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박스의 귀환 <강심장>,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

지난 10월6일, 유재석과 더불어 ‘국민MC'로 군림하고 있는 강호동과 현재 최고의 아이콘 이승기가 메인 MC로 나선 SBS <강심장>이 시작했다. 특정 테마에 맞는 토크 대결을 벌이고, 최후의 1인을 뽑아 ’강심장‘으로 선출하는 형식으로 꽤 오래 전에 큰 인기를 누린 ‘토크박스’의 귀환처럼 보이기도 한다. SBS <야심만만>과 KBS2 <스타골든벨>, MBC의 <세바퀴> 등 어디서 본 듯한 요소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월요일 심야 시간대를 책임지던 <야심만만>이 없어지면서 <긴급출동 SOS 24>와 자리를 바꿔 화요일 밤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하수상한 토크 주제들
4회까지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 ‘숨기거나 밝히거나’ ‘주연이거나 조연이거나’ ‘튀거나 묻히거나’ 등의 주제로 토크 배틀을 벌였다. 첫 회부터 <강심장>에 출격한 스타 게스트들이 심상치 않다.
방송, 특히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흔하지 않았던 빅뱅의 지드래곤, 승리를 비롯해 소녀시대 윤아, 장윤정, 에픽하이, 김태우, 브라이언 등 20여 명의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후에도 2ne1, 카라, 인순이, 슈퍼주니어, 환희, 브라이언, 임창정 등 대형 스타급 게스트가 스튜디오를 찾았다. 90분 특별편성으로 16.6%의 시청률로 시작한 <강심장>은 회를 거듭할수록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사생활 폭로와 막말방송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주제부터 심상치 않다. 대박, 쪽박, 숨기고 밝히고, 튀고 묻히는 등 매주 주제를 구성하는 단어는 ‘폭로’의 기운이 역력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4회까지 오면서 토크 주제와는 상관없이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폭로’전으로 일관한다는 데 있다. 주제는 있되, 있으나 마나 결국 보다 강력한 폭로로 경쟁이 심화되기만 한다. 21~24명에 이르는 게스트가 출연하다보니 눈길을 끌기 위해 혹은 말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독하고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끌어내야하기 때문이다. 방송은 되지 않았지만 첫회 녹화현장에서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과 승리 사이에 미묘하게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었다고 암암리에 알려지고 있다. 폭로와 유머 간 균열이 심화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조두순 사건으로 사회가 시끄러운 가운데 <강심장>에 출연한 2ne1의 막내 공민지는 ‘아기 공룡 둘리’ ‘새타령’ 등 만화주제가, 동요, 민요 등에 맞춰 에로틱한 춤을 선보였고, 급기야는 브라이언, 이승기까지 나서 커플로 에로춤을 춰대는 장면이 방송됐다. 공민지의 나이는 이제 열여섯, 모든 것을 ‘에로’로 소화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린 나이다. 게다가 4회에 출연한 카라의 박규리는 어렸을 때 강호동에게 억지로 첫키스를 빼앗겼다고 폭로했다.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유아 성폭력은 웃음이나 유머의 소재가 될 만큼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귀엽다고 아이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는 사실을 그저 “장난처럼” “예뻐서”라는 말로 쉽게 표현하고 넘기는 것은 영유아에 대한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즐겁고 유쾌하게 웃어보자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어린이 성폭력 문제로 사회적 분위기가 심각한 때에 이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고 웃어넘긴다는 것은 진정한 ‘강심장’같은 짓이 아닌가 싶다.

러브라인 형성하기 바쁜 강심장
1회는 지드래곤의 공연에 반 이상을 할애하더니 2회는 2ne1의 노래와 춤, 랩 등을 선보이는 스페셜 스테이지에 방송시간의 절반을 흘려보냈다. 오죽하면 시청자들이 ‘YG 쇼’라고 명명할 정도였다. 3회에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일명 ‘시건방’춤을 추느라 시간을 소비하더니 4회에는 윤아의 CF 시범으로 프로그램의 반 이상을 채웠다.
물론, 가요계 대선배인 인순이와 ‘친구여’라는 노래에 맞춰 2ne1의 래퍼 씨엘이 즉석 선후배 듀엣 무대, 오해로 인해 이미 해체된 ‘플라이 투 더 스카이’가 화해 기념으로 함께 무대를 꾸미는 등 뜻 깊은 공연도 있다. 하지만 한 팀 혹은 특정 기획사 소속의 연예인에만 관심과 토크가 집중되는 덕에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병풍’같은 게스트도 있다. 하물며 오프닝 소개에서조차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머지 절반은 이승기와 회당 출연한 게스트인 윤아, 현영 등과 러브라인을 엮느라 보낸다. 문제는 어느 특정 한 회 뿐 아니라 지금까지 방송한 대부분의 방송이 그렇다는 것이다. 급기야 4회에서는 윤아를 두고 이승기, 슈퍼주니어 이특, 브라이언 등이 4각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러브 라인 만들기에 몰두하거나 이승기 띄우기에 애를 쓴다.
이 정도면 매회 이승기 특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1회성 특집 프로그램으로는 적합할지 모르나 연속성이 보장돼야할 정규 프로그램으로는 금세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강심장>은 강호동 특유 매력인 넘치는 에너지로 휘몰아치는 입심도, 진행 스타일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중심을 잡아주는 MC의 프로그램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토크의 재미도 극대화되지 못하고, 산만하게 자신들끼리 웃고 떠드는 것처럼 여겨진다.
젊은 버전의 <세바퀴> 같기도 한 <강심장>은 16.6%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15.1%, 16.2%로 오르락내리락하더니 4회에는 14.5%까지 하락하기에 이른다. 수치로만 따지만 쪽박은 아니다. 오히려 ‘대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이 정도의 시청률이 나오는 이유는 거대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 멤버들로 구성된 게스트단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쪽박이거나 대박이거나?
어딘가에서 본 듯한 포맷 그리고 프로그램의 성패를 전부 유명 게스트에 걸다시피하는 방식으로는 말 그대로, <강심장>의 첫 회 토크주제였던 ‘대박이거나’ 혹은 ‘쪽박이거나’가 될 터다. 게스트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기보다 ‘폭로’와 ‘막말’을 일삼는다면 시청자의 진정한 사랑을 받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강심장>은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게스트를 끌어 모으고 그들의 입에서 보다 강력하고 자극적인 ‘비밀’을 끌어내는 데만 급급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대로 간다면 그 대단한 MC 강호동, 게다가 이 시대 최고의 ‘엄친아’ 이승기를 주MC로 영입했어도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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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질테다...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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