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제작 드라마의 문제점과 과제

다양성을 추구하고, 시청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자사의 이미지 전환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1990년대 초반부터 붐을 이뤘다가 한동안 주춤했던 드라마의 해외 제작이 9월 SBS의 ‘백야 3.98’의 방송으로 다시 한 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죽으러 간다’고 까지 표현하는 해외로의 드라마 촬영, 무엇이 잘못되었고, 풀어야할 숙제는 무엇인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1990년대 초반, 시청자들은 스튜디오를 위주로, 정이 넘치는 이야기를 다루는 가족이나 애정 드라마 혹은 신세대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트랜디 드라마 그리고 가벼운 유머가 있는 시트콤에 답답함과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드라마에 이용할 수 있는 소재란 소재는 전부 탕진을 해버리고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새로운 것을 찾을 수가 없게 된 방송 제작진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들의 해외제작은 방송사들이 눈앞이 탁트이고 시원한 배경의 드라마, 그리고 어느 정도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소재로 대작을 제작함으로서 시청자들에 대한 서비스 그리고 대외적인 방송사의 이미지 전환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제작되어온 해외 로케 드라마들은 소재나 작품성, 규모 등 여러 면에서 각 방송사에서 대표작이나 대작으로 꼽을 만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만큼 방송가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90년대 초반의 이러한 관심이나 눈길은 ‘외국’이 배경인 드라마라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다 건너의 나라가 그렇게 낯설고 신비스럽게만 다가오던 예전과는 달라 해외 로케 드라마들은 점점더 시선을 끌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백야 3. 98’까지

드라마의 해외 제작의 시작과도 같았던 ‘여명의 눈동자’(92)가 작품성으로나 흥행성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MBC는 명실상부 드라마의 왕국으로서의 자리를 굳혀가는 듯했다. 그러나 그 이후 러시아 이민 한인들의 아픔과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려냈던 ‘까레이스키’(94)나 베트남을 배경으로 전쟁의 아픔과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던 ‘전쟁과 사랑’(95), 산을 오르는 산 사람들의 인간정신을 담았던 ‘산’(96), 그리고 미국 이민 세대의 아픔과 설움을 그려냈던 ‘1.5’(96) 등은 그리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는 못했었다.
이는 KBS도 마찬가지여서 ‘욕망의 바다’ ‘인간의 땅’에 이어 미국, 헝가리, 브라질 등지를 돌며 반도체 기술에 대한 기업드라마 ‘프로젝트’(96)를 제작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또한 SBS도 월남전 참전 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머나먼 쏭바강’(92)과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남북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해빙’(94), 그리고 미국과 사막을 오가면 자동차와 스피드를 사랑하는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아스팔트 사나이’(95) 등 한해에 한 번씩은 특집극을 제작했었고, 어느 정도의 호평과 관심은 받았지만 들인 노력이나 자금 만큼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었다.
들인 땀과 자금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해서인지 예산의 문제인지 96년 이후로 해외제작 드라마는 우리의 안방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국가 경제가 IMF 자금이 유입되던 지난해 말부터 경제난국으로 치닫게 되면서 해외 로케 드라마는 더더욱 그 설 자리를 잃어가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세간에서 최고의 감독이라 일컬어지는 ‘김종학’과 최민수, 이병헌, 심은하, 이정재, 진희경, 신현준 등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제작 전부터 방송가의 관심을 끌었던 ‘백야 3. 98’이 지난달부터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IMF라는 경제난국에 왠 달러 낭비냐는 비난과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해외로 눈을 돌려 외화벌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옹호론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관건

해외 로케 드라마의 실패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나라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부터 중국, 미국, 베트남, 러시아 등 모든 나라는 각기 나름대로의 제작 시스템들을 가지고 있고, 나라마다의 문화적 사회적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이제껏은 그러한 것들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로케를 떠났기 때문에 제작비는 예산의 몇배를 들이면서도 제대로 촬영도 해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슛팅 한달 전에야 촬영지인 독일로 무작정 떠났다가 슈팅을 연기하고 다시 돌아온 경험이 있는 KBS ‘프로젝트’의 윤용훈 PD는 사전준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사전준비 없이 촉박하게 찍으려고 하면 찍을 수는 있다. 하지만 사전준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진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와의 제작비는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똑같은 물건, 똑같은 장소, 똑같은 스탭들이라도 언제 허가를 얻고, 언제 촬영을 하느냐에 따라 그 가격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의 인물이 계속 사용하다가 사고가 날 자동차를 섭외해야 한다면 대본이 미리 나오고, 시간이 충분하다면 자동차를 샀다가 팔 것인지 계속 렌트를 할 것인지 아니면 중고차를 구입해 겉만 고쳐서 촬영을 할 것인지 그 나라의 실정에 맞게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그림이 잘 나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의 해외제작은 심지어는 대본도 제대로 나와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지로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를 촬영할 땐 어느 길거리 신을 찍어야 한다면 빠르면 며칠 전 심지어는 그 신의 촬영이 이루어지기 불과 몇분 전에야 거리를 섭외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촬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우리와는 달라서 계단에 앉아 있는 신을 찍거나 거리에 서있는 아주 간단한 신을 찍으려 해도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그 허가서는 대부분 몇 달 전에 적어도 해당 시의 한달 계획이 짜여지는 시점까지는 받아야만 한다. 계단 10개에서 신을 찍기로 했으면 그 외의 단 한 개의 계단도 더 사용할 수가 없을 정도로 까다로운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이다.
이러한 적법한 허가서 등을 시간을 두고 미리 받아놓지 않는다면 편법을 써야하고 그러다 보면 그 비용은 몇배로 뛰게 마련이다. 이는 촬영진들이 묵어야할 숙소도 마찬가지이고, 언제 섭외하느냐에 따라 현지 스탭들의 가격도 심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실례로 서울의 프로덕션 사무실과 현지를 오가며 6개월 전부터 사전준비를 시작했던 ‘프로젝트’ 팀은 6개월 전에 호텔을 예약해 많은 예산의 로스를 막을 수 있었고, 헐리우드의 대작 ‘워터월드’의 조연출과 ‘데몰리션맨’의 효과 담당을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섭외할 수 있었다고 하니 사전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노하우를 쌓아가자

