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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7 Blog+Enter Vol. 60 : Enter-note_수·목을 책임지는 세 남자, 이승기·김현중과 탁구
  2. 2010.09.15 Hurlkie's Enter-note_시작부터 달랐던 <로드 넘버 원>과 <구미호:여우누이뎐>의 역시나 다른 종영
  3. 2010.08.16 Hurlkie's Enter-note_세상을 향한 아줌마의 통쾌한 발차기, <나는 전설이다>
  4. 2010.08.09 Hurlkie's Enter-note_여전히 반짝거리며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호타루, 반갑다!
  5. 2010.08.02 Hurlkie's Enter-note:드라마에 부는 레트로 열풍의 주역, <제빵왕 김탁구>
  6. 2010.07.02 Hurlkie's Enter-note_희비 엇갈린 2010 일본 2분기 드라마
  7. 2010.06.22 Hurlkie's Enter-note_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천태만상, 단독방송? 월드컵 독식?
  8. 2010.06.12 Hurlkie's Enter-note_획기적 발상과 유쾌한 비틀기, 전반부까지만…
  9. 2010.05.30 Hurlkie's Enter-note_엔써즈의 비디오 DNA, 불법시장의 합법화를 꿈꾸다
  10. 2010.05.24 Hurlkie's Enter-note_왜 리메이크였을까?, 하녀근성에 대한 진중한 고찰 <하녀>
  11. 2010.05.13 Hurlkie's Enter-note_MBC 파업 장기화가 선사한 뜻밖의 휴식, <포토에세이 향수>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
  12. 2010.05.09 Hurlkie's Enter-note : 성장사극과 궁중 로맨틱 코미디의 기분 좋은 결합 <동이> (2)
  13. 2010.04.25 Hurlkie's Enter-note : 2010년 2분기 일본 드라마 列傳, 드라마 부활을 꿈꾸며
  14. 2010.04.17 Hurlkie's Enter-note_동성애자도 ‘아름다울’ 권리가 있는 ‘인생’이다 (2)
  15. 2010.04.08 Hurlkie's Enter-note_드라마 르네상스, 동시 첫 전파 탄 수목드라마 列傳
  16. 2010.04.02 Hurlkie's on the Spot_App으로 앨범내고, 소셜미디어로 글로벌 진출하기 컨퍼런스@소노팩토리
  17. 2010.03.27 Hurlkie's Enter-note_경제 난국 일본, ‘한국’을 연구하다 (2)
  18. 2010.03.11 Hurlkie's Enter-note_‘이상한’ 팀 버튼의 ‘앨리스’는 그의 앨리스가 맞을까?
  19. 2010.03.02 Hurlkie's Enter-note_Fair 혹은 Unfair Play, 쇼트 트랙과 동계올림픽 중계권
  20. 2010.02.06 Hurlkie's Enter-note_뉴스 시간대 이방인 <별을 따다줘> 흥행, 시청행태 변화 반영
수·목요일 밤을 책임지는 세 남자, 이승기·김현중과 탁구

수요일과 목요일 밤 10시, 시청자들은 서로 다른 매력의 꽃미남 주인공으로 즐겁다. ‘국민 남동생’으로 군림하고 있는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이하 구미호)>의 이승기와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 이후 팬들 사이에서 ‘국민 선배’로 불리고 있는 MBC <장난스런 키스(이하 장키)>의 김현중, 그리고 단 두 편의 드라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탁구’ 윤시윤이다.
<구미호>에서 구미호(신민아)에 고문 아닌 고문을 받다 사랑에 빠지는 차대웅 역의 이승기, <장키>에서 까칠한 꽃미남 천재 백승조로 등장한 김현중은 그 이름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스타’다.


이들의 전작인 SBS <나쁜 남자>와 MBC <로드 넘버 원> 역시 <선덕여왕>의 ‘비담’으로 주가가 오를 대로 오른 김남길과 뭇여성을 설레게 하는 소지섭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KBS2 <제빵왕 김탁구>에서 탁구로 분하고 있는 윤시윤은 이제 두 번째, 정극 출연은 처음인 초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방송사에서 ‘버린 카드’였다고 알려진 <제빵왕 김탁구>는 ‘비담’의 <나쁜 남자>도, 130억 원 대작인 <로드 넘버 원>도, 국민 남동생·선배의 <구미호>와 <장키>도 밀어내고 50.0%를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군림하고 있다.
‘국민 남동생’ 이승기의 <구미호>와 ‘국민 선배’ 김현중의 <장키>도 어쩌지 못한 <제빵왕 김탁구>의 국민 드라마화는 꽤 흥미로운 현상이다. ‘스타’로 인해 제작비를 투자받고, 흥행을 보장 받던 때가 있었으니 이름만으로 눈길을 끌만한 연기자가 없는 <제빵왕 김탁구>의 흥행 성공은 횡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스타’에서 시작해 '스타'로 끝나는 시대야 말로 끝날 모양이다.


수·목을 책임지는 세 남자, 이승기·김현중과 탁구가 극명하게 다른, 흥행의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은 극중 인물과 연기자가 얼마나 부합하느냐다. 시청률 40.0%를 오르내리던 <선덕여왕>의 고현정, 이요원, 김남길은 드라마 방영 동안 미실, 덕만, 비담으로 불리웠다. <추노>의 장혁, 오지호, 이다해 역시 대길, 송태하, 언년이로 불리곤 했다.
<꽃남>의 배우들 역시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은 물론 그 후로도 오랫동안 ‘구준표’ ‘지후 선배’ ‘잔디’ ‘가을양’으로 불리웠다. 이에 <꽃남>은 완성도가 심하게 떨어진다는 평과 상관없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것이 ‘국민 동생’ 이승기·‘국민 선배’ 김현중 그리고 ‘국민 드라마’의 탁구가 가장 다른 점이다. 드라마 타이틀에 주인공의 이름이 들어간데다 연기자 자체가 인지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2010 남아공월드컵을 맞아 급등하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할 것은 윤시윤은 ‘김탁구’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기자 윤시윤은 이름만으로도 흥행을 예견할 수 있는 대스타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빵왕 김탁구>가 쟁쟁한 스타들을 앞세운 경쟁작의 공세에도 끄떡없이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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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달랐던 <로드 넘버 원>과 <구미호:여우누이뎐>의 역시나 다른 종영

지난 회차, 두 편의 드라마가 종영했다. 130억 원의 제작비, 사전제작, 소지섭·김하늘·윤계상 등 화려한 출연진 등으로 시작부터 이슈를 불러 일으켰던 MBC 수목극 <로드 넘버 원>과 연일 20.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MBC <동이>, SBS <자이언트> 사이에서도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2 <구미호:여우누이뎐>이다.
대진운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모든 면에서 시작부터 전혀 달랐던 두 드라마의 마지막 역시 상반됐다. 꽤 풍요롭고 화려하게 시작한 <로드 넘버 원>은 시종일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다 못해 4.6%까지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구미호:여우누이뎐>은 “또 구미호야”라는, 여름이면 ‘납량특집’이라는 명목 하에 꺼내드는 식상한 카드로 인식되며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 시작했다. 하지만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이>와 <자이언트> 사이에서도 선전하며 월화극 시청률 총합을 끌어올린 주인공이 됐다.

대작 <로드 넘버 원>에서 부족한 단 하나
<로드 넘버 원>은 지난 회차(전국 4.7%)보다 0.6% 상승한 5.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 시청률도 5.3%, 20회 평균시청률도 6.2%에 불과하다. 사전제작에 130억 원의 제작비,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등 주축이 되는 인물은 물론 최불암, 최민수, 손창민, 오만석, 문채원, 이천희 등 조연들까지 쟁쟁한 출연진 등 꽤 잘 꾸려진 환경에서 만들어진 드라마의 흥행실패 요인은 꽤 복잡하면서도 간단하다.
일찌감치 <제빵왕 김탁구>에 주도권을 빼앗긴 탓도 크다. 이와 더불어 월드컵이라는 제법 벅찬 상대에 힘들었다는 말도 아주 틀리진 않다. 하지만 가장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한국의 경기와는 단 한 번 겹쳤으니 온전히 월드컵 탓만을 하기도 어렵다.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제작진들이 말하는 ‘사전제작’으로 시청자의 요구를 반영할 수 없었다는 의미의 공감대 형성은 아니다. 1회부터 감정의 시작이나 다지는 작업도 없이 커져버린 이장우(소지섭)와 김수연(김하늘)의 사랑, 장우와 신태호(윤계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수연의 캐릭터 등이 시청자를 갸우뚱하게 했다.
전장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전쟁영화는 남성영화라는 도식을 탈피하고 여성 시청자까지 잡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연성 없이 시작하고 느닷없이 커져버린 사랑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전쟁드라마의 주요 타깃 층인 남성 시청자의 외면마저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과 로맨스를 접목시키고자 했던 <로드 넘버 원>은 온전히 전쟁이야기도, 오롯이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답답하고 묵직한 전쟁 이야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것도 원인이라면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더운 날씨 속에서도 지난 회차 막을 내린 KBS1의 전쟁드라마 <전우>는 꽤 선전했다. 전장에서 피어나는 전우애와 휴머니즘 등 전형적인 전쟁드라마의 공식을 따른 <전우>는 SBS <인생은 아름다워>, MBC <김수로> 등과 경쟁하면서 20회 평균시청률 14.3%로 막을 내렸으니 더운 날씨는 부차적인 원인일 뿐이다.
무엇보다 큰 원인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대중의 감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그들만의 세상’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대중에게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전제작으로 인해 시청자의 요구를 반영할 수 없었다는 하소연 역시 핑계에 불과하다. 결국, 모든 것이 갖춰진 드라마에서 단 하나 부족했던 것이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이었던 셈이다.


화려한 시작과는 달린 씁쓸하게 막을 내린 <로드 넘버 원> 후속으로는 <장난스런 키스>가 방송된다. 흥행요소는 꽤 풍부하다.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에서 ‘국민 선배’로 인기를 끌었던 김현중이 소속사 이적 후 처음으로 출연하는 작품이고 범아시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가 원작이다.
하지만 흥행요소만큼이나 불안감 역시 크다. 쟁쟁한 <제빵왕 김탁구>가 막바지로 치달으며 보다 흥미진진해지고 있는데다, 주요 시청층이 젊은 시청자다 보니 ‘국민 남동생’이라 불리는 ‘이승기’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트렌디 드라마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흔히, 트렌디 드라마는 연기력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젊은 연기자의 캐릭터 몰입도가 떨어지거나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연기가 미흡하다면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난 베테랑 배우가 투입돼도 상쇄하기 힘들다는 의미기도 하다. 여느 드라마보다도 젊은 연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꽃남> 시절에도 지적되던 미흡한 연기의 김현중, SBS <나쁜 남자>로 스타덤에 오르긴 했지만 연기력이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데다 다소 우울한 이미지의 정소민,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만한 연기자가 없다는 것도 위험요소다.

<구미호:여우누이뎐>의 알찬 행보


우리가 알고 있는 구미호는 사람의 간을 먹는다. 한을 품었다고는 하지만 그 사연은 알 수 없다. 구미호가 나타나는 곳은 어김없이 유혈이 낭자하게 변하고 만다. 이는 KBS2 월화극 <구미호:여우누이뎐>이 방송되기 전의 일이다.
지금까지의 ‘구미호’가 막무가내로 인간을 해치는 괴물로 그려졌다면 <구미호:여우누이뎐>은 근간의 한을 현대적으로 그려내는 작업에 집중했다. 이에 20.0%의 시청률을 훌쩍 넘기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동이><자이언트>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인간 남자와 결혼해 딸 연이(김유정)를 낳았지만 버림받은 구미호 구산댁(한은정), 그녀가 반인반수의 딸을 데리고 인간세상을 떠돌다 윤두수(장현성)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구산댁에 한눈에 반한 윤두수는 그녀를 첩실로 들이고, 자신의 딸 초옥(서신애)을 살리기 위해 그녀의 딸인 연이의 간을 노린다. 반인반수로 태생적인 한을 품고 태어난 연이의 숨통을 점차 조여 오는 윤두수와 그의 본처 양부인(김정난), 그런 연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산댁,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인물 만신(천호진)까지 얽혀들며 이야기는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곤 했다.
<구미호:여우누이뎐>의 마지막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구산댁으로 인해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복수심에 불타는 윤두수, 윤두수로 인해 딸을 잃은 구산댁, 두 사람은 끊임없는 결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끝낸 것은 연이이기도, 초옥이기도 한 초옥이다.
초옥의 몸에 깃들어 있던 연이의 정신이 초옥의 몸을 빌어 윤두수를 죽이면서 반전이 시작된다. 그리고 구산댁은 초옥의 몸에 깃든 연이의 정신을 딸이라 굳게 믿으며 함께 살아간다. 여기에 또 다른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 초옥의 몸에 깃든 연이의 정신을 누르고 다시 돌아온 초옥의 정신, 부모의 복수를 위해 함께 살던 구산댁을 칼로 찌른다.
더욱 기가 막힌 반전은 구산댁은 이미 초옥이 연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딸이라고 믿고, 그렇게라도 딸과 함께 하고 싶었던 구미호의 애끓는 모정으로 극은 막을 내린다. 지금까지의 구미호와는 달리 <구미호:여우누이뎐>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구미호의 일방적인 한풀이는 없으며 오롯이 피해자로만 비춰지던 인간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악이 꿈틀거린다.
자신의 딸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악행을 멈추지 않는 인간 윤두수, 자신의 아우 윤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람의 간을 파먹으면서 목숨을 부지하는 만신, 자신의 딸을 지키려는 부성애를 이용해 모든 것을 취하는 조현감 등 극중 인간의 모습은 괴물로 치부되던 구미호보다 훨씬 흉물스럽다.
마지막까지 초옥을 자신의 딸이라 믿고 곁을 지키며 살다 죽어간 구미호의 삶은 처연하지만 아름답다. 이 드라마로 인해 여름이면 공포의 대상으로 사람들을 악몽에 시달리게 했던 구미호는 슬프고 안타까운 존재로 재해석됐다.
이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구미호를 다룬 <구미호:여우누이뎐>은 마지막 회 시청률 12.9%(12.2%), 16회 평균시청률 10.5%로 막을 내렸다.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월화극 정상을 두고 벌이는 <동이>와 <자이언트> 사이에서 두 자리 시청률을 유지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월화드라마의 파이 자체가 커진 데 <구미호:여우누이뎐>의 영향 역시 적지 않다. 이번 회차 월화드라마 시청률 총합은 지난 회차(58.1%)보다 소폭 상승한 58.5%에 이르고 있다. <구미호:여우누이뎐> 후속으로는 ‘아시아의 별’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이 출연하는 <성균관 스캔들>이 첫 전파를 탄다.
베스트셀러 소설 <성균관 유생의 나날들>을 원작으로 한 퓨전사극으로 흥행요소는 꽤 높다. 남장여자가 주인공이며 믹키유천을 비롯해 남장한 박민영, 송중기, 유아인 등이 조선시대판 <꽃보다 남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원작과 달라진 캐릭터, ‘남장여자’라는 다소 단물이 빠진 설정 등이 께름칙하다. 또한 조선시대 최고 브레인들의 집합소인 성균관의 의미를 심도 깊게 다루기보다는 젊은 남녀의 로맨스가 피어나는 배경으로 끝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 드라마 역시 <장난스런 키스> 정도는 아니지만 극의 중심축이 될 만한 굵직한 연기자의 부재가 다소 불안하다.

<장난스런 키스>와 <성균관 스캔들>의 행보가 궁금한 이유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상반됐던 전작과 달리 <장난스런 키스>와 <성균관 스캔들>은 시작부터 비슷한 면들이 많다. 베스트셀러 원작이 있고, 아이돌 그룹이었지만 현재는 해체한 가수 출신의 연기자가 남자주인공이며, 시대가 달라 고등학교와 성균관이라고 표현되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또한 두 드라마 모두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까칠한 천재와 엉뚱한 꼴찌, 남장여자와 까칠한 조선시대 선비라는 다소 식상한 설정부터 극을 이끌어갈 만한 굵직한 연기자가 부재하다는 불안요소 역시 닮아 있다. 시작은 닮아있지만 끝은 달라질 것인지, 방송시간대가 다른데도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두 드라마의 행보가 궁금한 이유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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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아줌마의 통쾌한 발차기, <나는 전설이다>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는 아줌마 혹은 벼랑 끝까지 내몰린 여성들의 자아 찾기다. KBS <결혼해주세요>의 남정임(김지영)은 수년 동안 뒷바라지해 교수를 만들어 놓으니 젊은 아나운서와 쿨하게(?) 어울리는 거라 우기는 남편 김태호(이종혁)와 격에 맞지 않는다고 구박을 해대는 시아버지(백일섭)로 인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떨쳐내고 가수로 성공한다.
고민이라고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 정도였던 SBS 새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의 이민정(김지호)은 어느 날 갑자기 남편 강성찬(임호)의 아이를 가졌다며 나타난 오유란(채민서)으로 인해 이혼을 당하지만 행복은 스스로에 의해서 온다는 것을 깨닫고 홀로서기에 나선다.
사고로 5세의 지능을 가진 언니 나진주(오현경)와 힘겹게 살아가는 MBC <글로리아>의 나진진(배두나)은 얼떨결에 선 밤무대에서 생전 처음으로 이루고 싶은 자신의 꿈을 발견한다. 세상에서 걸어오는 만만치 않은 태클에도 진진의 행보는 당차기만 하다.
이처럼 세상을 향한 여성들의 발차기 중 가장 통쾌한 것은 SBS <나는 전설이다>다. 지난 회차 막을 내린 SBS <커피하우스> 후속작으로 밴드를 통해 30대 여성의 자아실현 과정을 그릴 <나는 전설이다>는 첫 회 시청률 10.1%(11.4%), 2회 시청률 11.7%(12.9%), 주간시청률 10.9%(12.2%)를 기록했다.

전설희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전설희(김정은)라는 여자가 있다. 한때 왕십리를 주름잡던 마돈나밴드의 보컬이었지만, 현재는 최상류층 법조명문가의 며느리다. 부모도 없이 여상을 졸업하고 하나 뿐인 동생을 위해 로펌의 사환으로 일하다 촉망받는 변호사 차지욱(김승수)을 만나 임신을 하고 최상류층 사회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 전재희(윤주희)는 대학병원의 의사다. 표면적으로는 꽤 성공한 여성이다. 값비싼 구두와 옷, 액세서리 등과 최연소 로펌 대표 남편, 대학병원 의사인 동생 등 사회적 통념상 고졸 출신의 여자가 누리는 삶 치고는 꽤 복에 겨워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남편과 뱃속의 아이를 믿고 결혼했지만 아이는 결혼하자마자 유산으로 잃었고, 남편은 그 이후로 식어가더니 3년 전부터는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다.
사랑한다 믿었던 남편과의 부부관계가 물 건너간 것은 물론 언제부턴가 “네 까짓 게” “천박하게”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곤 한다. 별을 딸(?)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설희는 시어머니의 명에 따라 불임클리닉을 받고 있다.
시어머니와 동서들은 배운 테를 내며 무시하기 일쑤고, 여동생마저 “자기가 좋아서 한심하고 구차하게 살면서 나 때문이라고 하지 말라”며 차갑기만 하다.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시댁 몰래 모여 연습만 하는 학창시절의 마돈나 밴드다.
이같은 설희의 삶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여동생 재희가 골수암에 걸리고 유일한 혈육인 설희는 골수이식을 하려고 하지만 시어머니는 신경 쓰지 말고 아이 가질 준비에나 몰두하란다. 모욕과 냉대를 참고 살아가는 이유였던 남편마저 분란 일으킬 생각 말고 어머니 말에나 복종하란다.
이에 그녀는 가족 모두가 모인 식사시간, 이혼할 것을 선언하고 가방을 싼다. 한때 사랑했던, 그녀에게는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인 지욱은 ‘아이’를 빌미로 자신의 발목을 잡더니 정치가를 꿈꾸는 자신에게 ‘이혼’ 낙인을 선사하려는 설희에게 “네 까짓 게 내 삶을 망치게 둘 수 없다”며 합의이혼을 거절한다. 이혼을 결심하고 혼자서 재판을 준비하는 설희는 ‘컴백 마돈나밴드’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밴드활동에 돌입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가 그리 쉬울 리 없다. 잘 키워보겠다고 돈과 시간을 투자한 밴드는 하루 아침에 도망가 버린다. 공연이라고 가보니 무대가 시장 한복판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신나게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는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쉽지는 않지만 보다 충만해질 수 있는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첫사랑, 그와의 로맨스


그 여행의 동반자는 여럿이다. 여고시절부터 밴드를 하며 거리와 무대를 활보했던 단짝친구들 강수인(장신영), 이화자(홍지민)가 있다. 그들은 설희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설희는 여고시절과 다름없이 다소 거칠고 야무지며 단짝친구들과 몰려다니며 깔깔거릴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동반자는 빠질 수 없는 로맨스의 주인공이다. 게다가 여고시절 첫사랑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던 밴드 파이어버드 기타리스트 장태현(이준혁)과의 로맨스다. 30대 중후반 여성들의 판타지를 제대로 건드린 설정이다.
이미 한 물 간 강란희(고은미)가 성공적인 부활 프로젝트로 준비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컴백 마돈나밴드’의 객원보컬로 들어오면서 태현을 동반한다.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두 사람, 하지만 설희의 남편 지욱과 태현의 이혼한 전 아내 오승혜(장영남)와 엮이면서 기묘한 동질감을 가지게 된다.
향후, 설희는 가장 유명한 변호사 남편인 지욱을 상대로 나 홀로 이혼소송을 준비하고 밴드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고난을 겪고 이를 극복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환희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학창시절 첫사랑이자 동경의 대상과의 로맨스, 신나는 밴드 사운드에 실리는 음악들까지, 설희의 삶은 보다 다이내믹해질 전망이다.
자아를 잃은 채 살아가는 설희의 삶은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살아가는 이 시대 주부들 삶의 단편이다. 모든 상황이 극대화되면서 ‘막장’ 혹은 ‘비현실적인 전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주부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설희의 성공과 자아 찾기는 나이 또래의, 혹은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의 성공이자 자아 찾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설희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동반자는 꽤나 많은 셈이다.

자아 찾기는 주옥같은 밴드음악을 타고


다소 암울해질 수 있는 상황들은 ‘밴드’와 ‘복고 성향의 음악’ 등으로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그려진다. 세상을 향한 통쾌한 발차기는 주옥같은 1970~1980년대 음악의 리메이크곡으로 실현된다.
김현식의 명곡 ‘사랑 사랑 사랑’,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윤수일의 ‘황홀한 고백’, 산울림의 ‘회상’, 퓨지스의 ‘Killing Me Softly' 등에 실린 설희의 슬픔과 서글픔, 비애 그리고 환희, 정열, 희망 등은 꽤 진지하고 그럴듯하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음악은 자아 찾기를 위한 유일한 도구이며 감정의 분출구이자 카타르시스의 근원이다. 따라서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감정과 심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OST는 이 드라마의 백미다.
첫 주부터 시청자들로 하여금 설희와 함께 고난을 겪고 이를 극복하며 울고 웃게 했던 <나는 전설이다>의 변수는 생방송과 다름없는 촬영일정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기획의도와 대본, 연출, 캐릭터, 연기 등도 시간에 쫓기다 보면 허점이 드러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통쾌하고도 설레는 자아 찾기와 주옥같은 밴드음악을 선사할 이 드라마가 촬영일정으로 인해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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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반짝거리며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호타루, 반갑다!


