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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쇼’는 끝났다

해방, 6.25, 분단, 반공 그리고 통일...어느 것 하나와도 무관하지 않은 ‘이산가족’. 50여년 전, 같은 민족간의 전쟁, 그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이산가족, 남북으로 갈려진 상태로 거의 50년을 채워가고 있는 이 사회에 ‘이산가족’ 이라는 단어에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깝게는 부모 형제, 멀게는 사돈의 팔촌이라도...우리 방송에게 남북 이산가족 찾기는 어떻게 다가올 것이며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것이 이땅의 현실이다. 계속되던 남북간의 이념과 체제에 의한 껄끄러움과 적대감, 이것은 너무나 가까워야할 서로를 더욱 멀게만 했었고, 이는 이산가족의 한을 5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을 방치해둘 수밖에 없게 했었다.
83년, KBS에서 텔레비전에서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비록 남한 내의 이산가족 찾기였지만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혈육을 만났고, 시청자들도 그들의 한에 함께 슬퍼하고, 이산가족들과 함께 분단 조국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며 가슴을 치고 통곡하곤 했었다. 그후로 15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이산가족 찾기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전보다는 좀더 부드러워진 남북간의 분위기와 이산가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새정부의 정책에 맞물려 편성된 것이라는 각 방송사의 이번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어떤 의의를 가지며,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제작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98년 6월, 이제 다시 시작이다

긴 세월, 먼길을 돌아돌아 이제서야 남북간의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어떤 목적으로든 서로의 접촉을 갈망하게 된 요즘. 이 분위기 속에서 각 방송사에서는 6월 동안 ‘남북 이산가족 찾기’를 주제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을 속속 편성하고 있다.
72년부터 계속적으로 이산가족 찾기 작업을 해온 KBS 사회교육방송이 특집 방송과 확대 편성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SBS는 6월 15일부터 닷새간 오후 1시부터 45분간 특집 방송, ‘분단 50년, 혈육을 찾습니다’를, MBC에서는 6월 22일에서 24일까지 오전 10시부터 15시까지 ‘남북이산가족 찾기 <이제는 만나야 한다>’를 방송했다.
MBC에서 정부수립 5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남북이산가족 찾기 <이제는 만나야 한다>’는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명단과 사연을 접수받아 통일부에서 북한주민 접촉 승인을 받은 100명에 한하여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더불어 상봉한 사람들의 사례와 실상 그리고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이루어 졌다.
SBS ‘분단 50년, 혈육을 찾습니다’의 경우에는 제3국을 통해 입수된 북한주민들의 편지 사연을 소개하고, 생사를 확인하고, 상봉을 이뤄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KBS의 사회교육방송에서는 지금까지의 평면방송에서 벗어나 6월 19, 20일 이산가족 찾기 특집 방송을 시작으로 지속적이고, 본격적으로 연변 교포 방송국과 흑룡강성 방송국, 카자흐 방송국 등 해외동포 방송국과 4원 입체 생방송을 편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산가족 찾기는 지금까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 왔고, 경제적인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만나고 싶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만날 수 없는 이산가족들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통해 좀더 정상적이고, 공신력을 가진 이산가족 찾기의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여론 형성에 그 첫 번째 의의를 가지고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는가. 남북관계의 화해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경제적 원조도 정치적 이해도 아니다. 남과 북에 헤어져 있는 가족들, 그들이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개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방송인 것이다. 남북의 관계 개선의 실마리, 그것이 이산가족 찾기 방송의 또다른 의의가 될 것이다.“ KBS 사회교육방송의 승원세 PD는 더 멀리 내다보면 남북통일의 아주 작은 실마리로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산가족 찾기’는 방송의 당면과제이며, 사명이라고까지 표현하는 MBC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지휘하고 있는 박신서 팀장은 이번 6월, 각 방송사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의 편성에 대하여 다음처럼 이야기한다.
“이산가족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새정부 출범과 남북한 관계 완화의 분위기를 타고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친다면 절박하게 가족을 찾으려는 의지가 사라지고, 그렇게 되면 통일도 멀어지게 될 것이다.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이산가족의 감소에 가속도가 붙어가고 있다. 멀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엔 이산가족이 완전히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한의 완벽한 단절이 생기고, 이 한반도는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만큼 이산가족 찾기 문제는 우리 민족의 중요 과제이며 촉각을 다투는 시급한 문제인 것이다.따라서 방송에서의 이산가족 문제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실질적인 이산가족 1세대는 4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7, 80세의 고령으로 계속해서 줄어가고 있고, 앞으로 그 줄어드는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라고 제작진들 모두는 입을 모은다.