MBC ‘1.5’의 조연출이었던 임재호 씨는 이러한 예산의 로스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문제점도 지적한다.
“사전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다 보니 촬영을 해야할 장소도 촬영 당일에야 볼 수 있고, 그 장소가 마음에 썩 내키지 않거나 영 그림이 안될 것같아도 돈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찍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현지에 대한 사전 조사나 촬영 형태 등에 대해 모르는 상태라면 엑스트라급의 배우를 혹은 아주 형편없는 스탭을 특급 배우라고 해도 혹은 1급 스탭이라고 해도 우리는 알 턱이 없다. 이렇게 사전준비가 철저하지 않다보면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들고 작품은 형편없어질 위험이 크다. 좀더 스케일이 크고, 작품성있는 대작을 제작하려던 의도와는 달리 국내에서 촬영하는 것보다도 못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순식간에 작품의 촬영여부가 결정되어 무조건 외국으로 가서 짧은 일정 동안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의 촬영분을 모두 찍어 돌아와야 하는 사전준비가 미흡한 졸속 제작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촬영분을 소화하려 하다보니 그리고 경험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해외에서의 촬영은 스탭들이나 배우들이나 모두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몸은 몸대로 고달프고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스타급 배우들은 해외 로케 드라마에 출연을 꺼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하나의 문제점은 전문성의 부재에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 방송에서도 프로듀서와 연출자의 구분이 어느 정도는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전문적인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이는 해외 제작 드라마도 마찬가지이다. ‘전쟁과 사랑’을 연출했던 신호균 PD는 이러한 유동적인 구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어떤 드라마에선 A PD가 프로듀서로 B PD가 연출자로, 그리고 다른 드라마에선 B PD가 프로듀서로 C PD가 연출자로, 혹은 한 PD가 프로듀싱에 연출까지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프로듀서와 연출자가 정착된 구분이 아니라 그때 그때 유동적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한 드라마에서는 A가 프로듀서로서, B가 연출자로서의 노하우를 쌓았는데 다음 드라마에선 연출자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B가 프로듀서를 해야하고, 경험이 없는 C가 연출자로서 또다시 시행착오를 거쳐야하고...프로듀싱과 연출을 한 PD가 해야하는 드라마는 총괄 책임자 역할에 연출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현지 제작방식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싶으면 이번엔 다른 PD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그러한 시행착오들 속에서 제작비의 과다 유출과 드라마의 작품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해외 제작에 대한 노하우가 쌓일 새도 없이 유실되어 간다는 것이 해외제작의 경험이 있는 제작진들의 공통 의견이다. 아시아쪽 촬영의 연출은 누구, 프로듀싱은 누구하는 식의 해외제작의 전문 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IMF 감시 체제하의 경제 난국 속에 드라마의 해외 제작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시되며 당분간은 자제해야할 것같은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우리 방송의 해외 로케 드라마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 J.COM 박창식 제작실장 인터뷰 ]

주도권을 쥐느냐 빼앗기느냐

1년 동안의 사전준비 작업 기간을 가졌던 SBS ‘백야 3. 98’의 박창식 제작실장은 드라마의 해외 제작의 성공은 철저한 사전준비 작업에 의한 주도권 잡기라고 주장한다.
“해외 로케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그것은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현지 가이드가 전혀 그림이나 분위기가 나올 것같지 않은 장소를 섭외하고는 여기가 아니면 안된다는 경우나 한 번 이동하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으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경우가 생겨도 수십명이 되는 스탭들이 현지 가이드에게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여기보다는 어느 곳이 좋으니 섭외를 해주시오, 그곳은 이동시간이 너무 기니 그곳과 가까운 곳에서 촬영이 있는 어느 시간에 허가를 내 주시오 하는 식으로 말이다. ”
이는 현지의 스탭들이 작업 시간을 넘기면 손을 놓고 웃돈을 요구할 때나 수준이 떨어지는 스탭이나 연기자를 섭외하고는 일류 인력이라고 속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작업 형태를 알고, 그들의 스탭이나 연기자에 대한 깊은 연구가 있다면 그러한 상황들을 타개해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 박 실장의 말이다.
“해외에서의 드라마 촬영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언어의 문제이다. 이동이나 상호간의 간단한 대화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작품 내에서의 실질적인 느낌을 전달하고자 할 때는 통역하는 사람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예를 들어 전화기를 집어든다고 할 때, 다급하게 빨리 혹은 망설이는 듯 조심스럽게 식의 아주 미묘한 감정표현이나 느낌을 요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이렇게 작품의 질에 관련된 미묘한 문제도 사전준비가 철저하면 어느 정도는 해결가능하고 이야기하면서 다시 한 번 철저한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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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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