‘건어물녀’ 호타루가 돌아왔다. ‘작고 작은,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덧없는 작은 불빛’을 내며 사랑과 희망을 전하던 ‘건어물녀’ 호타루가 3년만에 돌아왔다. 2007년 여름, 열도는 물론 한국까지도 ‘건어물녀’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NTV 드라마 <호타루의 빛>이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했다.
2007년에 비하면 시청률은 꽤 높은 편이다. ‘건어물녀’ 열풍에도 10.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1편과 달리 <호타루의 빛 2>는 16.2%로 시작해, 2회에서 17.4%로 역주행하며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3, 4회에서 15.1%, 14.9%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외유가 많은 휴가철임을 감안할 때 흥행성적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같은 추세라면 2010년 3분기 드라마 중 최고의 흥행작으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건어물녀도 사랑에 열심이다


‘건어물녀’란, 일 외에 모든 것에 심드렁한 오피스레이디(이하 OL)를 의미한다. 일에는 지나치게 열심이지만 집에서는 트레이닝복에 분수머리를 하고 한손엔 오징어 다리를 들고 ‘역시 집이 최고야’라며 맥주를 들이켠다.
냉장고에 맥주가 떨어지면 절망하고 생각이 많아 머리가 복잡해지면 온 집안을 데굴데굴 구르기도 한다. 혼잣말이 많으며 TV나 고양이와 대화를 하고 남자와의 데이트보다는 손만 뻗으면 1m 반경에 좋아하는 것들이 즐비한 집에서 뒹굴기를 좋아한다.
밖에서 열심일수록 ‘건어물도’는 높아지며 ‘산다’는 표현보다 ‘서식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프로젝트 마무리나 수주 성공 등을 축하하는 회식에도 참여하지 않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하는 그녀에게 동료들은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고 택도 없는 오해를 하곤 한다.
이같은 ‘건어물녀’는 능력은 있지만 결혼을 거부하는 골드미스와 만혼이 흔해진 현대사회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하지만 <호타루의 빛>은 이같은 사회적 현상의 투영을 넘어선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건어물녀 호타루가 얼마나 일에 열심이며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SW 건설회사, 인테리어 사업부 기획1부에서 기획업무를 맡고 있는 아메미야 호타루(아야세 하루카)는 전형적인 건어물녀다. 2007년 여름 <호타루의 빛>은 호타루가 우연찮게 직장 상사인 다카노 세이이치(후지키 나오히토) 부장과 같은 공간에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로맨스였다.


일에만 열중하고 감성적으로는 메말라 모든 것에 심드렁한 듯 보이는 ‘건어물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삭막한 사회에서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는 여자가 좋게 보일 리 만무다. 그런데다 동거도 쉬워 보이고,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경우(말 그대로 잠만 잔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이 사라진 사회지만 ‘무의미한 관계’도 넘쳐나는 사회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만나야하는 사람이 있고, 친하지 않아도 친한 척해야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호타루의 빛>에서의 건어물녀 호타루는 일 뿐 아니라 연애에서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이다.
오랜만에 생긴 설레는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연적에게도 진심으로 조언을 구하며 관계를 키워가는 데 일할 때만큼이나 열심이다. 비록 표면적인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상대의 장점에 집중하며 진심으로 다가서고 열심인 호타루를 보고 상대방도 진심을 보여주곤 한다. 그렇게 진심을 소진하며 열심일수록 호타루의 건어물도는 상승한다.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진심’이 사라져버린 현대사회에서, 반딧불(일본말로 호타루는 반딧불이다)처럼 ‘작고 작은,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덧없는 작은 불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호타루의 모습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희망을 선사한다.

건어물도 자체 최고치로 3년만에 돌아온 호타루


막 런던에 있다 돌아온 디자이너 테시마 마코토(가토 가즈키)와의 연애에 성공해 건어물녀를 졸업하고 당당하게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했던 호타루는 두 번째 이야기에서 홍콩 창업빌딩 리뉴얼 프로젝트로 3년간 홍콩에서 근무하다 돌아온다.
당당하고 멋진 OL로 거듭난 듯 보이는 호타루는 당연하다는 듯 다카노 부장과 살던 집으로 돌아온다. 장거리 연애를 할 수 있다고 기뻐하던 호타루가 홍콩에서 지내던 3년 동안, 다카노에게 보낸 개인적인 소식이라곤 리우데자네이루 축제복을 입고 찍은 엽서 한 장이 고작이었다.
변함없이 모든 것에 지나치게 열심이다 보니 그렇게나 설레던 ‘장거리 연애’도 까맣게 잊어버린, 자체 최고치의 건어물도를 자랑하는 호타루는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3년 동안 소식이라고는 없는 호타루를 참고 기다린 다카노는 여전히 말로 표현하는 데는 서툴고 번번이 엉뚱한 호타루에 휘둘리고 만다.
호타루가 집에서 입는 티셔츠와 트레이닝 팬츠, 알록달록 땡땡이가 그려진 수건 등 저런 건 도대체 어디에 보관하다 꺼낸걸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대로다. 3년 동안 이렇듯 변화가 없어 보이는 두 사람과는 달리 그들을 둘러싼 것들은 많이도 변했다.
호타루에게는 아사다 코나츠(기무라 타에)라는 연적이 생겼고, 다카노에게도 세노 카즈마(무카이 오사무)라는 새로운 연적이 생겼다. 유일하게 1편에 이어 두 사람 곁에 남아있는 야마다 사치코(이타야 유카)와 후타츠기 쇼지(야스다 켄)는 꽤 깊은 사이가 돼 있다. 이 두 사람은 ‘결혼’을 목표로 하는 호타루와 다카노의 훌륭한 조언자이자 조력자다.


3년 동안 회사 동료들은 물갈이 됐으며 이들은 개성도, 자기애도 강할 뿐 아니라 잇속도 밝다. 일이 끝나지 않아도 퇴근을 하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재산이 얼마냐고 묻는가 하면 선배가 밥을 사도 다 먹었다며 먼저 가버리기 일쑤다.
막내로 어시스트를 주로 담당하던 호타루는 이제 당당한 선배가 됐음에도 여전히 사고 친 후배들 뒤치다꺼리에 혼자서 너무 열심이다. 하지만 이처럼 진심으로 열심인 호타루에 후배들도 조금씩 변해간다.
회사를 그만 두고 싶어 고민하던 사쿠라기 미카(우스다 아사미)는 일에 성공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고, 세노에 대한 사랑에도 용기를 내기에 이른다. “예산액수만큼만 일한다”던 세노는 급기야 다카노 부장에게 연적이 될 것을 공표하기 이른다. 1편과 마찬가지로 2편에서도 역시 호타루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진심’이다.

절약·인내·러브러브, 결혼을 위해 해야 할 것들?


두 번째 이야기의 테마는 ‘결혼’이다. 첫 화부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며 청혼을 한 다카노 덕에 호타루는 회를 거듭할수록 결혼을 위해 해야할 것들이 늘어간다. 소비를 줄여야 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고야(오키나와에서 예로부터 재배해온 박과 식물)도 안먹고 버터야 한다.
세노와 미카에서 동거사실을 들키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이’로 공표하지만 전혀 ‘러브러브’하지 않아 보인다는 두 사람의 지적에 두 사람은 ‘러브러브’ 모드를 위해 노력한다. 다른 연인들처럼 사랑이 듬뿍 담긴 문자도 보내보지만 뭔가 그들답지 못하게 불편하기만 하다.
지나치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호타루는 다카노의 예전 연인이었지만 현재는 친구처럼 지내는 코나츠의 딸 아사다 치카(이시이 모모카)를 기쁘게 하기 위해 다카노에게 하코네 여행을 권한다. 호타루의 의도와는 달리 치카로 인해 다카노와 코나츠는 함께 하코네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사실, 정말 다카노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의심을 자아냈던 호타루는 하코네 여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한껏 드러내기도 한다. 치카의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밤에 오두막을 찾았던 다카노는 발목을 다치고 설상사상으로 갑작스러운 태풍을 만나 코나츠와 오두막에 갇히고 만다.
치카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들은 호타루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날이 밝는대로 약상자를 들고 하코네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본 다카노와 코나츠의 다정한 모습에 질투를 느끼며 다시 한번 분발할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호타루에게는 사랑만하는 데도 시간과 열정이 모자르기만 하다. 다른 여자를 질투하기 보다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호타루의 스타일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절약과 인내, 러브러브 뿐이지만 앞으로 결혼을 위해 호타루가 해야할 것들은 더욱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혼을 여전히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들뜬 호타루에게 결혼은 1편에서 테시마와의 동거처럼 괴로운 일이 될 위험에 처한 듯 보이기도 한다. 반면, 그 괴로움은 호타루 특유의 ‘진심’에 의한 것이니 큰 위험은 아닌 듯 보이기도 한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호타루, ‘진심’과 ‘희망’을 불어넣다


<호타루의 빛 2>는 ‘결혼’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유쾌함과 사랑스러움을 가미해 다루고 있다. 9회까지도 감정을 깨닫지 못했던 1편과는 달리 호타루와 다카노는 서로에 대한 확고한 사랑과 믿음을 가지고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했다.
1편에 비해 잔잔한 재미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호타루의 일에 대한 열정, 함께 일하는 이들과의 조화 등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대폭 줄고 호타루와 다카노 커플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주변 캐릭터로 인한 재미가 감소했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의 ‘깨알’같은 설렘이나 긴장감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서로를 좀 더 알아가고, 서로를 배려하며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차대한 사안을 호타루답게 풀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러브러브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고민하는 호타루에게 “오늘 내 방에서 같이 자자”는 다카노의 말에 “나이가 몇인데 태풍이 무서워 혼자 못자냐”며 깔깔거리는 건어물녀 덕에 아직 초등학생 수준의 ‘뽀뽀’도 하지 못한 두 사람이 과연 이번 편에서 결혼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007년의 여름처럼 또다시 거센 ‘건어물녀’ 열풍을 일으킬지 역시 미지수다. 사실, 열풍을 일으키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아 보인다. 하지만 뼛속까지 건어물녀인 호타루는 결혼을 위해서도 열심일 것이다. 그러다 지칠지도, 다카노에게는 현실적으로 이상적인 배우자인 코나츠에게 양보를 결심할 수도, 결혼 자체를 포기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서 호타루는 여전히 너무 작아서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같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 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그녀의 미미하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작은 빛은 ‘진심’과 조우하면서 큰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밝은 데서는 보이지 않지만 어둠 속에서는 선명하게 보이는 작고 작은 불빛들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과정에서 죽을 힘을 다해 열심일 호타루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진심’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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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부는 레트로 열풍의 주역, <제빵왕 김탁구>

최근 드라마 속에 복고바람이 거세다. 원더걸스의 ‘텔 미’를 기점으로 가요계에 레트로 열풍이 한창이더니 이제 드라마가 레트로 열풍에 휩싸였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당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KBS1 <전우>, MBC <로드 넘버 원>을 비롯해 1970년대 경제개발 격동기를 그린 SBS <자이언트>, 그리고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KBS2 <제빵왕 김탁구>가 있다. 조선이나 가야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제외하더라도 주간 드라마 대부분이 레트로다.

탄탄한 스토리의 힘


거센 레트로 바람 속에 눈에 띄는 작품은 단연 <제빵왕 김탁구>다. 시청률 40.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는 연일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는 분명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으로 인해 경쟁작인 SBS <나쁜 남자>가 결방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틀어쥐고 고삐를 당길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제빵왕 김탁구> 자체의 힘이다. 레트로 열풍에 합류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의 시대극이나 사극이 그렇듯 격변기를 고증하는 데 공을 들이며 그 시대를 정면 돌파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반면, <제빵왕 김탁구>는 시대를 ‘코드’로 배치할 뿐, 이야기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 까지 적용 가능한 것들이다. 이에 <제빵왕 김탁구>의 가장 강력한 강점은 탄탄한 스토리다. 김탁구(윤시윤)를 비롯한 신유경(유진), 구마준(주원)의 어린시절과 구일중(전광렬), 서인숙(전인화), 김미순(전미선), 한승재(정성모) 등 어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묘하게 얽혀들며 차곡차곡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여 간다.
아들을 간절히 바라는 일중의 어머니 홍여사(정혜선)의 암묵적 동의로 일중과 미순은 탁구를 낳았다. 인숙의 협박과 승재의 추격으로 탁구를 데리고 도망하며 12년을 살던 미순은 구석까지 몰린 어느 날, 탁구를 거성가로 들여보낸다. 하지만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표독스러운 인숙과 음흉하고 치밀한 승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살기 위해서 그리고 탁구를 살리기 위해 행했던 미순의 행동은 자신과 탁구를 궁지에 몰아넣었고 홍여사의 죽음을 불렀다. 그리고 갑작스런 홍여사의 죽음엔 거성가의 후계자인 마준이 인숙과 승재의 아들이라는 무서운 진실이 도사리고 있고, 이는 이미 어린 시절 마준도 알게 된 사실이다.
12년을 서로를 찾아 헤매는 탁구와 미순, 할머니 혹은 시어머니 죽음의 비밀을 공유한 인숙과 마준, 그리고 한쪽 모자에는 애달픈 감정을, 또 다른 한쪽 모자에는 못마땅하지만 대체로 미안한 감정을 품은 아버지가 있다. 탁구에게 감정이 좋을래야 좋을 수 없는 마준, 그 둘 사이에는 유경이라는 어린 시절의 첫사랑이 존재한다.
그물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캐릭터 간의 감정과 사연들은 다양한 음모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첫 회부터 씨줄·날줄을 정교하게 엮어 만들고, 그들이 또다시 엮이며 창조된 캐릭터와 이야기는 빠르게 그리고 그 방향을 예측할 수 없게 흘러간다.
자칫 산만해지거나 고루하고 유치해질 수 있는 이야기는 강력한 플롯과 대본으로 힘을 얻는다. 잦은 PD의 교체에도 큰 흔들림 없이 극을 진행시킬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같은 스토리의 힘이다.

우직한 탁구, 고단하고 서툴지만 ‘진심’을 이야기하다


6회에 걸쳐 묘사한 어린 시절의 탁구는 총명하고 정의감이 넘치며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그런 아이였다. 그 총명하고 정의감이 넘치던 탁구는 어디로 갔을까. 이 같은 의구심이 들게 하는, 12년 후의 탁구는 낯설었다.
승재의 음모로 길거리에 나앉은 12살의 아이가 엄마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뒷골목을 떠돌며 들짐승같은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면, 거칠고 안하무인이지만 문득문득 ‘진심’을 내어놓는 탁구에게 “그래도 잘 견뎠다”는 대견한 생각이 들 정도다.
이는 엄마의 죽음 소식을 듣고 절망한 탁구에게 팔봉선생(장항선)이 빵을 만들어주는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이제 “빵과 화해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팔봉선생의 토닥임에 엄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빵을 씹는 탁구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제빵왕 김탁구>는 진중함과 코믹함이 적절하게 배치돼 극에 재미를 더하곤 한다. 12년 동안 혈혈단신으로 떠돌며 했던 일들을 제빵과 연결시키는 부분은 마치 무협지의 한 장을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만두 가게에서 습관처럼 가장 알맞은 습도와 점도의 반죽을 빚고, 식육점에서 저울 없이도 정확한 무게를 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설정은 참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그럴 듯하다. 이처럼 저도 모르게 연마한 기술과 타고난 천재성, 그리고 ‘진심’으로 제빵을 하고 싶어 즐기는 마음이 합쳐지면서 탁구는 진정한 ‘제빵왕’으로 탄생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탁구를 연기하는 윤시윤처럼 보였다. ‘보인다’가 아닌 ‘보였다’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라는 시트콤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 트렌디한 젊은 연기자가 우직함과 뚝심을 내세운 김탁구라는 인물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전광렬·전인화·전미선·정성모 등 쟁쟁한 베테랑급 연기자들이 포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김탁구’라는, 드라마 타이틀롤격으로 전진배치된 인물을 감당할 수 있을까. 경쟁작에서 내세운 소지섭, 김남길이라는 연기자에 기가 죽지는 않을까.
<제빵왕 김탁구>가 MBC <로드 넘버 원>, SBS <나쁜 남자> 등 경쟁작 중 기대치가 가장 미미했던 이유 역시 윤시윤이라는 연기자의 영향이 가장 컸다. 하지만 윤시윤은,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을 등장과 동시에 불식시켰다.
엄격히 말하자면 그리 완벽하거나 능수능란한 연기는 아니다. 가끔 어색하기도,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는 연기다. 하지만 윤시윤의 연기는 마치 탁구의 캐릭터를 닮았다. 어딘가 어설프고 거칠지만 ‘진심’을 다하는 연기는 초반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결국 탁구와 윤시윤이 지닌 가장 큰 힘은 ‘진정성’인 셈이다.

설레게 하는 악역과 조력자들


주위 사람들이 쏟아내는 냉대와 멸시, 여기저기서 가해지는 폭력, 우연치 않게 자꾸만 쓰게 되는 누명 그리고 시시때때로 처하게 되는 죽음의 고비까지, 탁구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이처럼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탁구의 삶은 악역들에 의한 것이고, 그를 극복하는 데는 조력자들이 나선다.
사랑하는 여인 인숙을 얻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지만 자꾸만 일이 틀어지는 승재도 강력한 악역이기는 하다. 태생적으로 아픔을 지니고 탁구에 대한 콤플렉스와 열등감에 몸부림치는 마준도 꽤 입체적인 악역이다.
하지만 <제빵왕 김탁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악역은 인숙과 유경이다. 편견과 오만으로 똘똘 뭉쳐 이유 없이 히스테릭하고 자식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숙과 그런 인숙에게 치욕을 당한 유경은 독립적으로도 매력적인 악역이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매력은 함께 섰을 때 몇 배가 된다. 서로 닮은 듯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대결이 설레는 이유는 그래서다.
태생적으로 조력자지만 꽤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엄마와 아버지, 악역이기도 하지만 가장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하는 유경, 탁구의 재능과 제빵에 대한 진심을 한눈에 알아본 팔봉선생, 일중의 사주로 탁구 엄마를 어딘가로 떠나보내려다가 예기치 않게 죽음으로 내몬 바람개비 문신 조진구(박성웅), 팔봉제빵점 제빵실의 대장 양인목(박상면), 그리고 그의 딸이자 절대미각의 소유자 미순(이영아) 등 탁구에게는 조력자들도 넘쳐난다. 이들 조력자들과 만나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과정은 악역과의 대결, 제빵왕으로 거듭나는 과정만큼이나 흥미롭다.
누구 하나 일명 ‘쩌리’가 없는 캐릭터와 보는 이들을 설레게까지 하는 악역들의 조합은 <제빵왕 김탁구>가 가진 매력 중 하나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 마준과 가장 강력한 조력자여야 할 미순의 캐릭터가 다소 약한 느낌이기는 하다. 회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극의 흐름이나 전개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들이 두각을 나타내도록 하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다.

‘진심’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대를 그리워하다


제빵왕으로 가는 험난한 과정, 죽은 줄 알고 있는 엄마와의 재회, 아버지에게 탁구의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 유경의 배신으로 인한 탁구의 절망, 마준의 출생의 비밀과 홍여사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등 <제빵왕 김탁구>가 풀어야할 난제들이 쌓여있는 만큼, 흥행 포인트도 여럿 포진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강력한 <제빵왕 김탁구>의 힘은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에 최근 드라마에 부는 복고 열풍의 핵심은 시대의 고증은 아닌 듯 싶다.
요령과 전략이 필요한 현대의 사람들은 우직하고 한 우물만 파는, 짓밟히고 짓밟혀도 올바른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는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가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이는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기도 하다. 이에 세련된 선망의 대상인 ‘파티셰’가 아닌 ‘제빵사’의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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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2010 일본 2분기 드라마


월드컵으로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2010년 2분기 드라마가 대거 종영했다. 이번 회차만도 TV아사히의 <종신검시관 2(마지막 회 시청률 17.0%, 평균시청률 17.56, 이하 괄호 안 동일구성)>, NTV <마더(16.3%, 12.92%)>, 후지TV <팀 바티스타 2: 제너럴 루즈의 개선(이하 팀 바티스타 2, 15.1%, 14.42%)> <절대영도:미해결사건 특명수사(이하 절대영도, 12.8%, 14.38%)> <솔직하지 못해서(10.8%, 11.20%)>, TBS <건달군과 안경양(11.6%, 11.27%)> <텀블링(7.6%, 7.41%)> 등이 막을 내렸다.
지난 회차까지 막을 내린 TV아사히 <동창회:러브 어게인 증후군(이하 동창회, 17.8%, 14.51%)> <오미야씨(13.4%, 12.96%)> <경시청 실종수사과(11.8%, 11.59%)>, <경부보 야베 켄조(10.5%, 10.70%)>, NTV <괴물군(13.7%, 13.92%)> 등을 제외하면 이제 2분기 드라마 중 남은 것은 후지TV의 <달의 연인> 뿐이다.


2분기 드라마 대거 종영, TV아사히 <종신검시관 2> 시청률 톱
2분기 드라마(분기가 아닌 연간 드라마인 NHK 시대극 <료마전>, TV연속소설 <게게게 아내> 등 제외)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종신검시관 2>다. 사체와 현장 물증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일본판 과학수사대라고 할 수 있는 <종신검시관 2>는 2009년 2분기에 방송한 <종신검시관>의 두 번째 이야기다.
18년 전의 사건으로 아내 유키에를 잃고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식물 기르기를 계속하고 있는 감식과 검시관 이시쿠라 요시오를 중심축으로 한 검시관들의 이야기다. 이시쿠라 요시오는 시즌 1에 이어 2009년 4분기 최고의 히트작 <진 Jin>에서 사카모토 료마로 분한 우치노 마사아키가 연기한다.


시즌 1의 평균시청률은 14.48%, 최고시청률은 15.6%였다. 첫 번째 이야기에 비해 완성도나 스토리가 업그레이드됐다는 평을 얻고 있는 시즌 2의 11회 평균시청률은 17.57%로 첫 회 시청률 17.9%를 꾸준히 유지한 셈이다.
나들이가 잦은 골든 위크, 전세계인의 축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등 시청률 하락 변수가 대거 포진한 상황을 감안할 때 매우 훌륭한 성적이다. 최고시청률은 18.6%로 11회 동안 네 번(2, 5, 7, 10회)이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시, 국민배우 아베 히로시
2분기 드라마 시작 전, 오리콘 사이트 투표결과 2분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뽑혔던 <신참자>는 10회 평균시청률 14.93%, 마지막 회 시청률 18.0%를 기록했다.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10년 넘게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카가 교이치로>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수사물이다.


일본의 국민배우 아베 히로시가 형사였던 아버지가 가정에 소홀했던 탓에 교사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결국 형사가 되고 마는 카가 교이치로로 분한다. 카가 교이치로가 니혼바시 경찰서로 부임하자마자 40대 여성의 살해사건을 담당하게 되면서 극은 시작한다. 이 사건을 축으로 크고 작은 잔가지들과 사건들이 등장한다.
첫 회에 21.0%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기대에 비해 ‘추리’가 약하다는 평이 분분하더니 2회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고 휴머니즘이 부각되면서 마지막 회에는 18.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분기 드라마 차트에서는 <종신검시관 2>에 이어 2위에 랭크됐다.

미흡한 시작, 하지만 꾸준히 상승곡선 그린 드라마들


2분기 드라마 중 눈에 띄는 작품은 <동창회> <팀 바티스타 2> <마더>다. 세 작품의 첫 회 시청률은 각각 14.8%, 11.8%, 12.4%로 기대치에 비해 미흡했다. 하지만 2회부터 약속이나 한 듯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골든 위크나 월드컵 등으로 중간 중간 시청률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특별한 이벤트나 사건이 없는 경우라면 대부분 첫 회 시청률을 상회했다. 결국 마지막 회에 각각 17.8%, 15.1%, 16.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들은 2분기 드라마 시청률 차트 3위, 4위, 8위를 차지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년 남녀의 동창회는 ‘불륜’이 주된 코드인 모양이다. 동창회를 계기로 벌어지는 러브 스캔들을 다룬 <동창회>는 남편의 실직으로 파트타이머로 일하며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미야자와 토모미(구로키 히토미) 그리고 학창시절 그녀에게 아련한 감정을 품었던 스기야마 고스케(다카하시 가츠노리)의 조금은 위험한 로맨스가 주축이다.
중학교 동창이었던 토모미와 고스케, 그리고 니시카와 요코(사이토 유키)와 오오쿠보 신이치(미카미 히로시) 등은 30년만에 만나게 된다. 45세가 돼서야 만났지만, 서로에게 품고 있던 감정은 여전한 네 사람이 엮어가는 사랑이야기다.
<하얀거탑> <굿 럭> <스캔들> 등으로 유명한 극작가 이에우노 유리코의 작품이다. 불륜이나 중년 남녀의 로맨스에 서스펜스와 스릴러 요소까지 가미하며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첫 회 방송 후 서서히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동창회>는 2분기 드라마 중 마지막 회 시청률( 17.8%)이 가장 높다.


