 단원들은 제각각의 악기들을 울려 댄다. 관현악단들의 악기 소리와 연출부들의 방송 진행, 마이크 테스트 소리들로 스튜디오는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8시 05분. 구수한 입담의 가수 송대관 씨가 떠들썩한 스튜디오를 들어서면서 노래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 단장의 지휘에 따라 순식간에 '선창'이 울려 퍼진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연습중, 가수 설운도 씨가 들어선다.
"좀 슬픈 분위기로 가야 하니까 퍼스트, 세컨드 바이올린은 '...시도레...쿵짝 쿵짝 따라라라라~~~'에서 좀 강하게 연주해 주세요. 자, 이제 '울어라 쌍고동'입니다."
"단장님, 좀 짧아요. 이 노래가 3절까지거든요." "그럼 2절 갔다가 다시 전주 갔다가 다시 3절 노래로 갑니다. 전주, 1절, 2절, 전주, 3절 순입니다."

8시 20분. 최진희 현철 이자연 연습
8시 20분, 최진희 씨가 무대에 올랐다. 6시가 넘어서야 악보를 받아 연주한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좋은 음악이다. 이렇게 방송사의 관현악단은 필요하면 언제, 어떤 음악이라도 할 수 있는 순발력이 최고의 자질이다.
"단장님, 키가 높은 것 같지는 않은데 중간에 제 목소리가 안 나네요." "그러네, 소리가 안 나오네...처음 노래 들어가기 전에 말이지?"
문제점을 해결하고, 8시 30분, 현철 씨가 무대에 올랐고, 다시 5분 뒤 이자연 씨가 무대에 올랐다. 이자연 씨가 전주와 간주 후에 노래가 시작되는 부분을 헷갈려 다시 한 번 연습한 후 8시 40분, 아직 도착하지 않은 태진아 씨가 부를 '번지없는 주막'을 합창단과 연습하고는 45분, 연습을 마쳤다.

9시 30분. 카메라 리허설
9시. 이 단장과 단원들, 그리고 연습에 참여하지 못했던 가수 태진아 씨까지 전부 스튜디오에 모였지만 모금방송 중간 중간에 들어갈 외부제작 VTR의 편집이 늦어져 리허설까지 늦어지고 있다. 9시 20분. 편집이 되기를 기다리다가 안되겠는지 연출부에서 리허설을 준비한다.
오늘 방송의 MC인 신동호 아나운서와 장윤정 씨가 무대로 올라섰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가수들을 기다리느라 9시 30분이 되어서야 리허설은 시작되었다.
많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과 미니 다큐멘터리 VTR 화면과 더불어 가수들의 노래가 계속되면서 리허설은 진행되었다. 9시 53분. 최진희, 현철, 송대관 순으로 가수들이 등장하는 1부의 리허설이 끝나고 바로 2부 리허설에 들어갔다. 설운도와 태진아, 이자연 순으로 연주된 10시 20분, 리허설은 끝이 났다.

10시 40분. 방송 준비
보통은 1시간 프로그램이면 리허설도 한 시간, 방송 시간대로 리허설이 진행되지만 오늘은 VTR 화면이 많아서인지 리허설이 워낙 늦어져서인지 절반 정도의 시간만을 소요했다. 그나마 조금은 여유있게 의상을 갈아입고, 방송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랴부랴 2층 관현악단실로 올라온 단원들은 의상을 갈아입거나, 아까 챙기지 못한 저녁식사를 대신해 간단하게 요기를 하는 등 서둘러 움직인다. 10시 45분, 남자 단원들은 흰 웃옷과 검은 바지, 여자 단원들은 흰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10시 50분. 스튜디오로
이 단장을 위시한 악단원들이 들어섰을 때, 스튜디오에선 방청객들의 배열을 맞추거나 모금을 위한 전화를 받아줄 안내원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거나 마이크 테스트를 하느라 소란스럽다. 여기에 관현악단들의 악기 소리까지 더해지자 스튜디오는 활기차게 움직인다.
55분. 이제 조명들이 속속 켜지고 훈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착석을 하면서 조금 전까지의 어수선함은 사라지고 생방송 전의 긴장된 고요함이 흐른다.
11시 5분. "자, 마지막으로 악기 튜닝들 좀 한 번 해보세요." 조용했던 스튜디오가 또다시 악기 소리로 시끄러워지다가 이내 다시 잠잠해지며 다시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11시 13분. 방송 시작
'8.15 특집 정신대 할머니 돕기 모금 생방송'은 원래 시간보다 10여분 정도 늦게 방송을 시작했다. 강덕경 할머니를 비롯한 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 화면과 '나눔의 집'에 기거하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생활상 화면들이 나간 11시 29분, 최진희 씨가 무대에 올라 '아리랑 낭랑'을 부르고 내려가는 데 관현악단이 연주한 시간은 2분 20초 정도이다. 출연 순서대로 11시 50분, 현철의 '타향살이', 12시 7분에 송대관의 '선창'을 노래하고, 12시 10분, 1부가 막을 내렸다.
"이따 마지막에 이자연이 노래부를 때, 피아노를 좀 가볍게 살짝 살짝 쳐줘요."
막간을 이용해 이 단장이 피아노 주자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12시 18분이 되어서야 2부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생방송은 쉴틈없이 흘러 1시에 마지막 출연 가수인 이자연의 '삼천리 강산 에헤라 좋구나'가 연주되고 원래 끝나는 시간보다 조금 늦은 1시 10분에 끝이 났다.

1시 30분. 귀가
"수고들 했어요. 충환 씨하고 관수 씨는 또 수고 좀 해야겠네."
단원들이 악기들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방송이 끝난 무대를 빠져나와 악단실로 향했다. 이 단장은 악단실로 향하는 도중 부조정실을 찾아 수고의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모든 단원들이 빠져나간 스튜디오에서 관수 씨와 충환 씨는 악기 세팅한 것들을 다시 거둬들이느라 바쁘다.
"오늘 늦게까지 수고들 했고, 내일 10시에 뽀뽀뽀 녹음 있으니까 늦지들 말고..."
관현악단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기다림의 연속이었지만 의미있는 방송이 어서 뿌듯했던 하루가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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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세계 / 해설자

신들린(?) 해설자의 365일 야구 사랑일지


급박하고, 예측할 수 없게 진행되는 스포츠 경기를 시청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스포츠 해설자, 그들에게 스포츠에 대한 애정은 빠져서는 안될 필수 품목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회인으로서의 한 역할까지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KBS의 야구 해설자인 하일성 위원의 야구 사랑에 동참해 보기로 하자.

S#1. 7월 21일 메이저리그 박찬호 선발 등판경기

새벽 1시 30분. KBS IBC 회관 로비
거의 모든 세상이 잠들었을 법한 시간, 가방을 둘러메고 누군가가 방송사로 들어섰다. 그는 오늘 새벽 두 시에 위성으로 중계될 미국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투수의 선발 등판 경기 중계를 준비하기 위한 하일성 해설위원이었다.
"아니, 하 선생님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오늘 박찬호 선수 경기가 새벽에 하잖아요. 녹화 중계 준비하려고 나왔습니다."
연일 계속되던 열대야의 후덥지근함 속에 하일성 위원은 4층에 위치한 스포츠 제작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 1시 40분. 4층 스포츠 제작국
스포츠 제작국에 들어서니 이미 김현철 PD가 화면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새벽 2시에 생중계로 한다더니 왜 녹화 중계로 바뀌었어..." "나오셨어요? 뭘 나오셨어요, 천천히 나오시죠. 아침쯤에 오셔서 경기 보시라고 화면을 두 개 받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해주니까 고마운데...내가 직접 보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해서 말이야."
잠시 후에 스포츠 조선과 스포츠 서울의 박찬호 전담 기자들이 스포츠 제작국으로 들어섰다.
이제 하일성 위원과 김현철 PD를 포함해 야구에 열정을 가진 이들이 모두 모여 경기 관람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새벽 1시 55분. 위성 방송 TURN ON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로페즈 포수가 못나온다던데...지난 경기에서 찬호가 그 선수한테 우월 홈런 맞았었잖아. 경기 판도가 좀 달라지려나...워낙 전력이 좋은 팀이라서 말이야."
하일성 해설위원은 자신의 초록색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한다. 오늘 경기의 성적을 적을 빽빽하게 줄쳐진 기록표와 자신이 직접 만든 미국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한 선수, 한 선수들의 타율과 97년 시즌의 성적을 기록해둔 파일이다. 이는 오후 4시에 있을 녹화 중계방송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경기 관람을 하기 위한 대충의 준비가 끝이 난 1시 55분, 모니터 앞에 앉자 드디어 위성 방송의 화면이 떴다.
"아나운서 멘트는 안 나오고, 관중이나 선수들 이펙트(효과음)만 나올 거예요."
"크로마(LA 다저스의 8번 타자)가 손가락 다쳤다면서...개그니(다저스 2번 타자)하고 크로마 안나오면 또 갑갑하겠네."
2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LA 다저스의 선발 선수들의 소개 화면이 뜨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하일성 위원은 꺼내둔 기록표에 양팀의 투수와 9명의 타자의 이름들을 써내려 간다.

새벽 2시 10분. 경기 시작
2시 10분. 1회초 LA 다저스의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2번 타자 홀랜스워드가 1루 안타를 치면서 다저스의 방망이는 불이 붙었다. 하일성 위원의 기록표에는 각 선수의 성적이 차곡차곡 기록되어 가고 있다. 베이스의 다이아몬드까지 그려가면서 말이다.
경기가 계속 진행되면서 세상 모두가 잠들었을 시각에 4층 스포츠 제작국은 벅적거리고 있다.
"야, 지금 스몰츠 투수 공 참 좋았다...지금 것은 슬라이더(투수가 던진 공이 내,외각으로 흘러가는 공) 같은데...확실히 저 선수는 잘하네...직구처럼 오니까 슬라이더인데도 타자들이 계속 속네."
다저스와 다른 메이저리그 팀의 경기는 박찬호 선수때문인지 객관성을 잃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 상대팀의 선수라도 좋은 선수에 대한 칭찬은 아끼지 않는다. 해설자는 모든 경기에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경기 흐름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 박찬호가 오늘 컨디션이 좋은 것 같은데...아- 나이스 볼! 저번 콜로라도 록키스하고 경기부터 찬호가 좌타자 대하는 법을 터득한 것같애. 참 대견하다. "
"감독이 스퀴즈 사인을 보내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서 주심을 쳐다보는 게 사인을 받았다는 뜻이라네." "이대로 3회까지만 끌고 가면 오늘 뭔가 있다. 또 흥분하게 만드네."

