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인기 재건한 가메다家와 TBS의 시너지

지난 11월29일, 일본 사이타마현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orld Boxing Council, 이하 WBC) 플라이급 타이틀매치의 시청률이 놀랍다. 본격적인 경기가 펼쳐지던 시간의 시청률은 43.1%로 경이로울 정도다. 드라마 시청률이 20%만 넘어도 ‘대박’이라고 평가되는 일본에서 시청률 43.1%는, 그 질의 고저를 떠나 한국보다 높은 가치를 나타내는 것만음 분명하다.
이날 경기는 1974년생으로 올해 35세의 챔피언 나이토 다이스케(35-3-3, 22KO)와 1986년생으로 23세의 도전자 가메다 고키가 WBC 플라이급 챔피언 벨트를 놓고 격투를 벌였다. 일본에서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챔피언 나이토와 개성 넘치는 인기절정의 도전자 고키의 경기는 시작 전부터 2만여 장의 티켓이 팔려나가며 그 인기와 관심도를 증명하기도 했다.
이날 타이틀매치에서는 특유의 공격적인 성향 보다는 효과적인 카운트 펀치를 날린 고키가, 고키의 두 배 이상의 펀치를 날렸지만 정확성이 떨어진 챔피언 나이토에 3대0(117-111, 117-111, 116-112)으로 판정승했다. 고키는 前세계권투협회(World Boxing Association, WBA)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으로 무패행진(22-0, 14KO)을 이어오고 있다.

TBS의 영원한 흥행카드, 가메다 3형제
가메다 고키는 복싱가문으로 이름난 가메다家의 장남이다. 나이토는 2년 전, 챔피언 방어전에서 가메다 형제의 차남인 가메다 다이키에게 판정승한 바 있었고, 이날 경기에서 다이키는 도가 지나친 반칙을 거듭하고도 판정패하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가메다 가문을 몰락 위기까지 몰고 갔던 동생의 설욕전을 형이 한 셈이다.
후지TV나 NTV처럼 매년 27시간 혹은 24시간 연속 방송을 하거나 심야 드라마, 가요제 등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일본의 방송문화를 보다 보면 한국의 TV영상 콘텐츠가 얼마나 제한적으로 인기가 있고, 편성되고, 만들어지는지를 느끼곤 한다. 특히, 일본이 콘텐츠를 발굴하고 만들어내는 방법은 참으로 탁월한데 이 복싱경기,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가메다 가문 3형제와 TBS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고키는 앞서 말한대로 복싱가문인 가메다家의 장남으로, 차남 다이키는 물론 막내 토모키까지 복서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테스트조차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생계가 어려워 프로복서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버지 가메다 시로의 엄격한 훈련과 교육으로 유명한 3형제다. 아버지 시로는 세 아들의 권투교육 문제로 갈등을 겪던 아내와 이혼을 감행하기도 했는데 재능 있는 꿈나무 복서 3형제와 이같은 가정사의 결합은 일본인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TBS가 키운 스타로, 고키가 중학시절부터 이들을 발굴하고 어렸을 때부터 취재해 방송하곤 했다.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으로 콘텐츠로 승화시켰고, 스타로 키워왔다.
이를 통해 TBS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꼽히는 복싱의 인기를 부활시켰고, 가메다 형제의 경기를 독점 중계하면서 가장 확실한 흥행카드를 거머쥐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메다 형제 경기의 시청률은 늘 20% 이상을 기록해 오고 있다. 이번 타이틀매치 시청률 결과에 대해 한 시청자는 “가메다 형제는 역시 TBS의 영원한 흥행카드”라고 평하기도 했다. ‘가메다 3형제’라는 명칭은 상표로 등록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정 권투선수로서 상표등록은 처음이다.