<팀 바티스타 2>는 응급센터를 무대로 한 의료 스릴러로 2008년 10월 방송됐던 <팀 바티스타의 영광>의 두 번째 이야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심료 내과의 타구치 코헤이(이토 아츠시)와 구급센터를 감사하기 위해 투입된 후생 노동성의 수상한 관료 시라토리 케이스케(나카무라 토오루)가 콤비를 이룬다.
78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팀 바티스타> 시리즈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너럴 루즈의 개선>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코헤이와 케이스케 콤비 외에 도조의대병원 응급센터 부장이자 천재 의사 하야미 고이치(나시지마 히데토시)가 핵심인물로 새로 등장한다.
‘제너럴 루즈’는 피투성이인 채 화재사건으로 응급센터에 실려 온 환자들을 돌보던 고이치 부장에게 붙여진 별명으로 ‘피투성이 장군’이라는 뜻이다.
2008년 4분기에 방송한 <바티스타의 영광>은 마지막 회 시청률 16.5%, 평균시청률 13.2%를 기록한 바 있다. <팀 바티스타 2>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전작에 비해 하락한 15.1%를 기록했지만 평균시청률은 전작보다 1.0% 가량 오른 14.42%다.


“그 순간 여자는 결심했다. 학대받는 소녀를 유괴해 그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설정부터가 파격적이고 강렬하고 흥미롭다. 남편이 죽고 아이를 위해 스스로가 너무 희생한다고 느낀 엄마 미치키 히토미(오노 마치코)는 자신의 딸을 학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갑지만 어딘가 애닯은, 타인과의 소통이 서툰 스즈하라 나오(마츠유키 야스코)는 이처럼 학대받는 소녀 미치키 레이나(아시다 마나)를 유괴해 스즈하라 츠구요시로 키운다. 외로움을 즐기던 나오와 ‘학대’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묵인된 상태에서 유괴를 당한 레이나가 주고받는 모정과 엄마에 대한 사랑은 2010년 2분기의 숨겨진 보석이라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한국 배우들의 활약, 두드러지진 않지만 괜찮아


2분기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는 한국 배우들의 활약이었다. 새로운 소속사에서 활동을 시작한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이 청춘 로맨스물 <솔직하지 못해서>에 출연하면서 일본 드라마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흥행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11.9%로 시작해 마지막 회 시청률 10.8%, 평균시청률 11.20%를 기록했다. 수치적으로나, 시청률 추이를 보면 꽤 꾸준하다. 하지만 영웅재중 외에 큰 인기와 인지도를 겸비한 에이타와 유에노 쥬리까지 출연한 것을 감안할 때는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흥행성적은 아쉬운 수준이지만 영웅재중의 연기에 대해서는 꽤 긍정적이다. 영웅재중은 극중 나카지마 게이스케(에이타)를 좋아하는 미즈노 츠키코(우에노 주리)를 짝사랑하는 재일교포 박승수로 출연했다.


5명 주인공의 이야기를 단순나열식으로 풀어내면서 극의 재미를 떨어뜨린 것이 미흡한 흥행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는 대본과 연출이 익명성을 보장받는 온라인과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인간관계의 솔직함을 짚어내겠다는 애초의 기획의도를 살려내기에는 부족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조금은 어두운, 하지만 밝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청춘들의 일상과 사랑을 그린 <솔직하기 못해서>를 통해 영웅재중은 가수 뿐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는 평이다.


일본 내에서 ‘춤추는 골리앗’으로 유명한 싸움꾼 최홍만도 아라시의 리더 오노 사토시와 <괴물군>에 출연했다. 흥행성적은 영웅재중의 <솔직하지 못해서>보다 좋은 편이다. 이기적인 괴물랜드의 철부지 왕자와 그가 발전하고 성숙하는 데 도움을 주는 괴물 3인방의 이야기로 참으로 만화스럽고 일본 정서에 걸맞은 드라마다.
첫 회 시청률은 17.5%로 일본 최고의 아이돌 그룹 리더와 한국 출신의 싸움꾼이 발산하는 시너지가 꽤 효과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회는 13.7%, 9회 평균시청률은 13.92%로 다소 아쉽게 마무리했다.
<괴물군>으로 최홍만이 또다시 일본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NTV는 <벌써 돌아왔어! 괴물군 모두 신작 스페셜>이라는 단편 드라마를 편성해 <괴물군>의 성공을 기념했다. 이 단편 드라마의 시청률은 11.6%에 이른다.

드라마의 부활 조짐, 그러나 여전히 암울한 게츠쿠


골든 위크와 2010 남아공 월드컵 등의 난제에도 2분기 드라마는 1분기 작품에 비해 꽤 선전하고 있다. 이제 남은 2분기 주요 드라마는 게츠쿠(후지TV 밤 9시) 드라마 <달의 연인> 뿐이다.
1분기와는 달리 평균시청률이 두 자리 수에 달하는 드라마가 13편, 아직 끝이 나지 않은 <달의 연인>을 포함하면 14편에 이르다. 이처럼 드라마 시청률이 미흡하나마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전통적인 드라마 시간대인 게츠쿠가 불안하다.
역대 드라마 시청률 랭킹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는 흥행보증수표 기무라 다쿠야의 <달의 연인>은 첫 회에 22.4%라는 놀라운 시청률로 시작했다. 하지만 2회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하더니 지난 회차(6월14일 방송분) 시청률은 13.4%, 6월28일 방송분은 14.4%로 대폭 하락했다.
게츠쿠 드라마에는 일군의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들이 출연해 왔다. 현재 <달의 연인>의 기무라 다쿠야(스마프), <코드 블루 시즌2(2010년 1분기)> <버저 비트 : 벼랑 끝의 히어로(2009년 3분기)>의 야마시타 토모히사(NEWS), <결혼활동(2009년 2분기)>의 나카이 마사히로(스마프) 등 2009년 1분기와 4분기만을 제외하고는 모드 쟈니스 아이돌 멤버였다.
쟈니스 계열이 아니라도 쟈니스 아이돌을 능가하는 에이타(2009년 1분기 <보이스:생명없는 자의 목소리>)와 오구리 슌(2009년 4분기 <도쿄 DOGS:최악이자 최고의 파트너>) 등 최고 인기 스타들이 출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1분기부터 2010년 2분기까지의 흥행성적은 흡족할 수준은 아니다.


하물며 2010년 2분기의 게츠쿠 드라마 <달의 연인>은 기무라 다쿠야 뿐 아니라 시청률의 여왕 시노하라 료코, 신선한 매력의 린즈링 등까지 가세했지만 곤두박질치는 시청률을 잡을 길이 없어 보인다.
아무리 훌륭하고 흥행력이 뛰어난 연기자도 지루한 전개와 캐릭터의 불균형, 개연성 상실 등으로 얼룩진 대본과 연출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2010년 2분기 드라마는 부활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대와 연기자만을 믿고 있는 게츠쿠는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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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천태만상, 단독방송? 월드컵 독식?


지난 동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SBS가 단독중계를 하고 있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을 둘러싼 웃지못할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독점’이 아닌 ‘단독’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단독방송은 나쁘지 않다. 현재 나타나는 현상만도, 한국의 경기와 동시편성만 아니라면 SBS 이외 타방송사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현저하게 하락하는 일은 별로 없다. 게다가 SBS 이외의 방송사들이 히딩크, 황선홍 등을 활용해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 부족하나마 다양한 월드컵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에 그 동안 TV를 외면했던 축구팬들이 브라운관 앞으로 모여들어 동시간대 3사 총 시청률은 오히려 오른 상태다. 시청자들의 선택권 확보에는 분명 성공한 듯 보인다.
게다가 현지 오디오 사고, 해설자 김병지의 어눌하고 불편한 말투, 일본과 카메룬 전에서 차범근의 편파 해설 등 소소한 문제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동계올림픽에 비하면 꽤 정성을 들인 테가 역력하다. 특히, 바로 전에 있었던 경기에 대해 박문성 해설위원이 전체 평은 물론 의혹이 제기된 판정과 플레이 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코너 역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단독방송’으로 시청자의 선택폭 확대


이는 6월14일, 15일 양일간 주요 드라마와 32강 경기의 시청률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14일 월요일 밤 8시30분부터 시작한 네덜란드와 덴마크 경기는 12.3%(13.7%), 밤 11시부터 생중계된 일본과 카메룬 경기는 21.0%(22.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경기의 시청률은 결방한 SBS 월화극 <커피하우스>나 <자이언트>의 시청률과 엇비슷한 수준이고 밤 11시에 방송된 일본과 카메룬 경기의 시청률은 결방한 <긴급출동 SOS>의 세 배 이상 오른 수치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경기와 동시간대 편성된 타 방송사 프로그램은 KBS1의 일일드라마 <바람 불어 좋은 날(전국 20.3%, 수도권 20.2%)>과 주요뉴스 <뉴스 9(전국 19.0%, 수도권 19.5%)>, KBS2 월화드라마 <국가가 부른다(전국 7.2%)>, MBC의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전국 12.7%, 수도권 14.3%)>와 <뉴스데스크(전국 9.2%, 수도권 10.2%)>, 월화사극 <동이(전국 27.4%, 수도권 30.1%)>다.
일본과 카메룬 경기와 동시간대 편성된 타 방송사 프로그램은 MBC의 <놀러와(전국 12.5%, 수도권 13.0%)>, KBS2 <해피버스데이(전국 7.6%)> 등으로 지난 회차에 비해 소폭 하락하기는 했다. 하지만 큰 타격을 입을 만큼의 하락폭은 아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동이>와 <국가가 부른다>다. <자이언트>의 결방과 관심 경기와의 맞대결을 교묘하게 비껴가 시청률이 상승했다. 그렇다고 <자이언트> 시간대의 시청률도 크게 하락하지는 않았다. 이는 6월15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저녁 8시30분부터 시작한 뉴질랜드와 슬로바키아의 시청률은 다소 낮은 8.2%(8.8%), 하지만 지난 회차의 <커피하우스>의 8회 시청률은 8.3%였으니 크게 떨어진 수준은 아니다.
동시간대에 방송된 KBS1의 <바람 불어 좋은 날>은 19.5%(16.0%), <뉴스 9>은 18.4%(19.2%)로 지난 회차(바람 불어 좋은 날 전국 21.0%, 수도권 22.2% / 뉴스9 전국 18.8%, 수도권 19.2%)보다 소폭 하락했다.
MBC의 <황금물고기>와 <뉴스데스크>는 각각 13.7%(16.0%), 10.3%(11.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회차(황금물고기 전국 12.3%, 수도권 13.7% / 뉴스데스크 전국 9.0%, 수도권 10.1%)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코트디부아르와 포르투갈 전이 있었던 밤 11시 경기의 시청률은 14.8%(16.6%), 평소에 방송되던 SBS <강심장>의 지난 회차 시청률이 16.5%(19.7%)니 그리 크게 떨어진 수준은 아니다. 동시간대 편성된 KBS2 <승승장구>는 지난 회차(5.8%)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11.3%(12.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가 붉은 악마까지 독점하다?


하지만, 월드컵의 단독방송은 참으로 웃지못할 해프닝을 자아내기도 했다. SBS의 단독방송으로 본경기를 중계할 수 없게 된 KBS가 뉴스에 리포팅하기 위해 코엑스의 붉은 악마 응원현장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KBS의 한 기자가 뉴스에 생생한 응원 현장을 전달하기 위해 붉은 악마의 인터뷰를 하려고 하자 진행요원이 “월드컵은 SBS가 독점했으니 타방송사는 취재가 안된다”며 취재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 소식에 SBS는 그런 적이 없다고 했지만 한 네티즌이 당시 현장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이 사실이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축구팬들은 월드컵을 ‘단독’이 아닌 ‘독점’방송하려는 SBS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SBS는 월드컵 시작 전부터 유흥업소 및 음식점, 길거리 응원을 위한 거리의 대형 광고판 등에 경기를 상영하려면 SBS의 허가가 있어야한다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비상업적 상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어디에도 고시되지 않았고, 이를 어길 시 단속과 벌금 등에 대한 정보 역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이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는 것이었다. 이처럼 쌓이고 쌓인 SBS에 대한 불만이 붉은 악마에 대한 취재 저지 사건으로 폭발하고 만 것이다.


유야무야 넘어가려던 SBS는 월드컵 특집 홈페이지(http://worldcup.sbs.co.kr/main.html)와 ‘SBS에 바란다’ ‘고객센터’ 등 시청자 의견 코너에 불만이 넘쳐나자 진행요원의 실수였으며 앞으로 타 방송사의 취재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지 글을 올려 진정시켰다.
문제는 이후 SBS가 월드컵 특집 홈페이지와 시청자 의견 코너를 모두 닫아버린 데 있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열리기는 했지만 잠시나마 시청자들의 어떤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으려 했던 SBS의 태도에 축구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BS는 월드컵의 단독중계권을 사들였다고 해서 월드컵을 즐기는 이들의 열기나 중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권리까지 사들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KBS2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유감


월드컵 단독 방송사인 SBS와 어떻게든 월드컵 관련 방송을 하기 위해 애쓰는 KBS가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코너를 활용해 월드컵 특집을 마련한 것이 화근이었다. ‘남자의 자격’ 메인 구성원인 이경규를 활용해 ‘이경규가 간다’ 시즌2 격의 ‘남자, 월드컵을 가다’ 특집을 기획하고 한국과 그리스 전의 응원에 나선 것이다.
‘이경규가 간다’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로 이경규를 주축으로 1998년, 2002년, 2006년 세 차례에 걸쳐 월드컵 응원 현장과 경기 뒷이야기를 전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남자, 월드컵을 가다’는 ‘이경규가 간다’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월드컵을 바라본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자의 자격’이 한국과 그리스 전의 영상을 일부 사용한 것에서 발생했다.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 규정에 따르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뉴스 등의 보도 프로그램 외의 프로그램 제작에는 월드컵 영상을 사용할 수 없으며 보도 프로그램도 SBS에서 제공한 3분 이하의 영상을 방송하도록 했다.
KBS에서는 월드컵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SBS가 제시한 한국경기 3분, 이외 경기 2분짜리 영상을 뉴스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안을 거부했으며 개막당시 보내온 계약서에는 뉴스에만 사용가능하다는 조항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당시 KBS가 단독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대표 평가전을 SBS가 무단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FIFA 규정에 따르면 SBS가 제공한 영상이 아닌 직접 촬영한 영상을, 뉴스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사용한 KBS2 ‘남자의 자격’의 규정 위반이 명백하다. 너희도 그랬으니 우리가 규정을 위반해도 괜찮다는 주장은 분명 억지스럽다.
월드컵이 치러지는 내내 ‘남자의 자격’은 월드컵 특집으로 꾸밀 계획이고 SBS는 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태세니 KBS와 SBS의 갈등은 좀체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BS와 KBS,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서로의 이득만을 놓고 감정소모나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시청자의 재미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고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협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북한의 월드컵 중계 해적방송 해프닝, 언론의 현주소 반영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2일, 밤 9시10분부터 하루 전에 있었던 개막전 경기 남아공 대 멕시코 전을 녹화중계하자 한국의 단독방송사인 SBS가 발끈한 사건이 있었다. 남한 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SBS는 무단으로 화면을 가져다 썼다며 엄연한 독립국가의 대표 방송사에 ‘해적방송’이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한국의 언론들은 앞 다투어 북한 월드컵에 대해 ‘해적방송’ 등을 운운하는 기사를 양산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까지 나서 “북한은 범죄 국가”라고 일갈하며 “북한은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월드컵’ 중계가 국제적인 정치문제로까지 확산될 위기에 놓이는 듯했다.
하지만 6월15일, 아시아방송연맹(이하 ABU)은 월드컵 개막식 직전인 11일, FIFA와 북한을 비롯한 동티모르, 라오스 등 중계권을 사들일 수 없는 빈곤국에 월드컵 중계영상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발표했다.
ABU의 발표로 북한의 월드컵 해적방송 논란은 참으로 황당하고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앞서 언급한 KBS2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과의 적법성 논란에서 ‘FIFA 규정’을 그리도 강조하던 SBS가 벌인 ‘북한 해적방송’ 해프닝은 가진 자의 횡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SBS의 독단과는 별개로 이번 해프닝이 보다 씁쓸하고 절망스러운 이유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수백 번의 전화로 진실여부를 확인해야하는 언론의 의무와 사명은 저 멀리 치워두고, 단 한 번의 확인전화로도 진실여부가 가려지는 상황에서도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심보가 작용했다.
게다가 한 국가를 ‘범죄국가’라고 치부하고 한 국가를 대표하는 방송사에 ‘해적방송’이라고 맹비난을 하고도 적법 판정 이후 어느 언론에서도 정정기사를 다루거나 사과문이 실리지 않았다. 일단 송고된 기사는 거짓이나 오보여도 넘어간다는 한국 언론의 고질병은 여전히 불치임을 확인하는 사건이었다.

지나친 돈 잔치, 눈살을 찌푸리게 하다


SBS가 2010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사들이는 데 들인 돈은 750억 원, 중계를 위해 들인 자금까지 합하면 1천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BS가 들인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애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중계권 재판매료와 광고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결국 중계권 재판매료든, 광고매출이든 시청자들이 부담해야할 몫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경기․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OBS에 경기당 2분짜리 동영상을 제공하는 데 10억 원을 요구했다 철회한 바 있고, 상업적 목적으로 월드컵 경기를 상영하는 광장, 극장, 호텔 등에는 경기당 최대 1억 원까지 요구하고 있다.
IPTV나 대형 포털 사이트 등에 수십억 원의 중계권을 재판매하기도 했다. 길거리 응원을 위한 서울시내 대형 전광판에 경기를 상영하려면 경기당 1천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광고료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원성을 사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따르면 한국과 그리스 경기의 15초짜리 광고 단가는 역대 최고액인 9천200만 원, 하루 광고매출액만도 70억 원에 이른다. 참고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경기당 광고 단가는 2천500만 원이었다.
이같은 추세라면 17일에 치러지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경기의 광고단가는 1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SBS가 월드컵으로 벌어들인 광고매출액은 최고 1천200~1천300억 원, 광고만으로도 100~200억 이상의 흑자를 낼만한 액수다.
이같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지역민들을 위해 제휴를 맺고 있는 지역 민영방송사(이하 지역민방)에는 평소와 같은 전파료(광고수익의 18~20%)를 지급하고 있다. 이에 지역민방은 월드컵 특수로 광고단가를 세 배 이상 올려 수익을 거둔 만큼 SBS가 전파를 빌려 쓰고 있는 지역민방에 분배하는 전파료 역시 올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에 SBS는 중계권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지역민방에 전파료를 올려 줄 수 없다는 반박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월드컵인가?


단독중계권을 얼마나 비싸게 주고 사오든, 어떤 계약조건으로 사들였든, 얼마를 벌어들여야 손익분기점에 다다르든 이는 그네들의 사정이고 자신들의 선택이다. 들인 만큼 벌어들이기 위한 몸부림도 당연하지만, 이를 시청자들의 눈가림이나 희생으로 얻으려 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그보다 먼저 신경써야할 부분이 차고도 넘친다. 늘 지적되고 있는 중계의 질을 높이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SBS 방송을 볼 수 없어 “한국 경기를 보고 싶어도 못본다”며 하소연하는 수도권 이외의 40만 가구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시급하다. 또한 보다 국민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월드컵은 분명 전국민의, 더 나아가 지구촌 전체가 즐기는 축제이며 스포츠 이벤트다. SBS는 ‘단독’과 ‘독점’의 차이를 제고하고, 누구를 위한 방송이며 월드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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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 발상과 유쾌한 비틀기, 전반부까지만…


발상은 기발하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아닌 방자와 성춘향이다. <춘향전>을 재해석한 <방자전>은 배용준․전도연․이미숙의 은밀한 로맨스를 다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쓰고, 2006년 한석규․김민정 주연의 <음란서생>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던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처럼 정절을 지키고 있는 여인의 정절을 두고 거는 내기나 <음란서생>처럼 조선시대 야설 작가는 양반이라는 획기적 발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김대우 감독의 이번 신작은 ‘춘향전’ 비틀기다.

음험한 몽룡, 도발적인 춘향, 순애보 방자


이몽룡(류승범)은 그렇고 그런 양반가의 자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에서처럼 반듯하지도 준수하지도 않다. 주색잡기에 심취한, 옷이라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으면 양반인지도 몰라볼 정도의 몰골에 권력에 한 야망도 큰 인물이다. 음험하고 계산속이 빠른 <방자전>의 몽룡은 원전의 변학도 저리가라다.
과거에 급제하지만, 암행어사의 권세가 예전만 못하다. “성공하려면 개성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승진이 빠르다”는 내관들의 귀띔에 동기생 변학도(송새벽)를 이용해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이라는 미담을 만들어낸다.
물론, 여기에는 신분상승을 꿈꾸는 춘향(조여정)의 조력이 있었다. 두 남자의 사랑,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 종놈의 사랑과 사대부가 자제의 추파를 받고 있는 춘향은 원전의 춘향처럼 순애보적인 인물은 아니다.
어머니에 의해서 세뇌된 ‘신분상승’의 꿈에 꽤 집중하고 있다. 어느 날 밤, 몰래 숨어든 방자(김주혁)와 살을 섞고도 ‘이몽룡과 잘 되게 돕는다’는 서약서를 받아 챙긴다. 그리고 바로 몽룡과도 밤을 보내곤 ‘버리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낸다.
몽룡이 과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면서 방자에게 서약서를 훔쳐오도록 시킨 것을 안 춘향은 글을 모르는 방자에게 방자 자신의 서약서를 들려 보낸다. 결국 남원에서 방자와 꽤 정 좋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춘향은 여전히 신분 상승의 꿈을 접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과거에 급제한 이몽룡이 미끼를 던져온다. 꺾기 힘든 여인에 끌리는 변학도의 수청 명령을 거절하고 서방인 이몽룡에 대한 순정을 지키는 ‘쇼’의 여주인공이 된 것이다. 하지만 춘향은 마지막까지 영악하지도 발칙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여기 방자가 있다. 모시는 도련님 몽룡을 따라 청풍각에 갔다 춘향을 만나 첫눈에 반하고 만다. 도도하기로 소문난 춘향을 말 그대로 ‘노리고’ 있는 몽룡의 명을 받아 방자는 춘향과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선 자리에서 춘향을 취하려 행패를 부리는 무뢰한에게서 춘향을 구해주게 된다.
이처럼 남자답고 강직한 방자는 떠내려가는 춘향의 꽃신을 건지기 위해 계곡에 몸을 던지는 섬세하고 자상한 남자이며 몽룡과 춘향이 벌이는 ‘쇼’임을 알고도 고난을 당하는 춘향을 위해 변학도에 머리를 조아리고, 절개를 지키는 순정남이다.

발칙하고 도발적인 전반부


극의 전반부는 <춘향전>을 비튼다는 발칙한 기획의도답게 유머러스하고 유쾌하며 꽤 섹시하다. 극 전반부의 한 축인 도발적이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끄는 일등공신은 마 노인(오달수)이다. 월매가 질투에 눈이 멀어 여동생의 눈을 멀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며, 뭇 여성을 울린 작업의 고수이기도 하다.
의뭉스런 눈빛과 적절하고 절묘한 몸놀림, 교묘하게 도발하는 세치 혀, 병석에 누워서도 멈추지 않는 음담패설은 마치 속궁합이 잘 들어맞는 부부의 정사처럼 유연하게 리듬을 타며 극에 유머를 불어넣는다.
이에 방자와 마 노인의 조합은 방자와 춘향만큼이나 잘 어울린다. 방자에게 훈수를 두는 마 노인을 연기하는 오달수 특유의 유머코드는 <음란서생>에서도 발휘된 바 있는 성(性)에 대한 김대우 감독의 재치와 어우러지며 유쾌함을 선사한다.
전반부를 이끄는 한 축인 농익은 에로티시즘은 그 수위가 꽤 높은 방자와 춘향의 직접적인 정사신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상징과 함축으로 표출된다. 신음소리와 춘향의 몸종 향단(류현경)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몽룡과의 정사나 정사신 뒤에 이어지는 하얀 막걸리가 튀는 장면, 고기의 맛과 식감에 대한 대화 등은 은근하고도 고단수의 성적 표현이다.
이처럼 유쾌하면서도 발칙하고 도발적인 이 전반부까지 방자와 춘향, 그리고 몽룡의 캐릭터는 꽤 매력적이고, 각자 살아 움직이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장르의 반전, 블랙코미디?