새벽 2시 45분. 3회말 박찬호 위기
3회말 경기는 박찬호 선수가 2점을 내주며 좋지 않은 피칭을 했다.
"박찬호는 오른쪽 무릎 꺾이는 거 보면 좋은 공인지, 나쁜 공인지 보여. 무릎이 꺾이면 안 좋은 공이야." "현철 씨, 있다가 경기 끝나고 나서 기자 회견하는 것도 볼 수 있나? 3회말에 왜 흔들렸는지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버틀러가 번트 하나 댔으면 좋겠네...저 선수가 그거 잘하잖아."
하일성 해설위원이 '좋다'나 'NICE!'를 외칠 때면 어김없이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어 뛰겠다' 하면 어김없이 도루를 하고, '제대로 갔다' 하면 홈런이 터지곤 한다. 이는 그가 각 팀의 감독이나 선수들의 특성과 버릇, 장단점은 물론 그 동안 있었던 경기에서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가 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8년 동안의 해설자 생활을 통해 얻은 날카롭고 정확한 직감력때문이기도 하다.
3시 55분. 박찬호 선수가 데드볼을 던지고는 6대 3의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새벽 5시. 경기 끝
새벽 4시 55분. 9회말까지의 경기가 끝이 났다.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의 선발 투수가 되고 부터는 하일성 해설위원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부쩍 많아져 버렸다.
"박찬호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은 밤새는 연습을 해야겠다." 어제 잠실 야구장에서 있었던 LG와 삼성의 경기가 10시를 넘겨서 끝나 채 1시간도 쉬지 못하고 다시 방송사로 나섰기 때문에 꽤 피곤을 느낄만 한데도 하일성 위원은 여전히 힘찬 모습이다.
"하 위원님, 편집한 화면 보시고 방송 들어가시게 3시쯤 나오십시오."
자신이 적어 내려간 오늘 경기 선수들의 기록과 제작국에서 만든 자료의 복사본을 말아쥐는고는 5시 10분 스포츠 제작국을 나섰다. 이제 하일성 위원은 새벽의 어스름을 뚫고 오전 7시 30분에 있을 'FM 대행진' 방송을 위해 다시 스튜디오로 향해야만 했다.

S#2. 7월 21일 녹화중계 방송

오후 3시. KBS IBC 4층 스포츠 제작국
오전 라디오 방송이 끝나고 나니 9시가 다 되어 귀가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여의도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었지만 여기 저기 찾는 사람도 많고, 할 일도 많아서 겨우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가 다시 향한 발걸음이어선지 그리 경쾌하지만은 않은 듯 보인다.
3시 10분. 4층 스포츠 제작국을 찾은 하일성 위원은 김현철 PD가 이미 준비해둔 새벽 박찬호 선수의 선발 등판 경기의 1시간 50분짜리 편집 테이프를 대충 훑어 보고는 제작국 건너편에 위치한 중계 부조실로 자리를 옮긴다.

오후 3시 30분. 중계 부조실
아무래도 녹화 중계는 생중계랑은 다르다. 녹화중계는 지금처럼 편안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정리할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좀더 완벽하게 중계를 할 수 있는 반면 여러 번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생중계는 어떻게 될지 모를 경기 상황과 그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하지만 한 번에 끝날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
푸른색 배경에 놓인 테이블의 위는 오늘 새벽 경기의 기록표며 선발 투수와 타자들의 통산 기록들이 적힌 자료며, 대타나 대주자, 중간 계투, 마무리 투수들의 기록표 등으로 어수선하다. 하일성 위원이 스튜디오 내의 테이블에 앉아 그 자료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있을 때, 김현철 PD가 스튜디오로 들어선다.
"하 위원님, 다저스의 크로마하고, 브레이브스의 로페즈가 부상이라는 걸 처음에 말씀해 주시고...이건 오늘 경기 기록표구요."
이렇게 김현철 PD와 얘기를 하고, 자료를 훑어보며 방송 준비에 한창이던 3시 35분, 정동영 아나운서가 스튜디오로 들어선다. 정동영 아나운서는 하일성 위원의 하루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정동영 아나운서까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자 스튜디오는 방송 준비로 더욱 부산해지기 시작한다.

오후 3시 45분. 카메라 연습
하일성 위원과 정동영 아나운서가 방송준비에 한창인 스튜디오에 카메라맨이 들어선다. "연습 한 번 해 봅시다." 그러나 계속 자료들을 훑어 보느라 좀처럼 얼굴들을 카메라로 돌리지 않는다.
"고개 좀 한 번만 들어주시겠습니까...예 됐습니다." 이제 카메라의 앵글도 고정이 된 모양이다.
화면 조정시간이 끝나고 애국가가 울리고...방송 시작이 채 10분도 남아있지 않자 하일성 위원은 타격과 투수 피칭 기록이나 역사가 오래돼서 생긴 메이저 리그의 진기한 기록들 등 시청자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훑거나 정동영 아나운서와 연습을 하기도 하는 등 방송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제 하일성 위원에게서 방송사에 들어설 때의 그 피곤한 기색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후 4시 3분 53초. 방송 시작
"오늘 경기의 현지 상황은...(중략)...박찬호 선수가 후기 리그 첫승을 올리던 경기에서 3점 홈런을 쳤었던 크로마, 개그니, 시데뇨 선수가 부상으로..." 포수인 피아자 선수의 부상과 대신 기용된 프린스 포수 기용의 의미 등등 새벽 생중계로 볼 때 자유롭게 얘기됐던 내용들이 정제되어 방송을 타기 시작한다.
"몬데시(LA 다저스 5번 타자) 선수가 낮은 공에 약해요. 반면에 토드 질(다저스 4번 타자) 선수는 낮은 공에 강하고, 높은 공에 약하거든요..." "치퍼 존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3번 타자)는 차세대 간판 선수로 인기가 아주 많은 선수고...애틀랜타에 스몰츠 선수 참 좋은 선수예요.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에 비해 좀 못하지만..."
3회초와 5회초, 7회초, 8회초, 8회말을 건너 뛰고는 방송은 숨 쉴 틈없이 진행되었다. 그럴 때마다 하일성 위원은 빠진 이닝을 정리해 주곤 한다.

5시 52분 15초. 경기 마무리
5시 46분 45초. "9회초 1사 2루 상황인데요...이제까지 다저스가 스몰츠(애틀랜타 투수) 선수를 상대로 6점을 빼낸 건 처음이거든요..." "네...저 몬데시 선수의 홈런은 박찬호 선수의 시즌 8승을 축하하는 축하포라고 보야 합니다. 보세요, 몬데시 선수 높은 공은 잘 치잖아요?..."
5시 52분 15초. "박찬호 선수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완투를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초반 투구수를 줄여나가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볼과 볼사이의 간격의 강약과 완급 조절을 하다보면 자기 것이 되고,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겠죠..." 경기가 끝나고 기폭제가 됐던 박찬호 선수의 행운의 안타, 전체 경기평 등의 얘기로 마무리를 하고는 5시 55분 53초에 중계방송은 끝이 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잠시의 숨돌릴 틈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긴장의 순간들이 지나갔다. 하일성 위원이 테이블 위에 늘어 놓았던 자료들을 주섬주섬 정리해 방송사를 나선 것은 6시를 넘어선 시간이었다. 피곤했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아까의 그 피곤이 그제야 다시 몰려든다.

S#3. 7월 22일 잠실 OB:현대 경기 생중계

오후 5시 30분. 잠실 야구장 정문
하일성 위원은 매일 4시 30분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스포츠 쇼'의 방송이 끝난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부랴부랴 방송사를 나섰다. 방송사를 떠나 긴 차량들의 행렬을 따라 잠실 야구장에 도착한 시간은 5시 30분, OB 베어즈와 현대 유니콘스의 경기를 KBS 위성방송을 통해 생중계하기 위해서다.
도착하자마자 전광판의 맞은편 2층에 위치하고 있는 KBS 중계석으로 향했다.

오후 5시 40분. KBS 중계석
경기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중계석에 들어서자 늘 함께 중계를 하는 표영준 아나운서와 중계팀이 이미 도착해 한창 방송준비 중이다. 중계석 내에 있는 것이라고는 테이블과 철제 의자 몇 개, 그리고 모니터 한 대가 전부이다.
"하 위원님, 옷 어떻게 하실래요? 갈아입으실래요, 아니면 그대로 입은 대로 갈까요?" "오늘 오프닝 중계석부터 가나? 아니면 그냥 입은 대로 하지 뭐..."
표영준 아나운서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끝에 중계석 내에서의 오프닝 없이 경기장 화면부터 가기로 결정이 났다. 중계석 내에서 오프닝을 하려면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뜨거운 조명빛을 받아야 하고, 경기장이 한눈에 보이도록 뒤돌아서 앉으려고 부산을 떨어야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하일성 위원의 생중계가 조금은 수월해진 듯하다.

오후 6시. 방송 준비
오프닝 그림을 중계석에서 잡지 않으니 중계석 내에서의 임무가 없어진 카메라가 나가고, 하일성 위원은 오늘 경기 성적을 써넣을 기록표를 꺼내두고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중계석 테이블에 이리 저리 흩어져 있는 각 팀의 기록표들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OB 38승 33패 4무 : 현대 27승 45패 4무...OB가 홈에서 4연패째...선발투수가 김상진(OB 투수), 정민태...정민태가 4일만의 등판이고 김상진이 7일만에 등판하는 것이고..."
스포츠 경기라는 것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그때 그때의 상황에 대처할 수가 없으니 집중력 있게 자료들을 검토해 두어야만 한다.
경기장은 땅을 고르는 등 정리가 한창이고, 중계석에 있는 하일성 위원은 기록표와 여러 자료들을 보며 보기에 좋게 백지에 빽빽히 적어 내려가느라 바쁘다.
6시 26분, 방송이 시작되고, 29분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5위 쌍방울과 4위 OB가 2게임차거든요. OB 입장에서 보면 4연패를 끊어야 할 때입니다. 아무래도 타력이 떨어지는 OB지만 김상진 투수가 등판하잖아요. 김상진 선수 어깨가 무거워요. 4연패의 고리를 끊어야 한단 말이에요..."

