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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는 이상향이자 구원이다

<타이타닉> 이후 12년만에 선보인 제임스 카메론의 신작 <아바타>의 흥행세가 상서롭다. 12월17일, 전세계에 동시개봉한 <아바타>는 개봉 3주차에도 그 기세가 수그러들 줄 모른다. 북미 극장가에서 개봉 첫 주말에 7천702만5천481 달러를 벌어들였고 2주차, 3주차 주말에도 각각 7천561만7천183 달러, 6천83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종전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전까지 2주차 흥행 1위는 <다크나이트>의 7천500만 달러, 3주차 흥행 1위는 <스파이더맨>의 4천500만 달러다.
전세계 총수익은 일찌감치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타이타닉(18억4천300만 달러)>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11억1천900만 달러)>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10억6천600만 달러)> <다크나이트(10억100만 달러)> 등이 ·10억 달러의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이는 개봉 10주차 이상이 지났을 때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아바타>는 불과 3주만에 1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새해 첫날 기록까지 갈아치웠는데 <Meet the Fockers(2004년 1월1일 수익 1천800만 달러)>보다 많은 2천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같은 기세라면 제임스 카메론은 전세계 박스오피스 1, 2위를 독식한 유일한 감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타이타닉> 이후 “I’m King of World"라며 다소 오만하게 자취를 감췄던 제임스 카메론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제왕으로 등극했다. 참으로 거장다운 귀환이 아닐 수 없다.
<아바타>의 경이적인 흥행에 대해 이러저러 하다 얘기했지만 사실, 이 영화 자체로만 따지면 ‘흥행’ ‘수익’ 등의 말을 쓰기가 미안할 정도로 때 묻지 않았고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간절한 소망, 그리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흥행이 반가운 이유는 꼭 보아야하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하는 콘텐츠가 언제나 흥행에 성공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구태의연하다’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 영화의 폭발적인 흥행은 <아바타>가 전하는 메시지만큼이나 의미심장하다.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갈구와 판타지를 선사하다
판도라(Pandora)는 ‘언옵타늄’의 최대 매장지인 행성이다. 언옵타늄이란 지구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자원이다. 이에 지구는 무차별적으로 언옵타늄 채굴을 시작하지만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Na'vi) 부족의 강한 저항에 부딪힌다. 이에 그레이스 박사(시고니 위버)는 링크머신을 통해 인간의 의식으로 원격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킨다. 그 설정과 시작만으로도 경이로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그렇다면 지구인들의 의도대로 아바타는 완벽하게 원격조정이 가능할까? 그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그렇지 않다. 하반신 마비의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아바타 프로그램을 준비하다 사고로 죽은 쌍둥이 형 대신 우주선에 오른다. 그 목적은 단순히 다리수술을 할 돈 때문이었다.
성공적으로 아바타를 조정할 수 있게 된 제이크는 나비부족 섬멸에 열을 올리는 마일즈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의 스파이 역할까지 마다않는다. 탐사 중 혼자 떨어져 나비부족 사이에 침투한 제이크는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를 사랑하게 되고 토착민에 동화돼 간다. 플롯만 보면 매우 뻔한, SF의 전형이다.
하지만 이처럼 뻔해 보이는 SF 영화 <아바타>는 전세계 영화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화려한 영상이나 최첨단 CG, 제임스 카메론 감독부터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등으로 이어지는 출중한 감독과 출연진이다.
게다가 CG와 감성을 결합한 이모션 퍼포먼스 캡처 방식의 도입, 한 프레임 랜더링에 들인 엄청난 시간과 정성, 판도라의 자연풍경을 구현한 CG를 저장한 1 페타바이트(1천24 테라바이트, 1천 테라바이트=100만 기가바이트)의 용량, 후반작업을 위해 사용된 컴퓨터 7천500대 등 CG에 들인 물량과 정성이 극진하기도 하다.


이같은 CG의 최첨단성과 스케일, 연출과 출연진만으로 이 영화를 평가하려 한다면 ‘그저 그런 블록버스터 SF 판타지’다. 하지만 SF 영화라면 일단 제쳐두고 보는 이들까지도 <아바타>에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진부한 ‘그저 그런 블록버스터 SF 판타지’를 ‘방문할 가치가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승격시킨 핵심 요인은 ‘자연은 누구의 소유가 아닌 잠시 빌려 쓰는 것, 훼손하지 않고 교감하며 사는 것’이라는 판도라 토착민 나비부족의 자연관과 일맥상통한다. 그들의 자연관을 통해 ‘자연에 대한 존엄성과 훼손에 대한 경고’라는 의미심장하고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자체발광하며 인간의 뇌보다 촘촘하게 연결돼 네트워킹하는 자연, 그리고 그들과의 교감으로 훼손되지 않은 판도라의 풍경은 말 그대로 꿈속을 여행하는 듯한 황홀함과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갈구와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바타는 이상향이자 현실의 반영이다
이에 영화 <아바타>는 이상향이자 현실의 반영이다. 영화제목 <아바타>가 아닌 용어 ‘Avata’는 이상향이다.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분신이며 외모든 행위든 현실에서 가지기 힘들고 하기 힘든 일을 수행하는 능력자다.
아바타는 이상향이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아바타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나’의 사고체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북미는 물론 전세계 영화팬을 매혹시키고 있는 영화 <아바타>는 이같은 아바타의 중의적인 가치를 잘 나타내고 있다.
<아바타> 속 판도라 행성의 자연풍경은 지나치게 아름답고 원초적이다. 지구상의 어떤 우림보다 거대하며 하늘에는 언옵타늄이 자기장 속성으로 공중에 떠 끊임없이 이동하는 할렐루야 산이 존재한다. 밤에는 자체 발광하는 이색적인 자연과 생명력 넘치는 동물들이 눈부시다.


흑인과 인디오, 동양의 판타지를 섞은 토착민이자 인간의 아바타 외형인 나비부족은 어떤가. 3미터에 가까운 신장과 늘씬하게 빠진 몸매, 탄탄한 근육, 우아하지만 활기찬 움직임 등은 현실 세계의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이들은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지닌 유일한 우주종족으로 자신들만의 언어와 문명을 가지고 있다.
동족은 물론 자연, 그리고 행성 자체와 유대하고 있으며 인간보다 4배 이상의 운동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판도라 같은 행성에서 살고 싶어하거나 나비부족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반면, 진부하지만 자연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미래의 이야기는 자연을 개발하고 파괴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현 인류에 대한 비판이자 원망이며 경고다. 사람과 사람, 자연과 자연, 자연과 사람 등 모든 생물이 만나고 소통한다. 이는 이상향이자 사람끼리도 소통이 쉽지 않은 현실의 자화상이다. 그래서 영화 <아바타>는 이상향이자 현실인 것이다. 영화가 선사하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은 아이러니하게도 2009년 현재, 일그러지고 뒤틀린 인간의 자연에 대한 의식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Avarta’라는 용어의 모든 가치를 영화 <아바타> 속에 담았다. ‘Avarta’는 산스크리트어인 ‘Avatāra’에서 유래했다. 신이 이 세상을 구제하고자 몇 번이고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다는 의미로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가 바로 아바타다.
지구와 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영화 <아바타>는 1977년 트럭운전사 시절부터 꿈꾸던 제임스 카메론의 이상향이며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들의 이상향인 것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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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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