뛰어난 영상미와 도발적이고도 파격적인 성 코드,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이야기 등으로 기발한 발상을 영상화시키던 극은, 몽룡이 과거에 급제를 하면서 어쩐 일인지 블랙코미디로 급변한다.
이 시점부터 방자와 함께 지내며 연애에 대한 훈수를 두던 작업고수 마 노인, 그와 얽힌 사연의 또 다른 주인공 월매와 그녀의 여동생, 쉽게 달아오르는 몸종 향단 등 꽤 위트 넘치던 인물들은 자취를 감추거나 방자를 잊지 못해 몽룡에게 몸을 던지는 무모한 인물로 변모한다.
몽룡은 과거에 급제하지만 내관들에게도 머리를 조아려야하는 허울만 좋은 ‘암행어사’ 신세다. 미담만으로 고속승진이 이뤄지는 시대라니, 참으로 시니컬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몽룡은 “그저 여자가 최고”라는 과거 급제 동기인 변학도를 자극해 춘향에게 보낸다. 그리고 춘향을 불러내 윈-윈 전략을 설파한다.
이 시점부터 영화는 가벼운 웃음과 위트 넘치는 풍자를 버리고 음울해진다. 진정으로 춘향을 핍박하는 변학도에 방자는 그저 무릎을 꿇고 빌 뿐이다. 춘향이 모두 ‘쇼’라고 귀띔을 해주었어도, 춘향을 살려달라고 빌다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춘향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묵직한 분위기에서도 살아 숨 쉬며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변학도다. 세상에서 좋은 것은 오롯이 여자뿐인, 오기와 승부욕이 발동해 춘향을 괴롭히며 가학적인 성행위를 즐기는 변학도는 의외로 꽤 자주적인 인물이다.
춘향처럼 몽룡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게 아닌가 했지만, 몽룡은 변학도의 승부욕을 자극했을 뿐 모든 행동은 변학도가 자처한 것들이다. 춘향과 방자는 물론 몽룡까지 지나치게 진지한 가운데 변학도만이 고군분투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변학도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중반부의 음울함을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다.
결국, 춘향과 몽룡의 ‘쇼’는 대흥행을 하고 두 사람은 혼인을 하게 된다. 혼인을 통해 춘향은 신분상승의 꿈을 이뤘고, 몽룡은 미담의 주인공이 돼 고속승진을 하게 된다. 춘향과 몽룡의 전략적 제휴에 속이 썩어 들어가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방자다.
방자는 여전히 춘향과 몽룡의 몸종으로 지내며 두 사람 곁을 지키고 있다. 참으로 눈물겨운 순정과 절개가 아닐 수 없다. 원전의 춘향이 방자에게로 고스란히 전이된 느낌이다. 계곡 위에서 공놀이를 하던 중 의도된 행동이든 실수로든 몽룡은 춘향을 절벽 아래로 밀어버린다.
승진을 위해 손을 잡기는 했지만, 왠지 발목을 잡힌 듯한 기분이 강했을 몽룡에게는 분명 ‘그러고자’ 했던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이에 방자는 절벽 아래 계곡물에 죽은 듯 떠 있는 춘향을 들쳐 업고 어딘가로 자취를 감춰버린다. 춘향과 방자가 공모한 쇼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듯 했다.

방자와 춘향의 비극적 사랑이야기


하지만 블랙코미디는 갑작스레 비극적 사랑을 노래하는 눈물 나는 로맨스로 전환된다. <방자전>의 반전은 이야기가 아닌 장르에서 이뤄진다.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풍자극에서 블랙코미디로, 그리고 슬픈 순애보로 장르는 극 마지막까지 전환된다.
‘이서방’이라 불리는, 장안에 소문난 재력가 방자가 책을 내고 싶어 작가(공형진)를 만나면서 시작한 <방자전>은 방자의 슬픈 순애보로 마무리 짓는다. 계곡에서 추락한 후, 어린아이가 돼 버린 춘향의 곁을 지키며 살아온 방자는 작가에게 “진짜 이야기가 아닌 춘향이 꿈꾸던 이야기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책에서라도 제대로 된 양반집 도련님을 만나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신분 상승을 이루기를 바라는 방자의 애틋한 정이 묻어난다. 그리고 자신은 “그저 뭐든 등장만 시켜 달라”는 방자는 춘향을 업고 ‘사랑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이 넘치는 사랑가는 정신을 놓친 춘향을 업고 방자가 읊조리는 한탄과도 같은 슬픈 사랑노래다. 그리고 <춘향전>은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인 춘향이 꿈꾸던 삶을 소설로라도 실현시키기 위한 방자의 애가인 셈이다. <춘향전>이라는 미담을 거짓이며 사기라고 조소하고 풍자하던 <방자전>이 급작스레 미담으로 회귀한 것이다.

어설픈 장르의 반전으로 발상의 빛이 바라다


<방자전>은 풍자극에서 블랙코미디로, 또다시 비극적 로맨스로 장르가 변모해 간다. 문제는 그 전이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데 있다. 마치 여기까지는 웃기고, 여기부터는 사회를 비판하고, 이 부분부터는 로맨스라고 누군가 명확하게 선을 그은 느낌이다.
자연스러운 리듬을 타고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춘향전’을 중심에 두고 옴니버스식으로 풀어간 작품이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 같은 어설픈 장르의 반전은 초반 살아 숨 쉬던 주요 캐릭터들을 잠재운다.
전반부 이후부터 생기를 잃고 있는 듯 없는 듯 하던 방자는 보다 대담한 풍운아여도 좋았을 것이다. 몽룡이 보다 비열하고 계산적인 인물로 그려지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 마치 신분제도의 희생양 혹은 양반 자제에 놀아난 기생의 딸로 전락한 춘향이 보다 발칙하고 영악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전반부만큼만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었다면 발칙하고도 과감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발상은 극대화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유는 전반부, 입체적으로 살아 숨 쉬고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만들어내던 농익은 해학과 은밀한 에로티시즘, 그리고 그 속에서 뭉근하게 배어 나오는 기분 좋은 비틀기와 유쾌함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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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써즈의 비디오 DNA, 불법시장의 합법화를 꿈꾸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의 DNA를 가지고 있다. 머리카락, 손톱, 구강상피 등의 신체 일부로도 사람의 출신이나 혈통을 알 수 있는 이유 또한 DNA 때문이다. 이같은 DNA 기술을 동영상에 접목시킨 ‘비디오 DNA'를 개발한 (주)엔써즈(이하 엔써즈)는 이를 기반으로 한 영상검색엔진 ‘엔써미(www.answer.me)’와 콘텐츠 유통관리 플랫폼 ‘플랫폼-V(Platform-V)', 동영상 콘텐츠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애드뷰(ADView)’ 서비스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주)엔써즈)

비디오 DNA를 기반으로 한 동영상 검색 ‘엔써미’


‘비디오 DNA'에 대해 엔써즈의 이준표 CSO는 “비디오는 일정한 시놉시스에 의해 움직이는 이미지다. 어떤 코덱이든, 자막이든, 어떤 부분을 편집했든 기본적인 움직임의 변화는 같다. 이를 추출해 정의한 사람의 DNA같은 감식 코드”라고 설명한다.
비디오 DNA를 차용한 영상검색엔진 ‘엔써미’는 업로드를 한 이용자가 편집, 자막, 설명 등 어떤 변형을 했건 같은 동영상으로 분류해,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각 이용자별 영상 뿐 아니라 메타 데이터와 태그, 설명까지 가져와 한데 묶기 때문에 언어에 상관없이 검색도 가능하다. 유튜브에서 ‘우사인볼트’를 치면 한 개의 콘텐츠도 검색되지 않지만 엔써미는 영상의 움직임에 따라 분류하기 때문에 언어에 상관없이 검색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엔써즈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비디오 DAN는 1억7천만 개, 그리고 하루에 수집하는 영상은 100만 개에 이른다. 하루에 수집된 영상은 분석을 통해 엔써즈가 보유하고 있는 비디오 DNA와 비교해 한데 묶거나 신규 DNA를 등록하기도 한다. 단지 같은 영상이 아니라는 것을 판명할 뿐 아니라 편집영상이 전체 영상의 몇 분 몇 초 부분인지까지를 찾아낼 수 있다. 검색 결과는 가장 인용이 많이 된 웹사이트부터 보여주어 집단 지성의 힘을 반영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동영상 검색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었습니다. 동영상의 구글이 되자는 목표를 가지고 개발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또 다른 불법유통의 창구 혹은 불법유통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툴이 될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일단 이용자들이 원하는 영상을 찾아주는 것보다 저작권자가 내 영상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불법 콘텐츠의 양성화를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디지털 콘텐츠 합법화에 도전하다


이준표 CSO의 전언처럼 엔써즈는 저작권 문제 해결과 디지털 콘텐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콘텐츠 소유자가 정당한 수익을 취할 수 있고, 유저들은 공유의 자유를 얻고, 웹하드 업체는 소송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저작권 툴을 만들었다.
이에 가장 주요한 콘텐츠 저작권자인 지상파 방송사와 웹하드 업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양측은 저작권과 불법 유통의 문제로 감정이 상할대로 상해있었고, 이용자는 중간에서 영문도 모른 채 옐로카드를 받거나 경찰서에 출두해야하는 일이 생겨나던 때였다.
“태생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정보의 무한한 공유와 자유로움을 꿈꾸죠. 하지만 저작권자들은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며 이용자들의 본질적인 욕구에 역행하는 시도들을 했어요. 이에 저작권자와 유저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숨바꼭질 같았어요. 이와중에 웹하드 업체는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죠.”
아닌 게 아니라 2009년 이용자가 웹하드업체의 패킷에 부가한 총액은 1조 원에 이른다. 이에 방송사와 웹하드, 이용자 간의 지리멸렬한 싸움은 소송, 고소, 검찰 출두, 헤비업로더 색출 등으로 확산됐다.
“당시의 저작권 정책은 불법 콘텐츠를 찾아내 삭제하는 데 주력했어요. 하지만 풍선처럼 웹하드를 해결하면, 또 다른 강력한 불법 콘텐츠 유통 툴이 개발되죠. 결국엔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겁니다.”
이에 엔써즈는 방송사에게 찾아내 무조건 삭제할 것이 아니라 저작권자와 웹하드 업체 사이에 규칙을 정해 새로운 수익모델로 전환시키자고, 웹하드 업체에는 더 이상 소송하느라 힘 빼지 말고 과금에 대한 수익배분을 하자고 제안하고 설득했다.
오랜 설득작업 끝에 새로운 저작권 법의 발효와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 경기 침체 등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던 방송사, 소송에 지칠대로 지친 웹하드 업체 등의 의지가 맞물리기 시작했다.
지난 해, 70여 개 웹하드 업체에 저작권 툴을 설치했고, 12월에는 MBC가 방송사 중 가장 먼저 동참했다. 올 2월에 KBS, SBS까지 합류하면서 저작권자와 웹하드 업체의 상생이 시작된 것이다. 드디어. 엔써즈가 설득작업에 돌입한 지 2년여만의 성과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방송사와 웹하드 업체의 제휴 결과는 꽤 긍정적이다. 이용자들은 자유를 얻었고, 방송사는 각 사당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게 됐으며, 웹하드 업체는 더 이상 소송이나 감정싸움에 힘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까지도 불법적인 유통행위를 하거나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요령을 피우는 웹하드 업체들도 있습니다. 이들을 설득하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계속될 겁니다. 이같은 작업을 통해 내년까지는 연간 1천5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소송의 대상을 감싸고 공생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저작권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의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읽다


TV 동영상 콘텐츠에서 시청률은 중요한 가치 척도다. 흥행성, 광고 등 형이상학적이든, 수치적으로든 콘텐츠의 가치를 매기는 데 주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까지는 유일한 가치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콘텐츠 소비행태와 유통 경로를 살펴보자.
DMB, 인터넷TV, IPTV 등 TV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은 매우 다양하다. 실시간 본방송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웹하드, P2P, 인터넷TV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방이나 거실 TV의 리모컨 주도권은 부모에게 있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은 주로 인터넷이나 다운로드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된다. 게다가 한국의 시청률은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의 결과값인데다 2천 가구 남짓(AGB 2천350 가구, TNmS 2천 가구)의 표본 집단에 의해서 산출된다.
그 표본집단의 분포 또한 서울, 경기·인천,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대전(AGB는 춘천, 마산, 전주, 청주, 구미까지 아우르고 있다) 정도다. 이같은 방식으로는 2009년 통계청 조사기준 5천여만 명, 1천667만3천 가구의 TV에서 행해지는 소비와 선호도를 조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과 이슈를 만들거나 관심도가 높은 콘텐츠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잦다. 오죽하면 “40대 이상을 잡아야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비법 아닌 비법까지 나돌 정도다.
또한 조사기관에 따라 시청률 차이가 있고 방송사는 임의대로 좀 더 높은 기관의 시청률을 언론이나 광고주에 제시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최근 있었던 방송사와 리서치 기업 간의 불미스러운 로비 행위가 횡행하고 시청률에 대한 신뢰도는 점차 하락하고 있다.
이에 시청률과 더불어 온라인상의 콘텐츠 유통·소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엔써즈의 ‘애드뷰’는 눈여겨볼 만한 툴이다. 동영상 검색을 위한 비디오 DAN 기술을 적용해 전체 동영상의 유통과 선호 정도는 물론 부분별 유통 정도와 선호도도 산출할 수 있다.  따라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의 어느 장면이나 순간이 가장 많이 보여지고 선호되고 있는지를 통해 콘텐츠의 소비 트렌드까지 읽을 수 있다.
시청률에서는 읽을 수 없었던 수치나 행태를 분석할 수 있는 것은 광고시장의 변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시청률이라는 툴과 더불어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며 타깃광고나 마케팅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TV 동영상 콘텐츠는 물론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동영상에도 광고를 유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애드뷰는 아이폰 도입으로 불어닥친 스마트폰의 열풍으로 각광받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비디오 DNA를 발판으로 세계로, 세계로


100% 완벽한 기술은 없다. 있더라도 제2, 제3의 인물이나 기술들에 의해 허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에 이준표 CSO는 저작권 정책 혹은 단속의 타깃팅을 제안한다.
“기술을 가진 엔써즈 같은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처럼 기술적 보호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업체들은 따로 분류해 국가적으로 단속하고 감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잘하고 있는 업체들까지 한데 묶어 단속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타깃팅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광고나 마케팅 뿐 아니라 규제에도 타깃팅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방송영상 외에 웹하드가 형성한 1조 원의 시장에 포함된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저작권 문제의 해결 역시 맥을 같이해야할 것이다.
이같은 저작권 문제의 해결은 웹하드를 새로운 유통 채널로 전환시킬 수 있다. 상영관을 잡지 못한 영화나 편성을 받지 못한 드라마 등의 방송영상, 스스로 제작 혹은 찍은 동영상 등이 마음껏 유통되고 소비될 수 있는 영상 크리에이터들의 오픈마켓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워낭소리> <똥파리> 등 지난 해, 웹하드에서 유통해 수십억 원의 수익을 낸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준표 CSO는 엔써즈의 생명력은 ‘중립성 유지’와 ‘끊임없는 기술적 진화’에 달렸다고 역설한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유저들은 보다 똑똑해질 겁니다. 이에 비디오 DNA를 비롯한 저작권 보호, 소비 트렌드 분석 등의 기술적인 진화는 필수입니다. 또한 저작권자, 이용자, 웹하드 업체 등 저작권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이해관계 속에서 모든 진영의 고충을 이해하고 보듬으려 노력하는 것이 엔써즈의 생명력을 오래도록, 강력하게 지속시킬 겁니다.”
엔써즈의 비디오 DAN 기술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툴들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나 적용 가능한 것들이다. 한국처럼 저작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일본 등지의 저작권 관계사들도 엔써즈의 기술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영화협회 등 저작권 단체나 기업에서 문의나 사례 소개를 해달라는 제의를 받고 있어요. 당장은 어렵지만 1년 안에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칭찬받을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엔써즈가 애초에 세웠던 ‘동영상의 구글’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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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리메이크였을까?, 하녀근성에 대한 진중한 고찰 <하녀>


故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가 리메이크된다고 했을 때는 반가웠다. 그리고 주인공이 전도연으로 낙점됐다는 소식을 듣고 원작을 생각하며 하녀 역의 ‘전도연’을 떠올렸을 때의 느낌은 그랬다. 과연 가능할까?
이같은 우려는 기우였다. 전도연의 연기는 뛰어났다. 하지만 리메이크와 캐릭터 소화에 대한 우려를 기우로 만든 것은 전도연의 연기가 아닌 달라진 캐릭터와 상황 설정이었다. 캐릭터와 설정 자체가 ‘리메이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완전 뒤바뀐 느낌이다.

해맑고 그럭저럭 살만한 하녀, 은이


말 그대로 ‘천둥벌거숭이’, 공장에서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며 여공들에게까지 멸시를 당하던 하녀(이은심)는 동식(김진규)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하녀는 동식의 어린 아들(안성기)과 다리가 불편한 딸에게까지 무시를 당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2010년,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서 하녀 은이(전도연)는 중퇴를 하기는 했지만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본인 소유의 작은 아파트도 있다. 일이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 다른 일을 찾으면 되고, 길거리에 깔린 게 남자지만 쓸 만한 놈이 없어 혼자 지내고 있다.
나름 살만한 그녀에게 세상이 불친절해지기 시작한 것은 거부의 집안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되면서 부터다. 은이는 해맑고 모든 것이 지나치게 간단명료한 인물이다. 안주인 해라(서우)의 어머니(박지영) 말을 빌자면 ‘백치 같은’ 여자다.
그저 주인집의 여섯 살 난 딸 나미가 좋아서 잘해줄 뿐이고,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이 당당하게 방으로 들어와 몸을 비비대니 그저 본능에 몸을 맡기고 관계를 가질 뿐이다. 벌거벗고 자신의 방을 찾을 훈을 위해 ‘홀딱 벗고 기다리는가’ 하면, 자신이 임신한 사실도 모른 채 2층 전등청소를 하다 해라 어머니의 실수를 가장한 의도된 행동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이 집 좀 무서운 것 같다”고 느낀다.
다짜고짜 뺨을 때리는 해라에 왜 그러는지도 모르다 ‘임신’ 사실이 들킨 것을 알고는 곧바로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는다. “나미 엄마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생각을 못했다”는 은이는 그 집안의 안주인이 될 생각도, 아이를 꼭 낳아야 겠다는 의지도 없는, 원작의 하녀에 비하면 지나치게 둔한 구석이 있고 맹하며 착하다.
“내 아이도 당신 아이”라고 악다구니를 치거나 “내 아이가 죽었으니 당신 아이도 죽어야 한다”며 갓난아이를 죽이려 드는, 악에 받쳐 팜므 파탈로 변모하는 원작의 하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원작의 <하녀>는 동식과 그 아내의 상상이나 대화를 재현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극 중 하녀는 평온한 가정을 파괴하는 철저한 악역이었다. 반면, 은이는 측은하고 피해자의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이 짓 좋아해요”라고 웃던 은이는 강제로 낙태수술을 받고 변하기 시작한다.
“꿈틀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처음으로 큰 소리를 낸 은이는 집안의 늙은 하녀 병식(윤여정)의 도움을 받아 복수를 꿈꾼다. 새로 태어난 쌍둥이, 미나와 거실에 모여있는 훈, 해라, 해라의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2층 전등에 목을 매달고 분신을 한다.

악의 상징, 주인집 부부


목전에서 끔찍한 은이의 자살을 보고도 미나의 생일에 비싼 그림을 선물하고 노래를 부르며 파티를 여는 주인집 부부 훈과 해라는 그저 악인이며 현재 누리고 있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 발악을 하며 참고 있는 사람들이다.
공장의 피아노 교사인 남편과 삯바느질로 가계를 꾸려가는 아내, 원작의 부부는 무리해 2층집을 짓고 셋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하녀를 들이게 되고, 살림도 쪼들리게 된다. 이에 갈수록 집착하고 공포의 존재가 돼가는 하녀를 떨쳐낼 수 없다.
하지만, 2010년 하녀 은이를 고용한 집의 남자 훈은 엄청난 재력가이며 그저 끌리는대로 여자를 안고 수표를 건네는 인물이다. 은이의 낙태를 주도한 장모에게 “누가 감히 내 애한테 그런 짓을 했냐”며 “이봐요. 당신 딸이 낳아야 내 애인 것만 같습니까?”라고 으름장이다. 장모와 사위 사이에도 계급이 존재하는 세상을 대변하는 인물인 것이다.


안주인 해라는 남편의 재력과 보호에 기생하는 인물이다. 주인인 남편에게 버림받을까 바람을 피운 것을 알고도 ‘개새끼’라는 욕 한마디와 입술을 물어뜯는 것으로 넘어간다.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만데 바람 정도에 포기하냐고 부추기는 엄마와 더불어 하녀기질이 가장 강한 인물이다.

뒤바뀐 캐릭터와 설정, 상징성과 감성을 약화시키다


이처럼 캐릭터와 상황, 배경 등이 바뀌면서 원작의 상징성과 타당성, 감성은 사라져 버렸거나 약화됐다. 엄청난 부자로 설정된 주인집으로 인해 쥐와 쥐약, 천둥번개와 피아노 등 가까이에 존재하는, 내재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상징하는 원작의 요소들은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은 하녀 은이가 느끼는 좌절과 분노다. 사람 취급도 안하는 훈과 포달을 떨며 기어이는 자신 뱃속의 아이를 죽인 주인집 여자 해라와 그의 어머니에 그녀는 그들 눈 앞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은이가 지닌 좌절과 분노의 표출은 은이 자신이 아닌 늙은 하녀 병식에 의해서다. 주인 앞에서는 깍듯하지만, 은이 앞에서는 ‘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하다(이하 아더매치)’며 신세 한탄이 늘어지고, 바보처럼 당하기만 하는 은이를 대신해 속상해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주인 앞에서 무표정하게, 모든 것을 통달한 듯, 한없이 충성하는 듯하던 병식은 은이의 복수와 더불어 오랫동안의 아더매치한 하녀라는 굴레를 박차고 나서기도 한다.


남자가 느끼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낙태하고 자신에게 집착하는 하녀에 대한 심적 죄책감과 갈등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죄책감과 갈등 대신 세상에 두려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장모에게도 “감히”라는 말을 던질 수 있는 절대 권위와 거만함이 들어섰다.


가난한 피아노 선생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의 뜻을 거역하고 동식과 결혼한 원작의 아내는 10년 동안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런 아내에게 돌아온 것은 남편의 부정에 대한 절망과 하녀에게 계단을 굴러 낙태를 하게 한 데 대한 죄책감, 위험 속에 처한 아이들에 대한 조바심 등이다. 하지만 2010년 <하녀>의 안주인은 가진 것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한없는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비굴함과 탐욕의 상징이다.


피아노 의자에 뒤엉킨 남녀의 다리와 남자의 발등을 올라탄 여자의 발 등 상징적으로 표현되던 성 표현 역시 지나치게 직접적이다. 남산만한 배를 붙들고 남편의 사타구니에 주저앉아 “너무 깊어”라며 “입으로 해줄게”라는 해라가 그렇고 누워있던 은이를 내려다보며 “빨어”라고 권위적으로 명령하고 관계 도중 “안에다 해도 되나” “입에다 할게. 빨대처럼 쭉쭉 빨아들여줘”라고 하는 훈이 그렇다.


사라진 상징성이 캐릭터로 전이된 것이다. 캐릭터는 그 성향을 파악할만한 상황이나 장면이 충분치 않아 이해가 쉽지 않다. 이처럼 어렵던 캐릭터에 대한 이해는 “이 집 사람들 무서운 사람들이야” “너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둔한 구석이 있고 맹하다” 등 각 인물의 대사로 각 캐릭터가 지닌 상징성을 부각시킨다. 이같은 캐릭터의 상징성을 깨닫는 순간, 각기 따로 움직이는 듯하던 캐릭터들은 그제서야 유기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사라진 서스펜스, 진정한 ‘하녀근성’에 대한 고찰
그렇다면 왜 김기영 감독의 <하녀>였을까? 왜 리메이크였을까? 캐릭터나 설정을 따온 것도 아니다. 따온 것이라면 ‘하녀’와 주인집 부부의 이야기라는 정도다. 원작 <하녀>를 보고 느낀 감상문과도 같은 리메이크라고, 원작 영화를 보고 하녀의 처지나 상황이 안타까웠고, 피해자인 척 한 인간을 짓밟는 주인집 부부의 뻔뻔함에 분노한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할 뿐이다.


