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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세계 / 관현악단

어우러진 아름다움의 창조자들


쇼 프로그램에서, 그리고 시청자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곳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제공하는 방송사의 관현악단, 그들의 주무기는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순발력이다. 열악한 프로그램 제작 상화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제공하기 위해 두문분출하고 있는 방송사 관현악단들의 하루를 들여다 보자.

8월 13일. MBC 8.15 특집 정신대 할머니 돕기 모금 생방송

1시 30분. 분주한 관현악단실
광복절이 얼마 남지 않은 늦은 여름날, 아직 단원들이 도착하지 않은 2층에 위치하고 있는 관현악단실은 좀 바빠 보인다. 악보를 담당한 주라경, 유진덕 씨가 악보를 가지러 간다, 악보를 복사한다고 왔다갔다하고, 이호성 단장은 오늘밤에 있을 생방송을 위해 김영철 부장과 회의를 하는 등 꽤 분주하게들 움직이고 있다.
오늘의 이 특집 생방송은 '한마음 음악회'처럼 관현악단들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민족의 기념일에 우리 민족인 정신대 할머니들을 끌어안을 따뜻한 프로그램이기에 관현악단에도 꽤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강신철 총무가 포항 MBC에서 초청을 받고 몇몇 단원들을 이끌고 출장을 갔고, 오늘의 이 특집 생방송에는 25인조의 관현악단이 투입되어 오늘은 70여명에 이르는 거의 모든 단원들이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1시 40분. 악기 세팅조 스튜디오로
스튜디오의 세트가 마무리되어갈 즈음이 되자 악기 세팅을 담당하는 지충환, 전관수 씨는 이렇게 분주한 악단실을 뒤로 하고 부랴부랴 D 스튜디오로 향했다. 툭탁툭탁 망치 소리와 마이크 테스트 소리, 조명팀의 무전기 소리...스튜디오는 아직까지는 완성이 덜 된 듯한 느낌이다. 무대 왼쪽으로 관현악단의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대가 너무 좁아서 아무래도 25인조가 전부 무대 위에 오르기는 무리인 것 같다.
"자리가 좀 작은데...너무 빡빡해서 앞으로 좀 빼서 뒤에 무대를 좀더 만들어야 될 것같은데요." "피아노는 바닥에 둬야겠고...드럼, 퍼쿠션, 퍼스트 바이올린, 세컨드 바이올린, 베이스 기타, 콘트라베이스...바닥에 지휘대 놓고..." "악기들이 바닥에 있는 것보다는 무대를 반으로 갈라서 거기에 드럼이랑, 베이스를 놓는 게 그림이 될 것같은데."
방청객 100명이 무대 앞쪽으로 앉아야 하고, 카메라의 케이블들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무대를 앞으로 더 만들 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리 저리 궁리를 해 봐도 무대 아래쪽으로 내려와야 할 악기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게 생겼다.

2시. 악기 세팅 시작
무대 문제가 뭔가 명쾌하게 해답이 난 것같진 않지만 일단 충환 씨가 드럼과 퍼쿠션을 들여오면서 악기 세팅이 시작되었다. 충환 씨가 드럼과 퍼쿠션을 세팅하고 있을 때, 관수 씨는 악기가 놓일 자리에 악보대부터 고정시킨다.
"가운데가 앞부터 트럼본, 섹스폰...왼쪽 앞줄이 퍼스트 바이올린, 둘째 줄이 세컨드 바이올린, 그 뒤가 비올라, 첼로...자리가 좁아서 비올라를 바닥에 놓고 피아노는 관현악단 무대 왼쪽 바닥에 놓고...됐어."
2시 15분. 피아노가 들어오고 놓인 악보대에 오디오팀들이 소리를 모으기 위해 마이크 케이블들을 연결해 둔다. 이렇게 관현악단의 무대 준비는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2시 20분. 관현악단 무대 협의
그렇게 악기 세팅이 정리되어 가고 있을 때, 이호성 단장과 백승일 부총무가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김영철 부장과 관현악단 무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이다. 이 단장과 김 부장은 한참 얘기중이고 관수 씨와 충환 씨는 무대를 정리중이고, 오디오팀은 계속해서 마이크들을 연결하고 있다.
"무대 뒤쪽에 저 기둥은 없어도 좋으니까 무대 좀 더 깔고, 무대 앞은 카메라하고 MC들 때문에 비워둬야 할 것 같은데..." "여기 앞이 비어 있는 만큼 무대가 뒤로 더 늘여서 지휘대도 무대로 올라가야지." "자, 이제 무대 아래에는 피아노만 있는 거야."
이 단장과 김 부장이 얘기 끝에 관현악단 무대를 뒤쪽으로 늘리기로 한 모양이다. 관수 씨와 충환 씨가 일을 다시 해야만 한다. 이때 피아노 조율을 맡은 박철량 씨가 스튜디오로 들어선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꼭 지켜져야 할 과정이다.