오후 6시 30분. 경기 시작
현대의 공격인 1회초를 시작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하일성 위원과 표영준 아나운서는 손으로는 투수의 공 하나하나의 투구 패턴이나 타자들의 성적을 적으랴 입으로는 중계하랴 정신이 없다. 이렇게 타자와 투수의 성적을 기록하는 것은 그 타자가 다음 타석에 들어섰을 때, 시청자들에게 그 전적을 알려주고, 그 타자에 대처하는 투수의 볼 배합을 예상해 주기 위한 것이다.
"...김광림(현대 2번 타자) 선수가 김상진 선수와의 대면에서 타점이 4개가 있거든요. 아무래도 김광림 선수가 상당히 유리하죠..." "김상진 선수 지금 공 던지는 것 보세요...양쪽 어깨가 벌어진 상태에서 공이 나가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오므라져 있어요. 붙어있단 말이에요..."
응원부대들의 소란함 속에서 특별히 원고나 큐시트(방송 내용의 순서만을 기록한 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기 상황을 미리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일성 위원과 표영준 아나운서의 중계는 끊이질 않는다.
"...지금 1루에 나가 있는 김상호 선수(OB 4번 타자) 지금이 도루할 시기는 아니에요..." 어김없이 도루를 하던 김상호가 런다운(도루하던 주자가 양쪽 수비수의 협공에 걸리는 일)에 걸려 아웃을 당했다.
CM이 없는 위성방송이다 보니 숨을 돌릴 짬도 없이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신들린(?) 듯한 해설자 하일성과 감칠맛나는 캐스터 표영준의 중계는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제 사위는 어둑어둑해지면서 경기장만 커다란 빛덩어리인 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다.
9시 10분. 9회말 1:0으로 앞서고 있던 현대의 마무리 투수인 정명원 선수가 3타자를 시원하게 잡아내면서 경기를 끝이 났다. 하일성 위원의 하루도 오늘의 경기처럼 시원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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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세계 / 무술감독 움직임의 미학을 만들어가는 외길 인생

드라마에서 추락이나 싸움 등의 위험천만한 액션과 자동차, 오토바이 사고 등의 그림을 만들어가는 무술감독과 연기자들, 그들은 위험과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믿고, 지켜봐주는 연출자를 비롯한 스탭들과 연기자 그리고 서로가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

10월 13일. MBC '영웅신화' 액션신 촬영 현장

23시 50분. 현장 도착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비바람이 한바탕 몰아쳐 촉촉해진 아스팔트 위로 어둠이 늘어서던 늦가을밤, 23시 50분. 하루를 마감하는 술 한 잔의 여유로움을 접고서 자신만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려는 발걸음들로 거리는 바쁜 듯 하다.
같은 시간, MBC 새 수목드라마인 '영웅신화'의 무술감독을 맡고있는 정두홍 감독을 비롯한 무술 연기자 김정옥, 김성준, 김민수, 정창현 씨는 아직까지도 물기가 가시지 않은 강남역 부근의 어느 공사장으로 향했다. 내일 방송될 '영웅신화'의 첫방송분의 마지막 신을 찍기 위해서이다.
영화 '비트' '나에게 오라' 드라마 '영웅일기' 그리고 요즘의 '열애'와 '영웅신화'까지...정두홍 무술감독은 9년여 동안을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지금까지 내쳐 앞으로만 달려왔다.

24시. 현장재정비
"큰일 났다. 너무 깨끗해졌다. 리어커도 없어지고, 의자랑 발판도 없어지고...정리가 싹 돼있네."
10월 13일의 끝자락에서 이제 막 14일이 시작되려는 23시 55분, 부랴부랴 도착한 현장은 이틀 전에 왔었을 때와는 너무나 다른 상황으로 변해 있었다.

주인공 태우(장동건 분)와의 싸움에서 진 남학생 셋이 복수를 위해 하영(채시라 분)을 태우의 여자친구로 오해하고 겁탈하려는 신으로 조금은 으스스하고, 범죄의 분위기가 나야함에도 불구하고 공사장은 너무나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어둑어둑한 공사장의 2층과 아래층을 라이터 불빛에 의지해 오르내리던 정 감독은 정옥, 민수, 성준, 창현 씨를 모은다.
"2층에 보면 긴 각목들 있거든. 그거 갔다가 세워주고, 주변에 있는 기자재들 좀 찾아다가 공사장 분위기 좀 만들어보자. " "저 판자들은 이 골조 아래쪽에 차곡차곡 쌓고...창현이 떨어지는 위치있지? 그래 거기...가로로..."

24시 25분. 정리 마무리
어둡고 조용하던 골목이 무술팀들의 움직임으로 조심스레 부산스러워진다.
"좀 조용조용히 해라. 다 주무실텐데...다 깨시겠다." "모래더미 옆에 드럼통 하나 가져다 놓고...각목에 못박혔더라 빼든지 구부리든지...우르르 무너질텐데 다치지 않게..."
희미한 가로등불에 의지해 작업을 하는 그들은 비온 뒤의 꽤 쌀쌀한 날씨에도 건강해선지, 땀이 나선지 웃옷도 벗어 던진 채 팔을 걷어붙이고 이리저리 분주하다.
"창현아, 너 2층에서 뛰어내릴 건데 매트리스 깔아줘야 되냐?" "아뇨." "너 저번에 다리 다쳤을 때도 이 정도 높이 아니었어?"
정 감독은 2층에서 겁탈을 당할 뻔한 하영이 뛰어내리는 신의 대역을 연기할 창현 씨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4시 30분. 액션 동작 맞춰보기
"자, 이제 맞춰보자. 창현이 이리와서 쓰러져 있어봐. 정옥이는 왼쪽, 성준이는 오른쪽에 서고...남학생 1이 아직 안왔으니까 민수가 와봐. " "자...동건이가 와서 하나, 둘 뻥치고, 던지고 또 하나 둘 뻥치고...정옥이는 넘어질 때 쌓아둔 판자쪽으로 쓰러지고...지금 너희들이 맡은 역이 전문 싸움꾼들이 아니라 학생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때리지 말고 뒤에서 동건이를 잡아...이렇게..." "오른쪽 잽이다. 그리고 위로 도망가고...자기 동작 잊으면 안된다."
대충 액션의 동선이 결정이 난 모양이다. 비에 젖은 땅이 먼지가 날리지 않아 걱정이다.

24시 50분. 스탭들 도착
24시 45분. 아래층의 촬영준비가 마무리되고 이신덕 카메라 감독이 도착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촬영 준비에 들어간다. "액션신은 찍고 나면 왜 내가 멍이 들어있냐?"
이 감독의 우스개 소리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55분. 정 감독이 카메라 감독에게 액션의 동선을 설명하고 있을 때, 발전차가 들어오면서 신호균 PD를 비롯한 모든 스탭들이 현장으로 속속 도착했다.

1시 10분. PD와 상의
1시 5분. 조명팀들이 실내에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자 정 감독을 비롯한 무술팀들과 신 PD는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안에서 싸우다가 제일 마지막에 뛰어 내리면 어때? 하영이가 뛰어내리고...그럼 말이 안돼나?" "대본대로 가면 그게 맞는데...하영이 비명을 듣고 태우가 온 거 아냐. 이미 하영이가 떨어져 있는 걸 본 태우가 미친 듯이 남학생들을 막 패고, 집어던지려고 할 때, 하영이는 도망가고 남학생 1이 쫓아가고...이를 동건이가 쫓아가서 패고..."
"일단 남학생 1이 그전에 동건이한테 무지 맞았잖아. 그럼 태우 얼굴을 보자마자 도망가지 않을까?" "지금은 그 상황은 아니에요. 일단 여자를 잡아다가 일은 벌여 놓은 상태고...그 여자를 놓쳐서 동건이한테 잡히면 죽는단 말야. 그러니까 남학생들 상황에서는 동건이를 죽이려고 할거란 말야. 그러다 보면 도망가는 여자를 쫓아갈거란 말이지. 어떻게든 그 여자를 놓치면 안되니까..."
오랜 시간의 얘기 끝에 1시 30분이 되어서야 마지막 장면의 결론이 난 듯하다.

1시 30분. 2층 실내로
마지막 장면의 결론을 내리자 정 감독은 민수, 정옥, 창현, 성준 씨와 함께 2층으로 향한다. 채시라 씨가 뛰어내리기 전 상황을 위한 현장 정비를 위해서다.
"시멘트 개는 통 있지? 드럼통 잘라서 만든 거...그거 갔다가 창틀 쪽에도 쌓아라. 한 여섯 일곱 개 쌓고...시라 씨 창틀 올라갈 때 밟을 수 있는 것도 창 가까이에 놓고...민수랑 창현이는 밖에 드럼통에다가 불피우고..."
민수 씨와 창현 씨가 라이터 불빛에 의지해서 시커먼 지하와 3층을 오가며 나무나 종이 조각 등 태울만한 것들을 찾아 불을 피울 때, 정 감독과 정옥, 성준 씨는 2층 촬영 준비에 분주하다.
1시 55분. 찌그러진 페인트 통과 나무 부스러기, 뜯어낸 상자 조각, 빈 막걸리 통 등 뭔가 범죄의 분위기를 낼만한 것들이 계속해서 올라가더니 현장의 세팅이 끝나가는 모양이다.
액션신 촬영을 눈앞에 두고 잔뜩 긴장해서 촬영 준비에 한창인 무술팀과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바쁜 조명팀들을 제외한 스탭들은 연일 계속되는 밤샘촬영으로 피곤한지 주저앉거나 쭈그리고 앉아 좀처럼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첫방송분의 마지막 신 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2시 20분. 채시라 씨에게 동작 설명
정 감독이 성준, 정옥 씨와 액션 동작을 맞추고 있을 때, 채시라 씨가 2층에 들어선다.
"시라 씨, 첫번째가 창쪽으로 밀리다가 4번째 커트에서 뒤로 밀려 넘어지면서 페인트 통 좀 쳐주시고..."
정 감독이 연기자에게 동작을 설명하고 있을 때, 스탭들은 좀더 으스스한 분위기를 위한 스모그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삽시간에 실내는 눈물이 날만큼 매캐한 냄새가 나는 스모그로 자욱해진다.
"두홍아, 저번에 싸우는 신이랑은 다르게 이번에는 살기를 띄우고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액션이어야 해. 먼저 촬영한 싸움이랑은 차별화해서 가자고..."
신호균 PD는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나 상황, 특별 사항 등 큰 줄기를 당부하고는 액션신의 촬영은 거의 정 감독에게 맡겨주는 편이다. 정 감독은 이렇게 자신을 믿어주고,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자신을 지켜봐주는 신 PD가 고맙다.