보는 이의 신경을 긁어대는 음악과 화면구성, 카메라 워킹, 상황 등이 극대화된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끝까지 급박하게 끌고 가는 원작과 달리 다소 고요하고 느릿하게, 적당선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흘러가는 2010 <하녀>에는 서스펜스가 사라졌다.
너무 넓어져 버린 공간과 평균적으로는 상승했지만 지나치게 커져버린 신분의 격차, 휴머니즘은 사라지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차가워져 버린 세상 등은 원작의 긴장감과 긴박감을 감소시키고 절망과 분노를 확대시킨다. 동시에 1960년을 뜨겁게 달구던 팜므 파탈의 상징 ‘하녀’에게서는 광기가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서스펜스와 광기 대신 ‘하녀근성’에 대한 진중한 고찰이 담겼다. 직업도 하녀이고 뼛속까지 하녀인 병식, 직업은 하녀이지만 한 인간으로 대접받길 원했던 은이, 겉으론 화려하고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남편의 재력에 기생하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악다구니를 떠는 아내 해라와 그의 어머니.
모태 하녀인 것처럼 굴던 병식은 그 굴레를 벗어나 한 인간으로 우뚝 섰다. 그 집안의 안주인이 될 생각도, 아이를 꼭 낳아야 겠다는 의지도 없던 은이는 자신을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고 멸시하는 주인집 부부에 의해 자존심을 다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자기 파멸로 치달았다.


훈에 기생하며 버림받지 않기 위해 기를 쓰던 해라와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하녀근성을 발휘하며 훈에 기대 살고 있다. 이것이 2010 <하녀>를 서스펜스 스릴러가 아닌 블랙코미디로 분류하는 이유다. 지나친 상징성과 압축으로 이해가 쉽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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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장기화가 선사한 뜻밖의 휴식, <포토에세이 향수>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파업 중인 MBC가 4월28일, 29일 <뉴스데스크>와 수·목 미니시리즈 <개인의 취향> 사이에 10분짜리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KBS2 <신데렐라 언니>, SBS <검사 프린세스>와 벌이는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방송 시작시간은 꽤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인해 뉴스시간이 축소되면서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10분 정도 일찍 시작한 <개인의 취향>의 시청률은 한때 10.9%(4회 4월8일 방송분)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파업에 돌입하기 직전에 방송한 <개인의 취향> 1, 2회는 12.5%의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타 드라마에 비해 10분 정도 먼저 시작하고 끝나는 것은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할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천안함 침몰 사태로 뉴스에 관심이 높아진 시청자의 초기 유입이 어려운데다, <개인의 취향>이 끝난 후 10분 동안 <신데렐라 언니>와 <검사 프린세스>의 실시간 시청률이 20.0%를 크게 웃돌며 평균시청률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MBC는 10분짜리 쪽 프로그램을 긴급편성했다. 딱히, 경쟁작이 없어 시청률 상승세를 타는 데 별 무리가 없는 월화사극 <동이>와는 달리 치열하게 시청률 경쟁을 하고 있는 <개인의 취향>을 위해 4월28일, 29일과 5월5일, 6일에는 <포토에세이 향수>를 방송했다.


그 결과, 4월28일 <개인의 취향> 시청률은 13.1%까지 상승했다. 경쟁 드라마들과 같은 시간에 시작하는 것이 시청률 정상화에 꽤 효과적이었던 셈이다. 이에 MBC는 5월10일부터는 가정의 달 특집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를 뉴스와 미니시리즈 사이에 편성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한 결과는 더욱 놀랍다. 한달만에야 제시간에 방송을 시작한 <동이>의 시청률이 25.1%, 26.2%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20.0%, 19.9%를 기록했던 이전 회차 시청률보다 크게 상승한 수치이며 이전 자체 최고치인 21.6%보다도 훨씬 높다.
물론 감찰부 나인으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동이(한효주)와 숙종(지진희)과의 관계 본격화 등 극 자체가 재미있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차에는 경쟁상대였던 KBS2 <부자의 탄생>과 SBS <제중원> 후속으로 SBS <자이언트>와 KBS2 <국가가 부른다>가 새로 시작하기도 했다. 10분짜리 쪽 프로그램이 가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쪽 프로그램이 선사하는 뜻밖의 여유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 시청률과 방송시작 시간의 연관성 등이 큰 관심사는 아니다. 하지만 MBC의 파업 장기화로 인해 만나게 된 10분짜리 쪽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포토에세이 향수>는 부산, 통영, 순천, 골목 등 테마에 맞춰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이들의 발자취를 따른다. 2008년 9월8일부터 말까지 했던 프로그램을 재편성한 것으로, 그 지방에 대한 정보와 감상을 버무린 프로그램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특별편성한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는 <인간시장> 김홍신 작가의 엄하기만 했던 어머니,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의 만화방을 했던 아버지 등의 사연이 소개됐다.
뉴스와 드라마의 가교역할을 하는 이 쪽 프로그램들은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광고도, 홈페이지도, 시청률 정보도 없다. 거대 포털 사이트의 검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지 않다.
10분짜리 프로그램이지만 이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고향을 생각하고, 여행지에 대한 지난 추억을 돌아보기도 했다. 또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대를 잇지 못해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다는 장인의 한숨이 느껴지던 통영 전통공예전수관 나전칠기의 나전장 송방웅 선생의 이야기에서는, 전통과 장인에 대한 미흡한 예우와 지원에 통탄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와 에세이가 혼합된 형식의 이들 프로그램들은 콘텐츠로 돈을 벌어야하는, 시간이 금이라는 방송에서 보기 드문 휴식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이같은 프로그램들을 파업기간에나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긴장감이나 흥미요소가 없어도, 긴 시간이 아니어도, 자세한 설명이 없어도 가끔은 이같은 프로그램이 그립기도 하기 때문이다. 꽉 짜여져 돌아가는 편성표에서 만나게 된 헐거운 한 부분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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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사극과 궁중 로맨틱 코미디의 기분 좋은 결합 <동이>


MBC 월화사극 <동이>가 드디어 전국 시청률 20.0%를 넘어섰다. 수도권에서는 이미 7회(4월12일 방송분)에 20.1%의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다소 부진한 11.6%(수도권 12.8%, 이하 괄호 안 수도권 시청률)의 시청률로 출발한 <동이>는 빠른 상승세를 타며 11회에 21.0%, 12회에 21.6%를 기록하며 연일 자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성장사극의 달인, 이병훈 PD의 공식


<동이>는 <대장금> <서동요> <이산> <허준> <상도> 등 주인공의 성장에 초점을 두며 ‘성장사극’이라는 신장르를 탄생시킨 이병훈 PD의 복귀작이다. 여전히 주인공 동이(한효주)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병훈 PD의 사극에는 공식같은 것이 있다. 이같은 공식이 작품의 신선도를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짜임새를 촘촘하게 하며 이병훈 스타일 사극의 중심축이 되기도 한다. 주인공은 언제나 시련을 겪고 성장하게 된다.
동이 역시 마찬가지다. 동이는 사대부 양반의 부패와 횡포를 척결하는 검계 수장인 최효원(천호진)의 딸이다. 아버지와 오빠가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하자 도망을 치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겠다는 일념으로 장악원의 노비로 살아가게 된다.
총명함과 끈기, 쾌활함을 잃지 않는 성격으로 장악원을 쥐락펴락하던 동이는 암행을 나온 숙종(지진희),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고받은 장옥정(이소연) 등과의 인연으로 최고의 궁녀들이 모인다는 감찰부 궁녀로 전격 발탁된다.
동이는 인현왕후(박하선)와 새롭게 인연을 맺고, 숙종과의 정이 깊어질수록 옥정과의 골이 깊어지면서 궁에서 쫓겨나는 등의 시련을 겪게 되지만 결국 승은을 입고 영조대왕이 될 연잉군을 출산하게 된다.

조력자와 라이벌,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힘
공식 두 번째는 주인공의 인생역정에 등장하는 조력자와 강력한 라이벌이다. 이들과는 차곡차곡 정을 쌓고 인연을 만드는 기간을 충분히 거치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깊고 동이의 신분 상승에 큰 도움을 주는 옥정은 가장 강력한 조력자이자 라이벌이다.
옥정은 이미 ‘빛과 그림자’ 예언을 들은 바 있고, 이 예언에서 옥정 자신은 빛이 아닌 그림자임도 알고 있다. 동이는 천한 신분에서 조정을 뒤흔드는 힘을 가진 여인이 된 옥정과 같은 행보를 걷지만 다른 성정을 가진 인물이다.
동이가 신분은 천하지만 매우 귀한 인사임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감찰부 궁녀로 추천해 후궁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준 옥정은 그래서 조력자다. 하지만, 숙종과 깊은 정을 나누고 권력을 거머쥐는 데 동이가 걸림돌이 되면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변모하게 된다.


동이에게도 조력자는 있다. 하지만 동이에게 장금의 한상궁(양미경)처럼 강력한 조력자가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어린 시절, 아버지·오빠와 더불어 가장 의지하고 믿었던 차천수(배수빈)는 가장 강력한 조력자지만 일방통행하는 남녀 간의 정이 걸린다.
동이와 자매처럼 지내며 옥정의 포악한 횡포와 음모에 바람막이가 돼주기도 하는 인현왕후는 단명하는 데다 스스로를 건사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중 내의 암투와 당파싸움의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 동이에게 장금의 한상궁같은 강력한 조력자가 될 가능성은 가장 높아 보인다.


아버지와 ‘신뢰’라는 끈으로 연결됐지만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를 믿어주지 않았던 포청 종사관 서용기(정진영)도 조력자다. 하지만 동이에게 서용기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인사로 각인돼 있다. 게다가 동이에게 천인의 말은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다는 신분의 벽과 상처를 깨닫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감찰부 궁녀가 된 후에도 천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내쳐질 위기에 처한 동이를 위해 승급도 포기하고 반기를 들고 나선 정상궁(김혜선)과 봉상궁(김소이)이 있다. 그리고 동이의 실력과 자질을 인정하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정임(정유미)도 있다.
여기에 동이가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울 채비가 돼 있는 장악원의 직장 황주식(이희도)과 악공 영달(이광수)도 있다. 동이에게 장금의 한상궁같은 강력한 조력자가 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같은 크기의 힘을 보태는 조력자들로 인해 동이는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멜로 사극, 캐릭터들의 향연
사실, 임금을 둘러싼 궁중 내 암투를 다루는 사극에서 동이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는 임금이다. 이에 <동이>는 ‘성장’에 ‘멜로’가 가미된 멜로 사극이기도 하다. 임금과의 사랑이야기를 현대식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한 <동이>는 이전의 사극들에 비해 다이내믹하고 경쾌하며 유머러스하다. 이는 동이를 비롯한, 숙종, 옥정, 인현왕후 등의 캐릭터에서 시작되고, 이들 사이의 각기 다른 색깔의 ‘로맨스’와 ‘관계’로 진행된다.


동이는 천한 노비지만 마음 속에 품은 뜻만은 천하지 않은 인물이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 하여 ‘풍산’으로 불리는 동이는 명석하고 발랄하고 정의롭지만 그래서 장악원과 감찰부의 사고뭉치기도 하다.
감찰부에서 쫓아낼 명분을 찾기 위해 동이에게 시제를 치르게 했던 유상궁(임성민)에게 “이번 시제는 잘못됐다”는 발칙한 발언을 하기도 하고 기회를 얻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품은 뜻까지 천하지 않게 하기 위해 몇날 며칠을 정좌한 채 보내기도 한다.
옥정을 음해하려는 음변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궁을 몰래 빠져나가 동분서주하고, 인현왕후를 독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쓴 옥정을 위해 포청에 잠입해 시체를 훑어본다. 감찰부에 가서도 청국의 사신단에 섞인 밀거래상을 잡겠다고 장악원 노비로 변장하고 혈혈단신 모화관(조선시대 중국 사신을 영접하는 곳)에 잠입하기도 한다.


궁중 여인들의 기에 휘둘리는 왕인줄만 알았던 숙종도 색다른 캐릭터로 표출된다. 카리스마와 헐렁함이 공존하는 숙종은 역사적으로도 절대왕권을 구가하던 임금이었다. 누구 하나 토를 달 수 없는 적통 임금으로 신하들과의 줄다리기에도 능했던 왕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하들 앞에서 빈틈을 보이면서도 허를 찌르는 날카로움을 보여주는가 하면, 궁녀들 앞을 지날 때는 남성 특유의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정비 인현왕후 앞에서는 더없이 점잖은 지아비고, 옥정의 앞에서는 애잔한 연인이다. 그리고 동이의 앞에서는 허약하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운 철없는 판관 나리다. 이에 ‘허당’ 숙종으로 불리는 임금은 동이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어설픈 칼솜씨로 위험에 처한 동이를 구하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감찰부 퇴출을 판가름할 시제를 앞두고 있는 동이를 찾아가 머리를 맞대고 족집게 과외를 해주기도 하고 동이의 친구들인 황주식, 영달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허약하다는 동이의 농에 무술 단련을 시작하고 동이의 이상형 발언에 부아가 치밀어 술잔을 들이켜기도 한다.
옥정이든, 인현왕후든, 신하들에게건 동이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실없고 방정맞게까지 느껴져 시트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위엄 있고, 애잔하며 코믹하기까지 한 숙종의 캐릭터는 <동이>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조선시대에 찾아보기 드문 적통 임금이 천하디 천한 노비 출신의 궁녀와 결합하는 것을 곱게 바라 볼 궁중 인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향후 ‘허당’ 숙종과 ‘풍산’ 동이의 결합에는 수많은 난관과 방해공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난관과 방해공작의 선두에는 옥정이 있다. 지금까지의 사극에서 그렇듯 악독하기만 했던 장희빈은 보다 합리적이고 똑똑하다. 마냥 아이같은 동이 앞에서는 매우 의롭고 좋은 사람이다. 가장 이기고 싶고 넘어야할 사람이지만 신분과 성정에서 이길 수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현왕후 앞에서는 조바심과 콤플렉스에 시달리곤 한다.
숙종 앞에서는 음해와 시달림에도 굳건함을 유지하며 애잔함을 불러일으키는 정인으로,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명성대비(박정수) 앞에서는 그에 걸맞은 책략가의 모습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요부 장희빈의 모습은 오빠 장희재(김유석)의 앞에서나 표출된다. 이처럼 팔색조와 같은 옥정의 캐릭터 역시 매우 색다르고 매력적이다.


궁에서 내쳐지기까지 했던 나약한 존재로 그려지던 인현왕후는 이전 사극에서보다 고요하지만, 보다 강하다. 외유내강의 전형으로 옥정과의 기 싸움에서도 전혀 밀림이 없다. 하물며, 시어머니 명성대비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경지다.
향후 이 캐릭터들은 동이의 성장과 숙종과의 로맨스가 깊어질수록 변화돼 갈 것이다. 동이는 아직은 어린아이 같다. 조정이 남과 서로 나뉘어 치열한 당파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오로지 옳은 일을 하고자하는 동이의 의지는 지금까지 숙종, 옥정과의 호감어린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이가 중전을 만나고 숙종과의 관계가 진척되고 감정이 변질되면서 일관되던 옥정과의 관계에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의롭고 옳은 길만을 가고자 하는 동이는 어쩔 수 없이 은인이자 롤 모델과도 같은 옥정과 대척점에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동이가 당파에 휩쓸리며 사방에 적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귀히 여김을 받을 성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같은 과정이 향후 <동이>의 인기요인이 되기도, 혹은 늘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라는 맹점을 두드러지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풀어야할 숙제, 허술함과 진부함
‘역사 왜곡’이라는 원초적인 문제와 부차적인 몇몇 조연의 연기력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동이>가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극 초반부터 제기되던 문제는 진부함이다. 이는 앞서 짚은 일정한 공식을 대입하는 이병훈 PD 스타일과 맥을 같이 한다. 동화구연을 하는 듯한 여자 주인공의 어투와 과장된 추임새는 동이 역의 한효주의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작을 답습하는 이야기 흐름이나 구성, 그리고 김혜선·김소이·박정수·이계인·신국·이희도 등 ‘이병훈’ 사극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연기자들도 진부하다는 평에 일조한다. 연기자 뿐 아니라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열혈 주인공과 그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이성, 거대 권력의 그늘에서 그를 위기에 빠뜨리는 경쟁자, 하지만 그 경쟁자를 견제할만한 더 높은 신분의 혹은 더 헌신적인 조력자, 주인공의 뛰어남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동료, 그의 주변에서 부모처럼 혹은 누이처럼 도우며 감초역할을 하는 이들 등은 분량이나 주인공에 미치는 영향력의 차이만 다를 뿐 언제나 극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이다.


사실 진부함보다 더욱 심각한 <동이>의 자충수는 허술함이다. 지나치게 성긴 이야기 구성은 우연을 반복하며 동이와 숙종을 만나게 하고, 여러 가지 사건을 겪고 감정을 공유하게 한다. 지나친 우연의 반복은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애초 장악원을 통해 조선시대 음악을 선보이겠다던 기획의도는 빛이 바라고 허드레 일을 하는 천비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끝이 났다. 궁내에서 뛰어난 궁녀들이 모여 있다는 감찰부는 ‘천인’이라는 이유로 동이의 증언을 무시하며 무능함을 자초한다.
천비 하나를 내치기 위해 자신들의 명예와 위엄을 시궁창에 처박으려는 최고상궁에게 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이도 없다. 결국, 중전이 나서서야 동이는 기회를 다시 얻고 감찰부에 남게 된다. 주인공의 특별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더욱 강력하고 뛰어나야할 인물들이 참으로 딱한 지경으로 그려진다.
옥정을 제거하기 위해 명성대비를 주축으로 한 서인들이 계획하는 음모 역시 지나치게 허점이 많고, 순식간에 실패로 돌아간다. 이에 대처하는 남인과 조정인사들의 대응 역시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허술해 놓치기 일쑤다.


이에 향후, <동이>의 제작진이 시급하게, 그리고 가장 신경써야할 것은 각 이야기 간의 허술한 매듭을 촘촘하게 조이는 일이다. 이같은 치밀한 구성과 이야기 간의 개연성은 ‘진부함’과 연기력 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동이>가 가진 매력을 극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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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eter 2010.05.09 1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한 시선이요

  2. hurlkie 2010.05.09 14: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감사합니다!

2010년 2분기 일본 드라마 列傳, 드라마 부활을 꿈꾸며

2010년 2분기 드라마가 대부분 시작했다. 5월10일에야 방송하게 될 기무라 타쿠야의 게츠쿠(후지TV 월요일 밤 9시) 드라마 <달의 연인>과 4월21일 TBS 수요일 밤 9시 드라마 프라임타임대에 방송될 이병헌의 <아이리스>, 4월22일 첫 방송될 TV아사히의 <동창회:러브 어게인 증후군>, 4월23일 방송할 포복절도 학원 코미디 TBS <건달군과 안경양>, 4월25일 첫 전파를 탈 TV아사히의 <여제 카오루코>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2분기 드라마가 시작했다.


2분기 드라마의 특징은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 그리고 흥행요소가 다분하다는 데 있다. 흥행보증 수표 기무라 타쿠야, 우에노 쥬리, 에이타, 우에토 아야, 오노 사토시 등을 비롯해 흥행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아베 히로시, 우치노 마사아키 등이 출연하는 드라마들이 라인업돼 있다.
또한 한국 드라마 혹은 연기자들이 프라임 시간대에 얼굴을 내밀거나 편성됐다는 사실도 2분기의 특징이다. 최근 해체를 발표한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이 에이타, 우에노 쥬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솔직하지 못해서>라는 드라마에 캐스팅됐고, ‘춤추는 골리앗’으로 유명한 싸움꾼 최홍만이 아라시의 멤버 오노 사토시와 <괴물군>에 출연한다.
더욱 눈여겨 볼 것은 이병헌의 <아이리스>다. 그 동안 오전이나 낮 시간대에 한국 드라마가 편성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골든타임대에 편성된 경우는 없었다. 3월6일부터 이미 TBS 위성채널을 통해 방송된 바 있는 <아이리스>의 행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2분기 드라마 출발 쾌청
2분기 드라마들의 출발은 꽤 쾌청해 보인다. 이번 회차 시청률 차트 10위권에만도 드라마가 절반을 차지한다. 1년 단위로 편성되는 NHK의 시대극 <료마전>과 TV연속 소설 <게게게 아내>를 제외하더라도 3편에 이른다.
한 자릿수 시청률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더니 2분기에는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두 자리 시청률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같은 상서로운 기운이 시청률의 지속적인 하향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 드라마 업계에 전환점이 돼 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2분기 드라마 중 가장 먼저 전파를 탄 것은 3월30일에 첫 방송을 한 NHK의 <8일째 매미>다. <8일째 매미>는 나오키상 수상작가 가쿠타 미쓰요의 동명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엇나가기만 하는 두 여인의 삶이 모성과 가족, 운명을 이야기 한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가진 기와코(단 레이), 그녀는 이혼 후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남자의 말을 믿고 중절수술을 하지만 그의 아내는 이미 임신중이다.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게 된 기와코는 중절수술의 후유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1년 후, 기와코는 카오루(키타노 키이)를 안고 달리고, 20년 후, 카오루는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한다. 총 6회에 걸쳐 펼쳐질 <8일째 매미>는 내레이션과 과거·현재를 오가며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로 흥을 돋운다.


매일 아침 8시에 방송하는 NHK의 아침 연속 TV소설 82번째 작품인 <게게게 아내>가 3월29일 첫 방송을 했다. 요괴인간이 주인공인 만화이자 애니메이션 <게게게의 기타로>로 유명한 미즈키 시게루의 아내 무라 누노에의 자전 에세이를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남편 곁을 지키며 여유롭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주인공과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가족연대기다. 무카이 오사무가 유명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로, 마츠시타 나오가 그의 아내 이이다 후미에로 출연한다.
48년만에 방송시간까지 바꾸는 파격편성을 단행했음에도 첫 회 시청률은 14.7%로 NHK 연속 TV소설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게게 아내>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며 4월11일~18일 주간시청률 18.2%를 기록하고 있다.

수사물 일색, 흥행 호조
2010년 2분기 드라마의 또 다른 특징은 수사물이 넘쳐난다는 데 있다. 4월7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아사히의 <종신 검시관> 시즌2는 2009년 2분기 드라마로 시체와 현장의 물증을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10부작 수사물 <종신 검시관>의 두 번째 이야기다.


경시청 형사부 감식과의 검시관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드라마의 타이틀롤은 2009년 4분기 흥행작 TBS <진 Jin>에서 사카모토 료마로 분한 바 있는 연기파 배우 우치노 마사아키가 맡았다.
원제인 ‘임장’은 경찰이 사건발생 장소에 출동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초동수사를 일컫는 용어로 일본판 <C.S.I>인 셈이다. 이시쿠라 요시오(우치노 마사아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수사물 <종신 검시관 2>는 1, 2회에 17.9%, 18.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후지TV <팀 바티스타 2:제너럴 루즈의 개선(이하 팀 바티스타 2)>은 2008년 10월 방송된 바 있는 <팀 바티스타의 영광>의 후속편이다. 78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팀 바티스타’ 시리즈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너럴 루즈의 개선>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응급센터를 무대로 한 의료 스릴러로 심료내과의 타구치 코헤이(이토 아츠시)와 후생 노동성의 수상한 관료 시라토리 케이스케(나카무라 토오루)가 다시 콤비를 이룬다. 이번 새 시리즈의 중심인물은 도조의대병원 응급센터 부장이자 천재 의사 하야미 고이치(나시지마 히데토시)다. 제목에 명시된 ‘제너럴 루즈’는 ‘피투성이 장군’을 의미하는 고이치 부장의 별명이기도 하다. 첫 방송의 시청률은 12.4%, 2회는 14.5%다.


아베 히로시와 나카마 유키에 주연의 스릴러 <트릭>이 방송 10년만에 스핀오프 시리즈로 돌아왔다. TV아사히의 <경부보 야베 겐조(이하 야베 겐조)>는 <트릭>에서 나타나기만 하면 늘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경시청 형사 야베 겐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수사물이다. 야베 겐조는 원작의 연기자 나마세 카츠히사가 맡았고 첫 화 시청률은 11.7%, 2회 평균 시청률은 10.95%에 이른다.


TBS의 <신참자>는 첫 방송(4월18일)부터 21.0%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니혼바시에서 일어난 여성살인 사건의 해결과정을 그린 추리극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니혼바시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형사 가가 교이치로(아베 히로시)를 중심으로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아베 히로시·쿠로키 메이사·무카이 오사무· 미조바타 준페이·키무라 유이치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주·조연에 캐스팅돼 시작 전부터 관심이 뜨겁던 작품이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시작부터 그 기세가 대단도 하다.


