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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론의 자화상, <무한도전> 뉴욕 파문

언제나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획일화된 절차를 따르며 콘텐츠와 여론을 생성하는 것이 인터넷이다. 다양한 개인 공간이 늘고, 커뮤니티가 활성화하면서 그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네티즌 분란 부추기는 한국 언론
개인공간이든, 게시판이든 어떤 사건에 대한 논란이 될 만한 글이나 말이 게재되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 비판을 받기도, 옹호를 받기도 하지만 전자의 경우가 파급력은 훨씬 크다. 이에 신이 난 언론들은 앞 다투어 현상을 과장해서, 기자 자신도 흥분한 상태에서 기사화한다. 그리고 또다시 비난 여론이 들끊고 사과문이든 반박문이든이 또다시 게재된다. 네티즌은 또다시 갑론을박을 시작하고 또다시 언론이 기사화한다.
이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네티즌은 끝없이 흥분하고, 언론은 ‘의제 제시’나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및 비판’ 등은 결여되고 사건에 부채질을 하는 기사들을 양산한다. 한국 언론 중 네티즌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근거가 확실한 논리로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시하는 언론은 한 곳도 없다.
촛불집회 때 보수·진보 성향의 주요일간지들이 그랬다. 진실과 현상을 정확하게 보도하고, 그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논제를 제시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보수·진보로 나뉘어 아귀다툼에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 ‘방송법 개정’과 KBS․YTN·MBC 민영화 사태 때도 각 사별 이해관계만 있을 뿐, 근거가 명확한 주장과 논리적인 의제를 제시하는 언론은 어디에도 없었다.
2PM의 리더 재범이 인터넷의 개인적인 공간에, 철 모르던 시절 끄적인 한국과 한국 팬에 대한 발언이 문제가 돼 4일만에 팀을 탈퇴하고 시애틀행 비행기에 오를 때도 그랬다. 그 이후로 분위기가 급전환되며 애초부터 잘못은 없었던 듯 재범 옹호론이 창궐했다.
신장 180cm 이하의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을 한 홍익대 이모씨의 사건이나 mnet의 MAMA(Mnet Asian Music Award)에서 선보인 닉쿤과의 퍼포먼스로 2PM 팬들에게 시달리다 미니홈피를 폐쇄한 아이비 사건 역시 그랬다. 이를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 혹은 ‘쏠림’ 현상으로만 치부하기엔 우리 언론의 자화상이 참으로 서글프다.
이같은 사건이 또 한번 발생했다. 지난 11월21일, <무한도전>이 식신 특집의 연장선상에서 뉴욕을 방문해 한국음식을 알리는 미션에 도전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영어 한마디 제대로 하기 힘든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비는 추적거리고 인사 한마디 건네기도 쉽지 않았고, 피자집에서는 뉴욕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피자도 제대로 주문하지 못해 점원이 던져주는 피자를 목메게 씹어야 했다.
파트너가 돼 한국과 한국음식에 대한 인지도나 의견을 듣기 위해 뉴욕 거리를 헤매던 유재석과 정준하는 마침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뉴욕의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유재석은 한국말 ‘허리’와 영어 ‘Hurry'의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해 ‘Hurry Up'이라는 유머와 메뚜기 춤을 선보였다. MC는 물론 카메라 감독까지 흥에 겨워 무대로 뛰어들어 춤을 추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화가 어려운 사람들, <무한도전> 뉴욕 파문
사실 이 같은 풍경은 낯익다. <무한도전> 멤버가 도쿄의 오다이바에서, 하라주쿠에서 자신들을 알아보는 일본인을 찾기 위해 처절하게 메뚜기 춤과 쪼쪼댄스, 저질춤 등을 춘 바 있다. 베이징 올림픽 특집에서도 각국에서 방문한 관광객을 만나 한국을 알리고, <무한도전>을 알리기 위해 길거리를 헤맸고, 되지도 않는 영어와 중국어, 한국어 등을 섞어 가며 한국 알리기에 애쓴 바 있다.