2시 50분. 무대 재구성
말이 끝나자 무대 세트맨들이 일을 시작하느라 충환 씨와 관수 씨는 잠시 동안의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 무대 뒤쪽으로 6자만 더 깔면 될까요?"
스튜디오는 악기 세팅과 마이크 테스트, 무대 세트 마무리로 어수선하다.
3시가 넘어서자 관현악단의 무대가 완성되었고, 3시 10분, 훨씬 넓어진 무대 위에 다시 악기 세팅이 시작되어 3시 35분이 되어서야 텅비어 있던 관현악단의 무대는 그럴듯한 25인조 오케스트라의 대형을 갖출 수 있었다.

3시 50분. 관현악단실
무대를 완성시킨 관수 씨와 충환 씨가 관현악단실에 들어서자 이 단장과 백 부총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주일 스케줄 표에는 스튜디오에 내려가기 전에는 없었던 '19일 대한민국 모델 페스티벌' 이 적혀 있었다. 또다시 급작스럽게 일이 떨어진 것이다. 그 외에도 스케줄 표에는 '뽀뽀뽀 녹음, 스타 다큐 최수종 녹음, 라디오 녹음...' 등 하얀 분필로 빽빽이 채워져 있었다.
방송사에서의 관현악단이 발휘해야 하는 능력은 끝이 없다. 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의 국가적으로 범위가 큰 행사와 연기대상이나 영화 관련 시상식 등 문화 행사부터 발라드, 댄스, 트로트, 지방민요, 세미 클래식, 동요, 국악, 팝송, 각 나라의 민속 음악 등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테크노 사운드까지...관현악단이 해야 하는 음악의 장르 폭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것도 한 무대 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갑작스레 떨어진 행사 때문에 회의의 연속으로 관현악단실은 바쁘다.

4시 30분. 악보 준비
관현악단의 무대가 마무리된 것을 확인한 주라경 씨와 유진덕 씨가 이미 준비해 두었던 악보들을 들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오늘 관현악단이 준비해야할 곡은 트로트로만 6곡, 순서대로 6장의 악보가 제대로 세팅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고는 관현악단 무대 위의 악보대에 하나하나 놓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기를 30여 분, 이제 무대도 완성되고, 악보 준비도 끝나고 이제 연주를 위한 준비는 끝이 났다.

5시 30분. 단원들 모이기 시작
5시 30분. 2시간 전에 조율을 시작했던 박철량 씨가 관현악단실로 들어서면서 단원들이 악기들을 들고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보통 야외 프로그램이었다면 정신없이 연습을 끝내고 식은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생방송이긴 하지만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늦은 시간의 프로그램이어서 조금은 느긋하다. 6시 15분이 되자 단원들은 지하 식당에서 각자 식사를 마치고 거의 모든 단원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단원들이 스튜디오로 내려가 악기를 들고 연주하기만 하면 25인조 관현악단은 아름다운 앙상블을 만들어 낼 수있다.