2시 30분. 촬영 시작
2시 25분. 무술팀들이 이리저리 다니며 촬영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자, 시라 씨 땀 좀 뿌려주세요...자 남학생들 시라 씨 가운데 두고...시라 씨 바스트 샷에서 점점 뒷걸음질로 밀리는 신입니다. 남학생들만 연습해봅시다."
35분. 하영이 밀려서 넘어지는 신을 마무리짓고, 전체적인 컷을 위해서 카메라가 밖으로 향했다.
"시라 씨 넘어지는 데 알죠. 페인트 통 차고...카메라 앞엔 스모그 좀 만들어주세요."
몇 번의 연습과 리허설을 거치고 45분, 큐소리와 함께 촬영이 시작되었다.
"카메라 감독님, 여기 시라 씨 앞에 서있는 남자 다리 하나만 잡아주세요...시라 씨는 얼굴 클로즈업이니까 얼굴 감정만 잡아주면돼요. 아까랑 연결 안해도 되니까..."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공사장의 실내는 스모그의 매캐함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새벽이 더욱 스산하게만 느껴진다. 그 스산함 속에서 촬영은 계속되었다.

3시. 뒤집기
3시. 채시라 씨의 촬영이 끝나고 이제 남학생들 세 명의 촬영에 들어가기 위한 조명 세팅이 한창일 때 정 감독은 또 다시 정옥 씨, 성준 씨를 붙들고 신을 설명하고 있다.
"서서오는 컷하고, 밀려 넘어진 시라 씨 내려보는 신이야."
5분만에 조명세팅은 끝이 나고 촬영은 다시 시작되었다.
"넘어지기 전에 쓱 들어오는 컷이에요...시선은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보고...남학생 1이 가운데 서고, 좀 뒤쪽으로 성준이랑 정옥이 서고..."
3시 15분. 뒤집기 촬영은 끝이 났다.

3시 20분. 몸싸움신
"자, 시라 씨가 넘어져 있고, 그 위로 남학생 1이 앉아서 다가서고...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야."
3시 20분. 조명이 세팅되는 대로 하영이 남학생들에 몰려 겁탈을 당할 뻔하다가 창틀로 올라가 뛰어내리기 직전까지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남학생 1은 시라 씨 잘 때리고...지금 여자 옷을 벗기는 과정이니까..." "옷 또 없어요? 그럼 찢을 수는 없고...어떻게 할까요? 감독님...시라 씨, 옷을 움켜쥐었다가 남학생 1이 뿌리치면 확 벌어지게 그렇게 할까요?" "손 무는 컷 끊어가고, 남자가 '아'하면서 찡그린 얼굴 잡고 '어?'하면서 남자 시선따라서 도망가는 시라 씨한테 넘어가는 거까지 갈까요?" "남자들은 힘있고, 거칠어 보이게 해주세요."

4시 15분. 실내신 촬영 마무리
"남자들이 다가오면 여기 쌓여있는 드럼통 쓰러뜨리고 창문쪽으로 가서...올라가요. 그리고 그쪽 골조에 매달리는 거예요."
4시. 채시라 씨가 골조에 매달릴 수 있는지와 안전여부를 확인하고 나서 한 번의 리허설이 진행된 후, 촬영은 시작되었다.
"남자들은 여자가 창틀에 올라가면 겁먹어야 돼. 여자가 떨어지면 안되니까...특히 남학생 1은 시라 씨 막 잡으면 안돼요. 겁나서 못잡는 상황이니까."
아슬아슬해 보이는 이 신의 촬영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게 끝이 나고, 드럼통 무너질 때의 남자들 타이트 샷이나 겁먹은 남학생 샷 등 이런저런 마무리 샷들의 촬영으로 4시 15분, 실내신은 완성되었다.

4시 20분. 싸움신 연습
실내신을 마무리짓고 공사장 앞으로 내려오니 태우 역의 장동건 씨가 대기하고 있다. 성준 씨와 정옥 씨가 뛰어내리는 신을 연습하고 있을 때, 정 감독은 장동건 씨에게 액션 동작을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치고, 치고...가운데 남학생한테 벽쪽으로 밀렸다가 다시 밀어서 판자에 떨어질 때 도망가는 하영이를 쫓아가는 남학생 1을 보고 쫓아가...해보자."
25분. 시범을 보인 정 감독의 지시에 따라 장동건 씨와 무술팀들이 연습을 시작한다. 장동건 씨가 액션신의 동작을 연습하고 있는 4시 30분, 한쪽에서는 성준 씨, 정옥 씨, 남학생 1 연기자가 채시라 씨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따라 뛰어내리는 신이 촬영되었다.

4시 35분. 싸움신 촬영
"하영이 찾으러 다니다가, 떨어져 있는 하영이한테 세 남자가 붙어있는 걸보고 진짜 미친 듯이 싸워야 하는 거야. 아까 연습처럼 순서대로 하면 안되고..." "시라 씨는 도망가다가 동건이가 벽에 밀렸다가 다시 판자쪽으로 가면 도망가는 거예요."
35분. 싸움신의 큐사인이 드디어 떨어졌다.
"남학생 1은 시라 씨 쫓아가다가 전보대있는 즈음에서 잡혀...그럼 동건이는 무릎으로 두 번 찍고, 오는 주먹 막아서 넘어뜨리고, 넘어져 있는 남자를 밟아...아주 잔인하게..."
촬영이 진행되다보니 벌써 시간은 5시를 넘어서고 있다. 반복되는 액션신과 감기가 겹쳐 지칠 대로 지친 장동건 씨의 휴식시간을 이용해 정 감독은 채시라 씨가 도망가는 신을 마무리 지었다.
5시 5분. 채시라 씨의 촬영분이 끝나고 이제 창현 씨는 2층에서 떨어지는 신을 위해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5시 10분, 지쳐있는 장동건 씨의 신의 촬영이 다시 시작되었다.

5시 50분. 싸움신 마무리
5시 30분. 이제 동이 터 오려 하자 슬슬 세상의 움직임은 시작되었다. 우유나 신문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지나다니고, 가정집에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촬영팀의 마음은 급해지기 시작한다. 해가 뜨면 촬영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건이 청바지 입었지? 동건아 운동화만 잠깐 빌려줄래?"
반복되는 격렬한 액션에 기어이는 다리에 쥐가 난 장동건 씨가 남학생 1을 밟는 다리신을 위해 정 감독이 직접 나섰다. 장동건 씨의 운동화를 빌려 신고...정 감독과 장동건 씨의 청바지 색깔이 일치해 다행이다. "자, 빨리 하영이 추락신 준비합시다."
5시 50분. 태우와 깡패들의 싸움신이 마무리되었다.

5시 55분. 창현 씨 추락신
원래는 싸움의 부감신(위에서 검은 형체만 보이게 찍는 신)을 찍어야 했지만 하늘이 점점 밝아지자 정 감독은 신 PD의 지시에 따라 창현 씨의 추락신을 부랴부랴 준비한다. 채시라 씨의 대역을 맡아 2층에서 뛰어내릴 창현 씨, 그리고 이를 따라 우르르 뛰어내리는 정옥 씨, 성준 씨의 신촬영이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여장을 한 창현 씨의 모습에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이를 지켜보던 스탭들은 웃음을 참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6시 20분. 촬영마무리
이렇게 숨쉴 틈도 없이 긴장했던 촬영이 끝난 시간은 6시 15분, 하늘은 벌써 청명한 가을 아침의 것이었다.
"자, 이따가 자동차 밤신 있는 거 알지? 집합 시간 연락줄테니까 일단은 가서 좀 쉬어라."
정 감독이 안전사고나 그림구상 등으로 가장 신경을 쓰는 자동차 사고신이다. 이제 또다시 거리가 하루를 시작하려는 시간에 그들은 또 다른 긴장으로 하루를 마무리짓고 있었다.
유난히 아기자기한 삶이 그립고, 아주 위험한 액션신의 순간이 문득 두려워지기도 하는 정두홍 감독과 정옥, 민수, 성준, 창현 씨이다. 그러나 이러한 액션신의 마지막 OK 사인 뒤에 오는 '바로 이거구나'하는 느낌과 자신들을 믿고, 묵묵히 지켜봐주는 연출자를 비롯한 스탭들과 연기자, 그리고 서로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촬영 현장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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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 굳히기의 한해를 위하여

1999년, 한세기를 접고 새로운 한세기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하는 중요한 해이다. 중앙 공중파 3사들은 ‘공영성 확대’를 강조하는 편성개혁 등을 내세운 99년 신년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다. 방송과 매체의 다각화 속에 선진화된 방송환경 속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발전의 또다른 전환점이 될 21세기를 준비하는 독립방송 5개사는 어떠한 계획들을 세워 놓고 있는지를 짚어보도록 하자.

지난 해의 엄청한 경제난 속에 인원 감축과 예산 축소를 겪지 않은 방송사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도 없이 어려워져만 가는 방송환경 속에 방송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심해만한다. 이에 방송사들에게 있어 1999년은 새로운 한세기를 준비해야할 과제 외에도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준비해야만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KBS, MBC, SBS, 공중파 3사에서는 10대 위주의 오락물과 드라마를 폐지하고, 가족 프로그램을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하는 등 실제적 의미가 어떤 것이든 99년 새해를 맞아 편성 대개혁을 단행하고, 다가올 21세기를 의식한 캠페인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교통, 기독교, 불교, 평화, 극동방송 등 독립 방송 5개사도 편성 개혁 등의 거창한 계획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99년 신년계획들을 세워두고 있다. 이들 각 방송사는 교통문화와 선교, 포교를 위한다는 공중파와는 차별화된 방송이어선지 큰 틀 자체를 바꾸기 보다는 기본 줄기는 지켜나가면서 변화를 주거나 99년을 준비해나가는 차원의 것들이다. 그들의 자세한 신년계획과 한세기를 마감하고, 또다른 한 세기를 맞이하는 각오를 들어보도록 하자.