4월13일 첫방송을 한 후지TV의 <절대영도> 역시 우에토 아야·미야사코 히로유키·야마구치 사야카·마루야마 토모미·키무라 료 등 쟁쟁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연출로 나선 무라카미 쇼스케 역시 <전차남> <1리터의 눈물>을 히트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치에는 못미친다는 평도 없지 않지만 첫 회 시청률은 18.0%로 기대치만큼이나 높다.
경시청 내 신설된 ‘특명수사 대책실’을 배경으로 미해결 사건을 쫓는 열혈 신참 여형사 사쿠라기 이즈미(우에토 아야)의 이야기다. 일본판 <콜드케이스> 쯤 되는 <절대영도> 첫 회에는 10년 전 일어난 3억 엔 횡령사건을 다뤘다. 10년 전 횡령사건 직후 행방불명 됐던 여성 용의자가 산속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수사가 재개된다.
‘절대영도’란 열역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최저 온도로 절대온도 0K를 말하며 섭씨-273.15℃로, 이론적으로는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온도다. 이는 어떤 사건도 미해결인 채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건 뒤에 숨겨진 인간 군상을 그리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드라마 TV아사히의 <경찰청 실종자 조사과>도 16.4%로 출발했다. 사와무라 이키·엔도 켄이치·키타무라 유키야·키카와다 마사야가 출연하는 <경찰청 실종자 조사과>는 도바 슌이치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회사원 토오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다. 취업에 실패하고 1년 동안 인터넷 카페에 빠져 살던 토오루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조사결과 엉터리 식품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회사와 관련 있음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첫 회 시청률은 16.4%.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해가는 <오미야 씨>가 시즌9를 맞았다. <오미야 씨>의 작가 시오다 치구사의 극본, <경시청 수사1과 9계>의 연출가 요시다 케이치로가 뭉친 수사물이다. 제목 ‘오미야 씨’는 과거 교토부경의 실력자였지만 현재는 작은 서의 사건 자료 담당자인 토리이 칸자부로(와타세 츠네히코)의 별칭이다.
얼빠진 듯 보이지만 뛰어난 실력과 감을 소유한 형사로 현재와 과거의 연관성을 간파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오미야 씨를 중심으로 유일한 부하 나나오 요코(사쿠라이 아츠코), 오미야 씨를 동경하는 오오타키 테츠야(카세 타이슈) 형사 등이 풀어가는 이야기 <오미야 씨>는 15.4%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괴물랜드 왕자, 청춘 로맨스, 어머니 이야기 등
소수긴 하지만 수사물 이외에도 괴물랜드의 왕자 이야기,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청춘들의 로맨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 등도 라인업됐다. 흥행에 가장 성공한 작품은 NTV의 <괴물군(4울17일 첫방송)>이다.


쟈니스 계열의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리더 오노 사토시가 이기적이고 철 없는 괴물랜드의 왕자로, 최홍만이 왕자를 돕는 괴물 3인방 중 하나인 프랑케시타인으로 출연한다. 철부지 왕자가 인간세계에 떨어져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발전하고 성숙해 간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만화스럽고 일본스러운 <괴물군>은 17.5%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일본 최고의 아이돌 그룹 멤버와 한국 출신의 최고 싸움꾼의 시너지가 일단은 꽤 효과적으로 보인다.
후지TV <솔직하지 못해서(4월15일 첫방송)> 에이타·우에노 쥬리·세키 메구미·타마야마 테츠지 등 일본의 청춘스타와 최근 해체를 발표한 한국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이 출연하는 청춘 로맨스다.


트위터 등 온라인으로 시작되는 관계와 우정, 사랑을 그릴 <솔직하지 못해서>는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던 작품이다. 첫 회는 5명 주인공의 사연을 소개하느라 중구난방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연출이 아쉽다는 평이다.
이처럼 깊이 없는 대본과 단순 나열식 연출이라면 익명성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맺는 인간관계의 솔직함을 짚어내기에는 무리수가 아닐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자칫, 뻔한 트렌디 드라마나 소문난 잔치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11.9%의 시청률로 시작한 <솔직하지 못해서>의 평가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다음 회차로 미뤄야할 듯하다.


학대 받는 소녀를 납치해 그녀의 어머니로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NTV의 <마더>는 호평과 더불어 11.8%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태양과 바다의 교실>의 사카모토 유지가 극본을 맡았다.
감각적인 연출과 깊이 있는 대사, 강렬한 장면들 그리고 영화 <러브레터>의 Remedios가 담당한 OST가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TBS의 <텀블링>은 남자 수중발레 팀의 고군분투를 그린 <워터보이즈>의 리등체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최고 불량서클의 짱 와타루(야마모토 유스케)가 미녀 전학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남자 리듬체조부에 가입하게 된다.
리듬체조부에 가입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성장해가는 학원물이다. 야마모토 유스케·세토 코지·미우라 쇼헤이·다이토 슌스케·니시지마 타카히 등이 일체 대역없이 아름다운 라인이 생명인 리듬체조 연기를 선보인다. 첫회 시청률은 10.5%다. 이외에도 암을 소재로 한 메디컬 드라마 와우와우의 <판도라> 시즌2, NHK <체이스:국세사찰관> 등이 첫 전파를 탔다.


지난 분기에 비하면, 작품도, 캐스팅도 강하다고 알려진 2분기 드라마의 첫회 시청률은 꽤 호조다. 하지만 흥행의 향방과 최근 몇 년 간 침체기를 걸었던 일본 드라마의 부흥이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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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도 ‘아름다울’ 권리가 있는 ‘인생’이다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금기시되거나 무관심한 것들이 있다. 동성애, 장애인 등 나와는 다르고,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불편하기만 한, 좀 심한 경우라면 불쾌하기만 한 테마들이다. 혹은 정 반대로 지나치게 열광할만한 소재기도 하다.
범죄도 아니고, 부도덕한 일도 아닌, 말 그대로 나랑 달라서 생기는 거부감이며 불편함이다. 이해의 폭이 넓어서 혹은 너그러워서 그들의 입장과 사랑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이는 내 것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이해일 가능성이 크다.
나의 이야기, 혹은 나의 가족, 내 연인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흔쾌히 받아들이고 박수를 쳐줄 수 있다. 하지만 나, 나의 가족, 내 연인의 이야기라면?


동성애자를 다루는 다른 방식
때 아닌 ‘동성애자’ 혹은 ‘동성애자로 오해받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에는 프로젝트를 위해 게이로 오해받고 있는 전진호(이민호)라는 인물이 나온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에서 지나치게 신중하고 진지한 것도 민폐라면 민폐다.
하지만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 사람 게이다’라고, 그것도 매우 코믹하게 아우팅하는 장면들이 지나치게 잦다. 게이의 아우팅이 웃음을 자아내는 도구가 되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은 불편하다. 박개인(손예진)의 친구 영선(조은지)가 거침없이 드러내는 게이커플에 대한 호감 역시도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의를 떠나, 자의에 의한 커밍아웃도 아닌 게이의 아우팅은 사회적 파장에 가깝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경계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아예 퇴출이나 범죄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코믹한 상황에 웃고는 있지만, 거북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이처럼 동성애자를 겉핥기식 트렌드로 다루는 드라마가 있는가하면, 동성애자를 다루는 방식이 진중한 드라마도 있다. 고희를 바라보는 김수현 작가의 SBS <인생은 아름다워>는 우유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며 현실적이다.
설정 자체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게이들의 현실적 고민에 접근해 있다. 게이임을 숨기고 결혼을 했다 아이까지 낳았지만 결국 들켜서 이혼을 하고 아우팅을 당한 김경수(이상우) 그리고 대가족의, 그것도 아버지의 재혼으로 생긴 계모의 관심과 닦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장남 양태섭(송창의)이다.
작가는 흥미 위주의 설정이 아닌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지에 대한 총체적인 얘기를 하고자 두 인물을 창조했다. 동성애자에게 있어 인생의 가장 큰 난관일 ‘결혼’이라는 갈등을 위해선지 나이도 서른 넷이다.


대가족의 맏아들 그리고 가족에게 내쳐진 외로운 장남
대가족이 있다. 아버지 양병태(김영철)와 어머니 김민재(김해숙)의 재혼으로 이뤄진 이 가정에는 할머니(김용림)가 있고 마흔을 훌쩍 넘기고도 싱글인 병태의 동생들 병준(김상중)과 병걸(윤다훈)이 있다.
병태의 아들 태섭이 있고, 민재가 데리고 들어온 딸 양지혜(우희진)가 있다. 그리고 병태과 민재 사이에서 출생한 아들 호섭(이상윤)과 딸 초롱(남규리)이 있다. 지혜의 남편 이수일(이민우)과 딸 이지나(정다빈)가 있고, 수십년 간 이 여자 저 여자를 떠돌며 남처럼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할아버지(최정훈)도 있다.
여기에 늘 드나드는 호섭의 친구이자 다이버샵 동업자 현진(김우현),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부부 박(이상훈)과 양수자(조미령), 민재의 조수 부연주(남상미)도 있다. 게다가 들며날는 펜션의 손님들도 있다.


그리고 한 남자가 있다. 게이였지만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고, 이혼도 했다. 그 이혼의 이유는 ‘게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버지와 형제들은 그 남자의 얼굴을 대면하는 것도 불편해 한다. 하물며 막내 여동생은 결혼을 하기로 한 남자와 이별을 하기도 했다.
대놓고 ‘괴물’이라고 지칭하는 어머니는 툭하면 “아는 사람은 애 엄마와 그 친정뿐이니 좋은 여자 만나 정상인으로 살라”고 눈물바람이다. 때로는 목 매달아 늘어지는 꼴을 보고 싶냐고 험한 협박을 하기도 한다. 꽤 시간이 흘렀어도 단 1cm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가족들, 동성애 코드가 아닌 진짜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다.
1년 정도 사귄 태섭의 여자친구 유채영(유민)과의 관계정리를 두고 조바심을 내던 경수는 자신을 치명적인 전염병자나 연쇄살인자처럼 대하는 가족과의 대면 후 “나 혼자 짐 지고 가는 게 옳을 수도 있겠다. 정직하게 얘기해서 나도 들키지 않았다면 아마 그런저런 사기인 채로 끝났을 거야”라며 “날 포기한다해도 이해할게”라고 털어놓기도 한다.
이같은 경수의 모습은 참으로 현실적이다. 하지만 이에 “채영이 놓고 그런 생각 안해본 거 아냐. 살면 살겠지. 그런데 그렇게 살면서 순간순간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 그게 더 감당 안될 거 같아. 지금도 메가폰 하나 들고 병원 복도 돌면서 ‘난 게이다’라고 외치고 싶을 때 종종 있어. 나한테 가장 큰 고통은 내가 다르게 태어난 놈이라는 거 보다 세상을 속이고 있다는 거야”라는 태섭의 답은 꽤 이상적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경수 이전에 사귀어 본 남자도 없는 태섭이 저리도 확고하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적이다. 두 사람의 관계 측면에서 봤을 때의 이야기다.


나와는 다른, 하지만 가족 이야기의 일부
이처럼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동성애자에 대한 이야기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대가족의 이야기 중 일부일 뿐이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이야기 진행이 급박하지도 않다. 인생이 흘러가듯 그렇게 흘러간다.
“저녁 먹었어?” “뭐 하고 있어?” “집안 분위기는 어때?” 등 극중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보통의 로맨스 드라마보다도 일상적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노래에 대해 묻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고, 끼니를 챙기고, 상대를 먼저 들여보내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는 등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함께 운동을 하고, 먼저 씻으라는 말에 긴장을 하기도 하고, 카레를 만들어 먹고, 싸운 다음 날 연락도 없이 태섭의 병원을 찾기도 한다. 경수가 집에 오는 날, 들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함께 영화를 보고 때때로 자연스럽게 ‘결혼을 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술에 취해 힘든 마음을 상대방의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서로를 품는 것으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들은 보통의 연인들처럼 때로는 자연스럽고, 때로는 애달프고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긴장되고 때로는 민망하고 때로는 처참하다. 남녀 사이에도 갈등상황이 생기면 싸우고, 울고불고 난리통을 치르다 헤어지기도 하고, 연적에 대한 질투심을 표현하기도 하며 서로가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상황이 반복된다.
보통의 연인들과 같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 남자일 뿐이고, 질투하는 상대가 남자이고 싸우는 계기가 조금 다를 뿐이다. 다정하다가도 사람들을 만나면 지레 찔려 떨어지며 딴청 피워야하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 흔히들 ‘동성애자’하면 따라붙는 음울함이나 문란한 성생활 등에 대한 언급도 없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섬처녀’나 ‘사모님’ ‘제비’라고 놀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성적 표현은 가볍게 어깨를 만지거나 포옹을 하는 정도가 다다. 오히려 노골적인 성적 표현은 지혜와 수일 부부의 대화에서 나온다. 임신을 확인한 후 “왜 그렇게 심하게 구냐구”라고 화를 내는 지혜에 “좋아라 해놓고”라고 대꾸하는 수일은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다.
노련한 노작가는 차마 보기 불편한 이들과 태섭·경수 커플을 배려해 다양한 카메라 워킹과 앵글을 사용한다. 대본이나 지문 하나, 소품 하나에도 공을 들이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가 그들의 옷차림 하나 하나, 손짓 하나, 심지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에 부는 바람에까지 공을 들인 테가 난다. 심하게 많은 분량을 넣지도, 그렇다고 아예 빼버리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를 ‘미화’라고 한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게이에 대한 편견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화’라 함은 판타지, 매우 긍정적인 판타지를 바탕으로 한다. 재벌가의 남자가 가난하지만 밝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거나 유부남을 사랑하게 돼 애틋함이 넘치는 커플의 이야기가 오히려 미화고 환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단어들을 동원해 글을 쓰는 호모포비아에 가까운 이들도 있다. 아이들이 배울까 무섭다고 한탄을 하는 학부모도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옹호와 환상을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륜과 복수, 출생의 비밀, 며느리를 핍박하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여타의 드라마에 비하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이다. 동성애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동성애의 현실인 것이다.


그들에게도 아름다울 권리가 있다
지상파에서, 그것도 ‘가족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진짜 ‘게이’의 이야기를, 그것도 이렇게나 일찍 접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나 <미남이시네요> <바람의 화원>에서처럼 남장 여자도 아니고, <개인의 취향>처럼 오해와 필요에 의해 게이인 척하는 게이가 아닌 진짜 게이의 이야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이야기가 고희를 바라보고 있는 노작가에 의해서, 매우 적절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자도 우리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큰 과장이나 축소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대가족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수많은 사건과 위기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고 극복해왔을 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가족의 사랑과 이해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김수현 작가가 태섭을 대가족의 장남으로 설정한 것은 꽤 희망적이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5명의 여자를 줄 세우고도 모자라 또 다른 할머니와 바람이 나 쫓겨 조강지처의 집으로 숨어들어온 할아버지를 보자. 지나치게 용서가 쉽다. 하물며 지극정성으로 모시기도 한다. 계단에서 떨어졌을 때도 깔린 할머니는 거들떠도 안보고,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해장국집으로 내달리며 호들갑이 유난하다.
동성애자는 가족에게도 괴물이고 기피대상이다. 아내와 아들들에게 씻지 못할 큰 상처를 주고도, 여전히 같은 짓을 반복하며 당당하게 밀고 들어오는 할아버지는 용서가 되도, 남자를 사랑하는 맏아들, 맏손자는 용서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단지 남자를 사랑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십 년을 여자를 바꿔가며 밖으로만 돌던 할아버지도 너무도 쉽게 포용한 이 가족에게는 어떨까? 김수현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이상적인 작가다. 그래서 그들의 미래는 최소한 ‘비극’은 아닐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을 단 드라마에서 말하고자하는 것, 그것은 ‘동성애자도 아름다울 권리가 있는 인생이다’다. 이에 대해 게이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이나 환상이라거나 김수현이라는 작가에 대한 지나친 숭배라는 비난도 기꺼이 감수해야할 것이다. 누구나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고, 아름다울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많은 이들이 기피하고, 무시해 왔지만,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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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jun 2010.04.24 1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여성 동성애자의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난 여자를 사랑하는게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인것 뿐이다.

    글 잘 봤습니다 ^ ^

  2. hurlkie 2010.04.25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늘 그 시점의 차이가 편견을 만들고 증오를 만들죠
    여자도 사람이고, 남자도 사람이고, 우리는 모두 사람이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아름다운 일인데 말이죠

드라마 르네상스, 동시 첫 전파 탄 수목드라마 列傳


바야흐로 드라마 르네상스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본방 사수는 물론 다운로드해 봐야할 드라마들이 넘쳐나고 있다. 막장 가족극 KBS2 <수상한 삼형제>부터 재혼 가정의 이야기와 이혼 부부를 다루는 SBS <인생은 아름다워>와 <이웃집 웬수>, 유치할 만큼 화려한 CG와 작위적인 연기로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는 컬트 드라마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가 주말 밤을 책임진다.
‘부자’가 되는 비법을 소개하는 재벌 드라마 KBS2 <부자의 탄생>,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 제중원을 배경으로 한 의학 사극 SBS <제중원>, 숙빈 최씨의 일대기를 그린 성장사극 MBC <동이>, 훈남 스타와 아줌마의 로맨틱 코미디 SBS <오! 마이 레이디> 등 월·화요일에 방송되는 드라마에 취향에 따라 아침 드라마, 일일 연속극, 시트콤까지 챙겨봐야 한다. 참으로 다양하고 풍성한 일주일이 아닐 수 없다.
30.0%의 시청률을 넘나들던 사극 KBS2 <추노>, <추노>의 독주 속에서도 선전하던 SBS <산부인과>, 다소 부진한 흥행성적이지만 결혼적령기의 세 여자 이야기를 다룬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후속으로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가 3월31일 동시에 첫 전파를 탔다. 방송 3사에서 동시편성한 세 드라마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 이상 동화의 환상은 없다? KBS2 <신데렐라 언니>
KBS2 <신데렐라 언니>와 MBC <개인의 취향>, SBS <검사 프린세스>는 시작 전부터 그리고 시작하고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송 첫 주의 승자는 문근영·천정명·서우의 <신데렐라 언니>다. 첫 방송 15.8%, 주간시청률 15.2%로 차트 10위권을 노리고 있다. 신데렐라 구효선(서우)과 아버지 구대성(김갑수)의 재혼으로 생긴 언니 송은조(문근영) 그리고 두 여자 사이에 선 홍기훈(천정명)이 풀어가는 이야기다.
조재현·조민수·김하늘·고수 등의 <피아노>, 고현정의 드라마 복귀작 <봄날>, 장혁·이다해의 <불한당> 등의 극본을 쓴 김규완 작가의 신작으로 윤은혜·오만석 주연의 <포도밭 그 사나이> <쾌도 홍길동> 등의 연출자이자 <아이리스>의 프로듀서였던 김영조 PD가 연출자로 나섰다. 탄탄한 대본과 연출력도 확보된 셈이다.
언제나 주인공이었던 신데렐라가 아닌, 신데렐라를 구박하고 미워하는 신데렐라 언니를 주인공으로 하는 역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연출과 대본, 연기 등 흡인력 측면에서는 수목극 중 가장 앞선다.
<신데렐라 언니>는 방송 전후로 수많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방송 전에는 KBS2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모습을 두고 ‘불화’ 논란이 일더니 마냥 칙칙하고 무거운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아직까지는 붕 떠 있는 느낌이어선지 연기력 논란도 있었고 촬영이 있었던 캠퍼스에서의 폭행시비도 불거졌다.


불화나 폭행시비 등이야 당장 해결 될 수 없거나 확인된 바 없으니 어쩔 수 없어도 어둡기만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연기력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좋을 듯싶다. 애초에 지나치게 어두울 것으로 예상했던 <신데렐라 언니>는 빠른 이야기 전개와 적당한 무게감으로 우려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연기력 논란 역시 ‘발연기’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다 김갑수, 이미숙 등 중견연기자들의 연기가 커버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환경의 변화가 캐릭터 역시 변하게 하면서 연기의 문제는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자충수는 향후 있을 캐릭터 변화의 정도에 있을 듯싶다. 그 정도에 따라 신데렐라 효선과 신데렐라 언니 은조가 고운 심성과 비뚤어진 감정을 오가며 선사하는 미묘한 감정 변화의 정도 역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화 속 절대선 신데렐라와 절대악 신데렐라 언니의 속사정과 사연을 풀어감으로써 선과 악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풀어가기에 따라 단순한 역할 바꾸기, 조금은 까칠한 신데렐라 이야기에 그칠 수 있다.
변화를 통해 선과 악이 바뀌는 상황에서의 신데렐라 언니 이야기라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신데렐라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은조가 신데렐라 언니로 진정한 주인공 자리를 지킬 수 있을 때서야 <신데렐라 언니>라는 제목의 역발상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기자들의 유기적 시너지, MBC <개인의 취향>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드라마는 <개인의 취향>이다. 영화에 집중하던 손예진의 드라마 복귀작인데다 지난 한해,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로 각광받던 이민호의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자리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던 MBC 수목드라마의 구원투수격인 <개인의 취향>은 1, 2회 모두 시청률 12.5%로 평균시청률 12.5%를 기록했다.
건축가 아버지 박철한(강신일)과의 불화, 남자친구 한창렬(김지석)의 급작스런 이별선언, 10년 지기 친구 김인희(왕지혜)의 배신, 사업 실패로 인한 사채업자의 협박 등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여자 박개인(손예진)과 프로젝트를 위해 느닷없이 게이가 돼버린 남자 전전호(이민호)의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다.
드라마의 재미는 작가, 연출, 연기 등에서 만들어진다. 세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면야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경우는 많다. <개인의 취향>은 다소 안타까운 연출과 대본을 연기자들이 보충하고 있는 듯 보인다.
중심축은 역시 베테랑 연기자 손예진이다. 늘 꽃처럼 예쁘더니 망가질 대로 망가지는 개인 자체인 듯한 손예진의 연기는 일품이다. 마음껏 오버하면서도, 적정선을 지키며 맛깔난 연기를 선사하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개인과는 상반되는, 감정표현이 없는 포커페이스에 깔끔하고 능력 있는데다 어떤 면에서는 꽤 다정하기까지 한 완벽한 남자지만 은근히 허점투성이인 진호를 연기하는 이민호는 그에 걸맞은 디테일한 표정연기나 섬세한 심리묘사 등을 잘 소화하고 있다.


능글거리고 우유부단한데다 어제까지 애인이었던 개인의 10년 지기 친구와 결혼하면서 청첩장을 대문 틈새로 밀어넣고 “제발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말라”는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안하무인의 창렬을 연기하는 김지석, 10년지기 친구 그것도 한 집에서 동고동락하던 친구의 남자를 빼앗고도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희를 연기하는 왕지혜의 연기 역시 뛰어나다.
여기에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개인을 살뜰히도 챙기는 친구 이영선을 연기하는 조은지, 진호의 사업파트너이자 선배 노상준을 연기하는 정성화, 진호를 게이로 오인하게 만든 원인제공자이자 진호의 명목상 약혼자인 나혜미(최은서)를 오매불망 짝사랑하는 후배 김태훈을 연기하는 임슬옹 등 조연들의 연기 역시 감칠맛이 난다.
이외에도 향후 진호가 ‘게이’인 척하는 데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최도빈 관장을 연기하는 류승룡, 진호 아버지의 사업체를 가로채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사업체를 이어가는 창렬의 아버지 한윤섭(안석환) 등 연기자들의 연기와 캐릭터는 유기적으로 엮이며 시너지를 발산한다.
여기에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를 패러디한 박노식의 특별출연, 개인이 철썩 같이 믿었건만 사랑으로도 돈으로도 뒤통수를 치는 대학동창 원호를 연기하는 봉태규의 카메오 출연, 주말극 <민들레 가족>의 정찬, 송선미 커플의 결혼식 등 알뜰하게도 숨겨둔 장면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제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들이 언제까지 대본과 연출의 부족함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인가다. 마음껏 오버하고 망가지는 박개인과 섬세한 연기가 관건인 전진호, 상반되는 캐릭터가 어우러지고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을 어떻게 연출하고 그려갈지가 중요해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개인의 취향>은 ‘동거’ ‘게이’ 등 트렌디 드라마의 뻔한 코드를 그대로 답습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도, 혹은 진부함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의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냉철한 여전사, 검찰청 유일무이한 꼴통 검사 되다, SBS <검사 프린세스>
첫 회 방송분 시청률 8.0%, 주간시청률 8.4%를 기록한 <검사 프린세스>는 <아이리스>에서 냉철한 여전사로 분한 바 있는 김소연의 변신이 돋보이는 드라마다. 게다가 <찬란한 유산>의 진혁 PD와 소현경 작가의 콤비작이니 듬직할 수밖에 없다.
아이큐 168의 여검사, 그러나 아는 것이라곤 배운 원칙에 근거해 곧이곧대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과 6시 칼 퇴근, 선배고 부장검사고 상관없이 말 대답하기 그리고 자신의 외모를 위한 쇼핑·요가·클럽활동 등이다.
측은지심이나 책임감, 사명감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중부지검 형사 5부의 초임검사 마혜리(김소연)는 첫날부터 온갖 사고의 온상이 된다. 어머니의 병을 핑계로 워크샵을 빠지고 명품 구두 경매장에 간다거나 극비인 사건일지를 화장실에 두고 나온다거나 클럽에서 미성년자들과 부킹을 하다 경찰에 소환이 되는 등 2회만에 마혜리 검사가 친 큰 사고만도 메가톤급이다.
“민주국가에서 내 돈 내고 더 맛있는 걸 먹겠다는 데 뭐가 문제인가” “야근은 자신의 선택이고 사건 수에 비해 모자란 검사 수는 국가가 해결할 일이지 왜 개인시간을 희생하는가” “여검사 아니어도 욕먹을 검사는 욕먹는다” “선배라고 나에게 검사를 해라 마라할 권리는 없다” 등 혜리의 말인즉슨 틀린 말은 아니다.
선배 말에 복종하고 식사 메뉴마저도 선택권을 박탈당하는 관행에 반기를 드는 모습은 때로는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때로는 안하무인에 무개념의 동료를 대하는 듯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하게도 한다. 현실을 그리는 드라마에서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았는지 혜리는 결국 검찰청 내 기피대상이 돼버리고 만다.


