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재밌는TV 롤러코스터>, 인기비결은 ‘공감 리얼리티’

7월18일 자정, 심상치않은 프로그램 하나가 선을 보였다. tvN이 가을 개편과 함께 야심차게 내놓은 <재밌는TV 롤러코스터(이하 롤러코스터)>는 ‘남녀탐구생활’ ‘막장극장’ ‘여자가 뿔났다’ ‘불친절한 경호씨’ ‘연애극장’ 등으로 꾸며진 새로운 개념의 코미디쇼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1.5%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인기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남녀탐구생활’의 정가은과 정형돈이다. 얼핏,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외모의 정가은과 정형돈은, 같은 상황에서 달라지는 남녀의 행동 패턴을 너무도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마치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일등공신, 남녀탐구생활의 정형돈·정가은, 내레이션 서혜정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이 보여주는 소개팅 전, 공중목욕탕, 라면 끓이기, 백화점 쇼핑, 연인 사이 방귀 트기, 매일 싸워도 미워할 수 없는 형제·자매 싸움, 감기몸살 등 같은 상황에서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의 차이는 박수를 치며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를 다루는 방법도, 장르도 여러 가지다. 너무 다른 남녀는 드라마는 물론 코미디, 도서 등의 영원한 소재이자 풀어야할 숙제였다. 오죽하면 ‘화성 남자, 금성 여자’라는 말이 나왔을까. ‘남녀탐구생활’이 다른 별에 사는 것처럼 달라도 너무 다른 미묘한 남녀의 차이를 건드리는 방법도 유쾌하다. 이미 알고 있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표현하기 힘들고, 때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하게 넘겼던 남녀의 차이를 유쾌, 상쾌, 통쾌하게 풀어준다. 이것이 바로 일상의 힘이다.
짧은 호흡으로 스타카토처럼을 웃음을 자아내는 ‘남녀탐구생활’의 숨겨진 보물은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성우 서혜정이다. 에서 스컬리 요원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서혜정은 짧지만 확실한 터치로 유쾌하고 공감가는 웃음을 주는 ‘남녀탐구생활’의 화룡점정과도 같은 존재다. ‘남녀탐구생활’ 중 서혜정 성우의 매력을 극강으로 보여준 에피소드는 7회(8월29일 방송) <남녀탐구생활 스페셜> 중 ‘이상형’에 대한 것이다.
성별·나이대별 이상형을 다룬 이 에피소드에서 남자의 이상형은 10~60대까지 한결같이 ‘예쁜 여자’였다. 코믹하고 오버스러운 화면에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진지하게 6번이나 연달아 읊조리는 “예쁜 여자예요”는 박장대소를 하게 한다. 서혜정 성우는 ‘이런 젠장’이라든지 ‘제기랄’ ‘나쁜 년’ 등의 비속어도 지적이게 소화해내며 폭소를 자아내는 능력을 지녔다. 은근히 중독성을 지닌 목소리는 토요일 밤 11시면 시청자들을 어김없이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얼마 전 방송한 <국군의 날 특집 남녀탐구생활>은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곰신(인터넷 유행어로, 고무신의 줄임말로, 군대 간 남자 친구나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과 여자친구를 두고 군대를 가야하는 남자의 상황이 방송됐다. 이 방송 후, 시청자들은 “여자 입장에서 동감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거나 “누군가 CCTV를 달아놓고 지켜본 후 만든 것 같다” “제대한 지 3개월 지났는데 남녀탐구생활을 집중해서 보다가 밤을 꼴딱 샜다”는 등의 공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드라마를 재해석하는 막장극장
<롤러코스터>의 또다른 인기요인은 ‘막장극장’이다. 막장 드라마의 코드를 모으고 모아 재현을 하는 형식의 ‘막장극장’은 가히 가관이다. 현 TV드라마의 세태를 다룬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고 정말 포복절도하게 하는 개그 단막극 같기도 하다. 첫 회는 막장 중의 막장,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스피디한 전개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전처의 유혹>이었다. 불륜, 꼬이는 혈연관계, 점만 붙여도 다른 사람이 되는 주인공, 뻔뻔한 악역들 등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막장 드라마를 가로지른다. 남자주인공 아내의 어머니 뱃속에 있는 아이가 남자주인공의 친동생이었고, 남자주인공을 버리고 간 친아버지가 아내의 어머니랑 재혼을 한다. 남자주인공의 친아버지와 양아버지가 똑같은 목걸이를 지니고 있어 형제임이 드러나는 등이 그 예다.
‘로맨스’편에서는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임에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로맨스의 법칙 모두를 적용시켜 드라마를 완성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 <파리의 연인> <꽃보다 남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에서 유명한 로맨틱 장면이 드라마에 등장하며 <파리의 연인>의 한기주(박신양 분)와 <커피프린스 1호점>의 최한결(공유 분)은 형제고,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 분)는 조카다. 이 모두의 사랑을 받는 여자는 고은찬(윤은혜 분)이었다가 금잔디(구혜선 분), 강태영(김정은 분)이고 구준표와 금잔디는 어릴 때 헤어진 남매다. 이처럼 얼토당토않고 어설픈 극 전개에도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건 이미 인상깊게 봤거나 좀 어이 없다고 느꼈던 장면들을 기묘하게도 엮었기 때문이다.
막장극장을 본 후유증은 엄청나다. 가난한 여자가 아버지의 수술비를 위해 대리모를 하게 되고, 부잣집 남자를 만나면서 겪는 고난과 로맨스를 그린 SBS 주말극 <천만번 사랑해>나 차봉군(유노윤호 분)과 오연이(이윤지 분)의 포옹을 멀리서 지켜보는 강해빈(아라 분)이 나오는 MBC 수목드라마 <맨땅에 헤딩> 장면 등 진지한 드라마를 보면서 피식거리게 하거나 박장대소하게 하기 때문이다.