제2의 개국을 맞이할 교통방송

교통방송은 98년 말 제정한 ‘사람과 문화를 생각하는 교통방송’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큰 틀로 ‘교통문화 사람을 존중합시다’와 ‘서울 내고향 가꾸고 사랑합시다’라는 연중캠페인을 99년 신년계획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교통문화 사람을 존중합시다’는 사람과 문화를 생각한다는 캐치프레이즈의 목적에 일관되게 추진해온 것으로 인간 중심의 교통 문화를 정착시키기에 집중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당찬 의도가 숨어있다.
또한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는 서울, 이는 모든 문화와 정치 경제 등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 서울을 제2의 고향이라는 인식을 확대해 지역색을 없애고, 새로운 서울을 만들자는 의도에서 준비된 것이다. 이를 위해 월별 소주제를 정해 매일 SPOT 프로그램으로 정규 프로그램화시킬 예정이며, 서울의 문화유적지를 발굴, 소개하는 ‘서울 내고향’ 캠페인과의 연계 방송도 1월 용산 팔경을 소개하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1월과 4월, 5월, 12월에 ‘뺑소니’와 ‘난지도에 새생명을’ ‘보행자’ ‘음주운전’을 주제로 한 와이드 특집 방송도 준비하고 있다.
편성면에 있어서는 교통문화의 선진화와 생활 문화 향상을 위한다는 기본 정신과 편성 비율, 편성 방향 등에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기본틀을 지키면서 다른 방송과의 차별화를 위한 편성의 재조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99년 새해 편성에 대한 교통방송 편성국의 이문구 부장의 말이다.
“현재 실질적인 국민들의 생활 행태를 분석하고 조사하는 작업이 한참 진행중이다. 이 분석과 조사를 통한 결과물로 제대로 된 시간대 편성으로 교통방송만의 편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내용상으로는 환경 관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교통 관련 민원을 수렴, 그 결과까지 방송하는 프로그램과 경제 회생을 위해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방송의 글로벌화를 위해 교통 부분 중심의 지구촌 소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 등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이 부장은 어떠한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운전자를 위한 내용을 담아내는 등 99년은 모든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편성할 때 교통방송 특성에 맞게 정리정돈을 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힌다.또한 전산 시스템을 강화, 좀더 효율적인 교통 정보 이용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며 수해나 눈피해 등 어떠한 인위적, 자연적 재해에도 대처가 가능하도록 발빠른 특집 편성 체제를 유지해 나갈 것임을 덧붙인다.
최초의 방송언론인 출신의 본부장 시대를 맞이한 교통방송은 틀을 갖추는 시기였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해부터는 새롭게, 본격적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모아 99년은 제2의 개국의 해라는 각오로 임할 것임을 밝힌다.

공정 경쟁의 원년을 준비하는 기독교 방송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 표준 FM과 대전 FM 방송 개국으로 좀더 많은 청취자들을 확보한 기독교 방송은 계속적으로 대구 (3월), 전북 (4월), 광주 (5월) 방송의 FM 개국으로 명실상부한 전국 규모 방송으로서의 위상 획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공중파나 CATV, 위성 TV 등 영상매체의 확보를 위한 노력이 지금까지 계속되어왔지만 99년 새해에는 타당성과 방송 기여도를 인정 받는 등 좀더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마련 중이다.
“FM 개국으로 인한 청취권 확대와 영상매체 확보의 노력으로 99년을 공정 경쟁의 조건을 갖추는 원년으로 인식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새로운 편성 정책을 세워 21세기를 준비할 계획이다. 얼마전 PD 연합회에서 전(全) 라디오 베스트 프로그램 4위에 오른 ‘시사다큐 오늘과 내일’ 처럼 기독교 방송을 대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2, 3개 정도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IMF 경제난으로 제작비며 인원이 감소되었지만 공격적인 편성전략을 위해 기획력과 취재력을 고루 갖춘 ‘기획특집반’을 재구성하여 보다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서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기획조정실의 배재우 부장은 경쟁력 강화를 힘주어 말한다.
그 내용면에 있어서는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됩시다’를 99년 연중 캠페인으로 내세워 ‘사랑을 실천하는 방송’ ‘정의로운 방송’이라는 두가지의 큰 틀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민족화해와 지역, 세대, 계층간의 화해를 실현하고 온가족이 함께 청취할 수 있는 건전한 내용과 사회 민주화와 개혁을 선도하는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송 등 프로그램 편성과 제작에 적용할 구체적인 실천 방향도 세워두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토대로 매달 가정, 교육, 시민운동, 환경, 정치개혁, 복지 등 각 분야별의 소주제를 정해 우리 사회 제 분야에 대한 갈등해소와 화해를 추구하는 내용의 기획 특집 방송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더불어 ‘남북교류와 민족통일을 위한 특별기획 4부작’과 21세기를 준비하며 기독교 방송의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기 위한 선교대회, 통일 음악제 등 굵직한 특집들도 준비하고 있다. 꼭 이러한 특집이 아니더라도 일반 정규 프로그램에도 실천방향은 녹아들게 할 것이라는 귀뜸이다.

심성을 맑힐 수 있는 밝은 방송을 추구하는 불교방송

“99년은 ‘밝은 사회 건설을 위한 방송’을 편성목표로 잡고 있다. 격변하고, 조금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다지만 어렵기만한 경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곳과 사건만을 대하는 것 같다. 이런 때일수록 희망과 용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 사회에 귀감이 되는 사람이나 내용, 칭찬할 일, 훈훈한 정이 있는 내용들, 들었을 때 편안하고 심성을 맑게하는 내용의 방송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따로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거나 구성의 개혁 등의 거창한 변화보다는 하루 10회 정도의 SPOT 프로그램과 더불어 하루 21시간의 모든 프로그램 내용 속에 녹여 정규 프로그램화할 생각이다.”
위와 같은 교양제작팀의 박정원 차장의 말처럼 불교방송의 99년은 사회 혼란 속에서 생겨나는 윤리적인 혼란을 바로 잡고, 가정과 사회 질서의 정착에 도움이 되는 방송이 되는 것으로 집약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청취자들의 심성을 안정시키고, 맑힐 수 있는 방송이 되는 것이 바로 불교방송이 추구하는 것이니 말이다.
캠페인도 마찬가지여서 1월의 캠페인 주제인 ‘가정의 질서를 소중하게 생각하자’을 비롯해 월별 캠페인의 주제도 ‘밝은 사회 건설을 위한 방송’과 ‘사회 질서 찾기’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포교 프로그램의 다양성 추구와 교양 프로그램을 특성화, 불교계 소식 및 시사성 보도의 강화, 그리고 통일논의와 불교의 역할 강조, 사찰 환경과 생태문제 논의 등 보다 차원높은 방송 서비스 강화를 편성과 프로그램 제작의 기본축으로 세워두고 있다.
더불어 불교 방송의 홍보자료나 프로그램 정보, 각종 불교방송 데이터 베이스와 불교계 뉴스 등을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매체로 쉽게 청취자들에게 접근하고, 청취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방송 참여를 유도하여 쌍방향 방송을 실현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불교방송은 개국 10주년인 2000년을 위해 종교, 특수 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하고, 좀더 선명하고 차별화된 방송으로 거듭날 방안을 강구중이다.

2000년 대희년 준비에 바쁜 평화방송

평화방송에 있어 99년은 천주교 방송이니만큼 그리스도 탄생을 원년으로, 과거의 역사가 두 번째 천년을 맞게됨을 의미하고, 그리스도 탄생 세 번째 천년의 출발점인 ‘대희년’ 준비를 위한 중요한 해로 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평화방송은 선교 프로그램의 내실을 기하고, 선교에 효과적인 프로그램의 새로운 포맷 연구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등 대희년 준비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평화방송은 천주교 선교를 위한 방송이니만큼 상업방송처럼 청취율을 위한 프로그램을 집중편성하여 그 존재가치를 희석시킬 이유가 없다. 개국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하고 개편 때 마다 보강해왔던 것처럼 99년도 천주교 선교매체로서의 특성을 강화하고, 차별성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양산함으로서 청취자에게 다양한 선택기회를 제공하는 데 힘 쓸 것이다. 편성이나 프로그램 제작면에서도 커다란 방향전환보다는 ‘이웃사랑’과 ‘환경살리기’ 그리고 인간복제나 낙태 반대 등 ‘창조적 질서 보호’와 ‘가정공동체의 소중함’ 이라는 큰 틀 속에서 시의성있는 소재나 주제보다는 지속적으로 추진해갈 수 있는 내용들로 프로그램들을 꾸며나갈 생각이다.”
편성부의 박승배 차장은 이렇게 말하고, 99년에도 98년에 이어 ‘경제살리기’에 중점을 둔 캠페인에 대해서 설명한다. 청취자들에게 ‘소비절약’ 정신을 심어주려 힘쓰던 작년과는 방향을 달리하여 상식적인 소비문화 정책, 무조건 안쓰는 것이 아닌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건전한 소비’에 중점을 맞추어 켐페인을 열어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고 또 하나의 경제살리기의 일환으로 과다 혼수 지양 등의 ‘건전한 결혼 문화 정착’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열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속초 FM 개국으로 통일의 교두보를 준비하는 극동방송

국내와 중국, 북한, 러시아 등의 북방의 선교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는 극동방송은 ‘복음의 극대화’라는 큰 타이틀 속에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극동방송의 99년 새해의 가장 큰 사업은 속초 FM 방송 개국, 89년 대전 극동방송과 96년 창원 극동방송의 개국에 이은 세 번째의 FM 방송 개국으로 속초, 강릉, 양양, 고성 등 국내는 물론 금강산과 원산 등 북한의 일부까지 가시청권으로 하고 있어 통일을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하겠다.
이와 더불어 방송면에서는 지금까지의 정보수집과 제작 방법을 달리하여 신앙상담이나 요청사항 접수 등 초보적인 것부터 심도있는 사항까지 청취자들의 참여도를 높여 ‘삶속에서의 신앙구현’을 통해 앞으로 21세기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가치관을 확립해 나가는 데 힘을 쓸 것이라고 한다.
“99년은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고, 한 세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해로 99년을 ‘새로운 세기 준비를 위한 가치관 확립의 해’로 인식하고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성에 반영할 생각이다.
또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시대가 변하면서 교회가 그 세대와 시대에 맞게 변해야하는 것처럼 선교방송도 한곳에 머무를 수 없다. 이에 99년엔 기술적으로 위성방송과 디지털 방송의 실현으로 200년대의 방송을 계획하고, 위성방송과 인터넷 선교방송으로 복음의 최첨단화를 검토중이다.”
편성국 윤춘환 국장은 99년 새해 편성 방향과 기술적인 21세기 준비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지금까지는 극동방송의 주청취층이 아니었던 어린이와 청소년 청취자들을 집중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신설, 21세기의 주역인 그들의 올바른 가치관 확립에 노력할 것임을 덧붙인다.
또한 북방을 위주로 선교방송을 해왔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해부터는 국내의 기존 신자들의 체계적인 성경공부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국내 청취자들의 신앙 성장에 기여함과 동시에 중국, 러시아 등의 북방의 신앙 초보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성경 공부 프로그램도 꾸준히 제작할 계획이다.
이러한 새로운 계획들과 더불어 매년 계속적으로 개최되어왔던 개척교회 목사들의 교회 운영과 발전을 돕기 위한 교회성장세미나나 유명 송학인 초청 음악회, 수도권의 8개 교회에서 2000여 명이 참여하는 극동방송 정기 성가 대합창제와 전속 어린이, 여성 합창제, 방송가족 위로잔치 등 크고 작은 정통적인 이벤트도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큼 큰 변화는 아니지만 21세기를 바로 앞에 둔 99년을 준비하는 5개 방송사의 신년계획은 제각각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과 내용으로 차별화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넘쳐나고 있다. 늘 새해면 계획을 세우고, 연말이면 이를 되돌아 본다. 5개 방송사가 준비한 야심찬 신년계획이 의례적인 것이나 유명무실한 존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진 방송으로의 출발선이 되기를 바라며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알찬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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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이경실

한 프로그램의 얼굴이며 간판이 되는 MC. 진정한 MC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말만 잘한다고 해서, 그렇다고 지식이 많다고만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전문 MC부터 아나운서, 개그맨, 탤런트...그 출신 성분은 다양하기도 하다.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의 중간 쯤에 위치하며 늘 들어주는 역할만을 해오던 방송가 MC계의 선두주자 여섯 명이 모여 그들의 속내를 풀어내었다.