<검사 프린세스>의 불안 요소는 김소연의 원맨쇼라는 데 있다. 아직까지는 혜리의 성향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가고 있으니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검사라는 혜리의 직업을 감안하고, 향후 진정한 검사로 거듭나는 성장과정을 그린다는 기획의도를 고려할 때 ‘김소연’ 하나로 이끌어가다가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동 성범죄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루거나 수석검사 윤세준(한정수)의 상처, 그를 해바라기 중인 진정선(최송현), 사사건건 혜리와 부딪히며 베일에 싸인 변호사 서인우(박시후)의 정체, 그의 조력자 제니 안(박정아) 등의 사연들까지 소개되는 과정에서 연기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도 중요해 보인다.
이에 <검사 프린세스>의 성공은 가볍고 경쾌하면서 발랄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과 진중한 감정들을 담아낼 수 있을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마냥 심각하고 진지해지면서 초반의 경쾌함과 발랄함이 훼손된다면 <검사 프린세스> 특유의 매력도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즐거운 비명, 개인의 취향대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문근영의 역발상이 돋보이는 <신데렐라 언니> 2회는 첫 회보다 1.3% 하락한 14.5%, 여전사의 변신 <검사 프린세스>는 0.7% 상승한 8.7%, 영화배우 손예진과 <꽃보다 남자> 구준표 이민호의 드라마 복귀작 <개인의 취향>은 두 회분 모두 1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본방사수를 할 수목드라마를 선택하는 데 시청률이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듯 보인다. 말 그대로 개인의 취향대로 골라 보더라도 기본 이상의 재미와 완성도를 겸비한 작품들이니 실망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노>에서 최장군과 왕손으로 분했던 한정수(검사 프린세스)와 김지석(개인의 취향), 2PM의 옥택연(신데렐라 언니)과 2AM의 임슬옹(개인의 취향)이 벌이는 연기 경합은 덤이다. 수요일, 목요일에 차려지는 풍성한 식탁에 시청자들의 고민은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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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으로 앨범내고, 소셜미디어로 글로벌 진출하기 컨퍼런스@소노팩토리


지난 3월25일, 홍대 근처 소노팩토리에서 ‘앱 앨범(Application Album)'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저녁 6시부터 ‘CD를 넘어 App Album의 시대로’와 ‘소셜미디어와 음악 마케팅’이라는 두 개의 트랙으로 나뉘어 3시간 가량 진행됐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중요한 마케팅 툴이자 비즈니스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는 시대에 꽤 의미있는 이야기와 가능성이 제기되는 자리였다.

CD를 넘어 App Album의 시대로 : 팬과 브랜드와 음악산업
트랙1의 주제 ‘CD를 넘어 App Album의 시대로’는 큐박스의 권도혁 대표이사가 발제자로 나서 ‘App Album 시대의 수익모델’에 대해, 김민준 기획자가 발제자로 나서 ‘Appsso' 서비스에 대해 발표했다.
‘CD를 넘어 App Album의 시대로’ 발제를 통해 권 대표는 앱 앨범의 성공사례와 가능성, 그리고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제시했다. 권 대표는 글로벌 음악산업의 화두인 ‘팬 그리고 음악산업’ ‘브랜드와 음악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앱’ 등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팬과 음악산업’에서는 웹2.0의 대두로 ‘참여’와 ‘공유’가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음악에서도 팬과 뮤지션의 참여가 활발해졌고, 이를 통해 스타가 되거나 큰 수익을 거두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 첫 번째 사례는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라디오헤드(Radio Head)다. 라디오헤드는 <인 레인보우 in Rainbow> 앨범을 발매하면서 마이스페이스에 선공개해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고, 그 대가는 전적으로 다운로더의 선택에 맡겼다. 그 결과, 당연하게도 62%는 무료, 17%는 4달러 이하로 다운로드했다.
하지만 6%는 4~8달러, 12%는 보통 CD의 제 값 정도의 수준인 8~12달러, 4%는 12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다운로드했다. 이를 통해 라디오헤드는 24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음악의 새로운 유통 가능성을 입증하며 파이오니어로 등극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팬 펀디드(Fan Funded) 앨범 콘셉트가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팬이 투자자가 돼 뮤지션을 지원하고, 그 수익을 셰어하는 방식이다. 그 대표 뮤지션으로 LA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미아 김(Mia Kim)을 소개했다. ‘The Sukey Rose Project'라는 이름으로 8천400달러 모금에 성공해 앨범을 출시한 바 있다.


마이스페이스에서 트위터로 패러다임이 옮겨간 계기는 드레스덴 돌스(Dresden Dolls)의 보컬 아만다 팔머(Amanda Fucking Palmer)다. 트위터를 활용하던 아만다가 국가 정책을 비웃는 티셔츠를 제작해 25달러에 판다고 하자, 순식간에 400명이 예약을 하며 1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외에도 실시간 방송 사이트가 트위터를 연계한 도네이션으로 48시간만에 1만9천 달러를 버는 등 트위트가 웹 마케팅 성공사례로 회자될만한 일화들은 비일비재하다.
두 번째 수익모델은 ‘브랜드와의 연계’다. <Business Week>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빌보드 메이저 가수들의 수입원 중 CD나 음원 판매로 인한 수익은 6%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익은 콘서트에서 발생하는데, 미국의 콘서트 시장은 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외에 또 다른 주요 수익원은 브랜드가 뮤지션을 지원하거나 PPL 광고 형식으로 제공되는 브랜드와의 연계로, 그 규모는 1.2조 원 가량에 이른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는 패션매거진 <ELLE>의 화보를 CD에 적용하고, 마하바 군도, 향수 브랜드 등과 스폰서십을 맺으면서 앨범 발매부터 이미 흑자로 시작했다. 레이디 가가는 뮤직비디오에 앱솔루트 보드카, 닌텐도 wii 등 8~9개 브랜드와 스폰서십을 맺으며 마케팅의 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유명 뮤지션으로의 지원 집중 심화와 이미지 훼손 우려
이같은 유통의 개혁으로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의 CEO이자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케빈 켈리(Kevin Kelly)는 “뮤지션은 물론 포토그래퍼, 퍼포머, 디자이너, 작가 등 크리에이터들은 1천 명의 트루 팬만 있으면 먹고 살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어떤 뮤지션이든 팬 중 5~10%의 열성팬을 거느리고 있다. 소지품 하나라도 돈 주고 사려고 하고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라면 세계 어느 나라라도 갈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의 삼촌 팬들이 멤버 유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신문광고를 내고, 해외 공연에 열중하는 아이돌 그룹의 팬들은 콘서트나 팬미팅 참가를 위해 기꺼이 비행기에 오른다.
문제는 지원이나 연계, 관심 등이 아이돌과 후크송, 소수의 대형 스타에 집중되는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갭(Gap)이 770개 매장에서 인디 뮤지션의 콘서트를 개최하고 영상이나 사진을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업로드해 공유하기도 한다.
이같은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 갭은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뮤지션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같은 사례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이미 이름이 알려지고 파급력을 인정받은 스타를 내세워 브랜드력을 강화하고 매출을 증대시키려고 하지, 인디밴드와의 연계를 통해 성장하려고 들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 아이돌 그룹 뿐 아니라 음악성과 재능을 겸비한 인디밴드와 스폰서십을 맺을 의향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는 윤도현 밴드나 뜨거운 감자, 언니네 이발관, 브로콜리 너마저 등 이미 인디밴드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밴드에게 적용되는 ‘적지 않다’다. 팬카페 회원수 500명에 환호하는 밴드에게는 ‘많지 않다’일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우려는 ‘셀 아웃(Sell Out)'이다. 여성 걸 록그룹이 호주 속옷 브랜드의 지원을 받아 광고에 출연하면서, 팬티만을 걸치고 연주해 셀 아웃된 사례도 있다. 평소 뮤지션 이미지에 적합했다면 많은 혜택을 얻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돈에 이미지를 훼손당할 위험이 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전환, 앱
현재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100만 명, 올해 말쯤에는 4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제 CD나 웹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앱이 음악 유통의 중요한 툴이 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는 비단, 음악 뿐 아니다. 앱은 대부분 콘텐츠 유통의 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일상을 담은 사진과 글, 앨범을 완성하는 과정 등을 트위터에 연동하는 등 뮤지션에게 앱은 스토리텔링을 하기에 유용한 툴이다. 디지털 시대가 음악을 캐주얼하게 소비하는 추세였다면, 앱에서는 앨범 단위 음악 소비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앱 앨범을 출시했을 때의 수익모델이다. 이에 권 대표는 ‘fanatic.fm’을 소개한다. 뮤지션은 fanatic.fm에 음악을 업로드하고 팬과 브랜드를 초청한다. 초청을 받은 팬이나 브랜드 등의 스폰서가 자신의 기호 혹은 브랜드에서 마케팅하려는 상품의 이미지와 맞는 뮤지션을 골라 후원하고, 광고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에 뮤지션은 다양한 자선단체 중 골라 기부를 하는 선순환 구조를 수립하는 수익모델이다.


팬과 브랜드, 광고 캠페인 등이 모두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이다. 팬들이 뮤지션을 후원하는 광고가 API를 통해 앱 앨범에 뮤직광고비디오처럼 노출되는 툴이다. 이를 통하면 앱 앨범은 수익 창출은 물론 다양한 형태로의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의 앱에 영등포 삼촌 일동이 소녀시대 후원광고를 내거나 불나방 스타 소시지 클럽 앱에 천하장사 소시지 후원광고가 삽입되거나, 20~30대 여성에기 인기가 있는 이루마 앱에 라네즈 등의 맞춤 광고가 붙을 수 있다.
두 번째 수익모델은 머천다이징이다. 글로벌 뮤지션의 수익 중 5~10%, 많게는 20%까지가 머천다이징에 의한 것이다. 윤리적 패션의 개념으로 노동력 착취나 어린이 동원 등이 없는 정당한 생산라인을 가진 공장과 연계해 환경, 어린이 보호 등의 윤리적 개념을 도입한 티셔츠를 판매하고 기부하는 모델이다.


세 번째 수익모델은 앱의 유료화다. 유료화를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콘텐츠 확보가 관건이다. YB밴드가 자기만의 채널을 만들어 개최하고 있는 인터넷 콘서트를 앱에서만 관람 가능하게 하거나 밴드의 독점 인터뷰, 일본어·중국어 자막 등을 삽입하는 등 차별화된 콘텐츠 기획이 중요하다.
네 번째 수익모델은 한정판 출시다. 이승환이 2010년 출시한 앨범을 2010개의 한정판으로 앱에서 판매하는 등이 그 예다. 이같은 앱 앨범의 수익모델 역시, 메이저 뮤지션에 국한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 풀어야할 숙제다.

소셜 네트워크 앱 앨범 서비스 ‘Appsso’


트랙 1의 두 번째 발제는 소셜 네트워크 앱 앨범 서비스인 ‘Appsso'에 대한 설명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김민준 대표이사는 “앱 제작은 물론 스폰서십, 머천다이징, 수익모델 수립 등을 네트워킹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Appsso 서비스는 두 가지 이슈를 해결하거나 납득시켜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 하나는 가격정책이다. 사실,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앱 제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인디 레이블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성복처럼 정형화된 틀을 만들어 굉장히 싸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또 하나 해결해야할 이슈는 미국, 유럽 등에서처럼 한국에서도 메이저 뿐 아니라 인디, 밴드 뮤지션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수익모델이냐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논의와 대안 제시의 자리를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Let's get social!-소셜미디어와 음악마케팅
앱 앨범에 대한 가능성과 수익모델을 제시한 트랙 1에 이은 트랙 2는 ‘Let's get social!-소셜미디어와 음악마케팅’이라는 테마로 발표가 진행됐다.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의 이미나 홍보팀장과 글로벌 소셜마케팅 에이전시 inmD 장병규 대표이사가 발제자로 나서 소셜미디어 활용을 통한 글로벌 진출 가능성과 이를 위한 팁을 제시했다.
이미나 팀장은 온라인상에서 ‘꼬날’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파워 블로거이자 소셜미디어 마니아다. 소셜미디어의 개요를 설명하면서 소개한 이모겐 힙(Imogen Heap)이라는 뮤지션의 사례가 흥미롭다.
소셜미디어 마니아인 이모겐 힙은 지난해 8월에 발매한 앨범 <Ellipse>의 3년 동안의 제작 과정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했다. 2006년 트위터를 시작하자마자 2만 명의 팔로우를 확보한 이모겐 힙은 집을 스튜디오로 개조하는 과정부터 앨범 릴리즈까지의 과정을 트위터는 물론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플리커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했다.


앨범의 아트웍도 팬 공모를 통해 제작했고, 공모에 수상한 팬들에게는 상금을 수여하기도 했다. 전국 투어를 하면서 트위터에 자신이 묵는 호텔 옆 특정 장소를 지정해 팬들과 만남을 기획하기도 하고, 아이튠즈나 실시간 인터뷰가 가능한 WETOKU 서비스 등을 통해 음악의 영감을 공유하고 실시간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팬들과의 교감을 통해 이모겐 힙은 꽤 알려진 뮤지션이 됐다.
이미나 팀장 발표 후 발제자로 나선 장병규 대표는 막연하게 느껴지던 소셜마케팅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략과 노력이 필요함을 조언했다. 또한, 인터넷 환경·인구 수·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등을 고려해 글로벌 시장 진출시의 주의점과 각 국가별로 어떤 사이트와 미디어를 활용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은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수원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헬스에 홀릭한 한 남자는 아내의 잔소리에 폐차장을 찾아 주먹으로 이것저것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이 남자의 사연이 <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되면서 호프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제품이 강하고 어떤 악조건에서도 잘 견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사람이 차 한 대를 부수는 영상을 PPL처럼 넣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유튜브가 원하는 영상은 깔끔한 것이 아니다. 흥미 유발과 노출을 원하는 마케팅 포인트의 교집합을 찾아 매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대표는 이어 중국, 일본, 태국, 말레시아 등의 소셜 미디어 현황과 국가별 특징을 설명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는 1분1초가 멀다하고 진화하고 있다. 한국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어디에 뿌릴 때 최대의 파급효과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말레시아 등의 소셜미디어 환경과 각 나라마다 어느 미디어의 영향력이 큰지에 대한 연구와 이를 통한 체계적인 콘텐츠 배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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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난국 일본, ‘한국’을 연구하다


일본에 가면 언제나 감동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캔커피다. 이는 지극히 개인의, 필자의 취향임을 밝힌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블랙, 밀크, 설탕 커피가 존재하고, 이 역시 커피 농도와 용량에 따라 각각 10여 가지로 나뉘는 것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는 커피를 사랑해 마지않는 필자의 취향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흔히 표현하듯 ‘마음의 병을 가진’ 오타쿠 문화,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다양한 취향과 기호를 홀대하지 않는 마니아 문화가 만들어낸 일본 특유의 문화이자 상품기획이자 마케팅이다.
매일 밤, 시부야의 클럽에서는 록, 시부야계, 하우스, 펑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으며 HMV, 타워레코드 등 대형 레코드점에는 인디밴드의 음반만을 판매하는 코너가 한 층 전체에 따로 마련돼 있다. 이처럼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마니아 문화는 다양한 음악과 문화를 파생시켰다.


‘키치죠지’라는 도쿄의 신흥거리에는 ‘변천(辯才天의 줄임말로 인도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지혜·음악의 여신. 속어로 변하여 아름다운 여성을 의미한다)탕’, 일명 ‘후로(ふろ)락(목욕과 록의 조합)’이라 불리는 일본 전통식 목욕탕이 있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록 공연이 치러진다. 록밴드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주인 할머니의 아들이 공연무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알몸은 아니겠지만, 거의 헐벗은 상태에서 맥주를 들이켜며 록 공연을 감상한다고 생각해보자. 뭔가 께름칙하기도 하지만, 또 뭔가 흥미롭기도 하다.
점차 스러져가던 전통식 목욕탕은 젊음의 상징인 록과의 결합으로 키치죠지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고, 록 공연이 있는 날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전통식 목욕탕과 자유를 부르짖는 젊음의 상징인 록의 결합은 일본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용인되는 일이다. 사실, ‘개인의 취향’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 이같은 마니아 문화가 한류도 싹틀 수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니아로 시작한 한류, 사회의 현상이 되다


지난 3월19일, 도쿄를 방문한 필자는 제대 후 첫 해외활동을 알리는 강타의 일본 팬미팅(Kangta Fanmeeting in Japan)에 참여했다. 도쿄 시부야 근처의 하쿠주(Hakuju) 홀(이 공연장은 크로스 오버 공연장을 지향하는 곳으로 일본 공연장 문화의 역사와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에서 6시부터 열린 이날 팬미팅에는 수많은 화환과 환영 메시지, 그리고 일본(간간이 중국, 한국 팬들도 눈에 띄었다) 팬들로 넘쳐났다.
삿포로에서 왔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백발이 성성한 중년 여인이 소녀처럼 수줍어한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으니 결혼은 안된다고 엄포를 놓는 아주머니 역시 귀엽다. 오사카, 나라 등 일본 각 지역은 물론 대만과 상하이 등 중국에서 몰려든 여인들은 하나같이 들떠있었다. 언어의 장벽도 뛰어넘은 이들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을, 알아듣더라도 대략의 핵심만을 이해할 한국어 멘트에도 열광하고 환호한다.
모여든 지역도 각양각색이지만 강타의 팬이 된 사연 역시 각양각색이다. 친구 집에서 드라마 <러브홀릭>을 보고 음악을 찾아듣다 팬이 되기도 하고, ‘강타&바네스’ 활동 시절 바네스 오건호의 팬이었다 전환한 이도 있고, 중국 친구의 추천으로 들은 음악에 반해 팬이 됐다는 이들도 있다.


팬미팅 행사가 끝난 후에도 국적과 상관없이 삼삼오오 모여 ‘강타’에 대한 찬양으로 밤을 지새운다. 짧은 일본어·한국어·중국어 실력을 동원하고, 바디 랭귀지를 섞어 가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삼국 팬들의 모임에서는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잦아들 줄을 모른다.
강타가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본에서도 이처럼 충성도 높고 소비력 역시 강한 일본 마니아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눈으로 확인하고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필자가 도쿄를 방문했을 때가 특별한 기간이었던 건지 원래 그리 잦은 일인지, 도쿄 시내 곳곳에서 한국 문화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강타의 팬미팅이 있던 날에는 SS501의 김형준과 박정민이 NHK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도쿄를 방문했고, 다음 날은 C.N.Blue의 팬미팅이 예정돼 있었다.


국내에서는 이미 해체수순을 밟고 있는 듯 보이는 동방신기는 HMV, 타워레코드 등 대형 음반매장의 ‘Best of Best' 코너에 자리 잡고 있고, 시부야 타워레코드의 출입문 벽면을 장식하고 있기도 하다. 동방신기가 <JJ>라는 패션잡지의 커버를 장식하자 하루도 안돼 절판이 됐던 사건은 동방신기의 인기를 증명하는 꽤 유명한 일화다. 동방신기의 멤버 영웅재중은 우에노 주리, 에이타 등 일본의 유명 연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2분기에 방송될 후지TV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에 출연한다.


이번 도쿄 방문에서 가장 많이 봤던 인물은 아유미다. 한국에서 황정음·박수진과 ‘슈가’라는 여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활동했던 아유미는 3, 4, 5월 연속 각종 패션잡지 커버를 장식했고,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구구는 고양이다> 등으로 인기가 높은 우에노 주리의 뒤를 이어 유명 화장품 브랜드 시셰이도의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동방신기, 빅뱅, SS501 등 이미 일본에서 일정 정도의 인지도와 인기를 확보하고 있는 그룹 뿐 아니라 한국에서 맹렬히 활동하고 있는 소녀시대, 2ne1, 카라, 2PM, 슈퍼주니어, 샤이니, 엠블랙, 비스트 등 대부분 가수들의 음반이 판매되고 있다. 소수가 한정된 스타에 열광하는 마니아 문화에서 시작한 한류는 이제 사회의 한 현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본 사회의 핫이슈로 떠오른 ‘한국’
이는 비단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판매량과 선호도에 따라 각 분야, 상품별 순위를 산출해 10위까지의 상품을 판매하는 ‘RanKing RanQueen'이라는 매장에서는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한국 브랜드의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쿄 하네다 공항 면세점에는 한국의 인삼브랜드인 ‘정관장’이 입점해 있기도 하다.


한국 친구 서넛쯤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키치죠치의 운동화 숍 ‘Step in Step'의 직원은 오사카 출신으로 꽤 많은 한국친구가 있고 한국 말도 제법 할 줄 안다. 커널이 자리잡은 이타바시의 ‘매화정’이라는 정통 떡집 주인 아주머니의 아들 역시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며 반가워한다.
연일 밤,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는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를 비교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고 있다. 유사 이래 가장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한국’의 인재전략, 글로벌 시장 공략법 등을 배워야한다고 아우성이다.


열도 내 인구만도 1억3천만 명, 품질경쟁으로 내수시장에 치중하던 일본은 유사 이래 가장 심화된 경제난에 시달리면서 해외시장 공략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기 시작했다. 다양한 문화와 현상을 양산하던 마니아 문화는 이제 해외시장으로 가고자하는 일본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받으려고도 주려고도 하지 않는, 방해를 받기도 주기도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성향은 글로벌 시대에 홀로 고립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뒤늦게 글로벌시장에 눈을 돌렸지만 이미 한국기업들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TV채널을 돌릴 때마다 한국의 국제경쟁력과 인재전략, 글로벌시장 진출 전략 등을 배워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고 일본의 유력 일간지 <넷케이> 신문과 <닛케이 비즈니스>, 경제단체연합회 등은 한국에 대해 대서특필하고 있다.
일본의 행정조직·인사·지방자치·선거제도·정보통신·방송·우정·통계 등을 담당하고 있는 총무성에는 한국의 국제 경쟁력을 벤치마킹하는 연구모임(아직 정확한 명칭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이 만들어질 정도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의 재벌이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특히 삼성에 대한 연구와 벤치마킹 열의가 넘치고 있다. 삼성의 성장배경과 역사, 한국 내에서의 위상, 전세계 시장에서의 위상 등을 기술하며 그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오죽하면, 일본 언론의 방문요청이 쇄도하자 삼성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는 무조건 사절이라는 암묵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야후를 제외하고는 해외에서 유입된 것 중 성공한 사례가 없는 일본이 개방을, 글로벌 시장 진출을 결심한 것을 보니 일본의 한국 배우기 열풍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현상이나 트렌드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나았더라도 말이다.
일본의 한국 벤치마킹이 ‘일장’에만 매달리는 것인지, ‘일단’까지 정확하게 짚어내고 분석하는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이처럼 한국 배우기에 열성을 보이는 일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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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영민 2010.04.02 1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이오. 잘 지내시오. 언제 또 일본에 가셔서 이리 금쪽같은 글을 쓰시었소. 마치 내가 일본을 둘러본것같은 감동이 밀려오오. 그나저나 얼굴본지 참 오래오. 이러다가 홍국장 결혼식장에서나 만나겠소. 용산에 한번 놀러 오오..

  2. hurlkie 2010.04.02 1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앗! 하앗! 선배 오랫만이세요^^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곧 한번 용산으로 뜹죠...곧 뵙겠습니닷!!