그런데 유독 뉴욕에서의 에피소드는 후유증이 크다. 에픽하이 타블로의 형이자 EBS의 영어 프로그램 진행자인 영어 강사 이선민 씨가 올린 의견이 발단이었다. 영어도 못해 ‘개무시’ 당하고 피자집 점원이 던져주는 피자나 먹고, 백인이 하는 하찮은 방송에서 춤을 춰대는 MC들이 낯 뜨겁고 쪽팔리고 굴욕적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전문 중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저 쓰레기를 기획한 MBC 놈들이나, 저 쪽팔린 추태를 통해 마치 우리의 “자랑스러운 개그”를 뉴욕에, 아니 온세계에 알려 무슨 국위선양이라도 한듯 떠들어대는 기생충 같은 기자들이나, 어차피 저런 저질개그에 깔깔대는 국민들과 합작으로 만들어낸 기막힌 에피소드였다“고 썼다.
<무한도전>의 팬들 중 일부는 뉴욕 에피소드를 매우 즐겁게 지켜봤을 테고 다른 일부는 매우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봤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1인자, 2인자로 불리는 MC들이 뉴요커들에게 이상한 취급을 당하는 모습에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 있다. ‘쪽이 팔리다’거나 ‘굴욕스럽다’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같은 결과물을 보고도 누구는 재미있었다고 하고, 누구는 낯 뜨겁게 느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판단하자면 길거리에서, 음식점에서 영어로 주문도 제대로 못하고 버벅대는 건 사실 창피할 일은 아니다. 방송을 제대로 봤다면 유재석이 뉴요커와 인터뷰를 하면서 “영어를 잘 못해 미안하다”고 하자 “괜찮다. 나도 한국말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피자집 종업원처럼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에게 피자를 집어던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괜찮던 콘셉트가 뉴욕에서만 유독 영어를 못하고 그의 표현대로 ‘질 낮은 개그’ ‘또라이 짓’이 될 까닭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뉴욕처럼 한국이나 한국음식을 알리는 것이 목표도 아닌 ‘무한도전’의 인지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씨의 글이 이해 안가는 건 아니다. 너무 흥분한 티가 역력해서 그렇지 어떤 마음인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Fucking' '병신취급’ ‘또라이 짓’ ‘쓰레기’ ‘쪽팔린 추태’ ‘기생충같은 기자’ 등의 비속어를 섞어가며 마음껏 비아냥거린 이 글이 넷상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즐겁게 지켜본 이들은 물론 같은 느낌을 받았던 이들까지 이씨의 미니홈피에 욕과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같은 전쟁(?)을 부추긴 것은 역시 언론들이었다. 현상의 본질을 보려하기 보다는 일어나는 일에 과장을 보탠 기사를 마구 양산했고, <무한도전> 제작진의 멘트도 전했다. 이처럼 ‘일이 커지는 수순’은 비단 <무한도전>만의 일이 아니다. 예상대로 미니홈피는 폐쇄됐고 이씨 글에 대해 힙합가수 데프콘이 쓴 반박문과 네티즌들의 비난에 대한 본인의 반박문도 올라왔다. 또다시 이에 대한 기사들이 난무했다.

의견을 제시하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자
KBS2 <개그콘서트>에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왜 생겼는지 십분 이해가 가능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대화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그 중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의견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해명이든 설득이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교류이고 경청이고 존중인 것이다.
욕설과 비속어를 섞어 가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이씨는 분명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법,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글쓰기를 다시 배워야할 것이다. 또한 그의 글은 영어도 못하고 피자집 종업원에게조차 무시당하면서도 한국음식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쉽다는 건지 편견과 무시 속에 살아온 자신의 속내를 하소연하고자하는 것인지, 심중을 알 수 없다.
이같은 의견에 대응하는 네티즌들 역시 대화법과 의견 제시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비난과 욕설보다는 논리적인 반박과 비판이 필요한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마구잡이식으로 사건을 보도하고 부풀리는 언론에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에 사실 의견을 제시하고 대화하는 법에 대한 교육이 누구보다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언론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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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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