시청률 경쟁이 아닌 이산가족들의 진정한 만남의 장으로

어쩌면 경쟁적으로 보일 이번 6월의 ‘이산가족 찾기’의 편성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산가족과 그들의 아픔을 이용하여 방송이 한탕주의를 꿈꾸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만은 않은 시선에 대해 제작진들은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다음은 SBS의 강선모 차장의 말이다.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은 헤어져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이다. 어느 방송사에서 어떤 구성으로 방송을 하느냐 혹은 감동이 있느냐 없는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간에서 말해지는 방송사간의 시청률이나 자존심 경쟁이 아니라 이산가족을 얼마나 많이 만나게 하는가의 경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송사간의 경쟁이 설사 자금이나 전파 낭비라는 우려를 낳을지도 모르지만 이를 통해 단 한 사람의 이산가족이라도 더 만날 수 있다면 그 경쟁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산가족의 입장에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풀리지 않은 그들의 피맺힌 한을 공유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 또한 이러한 경쟁을 통해 잊고 있었던, 그리고 소홀히 해왔었던 ‘이산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강 차장은 이렇게 말하며 이번 이산가족 찾기 방송들을 통해, 이산가족 찾기에 가속도를 올리고,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인다.
이산가족의 또하나의 문제점은 서로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오는 피해의식에 있다. 남한의 사람들은 북한에 있는 친척을 찾았을 때, 북한에서 그 친척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혹은 자신도 ‘빨갱이’ 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라는 우려로 서로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한 방법을 몰라 가족 찾기에 나서지 못하는 이산가족들도 적지 않다.
이에 이번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잘못 인식되고 있는 서로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 방법을 모르는 가족들에겐 그 방법까지 제시하는 방송이 되길 바란다. 또한 이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가 왜 시급한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 국가적인 차원의 관심거리로 이슈화되길 제작진들은 바라고 있다.

이제 ‘쇼’는 끝내야 할 때

이제까지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이벤트적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시청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지고 감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상봉 이산가족 케이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방송 말이다. 이러한 내용의 방송은 민족의 아픔을 새롭게 조명하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이산가족’의 문제가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각성시키는 분위기 형성의 계기는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행해지는 이산가족의 상봉은 그만큼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일단 지금까지 헤어져 있던 가족을 찾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갖춰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송 내용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경제적 부담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또다른 이산가족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상실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제작진들의 우려이다. 경제적 지원만 있으면 만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에겐 또다른 아픔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방송된 EBS ‘통일의 길-이산가족특집’을 연출한 류현위 PD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무 의지도 없어도 ‘고향’ 이라는 단어에는 눈을 빛내며 말이 많아지는 이산가족들과의 만남을 잊을 수 없다며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다음을 당부한다.
“방송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다룬다면 이데올로기나 경제, 정치적 관점이 아닌 인도주의적이고, 민족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방송사간의 자존심이나 시청률 경쟁 혹은 방송사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될 것이다. 앞으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생사확인이나 상봉은 물론, 이산가족의 문제점이나 이산가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이산가족 찾기가 시급한 이유, 상봉 방법 등 좀더 체계적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이벤트성 한탕주의나 센세이션한 주목끌기식의 쇼적인 방송은 이제 끝낼 때인 것이다.”
그는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조명하며 이산가족들 편에 서려고 노력하는 진정한 이산가족 찾기 방송으로 이산가족 찾기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민간단체와 정부, 더 나아가서는 세계기구들과 협력하여 실질적인 이산가족 찾기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또 다른 시작으로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으로 거듭나길

MBC에서는 8.15, 추석, 창사기념일 등 특집방송으로 계속적으로 ‘이산가족 찾기’를 편성할 예정이며, SBS도 그 시기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꾸준하게 이산가족 찾기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KBS의 사회교육방송도 7월부터는 지금까지보다 ‘이산가족 찾기’를 확대 편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작진들은 이번 6월에 있었던 각 방송사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한의 깊이가 깊은 만큼 단시간 내에 이산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꾸준히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또한 모든 제작진들의 의견이다.
이번 각 방송사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으로 센세이션하고, 쇼적인 눈물잔치의 막을 내리고, 이산가족 찾기의 길을 모색하고, 남북통일의 시금석이 될지도 모를 진정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의 막이 오른 것이길 진정으로 바란다.

[ 박정근 PD 인터뷰 ]

지금까지의 이산가족에 관련된 프로그램들은 북한에 대해 적대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남북관계의 갈등을 조장하는 방송이 아니라 남북간의 화해 분위기 조성과 남북 교류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내용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도주의적, 민족적 시각에서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그 첫발이 될 것이라는 것이 박 PD의 말이다
이번 MBC ‘남북이산가족찾기 <이제는 만나야한다>’의 대상을 정하는 데는 세 가지 선발기준이 있었다고 한다. 나이가 많고, 영세민을 우선시하고, 그 이후엔 선착순으로 그 대상을 선정했다. 박 PD는 젊고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자력으로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그 내용과 방향성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산가족 문제는 50년간을 막혀왔던 문제이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북한과의 상호신뢰 속에서 그 해결방법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쇼킹하고, 센세이션한 사실이 있어도 북한측과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방송을 자제하고 있다. 앞으로 이산가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측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바라기보다는 멀리 내다보며 이 ‘이산가족 문제’를 사회적 이슈화를 시킨다는 방송으로서의 사명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번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통해 남북간의 점진적이고 다양한 교류가 가능해지고, 이것이 북한에 도움이 되면서, 남북문제 해결의 첫단추가 되길 바란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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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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