내숭과 난척을 참지 못하는 열혈 아줌마 이경실

6년째 계속하고 있는 KBS의 ‘체험 삶의 현장’부터 MBC(‘베스트 토요일’), SBS(‘진실게임’), iTV(‘도전 나도 사장님’)까지 MC 이경실이 공중파의 모든 채널을 섭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녀가 이렇게 모든 공중파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은 그녀 자체에서 풍겨져 나오는 ‘힘’일 것이다. MC로서의 이경실은 어디서 그런 정열이 나올까싶게 옆사람을 긴장시킬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애드립이나 순발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MC로서의 고집도 그녀의 진행에 힘을 싣는 데 한몫한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다면 이건 틀린 말이다라고 확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독설을 뿜을 줄 아는 힘을 가진 것이 MC 이경실이다. 이러한 것이 그녀에게 ‘건방지다’ ‘너무 말을 함부로 한다’는 식의 평가를 낳게도 했지만 공중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내숭을 모르는 호탕한 웃음도 빼놓을 수 없는 그녀의 매력.
“난 내숭을 떨거나 잘난 척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정말 웃기는 얘기면 뒤로 넘어가도록 요란하게 웃어야 하고, 화가 나면 소리가 높아지고 한자성어나 어려운 말을 써가면서 얘기하는 동료 MC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꼬집어야 직성이 풀리니 말이다.”
그리고 방송에 나와 말을 안하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좀 풀어나 보슈’라고 거리낌없이 핀잔도 줄 수 있는 그녀이다. 하지만 그녀 자체만이 가지고 있는 힘만으로 그녀가 지금의 위치까지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MC를 담당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녹화나 생방송이 있는 날에는 4시간 전부터 목욕을 시작으로 미용실과 의상실, 메이크업 등 모든 준비를 끝낸 후에 스튜디오로 향하는 프로다운 그녀의 준비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MC를 맡은 프로그램의 녹화가 있는 일주일 중의 4일은 새벽별을 보아야만 한다.
“텔레비전은 학력이 높거나 고상한 한 계층만을 위한 매체가 아니다. 그래서 난 미사여구를 동원해 예쁘게 말을 하거나 어려운 말을 즐겨쓰는 MC이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평상시에 이야기하듯 편하고, 쉽게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죽이지 않아요’ ‘열받아 죽는 줄 알았어’라는 식의 생활 속의 은어들이 나올 때가 있다."
자신의 부족한 점도 놓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과 나태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 이경실은 당당한 프로 MC임에 틀림없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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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유정현

한 프로그램의 얼굴이며 간판이 되는 MC. 진정한 MC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말만 잘한다고 해서, 그렇다고 지식이 많다고만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전문 MC부터 아나운서, 개그맨, 탤런트...그 출신 성분은 다양하기도 하다.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의 중간 쯤에 위치하며 늘 들어주는 역할만을 해오던 방송가 MC계의 선두주자 여섯 명이 모여 그들의 속내를 풀어내었다.

어눌함 속에 의외의 날카로움을 숨긴 유정현

유정현은 아나운서라기 보다는 쇼 오락 프로그램의 MC라는 느낌이 강하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특성을 소중히 여긴다.
“당신 개그맨이야 탤런트야 MC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외부에서 날 어떻게 보는지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에 보여지는 대로의 이미지가 소중할 뿐이다. 뉴스나 숙직 등 아나운서실의 일은 모두 하고 있고, 나 하나 때문에 아나운서 전체의 이미지에 손상을 주는 건 아닌지 하는 동료와 선후배에 대한 미안함은 있지만 아나운서로 성공했었으면 하는 때늦은 미련은 없다.”
그의 방송 경력이 6년이 넘었다고 하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 ‘부자유친’으로 시청자들에게 알려진 것은 이제 3년 남짓이 되었으니 말이다. 주위 선배와 동료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 그에겐 주효했다. 그 드라마를 계기로 그는 아나운서 유정현이 아닌 MC 유정현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것이다. SBS 아나운서 중 가장 많은 아줌마 부대와 처녀 부대를 몰고 다니는 유정현의 매력은 아마도 여백일 것이다. 순하고 착해보이는 좀 나쁘게 말한다면 어눌해 보이는 모습이 왠지 파고들 여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시청자들을 TV 앞에 모이게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은 말도 많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 듯한 MC가 아무렇지도 않게 어쩌다 던진 한마디가 날카롭게 정곡을 찌르는 말이어서 시청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때문이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줄 아는 MC지만 건드릴 것은 짚고 넘어갈 줄 아는 의외의 날카로움이 그의 인기비결이라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평이다.
외국의 배우나 가수들의 이름을 외우지 못해 프로그램의 진행에 적절히 적용시킬 수 없는 것과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말이 너무 느리다는 것 그리고 가끔 3년이라는 짧지 않은 리포터 경력을 잘못 발휘해 프로그램의 핵심이 틀어져 버리거나 진실과 거짓, 옳고 그름이 제작 의도에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등 그에게도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밤마다 시를 외운다든가 매일 한시간 이상씩 빨리 말하는 훈련을 거르지 않는다든지 일주일의 거의 모든 날을 빽빽하게 메우고 있는 스케줄에도 연세대학교 언론홍보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한 번도 결석하지 않는 열의를 보이는 등 그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으니 그의 성장을 좀더 지켜봐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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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이영자

한 프로그램의 얼굴이며 간판이 되는 MC. 진정한 MC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말만 잘한다고 해서, 그렇다고 지식이 많다고만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전문 MC부터 아나운서, 개그맨, 탤런트...그 출신 성분은 다양하기도 하다.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의 중간 쯤에 위치하며 늘 들어주는 역할만을 해오던 방송가 MC계의 선두주자 여섯 명이 모여 그들의 속내를 풀어내었다.

살이 빠져도 여전히 넉넉한 품새를 가진 이영자

요즘 이영자가 달라졌다. 살도 빠지고 많이 차분해지기도 했다. 물론 그녀만의 분위기 띄우기나 넉살 좋은 유머는 그대로지만 말이다.
“난 말을 잘하거나 사리판단이 분명하거나 정확한 방송용어를 구사하는 MC는 아니다. 표준어나 공정성으로 신뢰를 주지 못하는 부족함이 없지 않지만 늘 어떤 사람이 출연하든 시청자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을 좋아할 마음가짐과 그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줄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겐 유난히 어려움도 많았고 난관도 적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선후배나 동료들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아예 방송에 얼굴을 내밀 수 없었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가 그녀는 늘 자신의 현실을 정확히 판단할 줄 알았다. 그래서 이전에 메인 MC였던 프로그램에서 한 코너의 진행자로 제의가 들어와도 마다하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왕년의 모습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행운인가를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가 네 개 프로그램의 MC와 뮤지컬까지 하는 피곤한 생활 속에서도 그녀는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 행복함에 그녀는 늘 열린 마음으로 방송에 임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바쁜 스케줄에 짜증내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실패에서 얻은 교훈 덕분이다. 일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한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 있는 정신력, 그리고 아프지 않은 건강한 신체에 감사하고 있다. 어떠한 나쁜 상황에서도 ‘난 할 수 있을거야’라는 믿음을 놓지 않는다. 실패 전엔 일에 치여 살았다면 이젠 일을 즐길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할 인생이나 사람은 없다. 여러 가지 마음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인가 이영자가 어울리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도 그리 큰 과장은 아니다. 대선배 MC인 임성훈과 진행하는 생방송 프로그램 ‘임성훈 이영자입니다’나 예리하고 정확한 백지연과 함께 진행하는 ‘백야’ 그리고 동료 개그맨인 홍록기, 정선희 그리고 신동엽과 진행하는 ‘이브의 성’(이상 MBC)과 ‘기분 좋은 밤입니다’(SBS) 등을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가장 하기 힘들다는 체중 조절, 시청자들이 그걸 해낸 자신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는 이영자는 좀더 인생을 알고, 남들처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남편을 챙기는 보편적인 삶을 살게 되고, 좀더 풍부한 인생의 경험이 쌓이게 되면 여러 사람에게 기쁨과 감동과 느낌을 줄 수 있는 이영자만의 토크쇼를 꿈꾸고 있다. 그녀는 20kg이라는 어마어마한 살이 내렸으면서도 넉넉한 품새를 잃지 않고 진정한 MC로 거듭나기 위해 발돋움중인 듯하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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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임성훈

한 프로그램의 얼굴이며 간판이 되는 MC. 진정한 MC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말만 잘한다고 해서, 그렇다고 지식이 많다고만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전문 MC부터 아나운서, 개그맨, 탤런트...그 출신 성분은 다양하기도 하다.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의 중간 쯤에 위치하며 늘 들어주는 역할만을 해오던 방송가 MC계의 선두주자 여섯 명이 모여 그들의 속내를 풀어내었다.