6시 30분. D 스튜디오
6시 30분. 단원들이 악기를 들고 스튜디오로 들어서자 사뭇 넓어진 관현악단의 무대가 보였다. 단원들이 악기를 꺼내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각자의 악보대에 놓인 악보들을 확인하고는 자신들의 악기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소리를 내 보기도 한다. 군데군데 비어있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자리가 채워지는 만큼 여러 종류의 악기 소리가 저마다 울려댄다.
중후하고, 가녀린 현악기와 금속성의 드럼소리, 물결치는 듯한 피아노와 건반 소리, 청아한 퍼쿠션 소리, 입으로 불어대는 높고, 낮은 관악기 소리 등등 각각의 아름다운 소리들이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제각기 소리를 울려 댄다. 밖에서 들으면 스튜디오 전체가 붕붕 울려대는 듯하다.

6시 50분. 악기 튜닝
그렇게 각자 악기의 소리내기를 수십분, 6시 50분, 드럼 튜닝을 시작으로 악기 튜닝이 시작되었다. 7시. 현악기 튜닝을 하다보니 퍼스트 바이올린의 마이크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퍼스트 바이올린하고 세컨드 바이올린 마이크가 바뀐 것 같은데...마이크를 바꾸려면 케이블하고, 채널하고 다 옮겨야 되니까 자리를 바꿔야겠는데요."
퍼스트 바이올린을 담당하는 4명의 단원과 세컨드 바이올린의 4명의 단원이 움직여 자리를 옮겨앉는다.
7시 15분. 자리를 옮기고는 첼로와 비올라를 튜닝하고 현악기 전체를 튜닝한 뒤, 퍼스트 바이올린의 마이크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7시 20분, 각각의 악기 튜닝은 끝을 맺었다.
"자, 원 투 쓰리..."
악기 튜닝을 마친 7시 25분, 관현악단은 이제 전체 튜닝을 위해 이호성 단장의 지휘에 따라서 가수 최진희 씨가 부를 '아리랑 낭랑'과 태진아 씨가 부를 '타향살이'를 연주한다. 튜닝할 때의 그 불협화음과는 달리 정제되어 흐르는 음악은 연습없이 나오는 음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8시 05분. 송대관 설운도 연습
관현악단의 튜닝을 끝낸 7시 30분, 스튜디오의 안팎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던 단원들은 합창단의 튜닝이 끝난 45분, 다시 모여 무대 위로 향했다. 가수들이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면서 단원들은 제각각의 악기들을 울려 댄다. 관현악단들의 악기 소리와 연출부들의 방송 진행, 마이크 테스트 소리들로 스튜디오는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8시 05분. 구수한 입담의 가수 송대관 씨가 떠들썩한 스튜디오를 들어서면서 노래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 단장의 지휘에 따라 순식간에 '선창'이 울려 퍼진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연습중, 가수 설운도 씨가 들어선다.
"좀 슬픈 분위기로 가야 하니까 퍼스트, 세컨드 바이올린은 '...시도레...쿵짝 쿵짝 따라라라라~~~'에서 좀 강하게 연주해 주세요. 자, 이제 '울어라 쌍고동'입니다."
"단장님, 좀 짧아요. 이 노래가 3절까지거든요." "그럼 2절 갔다가 다시 전주 갔다가 다시 3절 노래로 갑니다. 전주, 1절, 2절, 전주, 3절 순입니다."

8시 20분. 최진희 현철 이자연 연습
8시 20분, 최진희 씨가 무대에 올랐다. 6시가 넘어서야 악보를 받아 연주한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좋은 음악이다. 이렇게 방송사의 관현악단은 필요하면 언제, 어떤 음악이라도 할 수 있는 순발력이 최고의 자질이다.
"단장님, 키가 높은 것 같지는 않은데 중간에 제 목소리가 안 나네요." "그러네, 소리가 안 나오네...처음 노래 들어가기 전에 말이지?"
문제점을 해결하고, 8시 30분, 현철 씨가 무대에 올랐고, 다시 5분 뒤 이자연 씨가 무대에 올랐다. 이자연 씨가 전주와 간주 후에 노래가 시작되는 부분을 헷갈려 다시 한 번 연습한 후 8시 40분, 아직 도착하지 않은 태진아 씨가 부를 '번지없는 주막'을 합창단과 연습하고는 45분, 연습을 마쳤다.