TBS가 발굴하고 키운 복싱가문 가메다家
가메다 형제는 아버지의 독특한 훈련법이 소개되면서 화제가 돼왔다. 빗자루나 대걸레 자루 끝에 글로브를 끼워 찌르면 이를 피하는 ‘세계의 잽(世界のジャブ)’, 모래주머니를 양팔에 달고 어퍼컷을 연습하는 ‘모래주머니 어퍼(砂袋アッパー)’ 다다미(일본식 주택에서 짚으로 만든 판에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돗자리를 붙인, 방바닥에 까는 재료)를 샌드백 대신 사용하는 ‘다다미 미트(畳ミット)’, 통나무를 고속으로 톱질하면서 근육을 강화하는 ‘통나무 스쿠웟(丸太スクワット)’, 빠르게 던지는 탁구공을 피하는 ‘탁구공 피하기(ピンポン玉よけ)’ 등이 그것이다.
오사카 출신의 가메다 형제 중 장남인 고키는 오사카를 부르는 별칭인 나니와의 투권(싸움주먹, 일본어 발음으로는 투견과도 같다)으로 불릴 정도로 호쾌한 경기 스타일과 직선적이고 거만한 말투, 튀는 성격 등의 개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당돌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개성과 천재적인 재능으로 프로 데뷔 이전부터 ‘미래의 챔피언’으로 불리며 미디어는 물론 복싱 팬들의 관심을 독점하기도 했다.
2006년 8월2일, 고키는 WBA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전에서 1회에 다운을 당하고도 판정승으로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면서 일본 열도를 들끓게 했다. 이 경기의 평균시청률은 42.4%, 순간 최고시청률은 52.9%에 이른다. 고키의 극적인 승리는 한물 간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스포츠인 복싱의 인기를 재건했고, ‘강한 일본’을 꿈꾸던 일본인들에게 대리만족을 끌어내기도 했다. 고키는 일본의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인 '2CH'에서는 ‘가메다 고키의 여자친구가 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방이 개설됐고 고키의 이름을 단 미즈노 복싱화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둘째 가메다 다이키는 엄청난 독설가다. 경기 상대가 “나는 왕따였다”고 하면 “나는 따돌리는 아이였다”고 일갈하고 15세 연상의 챔피언을 ‘고키부리(바퀴벌레)’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승리의 세리모니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2년 전, 나이토에 지고도 레슬링을 방불케하는 반칙으로 1년 동안 출전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막내 가메다 도모키는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다 프로 전향을 위해 준비중에 있다고 알려진다.

미디어와 콘텐츠의 시너지
물론, 부작용도 있다. TBS의 가메다 3형제 키우기로 3형제의 권투 실력이 거품이라는 비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다이스케가 지고도 반칙을 행하던 때도, 고키가 석연치 않은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을 때도 TBS는 가메다 형제의 영웅만들기에 몰두하며 엄청난 항의 전화와 게시물 폭주에 시달려야 했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선수의 재능을 덮거나 과장시킬 수 있는 위험도 없지 않다. 하지만 괴짜악동 가메다 형제는 자신들의 재능을 살려 승리를 일궈내고 있고, 일본인들 역시 이들에 열광하고 있다. TBS는 가메다 형제를 발굴하고,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으로 콘텐츠로 승화시켰고, 공들여 스타로 키워왔다. 이를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 훈련을 하던 가메다 형제는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을 보장받았고,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스타로 등극했다.
TBS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꼽히는 복싱의 인기 재건에 성공했고, 가메다 형제의 경기를 독점 중계하면서 가장 확실한 흥행카드를 거머쥐기도 했다. 일본에는 아침에 눈을 뜨니 스타가 돼 있더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본에서 깜짝 스타나 어느날 갑자기 ‘한방’으로 이름을 날리기란 쉽지 않다.
아이돌의 명가 자니스가 1990년대 초반에 발굴해 키우고 데뷔시킨 기무라 다쿠야·쿠사나기 츠요시·카토리 싱고·나카이 마사히로·이나가키 고로의 스마프가 그렇고, 마츠모토 준·오노 사토시·사쿠라이 쇼·아이바 마사키·니노미야 카즈나리의 아라시가 그렇고, 사카모토 마사유키·나가노 히로시·이노하라 요시히코·모리타 고·미야케 켄·오카다 준이치의 V6가 그렇다.
단숨에 스타를 만들기 보다는 두고두고 재능을 발굴하고 훈련시키면서, 시청자나 팬들 역시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10년을 넘게 ‘한물가는’ 일 없이 꾸준히 활동하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과 일본 특유의 스토리 만들기가 곁들여지면서 롱런하는 스타와 이들을 통한 콘텐츠가 탄생하는 것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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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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