인기비결은 주옥같은 코너들에 깔린 공감 코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새로 시작한 ‘여자가 화났다’라는 코너도 반응이 나쁘지 않다. ‘여자가 화났다’는 똑같은 데이트 과정을 3번에 걸쳐 재현한다. 연상연하 커플이 쇼핑을 하고 커피 한잔을 나눠마시는 등 평범한 데이트 현장을 보여준다. 결국 마지막에는 여자가 화를 낸다. 여자가 화를 내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는 남자는 안절부절할 뿐이다.
이에 ‘여자가 화났다’는 데이트 과정을 다시 재현하며 여자의 입장에서 화난 이유를 설명한다. 쇼핑 가방을 여자 쪽으로 드는 것은 손을 잡기 싫어서라고, 하나의 아이스커피를 사오면서 빨대 두 개를 챙기는 것은 하나의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것이 더러워서라고 여자는 화를 낸다. 옷을 사러가서 미니스커트을 입혀놓고 예쁘다고 기뻐하는 건, 여자친구의 다리를 아무나 봐도 상관없다는 것이라며 화를 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데이트 과정을 재현하는데, 여자가 화를 낸 부분을 지나치게 여자가 원하는 대로 배려한다.
무심하고 배려가 부족한 남자들에게 경각심과 연애 상담을 해주는 ‘여자가 화났다’에 대해 일각에서는 몰랐던 여자의 심리를 알게 되면서 좀 더 배려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평하는가하면, 남성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여자가 화를 낸다’는 설정으로 표현하다보니 일부 남성들은 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결국 ‘남자가 화났다’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처음 볼 때는 여자가 화난 이유를 여자조차도 도무지 깨달을 수 없더니, 이제는 남자의 무심함으로 여자가 화난 이유를 찾아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이외에도 <롤러코스터>에는 불친절한 택시기사, 불친절한 식당, 미용실, 치과, 옷가게 주인 등을 재현하는 ‘불친절한 경호씨’,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네 여자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그린 ‘죽어도 섹스앤시티’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웃음 코드로 무장한 코너들이 즐비하다.
정형돈, 정가은을 비롯해 정경호, 서영, 최은주 등이 열연을 펼치고 있는 <롤러코스터>의 인기 비결은 바로 일상생활 속에서 늘 느끼고 궁금해 하던 사실을 리얼하게 짚어내고 해답을 제시하는 ‘공감대 형성’이다. 물론 모든 남자는 다 그렇고, 모든 여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조금 과장됐든, 조금 모자라든 주옥같은 코너들 속에 숨은 공감 코드는 시청자들을 웃게도, 울게도 한다. 최근 방송가의 예능계를 휩쓸고 있는 리얼리티는 아니지만 남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리얼리티에 공을 들인 결과,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공감 리얼리티의 승리인 셈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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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클로졉 2010.01.11 1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트 잘 봤습니다. 남녀탐구생활을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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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히 낯설고, 적절하게 수줍고, 적절히 명랑하고 쿨한 그들과의 만남

[ 7days 29호 People : 롤러코스터 ]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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