전문 MC 2세대, 변함없이 편안한 담담함의 소유자 임성훈

얼마전 작고한 플라이보이 고 곽규석의 뒤를 잇는 2세대 전문 MC였던 임성훈은 방송가의 각종 MC 기록의 여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75년 TBC의 ‘가요 올림픽’이라는 당시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데뷔하면서 방송 사상 첫 전문 더블 MC 방송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가요톱10’을 11년 간 진행하면서 단일 프로그램 최장 진행 기록도 가지고 있고 쇼 오락 MC과 교양 MC를 넘나드는 첫 MC라는 기록도 지니고 있다.
“지금의 ‘MC 임성훈’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말솜씨나 후천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만난 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나의 방송에 그리고 현재의 모습에 만족해 본 적이 없다. 모니터할 때마다 부족한 점 투성이이고 계속 공부중이라고 생각한다. 왠만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은 다 진행해 봤는데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을 때마다 공부하는 기분이 된다. 늘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렇게 눈에 띄는 자신의 부족한 점들이 그에겐 스스로 자극을 주고, 열심히 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되어준다고 한다. 그렇게 화려한 타이틀의 소유자이면서도 그리고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25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내가 이제 끝나나 보다’라는 좌절을 모르고 사랑을 받아온 자신에 대한 점수가 너무나 짜기만 하다.
“단순히 코너와 코너를 연결하며 무난한 진행을 할 수 있는 진행자들은 많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출연자와 제작자, 그리고 시청자들의 시점을 제대로 조율할 줄 하는 것이 진정한 MC라고 생각한다. 말을 잘하는 MC보다는 열심히 들어주는 MC가 되기 위한노력이 시청자들과 출연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같다.”
어린 시절부터 동네 아이들을 모이게 했던 타고난 말솜씨에 늘 공부하는 마음으로, 부족한 점을 찾아 채우려는 꾀를 부릴 줄 모르는 노력과 출연자와 시청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감사할줄 아는 마음, 어느 누구도 지도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는 겸손함 그리고 25년이라는 경륜,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지금의 임성훈을 만든 것이다.
MC 뿐 아니라 가수며 탤런트 등 방송인의 수명이 부쩍 짧아져버린 지금 그의 바람은 머리가 희끗희끗해질 때까지 시청자들을 만나는 방송인이 되고 싶은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바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묻고, 배우며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과 노력을 잊지 않으며, 그 시대의 흐름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과 더불어 그러한 노력과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꾸준한 체력단련으로 젊은 후배들도 부러워하는 근육으로 똘똘 뭉친 그의 건강한 신체가 있는 한 그 바람이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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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정은아

한 프로그램의 얼굴이며 간판이 되는 MC. 진정한 MC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말만 잘한다고 해서, 그렇다고 지식이 많다고만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전문 MC부터 아나운서, 개그맨, 탤런트...그 출신 성분은 다양하기도 하다.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의 중간 쯤에 위치하며 늘 들어주는 역할만을 해오던 방송가 MC계의 선두주자 여섯 명이 모여 그들의 속내를 풀어내었다.

여성 MC의 선두주자, 품격을 지닌 반듯함과 세련된 이미지의 정은아

90년 1월에 입사해 3개월이 지나 막 수습을 뗀 그녀에게 ‘생방송 전국은 지금’이라는 큰 프로그램이 맡겨졌다. 그때부터 4년 동안은 방송을 안한 날을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일이 많았던 시기였다. 당황스럽고, 벅찬 속에서도 열심히 했던 탓인지 그녀에겐 계속해서 좋은 프로그램이 주어졌다. 연예인 MC가 많았던 그 시기에 훈련된 말씨와 전문화된 여성 MC라는 반듯한 인상의 정은아는 그렇게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를 넓혀 가기 시작했다. 그녀로 인해 TV 화면에서 여자 MC는 더 이상 그려 놓은 듯한 꽃같은 존재나 보조가 아니라 동등한 MC로서, 그리고 프로그램의 무게 중심의 반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은아는 ‘온실 안에서 잘 키워진 반듯한 이미지’의 MC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97년 4월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는 일의 영역이 저절로 넓어졌다. 특별히 쇼나 오락 프로그램을 해야지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는데 기회들이 주어졌고, 격과 품위를 갖춘 ‘정은아’의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정은아가 개그맨들과도 잘 어울리는 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 나온 책이나 그림, 영화, 연극 등 모든 방면에 눈과 귀를 열어 두고 어떻게 방송에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여행을 가더라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시장의 아주머니와 사람이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하고, 반듯한 정신 자세로 세상과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의 더듬이를 잘 벼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MC가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식견을 갖추는 것도 좋지만 좋은 MC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겸손함을 가지는 것과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떠한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선택부터 시간 안배, 제작진의 의도와 시청자가 원하는 것들간의 괴리, 또한 생각하는 것과 생각해야할 것들에 대한 기준잡기 등에서 말이다.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입니다’ ‘머리가 좋아지는 TV’(이상 SBS) ‘21세기 위원회’ ‘칭찬합시다’(이상 MBC)...꽤 많은 양처럼 보이지만 별로 버겁지 않게, 자신의 100% 능력과 정열을 쏟으며 일하고 있다는 그녀는 자신은 일을 통해 자아실현 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까지 하는 특권을 누리는 행운아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그 분야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고, 시청자에게도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매우 행복한 일이라고 덧붙인다. 단점이 없는 MC가 아니라 하나라도 장점을 가진 MC가 되고 싶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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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파워 MC 남자 셋 여자 셋 - 이계진

한 프로그램의 얼굴이며 간판이 되는 MC. 진정한 MC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말만 잘한다고 해서, 그렇다고 지식이 많다고만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전문 MC부터 아나운서, 개그맨, 탤런트...그 출신 성분은 다양하기도 하다.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의 중간 쯤에 위치하며 늘 들어주는 역할만을 해오던 방송가 MC계의 선두주자 여섯 명이 모여 그들의 속내를 풀어내었다.

꾸준하게 훈련된 말솜씨로 장기집권하는 이계진

“MC란 프로그램의 유능한 교통순경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MC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고, MC가 그 프로그램의 주인이나 핵심 노릇을 하기보다는 출연자와 제작진, 시청자의 생각들을 잘 정리하고, 그 속에 자신의 생각들을 섞어 여러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MC 말이다.”
올해로 MC 생활 27년째에 접어든 이계진은 기대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첫마디를 뗀다. MC는 타고나야 한다고들 하지만 그에겐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MC로서의 대성할 자질이 없었다고 한다. 인물이 수려한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좋은 목소리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성격이 활달하지도 못해 앞에 나서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았고, 맛있게 말하는 법도 알지 못했다. 어릴적부터 동네 어른들이며 친구들에게 ‘암사내’ 라고 불리울 만큼 내성적이었던 그였으니 말이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약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았고, ‘훌륭한 MC’라는 찬란한 꼬리표를 달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왔다. 고전 해학과 유머집을 열심히 읽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맛있게 말하는 방법을 체득하기 위한 그의 노력이 아나운서 모임에서도 MC를 도맡아 하게된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이다.
“바르고 교양있는 말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가치관과 조화로운 생각, 사회를 보는 따뜻한 눈과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다. 조화로움이란 MC에겐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도시와 농촌,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 건강한 사람과 약한 이들 그리고 남자와 여자...상반되는 것들 중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그런 폭넓은 관심과 마음 말이다.”
연예인 MC가 한참 빛나던 그 시절, 선배가 그에게 해준 충고는 그만의 MC 지론을 만들게 했다. ‘맹물같은 MC가 되시오.’ 새콤 달콤, 빛깔도 고운 콜라나 주스같은 MC들이 사랑을 받고 있던 판에, 그렇지 않아도 아나운서 MC는 밍밍하다는 시청자들의 불평이 높던 시기에 말이다. 그 ‘맹물’이라는 말은 이계진에게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은근함과 깊은 맛이 있고, 물이 콜라며 주스 등 원천인 것처럼 이계진도 무슨 맛이든 낼 수 있는 깊은 맛을 지닌 MC이니 말이다. 볼 때만 재미있고, 즐거운 MC가 아닌 두고 두고 찾게되는 사람인 점도 그렇다. 잘하는 MC가 반드시 좋은 MC는 아닌 것처럼 평범하고 눈에 띄진 않지만 좋은 MC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그는 대단한 경력의 소유자임에도 소박하기만한 바람을 조심스레 털어 놓는다.
“언젠가는 시청자들의 가슴과 정서에 여운이 남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가족이 모여 앉아, 나이든 이들에겐 젊은 시절을 회상할 수 있게 하고 젊은이들에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시’를 사랑할 수 있게 하고 하루의 마감시간에 미소를 지으며 잠들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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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되지 못한 아쉬움, 그러나 두드리면 열리리라

12월 20일 평양의 봉화예술극장에서는 노래를 통해 남북한이 하나되기 위한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우리 방송 사상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에서 제작하고, 직접 위성통신으로 남한에 방송된 이 '민족통일음악회'는 남측의 PD가 연출을 맡았고, 중계차, 8대의 카메라, 조명, 음향 등 북측의 방송장비가 동원되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이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삐그덕거림으로 아쉬워 해야했던 이 행사의 연출을 맡았던 MBC 편성기획부 주철환 팀장과 출연했던 가수들의 입을 통해 공연 이야기를 들어본다.

올 7월부터 기획되었지만 중간 중간 수많은 난관과 장애를 만나 그 실현 자체를 의심케 했던 '민족통일음악회'가 12월 20일 오후 5시 봉화예술극장의 2000석 객석을 꽉 메운 상태에서 그 막을 올렸다. 한민족이면서 서로에게 가장 먼 나라, 가장 가기 어려운 나라가 되어버린 남북한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하나가 되려는 '민족통일음악회'는 당대의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는 대중음악을 고리 삼아 분단상황을 극복하는 실마리를 찾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이번 공연은 남북통일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결정적인 요인이 되진 않겠지만 만국공용어인 '노래'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가 되려는 아주 작은 몸짓과도 같은 공연이었다. 이 공연의 총연출을 맡은 주철환 MBC 편성기획부 팀장도, 이 공연의 사회를 맡았던 차인태 경기대 교수와 만수대 예술단 소개자 백승란도, 그 무대에 섰던 안치환, 코리아나, 신형원, 오정해, 현철, 김종환, 전창혁, 김순희를 포함한 북한의 인민, 공훈 배우 등의 남북한 출연자들도, 공연장을 꽉 메웠던 남북측의 관객들도 그리고 텔레비전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모두 남북한이 한무대에 섰던 그 현장을 지켜보며 감동과 한탄으로 눈시울을 적셔야만 했다. 이제 겨우 남북 교류의 아주 작은 실마리를 잡은 것만으로도 그 감동은 적지 않았고, 이는 여기까지 오는 데만도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기에 더욱 큰 것이었을 것이다.

