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선덕여왕>, 그녀에게 바치는 찬사와 바람

<선덕여왕>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천명공주(박예진 분)가 천명을 다하던 8월11일 24회분의 시청률은 38.0%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본격적인 덕만(이요원 분)의 시대를 예고했다. 이는 2009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찬란한 유산> <내조의 여왕> <에덴의 동쪽> 등에 비해 빠른 상승세로, <대장금> <주몽>에 버금가는 국민드라마 탄생을 전조를 보이고 있다.
<선덕여왕>의 가장 큰 강점은 극이 지루해질 틈을 주지 않고 새로운 국면을 열어간다는 데 있다. 진흥왕(이순재 분)과 미실(고현정 분)의 적과의 동침 같은 미묘한 견제는 진흥왕의 죽음으로 ‘황후’자리를 놓고 벌이는 진평왕(조민기 분), 마야부인(윤유선 분)과 미실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이후로는 천명공주와 그의 남편 용수(박정철 분)가 미실에 대적한다. 이 대결에서 용수는 목숨을 잃었고 천명은 신라 29대왕이 될 태종무열왕 김춘추를 잉태하게 된다. 미실의 다양한 대립이 숨고르기를 하면서 사막의 덕만이 계림으로 넘어왔고, ‘어출쌍생, 성골남진’과 ‘계양성’의 예언으로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내던 천명과 덕만 자매의 재회로 이어진다. 이렇게 만난 천명과 덕만은 공주로, 화랑의 낭도로 살며 미실에 대적한다.


토대 다진 미실, 천명 죽음으로 최고시청률 기록
현재 <선덕여왕> 인기의 토대는 단연 황실의 가장 큰 적이자 두려움의 존재인 미실을 연기한 고현정이다. 미실은 무서운 권력욕의 소유자이며 남성들을 압도하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정치판에서 수를 읽는 특출함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미실은 어느 사극에서 보다 강력한 라이벌로,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섬뜩한 악역임에도 극의 거의 마지막까지 주축을 이루는 인물 중 하나다. 이같은 미실 역을 소화하는 고현정의 연기는 전율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후로 미실과 대적하며 극을 이끌었던 사람은 덕만의 쌍둥이 언니 천명공주였다. 미실 역시 황실 중 천명공주에게, 어릴 때부터 가장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곤 했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도망가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천명공주는 온유함과 청순함 뒤에 강직함을 품은 여장부로 하늘의 뜻이라는 이유로 나라를 좌지우지하려는 미실과의 악전고투에 임해온 인물이었다. 그녀의 조력자는 “공주님의 화랑이 되겠다”고 맹세한 김유신(엄태웅 분)과 낭도 덕만이었다. 이같은 천명의 죽음은 덕만으로 하여금 한 나라의 공주임을 각성하고 왕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하는 계기가 된다.
천명의 죽음은 주인공 덕만 뿐 아니라 황실을 따르는 이들, 미실진영의 사람들까지도 아연실색케 하는 사건이었다. 분노가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천명의 죽음으로 미실은 최대 위기를 맞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황실은 일대 최고의 기회를 맞게 된다.
사극에는 공식 비슷한 것이 있다. 특히,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 성공한 사극은 더욱 그렇다. <주몽> <대장금>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사극들은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성공해 나가는 성장기로, 주몽(송일국 분), 장금(이영애 분) 등이 주체적으로 주인공으로 설 수 있기 전까지를 이끌어주는 존재가 있다. <주몽>에는 ‘해모수(허준호 분)’가 있었고, <대장금>에는 ‘한상궁(양미경 분)’이 있었다.
이들은 주인공이 왕 혹은 궁중 최고의 요리사로 거듭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시기에 그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꾸짖으며 보듬어주는 멘토와 같은 존재다. 이들은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주인공을 대신해, 강력한 대립세력과 대립각을 유지하고 역경을 헤쳐 나가며 극 초반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죽음은 ‘희생’이라는 느낌보다는 ‘각성과 변화의 계기’가 되곤 한다. 주인공들은 이들의 죽음을 통해 왕으로써, 어의로써 각성을 하고, 의지를 다지며 진정한 주인공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도 조력자든, 라이벌이든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과 상생하고 반목하며 주인공을 여물게 한다. <주몽>에는 마리(안정훈 분), 협보(임대호 분), 모팔모(이계인 분) 등 평생동지가 있고 금와왕(전광렬 분)과 대소(김성수 분) 등의 라이벌이 있었다. <대장금>에는 강덕구(임현식 분), 정상궁(여운계 분), 연생(박은혜 분), 신익필(박은수 분), 신비(한지민 분) 등의 지인 및 스승이 있고 최상궁(견미리 분)과 금영(홍리나 분), 내의정(전인택 분)과 열이(이세은 분) 등의 대립세력이 있었다. <선덕여왕> 역시 이같은 흐름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셈이다.

