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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찬란한!! <찬란한 유산>

최근 유행하는 줄임말 중 하나가 ‘볼매’다. ‘볼수록 매력있다’의 줄임말로 첫 느낌은 그저 그랬거나 강렬하지 않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이나 무언가를 일컫는 신조어다. 15% 남짓의 시청률과 ‘진부한 스토리’라는 평가로 시작해 7월26일 45.2%의 시청률과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으로 평가되며 막을 내린 <찬란한 유산>이 그 ‘볼매’라는 수식어가 적합한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처음 <찬란한 유산>이라는 드라마가 한다고 했을 때의 느낌은 “찬란한?”이었다. 평상시에는 잘 쓰지 않는, 조금은 유치하고 세련되지 못한 단어의 뉘앙스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유치찬란’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있겠는가? <찬란한 유산>의 성공은 ‘유치찬란’이라는 단어가 가진 미묘한 느낌과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유치를 빼면 찬란함이 남지만, 찬란함을 포기하면 유치해질 수 있는 ‘유치찬란’이라는 단어를 곱씹을 때 느껴지는 친근함과 소소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을 지니고 있다.

진부함도 풀어내기 나름
<찬란한 유산>의 시작점은 흔하디 흔한 ‘캔디녀’와 ‘재벌남’의 로맨틱 드라마였다. 여기에 현대판 <콩쥐팥쥐>처럼 새 엄마와 그 딸의 악행 그리고 설렁탕 기업 사장의 “모든 재산은 고은성에게 물려준다”는 폭탄발언 등으로 진부하고 얼토당토않게 허황된 이야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찬란한 유산>이 뿜어내는 매력은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너무 많은 감정들과 사건들이 얽히며 늘어지기도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찬란한 유산>은 대체적으로 ‘유치’를 빼고 ‘찬란함’을 남긴 드문 드라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의 드라마들은 저마다 보다 ‘스타일리시하게’ ‘럭셔리하게’ ‘모던하게’ ‘스케일 크게’ ‘자극적이게’ ‘막장스럽게’를 외쳐왔다. 혹은 일정 정도는 흥행이 보장된 원작 리메이크 등으로 안정성을 담보해 왔다. 하지만 정작 2009년 최고의 흥행작은 스타일리시하지도 럭셔리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찬란한 유산>이었다. 처음 연애를 하던 때를 연상시키는 알콩달콩한 은성(한효주 분)과 환(이승기 분), 그리고 그들을 지고지순하게 바라보는 준세(배수빈 분)와 승미(문채원 분)의 사랑은 ‘배신감’과 ‘복수심’ 보다는 ‘설렘’과 ‘애잔함’을 선사한다.
불륜과 배신, 복수 등으로 얼룩진 드라마 트렌드에서 서투르지만 일편단심의 <찬란한 유산>식 사랑이야기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지난했던 삶을 떨쳐버리고자 거짓말과 음모를 일삼는 백성희(김미숙 분), 재산이나 경영권이 아닌 ‘기업정신’을 물려주고자 고군분투하는 장숙자(반효정 분) 사장, 만날 듯 만나지 못해 안타까움마저 자아내는 은성의 아버지 고평중(전인택 분)과 자폐아 동생 은우(연준석 분) 등의 캐릭터와 상황이 어우러지면서 희로애락은 물론 긴박감까지 느끼게 했다.
예상치 못했던 복선, 생각지도 못한 반전, 독특하게 풀어내는 문제 해결방식(돈에 눈 먼 이에게는 돈이 없는 삶을, 사랑하는 남자가 전부인 여자에겐 그 남자를 잃고 살아가는 삶을 주는 것으로 응징을 대신한다든지, 딱히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환과 은성 등이 그렇다)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여기에 소품 하나 감정 하나까지 신경 쓰는 섬세한 연출, 한효주, 이승기, 배수빈, 문채원 등의 젊은 연기자와 김미숙, 반효정, 유지인 등의 중견연기자가 표현하는 캐릭터들이 엮어가는 스토리의 짜임 등을 버무려 낸 요리는 분명 웰빙식이었다.
여기에 ‘권선징악’ ‘직원이 주인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이상적인 기업가’ ‘어떤 악행도 화해와 용서로 마무리하는 결말’ 등을 그려낸 <찬란한 유산>은 현실과 이상, 선과 악의 경계선을 묘하게 넘나드는 매력을 지녔다. 준세가 아버지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거나 장숙자 사장이 직원들에 의해 기사회생하고 그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등은 현실이라면 좀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는 누구나 꿈꾸는 정의이며 이상향이기도 하다. 또한 환과 은성을 대할 때마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승미는 스스로의 모습에 갈등하고 절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 그 찬란함에 대하여
<찬란한 유산>이 여타의 드라마처럼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닥치고’ 찬양할만한, 대단하기만한 인물도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인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그런 보통사람들의 삶이야말로 진정 ‘찬란한’이라는 수식어를 달 만한 가치가 있다.
기획된 것이든, 혹은 편성정책이 바뀌면서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든 원래 일일드라마로 기획됐던 <찬란한 유산>은 흥행과 평가 모두에서 성공했다. 이를 ‘우연’ 혹은 ‘수작을 알아보지 못하는 시청자의 우매함’으로 폄훼하고 있다면, 시청자의 눈을 들여다 본적이 있는지, 혹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할 것이다. 비체계적인 유통과 저작권 구조 등을 토로하고 ‘스케일’과 ‘흥행코드’ 등을 고민하기 이전에 ‘시청자’들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이 우선이다. 드라마를 소비하는 것도, 드라마를 흥행시키는 것도 바로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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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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