9시 30분. 카메라 리허설
9시. 이 단장과 단원들, 그리고 연습에 참여하지 못했던 가수 태진아 씨까지 전부 스튜디오에 모였지만 모금방송 중간 중간에 들어갈 외부제작 VTR의 편집이 늦어져 리허설까지 늦어지고 있다. 9시 20분. 편집이 되기를 기다리다가 안되겠는지 연출부에서 리허설을 준비한다.
오늘 방송의 MC인 신동호 아나운서와 장윤정 씨가 무대로 올라섰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가수들을 기다리느라 9시 30분이 되어서야 리허설은 시작되었다.
많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과 미니 다큐멘터리 VTR 화면과 더불어 가수들의 노래가 계속되면서 리허설은 진행되었다. 9시 53분. 최진희, 현철, 송대관 순으로 가수들이 등장하는 1부의 리허설이 끝나고 바로 2부 리허설에 들어갔다. 설운도와 태진아, 이자연 순으로 연주된 10시 20분, 리허설은 끝이 났다.

10시 40분. 방송 준비
보통은 1시간 프로그램이면 리허설도 한 시간, 방송 시간대로 리허설이 진행되지만 오늘은 VTR 화면이 많아서인지 리허설이 워낙 늦어져서인지 절반 정도의 시간만을 소요했다. 그나마 조금은 여유있게 의상을 갈아입고, 방송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랴부랴 2층 관현악단실로 올라온 단원들은 의상을 갈아입거나, 아까 챙기지 못한 저녁식사를 대신해 간단하게 요기를 하는 등 서둘러 움직인다. 10시 45분, 남자 단원들은 흰 웃옷과 검은 바지, 여자 단원들은 흰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10시 50분. 스튜디오로
이 단장을 위시한 악단원들이 들어섰을 때, 스튜디오에선 방청객들의 배열을 맞추거나 모금을 위한 전화를 받아줄 안내원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거나 마이크 테스트를 하느라 소란스럽다. 여기에 관현악단들의 악기 소리까지 더해지자 스튜디오는 활기차게 움직인다.
55분. 이제 조명들이 속속 켜지고 훈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착석을 하면서 조금 전까지의 어수선함은 사라지고 생방송 전의 긴장된 고요함이 흐른다.
11시 5분. "자, 마지막으로 악기 튜닝들 좀 한 번 해보세요." 조용했던 스튜디오가 또다시 악기 소리로 시끄러워지다가 이내 다시 잠잠해지며 다시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11시 13분. 방송 시작
'8.15 특집 정신대 할머니 돕기 모금 생방송'은 원래 시간보다 10여분 정도 늦게 방송을 시작했다. 강덕경 할머니를 비롯한 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 화면과 '나눔의 집'에 기거하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생활상 화면들이 나간 11시 29분, 최진희 씨가 무대에 올라 '아리랑 낭랑'을 부르고 내려가는 데 관현악단이 연주한 시간은 2분 20초 정도이다. 출연 순서대로 11시 50분, 현철의 '타향살이', 12시 7분에 송대관의 '선창'을 노래하고, 12시 10분, 1부가 막을 내렸다.
"이따 마지막에 이자연이 노래부를 때, 피아노를 좀 가볍게 살짝 살짝 쳐줘요."
막간을 이용해 이 단장이 피아노 주자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12시 18분이 되어서야 2부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생방송은 쉴틈없이 흘러 1시에 마지막 출연 가수인 이자연의 '삼천리 강산 에헤라 좋구나'가 연주되고 원래 끝나는 시간보다 조금 늦은 1시 10분에 끝이 났다.

1시 30분. 귀가
"수고들 했어요. 충환 씨하고 관수 씨는 또 수고 좀 해야겠네."
단원들이 악기들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방송이 끝난 무대를 빠져나와 악단실로 향했다. 이 단장은 악단실로 향하는 도중 부조정실을 찾아 수고의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모든 단원들이 빠져나간 스튜디오에서 관수 씨와 충환 씨는 악기 세팅한 것들을 다시 거둬들이느라 바쁘다.
"오늘 늦게까지 수고들 했고, 내일 10시에 뽀뽀뽀 녹음 있으니까 늦지들 말고..."
관현악단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기다림의 연속이었지만 의미있는 방송이 어서 뿌듯했던 하루가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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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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