많은 진통과 시행착오로 얼룩진 행사

민간단체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변형윤)이 주최하고 기획사인 SN21 엔터프라이즈(이사장 김보애)가 주관하고 MBC에서 방송된 '민족통일음악회'는 수많은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7월부터 기획되고, 암암리에 물밑작업으로 준비돼 오다가 양사가 8월 5일 통일부로부터 사회문화분야의 남북협력사업자와 협력사업으로 승인을 받으면서 구체화되었다. 하지만 그 준비가 쉽지만은 않아 9월 초에 협상단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북측과의 일정 협의가 늦어져 방북이 연기되기도 했고, 애초엔 추석 즈음에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과 금강산 문예회관 그리고 남측의 공연장에서 두세 차례 공연을 가지기로 했었지만 북측과의 이견으로 그 규모가 축소되고 남측의 공연도 취소되었다.
날짜도 9월 말에 있었던 추석 즈음에서 10월초, 11월 중순에서 다시 12월 16일로 미뤄지더니 공연 이틀 전에 출연자 구성과 선곡의 문제로 또다시 12월 20일로까지 연기되는가 하면, 북한까지 갔던 코리아나는 곡선정으로 무대엔 올라보지도 못하고 깊은 마음의 상처와 아쉬움만을 가지고 돌아오기도 했다. 총연출을 맡았던 주철환 편성기획팀장이나 행사 관계자들을 가장 가슴 아프게 한 것은 우리 방송 사상 처음으로 위성생방송이 될 예정이었던 공연이 마카오의 중국 반환 시기와 겹쳐 무산돼 버린 것이다.
평양으로 떠나기 수십일 전부터 출연 가수와 부를 곡들의 악보와 가사들을 보냈던 남한측과는 달리 공연 전날에서야 북측의 출연 가수들의 명단만을 통지해 이데올로기적인 곡들을 배제하기로 했던 당초의 의도와는 다른 공연이 있어, 남한쪽으로는 방송이 되지 못하는 등 많은 진통을 겪으며 어렵사리 성사된 공연이었다. 이러한 문제들 외에도 '남북대중음악제'에서 남북이냐 북남이냐는 호칭으로 양측의 충돌의 소지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듣는 그리고 가장 상업적이고 대중들을 위한 가요를 통칭하는 남한과는 달리 소모임에서 부르는 노래를 일컫는 '대중음악'이라는 용어의 쓰임이 남북한이 다른 이유로 '민족통일음악회'로 공연의 제목 자체가 바뀌기도 했었다.
그런가 하면 공연 당일이 평일이니 7시 이후의 공연을 제안했으나 북측에서는 저녁 식사시간 이전에 공연을 마쳐야 한다는 의견을 고집해 남북한간 생활패턴이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을 앞둔 11월 23일~27일 주철환 PD를 비롯한 6명의 준비단이 북한의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초청으로 5박 6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공연의 실무적 협의를 통해 TV송신방법이 다른 양측의 변환기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문제는 물론 북한의 조선중앙TV의 중계차, 카메라, 조명, 음향 시설 등을 점검하면서 그리고 공연 당일 주철환 PD가 조선중앙 TV의 스탭들과 평화 봉화예술극장의 부조에 자리를 잡으면서 공연은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분단의 거리를 확인한 행사

"이 음악회가 이루어지는 데는 수많은 어려움과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른 이데올로기 속에서 살아가지만 문화, 그 중에서도 이데올로기는 물론 모든 벽을 넘을 수 있는 '노래'를 통해 내딛는 한걸음은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통일로 가는 길에 초석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총연출을 맡았던 MBC 주철환 편성기획부 팀장의 말처럼 정치, 경제, 이데올리기 등을 떠나 순수하게 노래로 만들어낸 남북한이 하나되는 장이 되었고 이는 남북한 당국간의 대화가 두절된 상태에서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공연으로 남북한 문화교류의 물꼬가 되고, 이는 더 나아가 통일로 가는 아주 기초적인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문화사적 의미도 크겠다.
앞서 몇번의 공연들이 있기는 했지만 '민족통일음악회'는 사실상 민간단체가 주최가 되고, 다른 매개체없이 남북한이 주인공으로 주체성을 가지는 최초의 공연이며 남한의 PD에 의해 연출되고 북한의 방송 장비와 기술력을 빌어 위성중계방송되는 최초의 공연이기도 하다.
"중국 등 곁에서 공연할 기회는 있었지만 직접 평양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데 감회가 새롭다. '터'나 '서울에서 평양까지' 등의 내 노래는 물론 그들의 노래도 혼자서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북한 가수들과 함께, 더 나아가서는 관객들과, 그리고 시청자들과 함께 어울어져 노래를 부르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이 공연에 출연해 마지막엔 눈물을 흘렸던 가수 신형원의 말처럼 이 음악회가 '대중음악을 통해 남과 북이 하나되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 노력의 흔적들을 시청자들이 느낄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 공연에 참가한 가수들의 구성도 북한 공연문화를 고려했었고, 수차례 수정된 악보를 준비해 남,북한의 가수들이 번갈아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양측의 가수들이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관객들과도 함께 호흡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질감을 회복하며 어우러질 수 있는 무대로 만들기 위해 행사가 기획되었지만 북한측의 제어로 무산되었고, 무대를 여는 '반갑습니다'와 마지막에 '다시 만납시다'를 남북한 가수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부른 것을 제외하고는 이제까지 있었던 다른 공연들과 다름없이 남한 가수와 북한 배우들의 공연이 따로 이루어져 다시 한번 남북한의 거리감을 확인하는 공연이 되고 말았다. 한무대에서 어울어지는 공연의 감동과 흥겨움이 공연과 동시에 전파를 타고 생방송으로 남북으로 전달되는 가슴찡한 일은 이번에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문화와 방송을 통한 동질감 회복을 위한 작은 시작

어느 곳에나 문화는 있고, 사람들의 가슴이나 정서에 가장 자연스럽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다른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이라도 좀더 빨리, 거부감없이 하나될 수 있게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특히 3분 남짓으로 짧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혹은 의지와 관계없이라도 늘 함께하는 대중음악은 좀더 자연스럽게 하나되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민족통일음악회'가 수많은 시행착오와 아쉬움을 안겨주긴 했지만 이 공연을 통해 우리는 노래의 힘,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이다.
예전엔 우리의 아이들에게 북한 사람들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 붉은 괴물의 형상이라고 가르쳐왔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지금도 그들과 우리는 아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통일이 되면 그 다른 점들 때문에 아주 번거롭고,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고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지만 붉은 괴물인 줄 알았던 그들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아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분명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들이 이번 '민족통일음악회'를 통해서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분단의 상태가 오래된 만큼 하나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테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할 것이다. 정치와 경제 등 대립적인 부분을 배제한 이번 공연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남북의 국민들의 정서적, 문화적 교류의 시초가 되었고, 이를 통해 차이점들을 가지고는 있지만 서로 다르지만은 않다는 것, 통일이 결코 번거롭거나 불편한 것이 아니라고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생겼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의 무대에서 목매 '마른잎 다시 살아나'와 '아침이슬'을 불렀고, 북한 사람들에게 친근한 외모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다는 안치환은 이번 공연을 통해 큰 성과보다는 큰 성과를 위한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무대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계 유일의 분단민족인 한반도는 너무나 오랜 동안 다르게 살아왔고, 반목해 왔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이질감이 둘 사이에 가득차 있을 것이다. 판문점을 통한다면 3시간 30분이면 도착할 평양을 돌아돌아 30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도착한 것을 보면 그 거리가 아직도 꽤나 멀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민족통일음악회'를 통해 30시간의 1초라도 당겨졌다면 이 공연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연을 통해 '통일'이라는 지상과제가 더 이상 환상이나 꿈이 아닌 현실로 각인되기를 바라며 이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며 남한에서의 공연이 계획되고 있다고 한다.
계획되고 있는 이 공연이 성사되기 위해선 '민족통일음악회'가 눈에 보여지기 위해 겪었던 것만큼이나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하고, 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문제가 생기든 얼마나 늦어지든 꼭 있기를 바라고, 이번에 있었던 '민족통일음악회'보다는 좀더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
서로 만나지도 못했던 한 민족이 서로 한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지만 함께 어울어져 최신 유행하는 테크노의 도리도리춤이나 주체사상과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춤이 아닌 남한의 것, 북한의 것이라는 개념을 떠나 하나되는 노래에 맞춰 저절로 추게되는 통일의 몸짓이 되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는 주철환 팀장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노래'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우리를 보여주었고, 그들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하나되는 감동을 자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안 만큼은 가까워졌을테고, 이러한 문화적 정서적 교류들이 반복되면서 통일에도 한걸음씩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민족통일음악회' 연출자 주철환 MBC 편성기획팀장 인터뷰 ]

평양 무대에 우뚝선 '사령관'

북한에서는 연출자를 사령관이라고 한단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남북한이 주체가 되어, 위성중계로 전파를 타는 민간단체 주최의 최초의 공연에 '사령관'이 된 주철환 팀장은 이번 '민족통일음악회' 공연의 의미에 대해 다음처럼 이야기한다.
"통일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원조나 스포츠의 교류, 정치적인 회담 등등 여러 갈래의 실가닥들이 엉켜있는 실타래와 같다. 내가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통일을 위한 작은 몸짓은 그 많은 갈래 중 문화, 그 중에서도 '음악'이라는 실가닥을 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래로 닫힌 세상을 열 수 있는 것처럼 남북한도 노래로 하나가 되어 엉킨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연의 준비와 공연을 위해 찾았던 평양에서 그의 가슴에 와닿은 것은 통일을 위해 '특색있는 기여'를 하자는 그네들의 문구였다. 힘있는 사람은 힘으로 돈과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으로 통일을 위해 특색있는 기여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그는 노래로 그 특색있는 기여를 해보자는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노래를 하면서는 싸우거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노래는 평화적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을 위한 노력 중 큰 것만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너무 큰 몸짓들은 오히려 오해를 부르고, 서로의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지만 아주 작은 것부터 조금씩 노력해간다면 그 효과가 더욱 빛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네들은 공격적이고, 단호하고, 경직되어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매우 상냥하고, 친철하며 유머가 넘치는 그런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곳엔 사람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번 공연으로 통일의 날이 훨씬 앞당겨졌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공연을 시작으로 늘 설레는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고 그들과의 문화 교류가 계속된다면 통일이 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시행착오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제 관리자의 입장이 된 주 팀장에겐 마지막 연출작이 될지도 모를 이번 공연은 이래저래 뜻깊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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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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