신라의 왕이 될 덕만의 시대 예고
<선덕여왕>은 천명공주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천명공주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는 덕만의 정체성 찾기와 화랑으로서의 고군분투에 밀린 천명과 미실의 대립각이 좀 더 예리했더라면, 궁에서의 덕만이 좀 더 인화(人和)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천명과 덕만 사이에 자매로서의 애틋함을 유발할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좀 더 있었더라면 등 여러 가지다. 그 중 가장 큰 아쉬움을 자아내는 것이 유신과 덕만의 불편한 러브라인이다.
미실, 천명, 덕만으로 이어지는 극의 주요인물에 얽혀있는 <선덕여왕>의 김유신은 역사보다 몇 세대나 앞질러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한국의 3대 장군 중 하나로 꼽는 김유신이 이끄는 화랑이 5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오합지졸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넘어가자. 우직하고 충직한 장군 김유신은 “공주님의 화랑이 되겠다”던 맹세를 버리고 주군 천명에게 등을 돌렸다. 물론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전조도 없이 폭발한 애정은 시청자에게 공감도, 이해도 할 수 없게 한다. 이는 김유신이라는 인물이 지닌 우직함과 변치 않는 충정에 반하는 캐릭터에 대한 불만과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이서군의 동굴 속에서 천명의 임종을 지키던 유신의 장면은 급기야 “유신랑, 귀찮은건가?” “천명공주의 죽음을 지켜보는 미실의 표정이나 눈빛이 유신 같지 않을까” 등의 불만과 원망을 자아냈다. 이는 유신으로 출연하고 있는 엄태웅의 연기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천명의 죽음을 지켜보며 긴 시간을 함께 했던 유신보다 천명의 죽음 소식에 회한과 추모 등 복잡한 감정을 담은 “천명, 이번에는 네가 이겼구나”라는 미실의 짧은 한마디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천명의 죽음으로 1막을 마무리 지은 <선덕여왕>은 2막을 올리며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도 말했듯, 새로운 인물의 투입이나 대립구도로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는 <선덕여왕>의 힘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실과 천명이 이뤘던 적대적 구도는 덕만과 미실로 이어지고, 덕만이 자신의 사람을 얻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덕만은 충신 본연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김유신을 비롯한 화랑 알천(이승효 분), 미실의 숨겨진 아들 비담(김남진 분), 가야 마지막 왕족의 후손 월야(주상욱 분) 등의 조력자를 얻게 된다. 이후에는 천명의 아들 김춘추(유승호 분)까지 등장해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하는 과정까지 그리게 된다.
지금까지의 파죽지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람들을 아우르며 왕으로 거듭나는 덕만의 성장과정을 충실하게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덕만은 누군가(소화, 천명 등)의 희생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도움으로 성장했고 지나친 자기애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같은 덕만이 어떻게 스스로의 능력과 세력을 키움으로써 미실에 대적하고, 황위에 오르게 될지, 그 과정이 자못 궁금해진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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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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