‘이상한’ 팀 버튼의 ‘앨리스’는 그의 앨리스가 맞을까?


‘앨리스가 19살이 돼 원더랜드를 다시 찾는다면?’ 이같은 상상에서 시작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이하 앨리스)>는 팀 버튼(Timothy Walter Burton) 감독과 그의 오랜 파트너 조니 뎁(John Christopher Depp II)의 콤비작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는 팀 버튼과 조니 뎁 콤비작의 마니아다.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들 콤비의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0> <에드우드 Ed Wood, 1994> <슬리피 할로우 Sleepy Hollow, 1999>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등으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는 묘한 설렘과 만족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팀 버튼과 조니 뎁의 콤비작인데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환상을 바탕으로 한 루이스 캐럴(Charles Lutwidge Dodgson)의 고전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 in Wonderland>라는 원작, 여기에 헬레나 본 햄 카터(Helena Bonham Carter),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등 쟁쟁한 연기자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까지, 영화 <앨리스>에 대한 기대 요소는 차고도 넘친다.
무엇보다 큰 기대요소는 기괴한 상상력의 보고(寶庫) 팀 버튼과 판타지 영화의 명가(名家) 디즈니의 첫 합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3D라지 않는가? 이들이 이끌 환상의 세계는 분명, 우리 머릿 속에 존재하는 원더랜드 이상으로 멋지지 않겠는가?


19세의 앨리스, 다시 원더랜드로
원더랜드에 다녀온 십여 년 후 앨리스의 모습은 어떨까? 영화 <앨리스> 속에서 19세가 된 앨리스(미아 와시코우스카)는 원더랜드를 잊었지만 밤마다 똑같은 꿈을 꾸고 있다. 항상 자신의 편이었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이같은 집안사정으로 인해 정략결혼의 위기에 처해있다.
해미시(레오 빌)가 청혼을 하는 순간, 시계를 든 하얀 토끼를 다시 보게 된 앨리스는 또다시 원더랜드로 떨어지게 된다. 이를 지켜본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쌍둥이, 체셔 고양이, 애벌레 압솔렘 등은 앨리스를 보고 “이 앨리스가 그 앨리스가 맞을까?”라고 의심하게 된다.
그곳에는 정신 나간 모자장수(Mad Hatter, 조니 뎁)가 있고, 악의 축 붉은 여왕(Red Queen, 헬레나 본햄 카터)과 그에게 쫓겨난 하얀 여왕(White Queen, 앤 해서웨이) 그리고 붉은 여왕의 충복 네이브 오브 하트(Knave of Hearts , 크리스핀 글로버) 등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제임스 카메론(James Francis Cameron)의 3D 영화 <아바타 Avarta>는 많은 이들의 눈높이를 상승시킨 모양이다. 3D, 디즈니, 팀 버튼, 앨리스 등 환상적이기에 충분한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영화 <앨리스>의 환상은 기대치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이처럼 언어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지 싶다. ‘좋마운 날’ ‘날뜩한 검’이라는 호칭이나 모자장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횡설수설, 압솔렘·트위들디와 트위들덤·체셔 고양이 등 각 캐릭터의 이름 등은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유머가 되기도, 도무지 뜻을 알 수 있는 말이 되기도 한다.
물론 흥행적으로는 대 성공이다. 개봉 첫 주말, 3일 동안 북미에서만 1억1천610만1천23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다크 나이트(1억5천841만 달러)>, <스파이더맨 3(1억5천112만 달러), <뉴문(1억4천284만 달러)>, <캐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1억3천563만 달러)>, <슈렉 3(1억2천163만 달러)>에 이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6위에 해당하는 수익이다.


완벽 재현된 원더랜드, 그러나 팀 버튼은 없다?
동화 속 혹은 팀 버튼이 만들어 낸 새로운 세계의 재현은 분명 훌륭하다. 스토리 역시 권선징악을 테마로 동화가 따라야할 덕목에 충실하다. 한편의 잘 만든 동화다. 하지만 판타지 영화 혹은 동화 속 세상에서 너무 말이 되는 스토리와 재현은 오히려 독이 된다. 그것이 팀 버튼의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크리스마스도, 미용사도, 복숭아도, 신부도 팀 버튼의 상상력과 기괴함을 만나면 악몽이 되고, 가위손이 되며, 거대해지고, 유령이 혹은 두 명이 되지 않던가. 그리고 그들은 기괴함과 비상식적인 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상처받으면서도 사랑하며 아련함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3D 영화 <앨리스>의 스토리나 컴퓨터그래픽(CG)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누구나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바로 그 모습을 지나치게 고스란히 재현한다. 참으로 2D스럽다. 원작 동화에서 볼 수 있었던, 현실 세계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원더랜드의 비틀리고 엉뚱한 법칙마저도 온전히 표현되지 못했다.
그나마 캐릭터들의 향연은 볼만하다. 이 역시 몇몇 극소수의 캐릭터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말이다. 눈에 띄는 캐릭터 중 하나는 역시 팀 버튼의 페르소나 조니 뎁이 연기한 모자장수다. 영화사에서는 영화 제목도 <앨리스>, 주인공도 앨리스임에도 조니 뎁의 모자장수를 부각시키는 홍보에 주력하고 있을 정도다.
하얀 여왕의 모자를 전담하던 모자장수는 붉은 여왕의 폭정 때문에 숨어 지내며 앨리스를 기다리고 있다. 조니 뎁 특유의 시크하고 히피스러운 매력 속에 앨리스에 대한 배려와 무한 애정이 느껴진다.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 선장,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공장장에 이은 환상 속에 사는 귀엽고 가여운 정신병자 캐릭터다.
사실 가장 인상적이고 정감이 가는 캐릭터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한 붉은 여왕이다. 너무 큰 머리, 하트 모양의 입술, 시퍼런 눈 화장, 그리고 매일 밑바닥부터 끌어올려 퍼부어대는 온갖 히스테리 등 붉은 여왕을 구성하는 것들은 그녀를 ‘비호감’으로 낙인찍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끝내주게 포악하고 강력한 하트의 여왕이라니. 참으로 팀 버튼답다.
극악무도하고 표독스럽기 이를 데 없는 붉은 여왕은 캐릭터 자체에서 전형적인 선악, 아름다움의 기준 그리고 이로 인한 불합리한 처사 등이 느껴져 측은함마저 들게 한다. 악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 사랑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공포의 대상이 되려는,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선택한 붉은 여왕의 포악함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고독과 측은함은 꽤 인상적이다.
붉은 여왕의 대척점에 서 있는(사실은 하얀 여왕의 대척점에 붉은 여왕이 서 있는 설정이지만, 왠지 이 영화에서는 이 표현이 더 어울리는 듯 보인다) 하얀 여왕은 수동적인 인물이다. 생명을 해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부터 선을 대표하는 인물이 된다.
하지만 사실 그녀가 하는 일이라곤 몸이 작아지고 커지는 약을 만들고, 가만히 앉아 여러 인물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정도다. 그리곤 뒤에서 붉은 여왕의 큰 머리를 조롱한다. 붉은 여왕과는 달리, 하얀 여왕의 유일한 무기는 아름다운 외모와 좋게 표현하면 느긋한(사실은 매우 수동적인) 성격이다. 선을 대표하는 인물이 이렇게 밉상이기도 힘들다.


사실, 인상에 남는 캐릭터는 이 정도다. ‘덤앤더머’처럼 혹은 샴쌍둥이처럼 늘 상충하기만 하는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쌍둥이,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를 닮은 듯한 체셔 고양이 등도 흥미로운 캐릭터이긴 하다. 하지만 앨리스의 단독 모험에 중간 중간 얼굴을 내미는 정도니 ‘인상적’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팀 버튼은 비상식적이고 지나치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한데 묶어 지극히 서정적이고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진정성을 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 겉모습에 대한 일시적인 판단이나 편견 등을 섬세하고 그럴 듯하게 깨는 힘도 가진 인물이다.
<앨리스>에서 조니 뎁의 연기는 좋았다. 헬레나 본햄 카터의 연기는 극찬할만하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섬세한 캐릭터들 역시 좋았다. 하지만 이들을 버무리는 데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유명 배우들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게 분장하고 CG 처리를 감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팀 버튼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에 영화 <앨리스>는 지나치게 상식적이고 불합리하지 않은 모양이다.


‘앨리스’는 팀 버튼의 앨리스가 맞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야기의 중심에는 앨리스가 있어야한다. 하지만 영화 <앨리스>에서 동행하는 캐릭터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움직이며 고군분투하는 앨리스는 참으로 억지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온전히 모자 장수에, 붉은 여왕에 둘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 느낌이랄까.
극 초반, 원더랜드의 친구들은 다시 돌아온 19세의 앨리스에게 말한다.
“이 앨리스는 그 앨리스가 아냐!”
이제 앨리스가 성인이 된 모습을 상상해 보자. 꼭 팀 버튼의 앨리스를 상상해보자. 2010년에 개봉한 영화 <앨리스> 속에서 미아 와시코우스카가 연기하는 그녀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앨리스는 혼자서 좌충우돌하며 자신을 믿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성장해 간다. 2010년 디즈니와 팀 버튼의 <앨리스>는 디즈니의 영화에 가깝고, 앨리스 역시 디즈니가 추구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앨리스를 사랑하고 팀 버튼을 흠모하는 이로서 차라리, 그 앨리스가 아니라는 반전을 바랐다면 너무한 걸까? 원더랜드의 친구들처럼 앨리스에게 말하고 싶다.
“이 앨리스는 그 앨리스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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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 혹은 Unfair Play, 쇼트 트랙과 동계올림픽 중계권

현재 한창 진행 중인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2월14일, 첫 금메달을 안겨준 남자 쇼트 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1천500m 경기는 금메달을 획득했음에도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정수·성시백·이호석이 나란히 1, 2, 3위로 결승선으로 향하는 모습을 볼 때까지도 흐뭇했다. 하지만, 결승선을 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호석은 무리한 추월을 시도했다. 이호석의 머리는 이정수의 등허리에 부딪혔고 스케이트 날은 성시백의 손가락을 위협하며 두 선수는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이호석은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특히, 쇼트 트랙은 상대선수와의 가벼운 충돌로도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호석은 같은 나라의 후배들에게 금메달도, 은메달도 빼앗기기 싫었던 걸까? 지난대회까지도, 안톤 오노의 반칙과 과도한 플레이 저지에 힘을 싣던 한국 선수들은 서로를 견제하다 오노에게 은메달을 헌납하고 말았다.


이날 이호석의 행동은 지나친 순위 다툼에 대한 ‘실망’이라고 하기에도 모자란 느낌이다. 하마터면 금메달까지도 날려버릴 위험한 순간을 만들어낸 이호석은 실격 처리됐고, 성시백은 거의 손에 거머쥐었던 은메달을 놓쳐버렸다.
페어(Fair)한 금메달에 대한 열망이었다면 선수로서 추앙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명백히 언페어(Unfair)한 플레이와 마음이 빚어낸 참변이었다. 이는 쇼트 트랙계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당파싸움에 대한 비난을 다시 한번 불거지게 했다.
성시백은 쇼트 트랙계가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는 기준으로 따지면 주류에 속하지만, 비주류의 대표격인 안현수와 꽤 친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로 네티즌들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파벌다툼의 예를 되새겼고, 안현수와 진선유를 한국대표에 선발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취소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10월 2차 국가대표 선발전 취소사태를 떠올리기에 이르렀다.
2009년 4월, 1차 국가대표 선발전이 세계랭킹 1, 2위를 다투는 남녀선수 안현수와 진선유가 부상당한 상태에서 치러지고, 애당초 10월에 계획돼 있던 2차 선발전이 취소되면서 남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언페어한 담합으로 지켜왔던 국민의 볼권리
곪고 곪던 쇼트 트랙의 당파싸움이 결국 참상을 빚었던 것처럼 올림픽 중계권 독점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범국민적인 스포츠 이벤트나 A매치 중계권 담합의 문제는 시청자의 볼 권리 침범과 획일적인 콘텐츠로 인한 전파낭비 등이다.
이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영방송 혹은 특정 방송사에서 단독 중계하고, 이벤트를 중계하는 주관 방송사에서 특정 경기의 생중계와 하이라이트, 주요 경기장면 등의 권리와 방송권을 다른 방송사에 판매하곤 한다. 따라서 올림픽의 단독 중계는 ‘독점’의 의미가 아니라 ‘주관(主管)’ 혹은 ‘주재(主宰)’의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지금까지 한국의 범국민적인 스포츠 이벤트 혹은 A매치 중계권은 KBS와 MBC, SBS가 공동소유하고 있었다. 공동소유라기보다 KBS가 대표로 계약하고, 그 계약금을 세 회사가 나눠서 지불하는 형식이었으니 공동구매인 셈이다.
지난 해, WBC(World Baseball Classic) 중계권을 둘러싼 IB스포츠와 지상파 방송사들의 공방에서도 볼 수 있다. 이미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과 인터넷, 모바일TV 등과 유료방송 계약을 한 상태에서 지상파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가격을 IB스포츠에 강요하다시피했다.
예를 든다면 한 방송사에 300달러에 팔겠다는 걸, 지상파 3사가 합세해 150달러(이마저도 세 방송사가 50달러씩 각출해 지불한다)에 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방송 3사는 똑같은 화면에 캐스터와 해설만 다른 중계를 내보내는 형국인 것이다.
경기 바로 전날까지 이어졌던 마지막 중계권 협상에서 KBS는 지상파를 대표해 IB스포츠 사무실 현관 밖에 두 대의 카메라를 배치했다.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를 대비한 보도국 카메라 그리고 협상에 성공했을 때 에이전시의 성공담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편성하기 위한 교양국 카메라였다.
이같은 불공정한 거래(?)로 국민들은 무료로 생중계되는 경기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결국 지상파 3사의 횡포에 독점 방송을 준비중이던 케이블채널과 모바일TV 등은 유료방송의 지상과제이자 의무인 고유한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이번에도’ 실패한 셈이다.
국민들이 무료로 모든 경기를 생중계로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해서 당시 지상파들이 목 높여 외치던 ‘국민의 볼 권리’가 매우 언페어한 거래로 지켜졌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당시에야, IB스포츠가 집단 포화를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권리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지상파의 문제도 매우 컸다. 환율의 문제로 회사 경영상태가 어렵다는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

SBS 올림픽 중계권 독점 문제를 제대로 비판하라
사실, WBC 사무국에서 IB스포츠가 사들인 중계권은 엄밀히 따지면 지상파가 내놓아라, 말아라, 혹은 더 싸게 팔라고 할 일이 아니다. 정당한 권리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상파 3사의 중계권 담합은 매우 언페어한 일이며, 이처럼 언페어한 관례는 결국 부작용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이는 다매체·다채널로 인한 콘텐츠 경쟁시대에는 매우 위험한 형상이기도 하다. KBS, MBC, SBS가 이루는 정삼각형의 한쪽 면이 무너지면 모두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 꽤 오래도록 유지되던 스포츠 중계권의 담합이 붕괴됐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의 중계권을 SBS에서 획득하고 단독 중계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SBS의 올림픽 단독 중계로 시청자들은 확실히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표면적으로는 SBS가 관행을 깨고 상도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하지만 KBS와 MBC가 돈 많은 SBS가 오랜 관례를 깨고 독점권을 획득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애초 지상파 3사의 담합을 통한 중계권료 동결이라는 것자체가 언페어 플레이였다. 오히려 합당한 가격을 주고 SBS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확보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SBS는 KBS와 MBC에 2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만을 제공하고, 취재라도 하겠다는 두 방송사에 각각 프레스 ID 3개씩을 공급한다고 선언했다. 또다시 전국방송도 아닌 SBS에서 중계권을 독점하는 것은 시청자의 볼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전국방송이 아닌 SBS의 약점이야 네트워크된 지역 민영방송들과 연계하면 된다. 이는 오히려 지역방송의 활성화에 일조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시청자의 볼권리를 지켜야할 방송사들은 어떤 대가라도 지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다. 지난해, WBC 때처럼 자신들의 방송과 언론을 동원해 ‘독점’과 ‘볼권리 침해’라는 면을 부각시키며 SBS에 집단포화를 쏟아부었다. 언론 역시 올림픽 단독 방송의 장·단점과 미디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 보도하기 보다는 SBS의 독점을 문제 삼기에 바빴다.
결국, KBS는 사진으로 올림픽 뉴스 보도를 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을 빚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독점을 바란 것은 아니다. ‘독점’이 아니라 ‘주재’나 ‘주관’의 의미가 더 큰 단독방송을 바랐지만, 그렇다고 SBS만 일방적으로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언제나 버릇처럼 정당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권리를 취하려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자세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의미다.
오히려 SBS가 올림픽 단독중계를 하면서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올림픽채널 답지 않게 올림픽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데 있다. 올림픽 단독중계에 나선 미국의 NBC는 올림픽 중계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고, 시청률 차트 10위권 내에 일주일이 모두 진입해 있을 정도다. 그 프로그램 제목도 <Olympics, Monday> 식으로 요일만 바뀔 뿐이다.
시차의 문제로 새벽이나 오전에 경기가 몰려 있으니 생중계를 챙겨보지 못한 이들을 위한 반복중계는 필수다. 하지만 제대로 올림픽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NBC와 달리 애초에 단독방송의 피해가 없도록 최다 시간을 편성하겠다던 SBS는 반복중계 대신 여전히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편성했다.
올림픽 단독중계에 따른 시청권 훼손은 이같은 문제를 비판하는 형식이어야할 것이다. 이전처럼 KBS와 MBC, SBS가 중계권 담합을 하는 언페어한 관례가 옳다는 논조의 비판은 중계권 독점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게 최고의 스프린터 스벤 크라머와 올림픽채널 SBS의 아마추어적 실수
또 다른 문제는 SBS가 올림픽을 단독 중계한다는 것보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로서의 제작 및 보도 능력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KBS와 MBC의 영상이나 해설이 그립다는 시청자들의 하소연은 SBS의 올디한 영상구성과 전문성보다는 감정만 앞세운 캐스터 및 해설자들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0m 경기 중계였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쇼트 트랙과 달리 한국은 물론 전세계까지 놀라게 할 정도로 분전하고 있는 스피드 스케이팅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이날 10000m 경기에는 쇼트 트랙 국가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시고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이 출전했다.
이미 5000m에서 은메달을 회득하며 아시아 최초의 장거리 스피드 스케이팅 메달리스트가 된 이승훈은 10000m에서 12분58초55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올림픽 기록을 세웠다. 1위를 지키며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이승훈은 자신보다 4초 정도 앞선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의 역주에 아쉽지만 은메달에도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현장이 술렁이더니 크라머가 실격처리됐다.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번갈아 25바퀴를 도는 과정에서 크라머가 인코스를 연달아 두 번 타면서 10000m에서 300m가 모자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매우 초보적이고 아마추어적인 실수가 아닐 수 없다


“하나 둘, 하나 둘”로 인기를 얻었던 선수 출신의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실격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것도 실력이에요”를 연달아 외쳤다. 그리곤 “크라머 선수가 아웃코스로 들어갈 뻔 했어요”라며 엉뚱한 해설을 하더니 “주님께서 허락하셨어요”라는 종교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감격에 겨운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전문가라고 앉아있는 올림픽 ‘단독’ 채널의 해설위원이 할 멘트는 아니다.
크라머처럼 참으로 초보적이고 아마추어적인 실수였다. 오전 내내, 제갈성렬 위원의 해설을 참고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에 “레이스 도중 아웃코스로 들어가려다 인코스로 급하게 바꾸며 인·아웃의 경계를 표시하는 콘을 친 것이 실격될 정도의 실수인가?”라고 의아해 하던 시청자들은 외신을 찾아보고서야 진짜 실격원인을 알게 됐다.
결국 페어플레이로 얻은 정당한 대가를 찜찜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던 올림픽채널 SBS의 초보적인 실수와 이에 동화한 언론의 오보는 선수의 입에서 “어부지리로 얻은 금메달이지만”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플라워 세리모니를 할 때,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러시아의 스코브레프 이반과 네덜란드의 봅 데용이 이승훈을 기마를 태우며 페어플레이로 얻은 금메달을 축하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계권 독점은 말 그대로 ‘독점’에 무게중심을 둬서는 안될 것이다. 이호석이 파벌을 생각하기에 앞서 조국과 페어한 스포츠맨십에 무게중심을 뒀어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님’과 비전문적인 발언에 앞서 해설자로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객관적 해설 스킬을 익혔어야 옳은 것과 마찬가지다.
중계권의 독점은 콘텐츠의 다양성, 시청자의 볼 권리를 확보하고 확대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 SBS의 올림픽 단독중계는 시행착오로 기록돼야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원인이 ‘독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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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시간대 이방인 <별을 따다줘> 흥행, 시청행태 변화 반영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에 편성된 SBS <별을 따다줘>의 상승이 눈에 띈다. 첫 주간시청률 11.2%로 시작한 <별을 따다줘>는 2주차 13.0%, 3주차 14.2%, 4주차 15.8%로 꾸준히 1.0% 이상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최근인 2월 1일, 2일에 방송된 9, 10회는 각각 17.4%, 17.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가 주는 희망
<별을 따다줘>는 전직(?) ‘된장녀’였던 현직 ‘캔디녀’인, ‘있으나마나 미스 진’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진빨강(최정원)과 엄마에게 조차 사랑받지 못해 얼음처럼 차갑기만 한, 피도 눈물도 없는 엘리트 변호사 원강하(김지훈)가 극을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다.
여기에 빨강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과 무지개 이름을 딴,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다섯 동생들, 신분을 숨긴 JK생명 회장 정국(이순재), JK생명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마다 않는 둘째 아들 내외 정인구(김규철)·이민경(정애리), 강하를 사랑하는 당당하지만 안하무인인 정국의 손녀 정재영(채정인), 재영을 사랑하는 강하의 이복동생 준하(신동욱) 등 상황과 캐릭터 설정만으로는 매우 전형적이다.
사치와 허영으로 살던 빨강은 부모의 갑작스런 사고로 친동생도 아닌 동생 다섯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고아들을 동생이라고 자꾸 집안에 들이는 부모와는 반대로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살던 빨강은 동생들을 책임지며 성장하고 진정한 행복을 알아간다.
중병을 선고받고 사고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난 첫째 아들의 피붙이를 찾는 정국은 빨강네 형제들과 얽히면서 성공과 돈을 위해서만 살았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한다. 정국의 손자 찾는 일을 돕고 있는 강하는 막무가내로 입주가정부라고 눌러앉더니 동생들까지 숨겨놓고 있었던 빨강에 휘둘리는 자신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강하를 오래도록 사랑해온 재영은 궁상스러운 빨강이라는 여자가 강하 주변을 얼쩡거리며 변화시키는 것이 불안하고 짜증스럽다. 정국, 강하, 재영의 공통점은 빨강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는 것이다. 이에 정국은 신분을 숨기고 넝마주이 할아버지가 돼 빨강의 동생들을 보살피고, 강하는 웬만한 건 참아 넘기고 빚보증까지 서더니 혼잣말이 늘었다. 빨강으로 인해 변해가는 강하가 낯설고, 그런 빨강에게 강하를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재영은 자꾸만 거액의 봉투를 건넨다.
여기에 JK생명의 후계자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유약한 둘째 아들 인구, 이에 발벗고나서 빨강의 부모를 사고로 위장해 죽이더니 빨강을 찾아 해하려는 화류계 출신의 둘째 며느리 민경, 강하에 대한 선망과 재영에 대한 우정을 가장한 짝사랑으로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빨강에 대한 애증으로 괴로워하는 준하 등이 가세한다. 이처럼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 역시 전형적이다. 이같은 전형성은 잘못 풀면 ‘식상하다’라는 평을 받게 되지만 잘 풀면 오히려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기도 한다. <별을 따다줘>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지 싶다.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의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
조금 새로운 것은 자칫 ‘진부함’ 혹은 기쁨이든 슬픔이든 ‘감정의 과잉’처럼 느껴질 수 있는 빨강의 팍팍하든 되바라지든 일상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어떤 사고와 절망적인 상황도 주황(박지빈), 노랑(김유리), 초록(주지원), 파랑(천보근), 남이, 이 빨강의 다섯 동생들로 인해 ‘코믹함’과 ‘선함’이 덧칠되며 팍팍함도, 절박함도, 차가움도, 욕심도 이겨낼 수 있고 웃을 수 있게 한다.
빨강은 신데렐라가 되기엔 착하기만 하질 못하다. 하지만 몇 백만 원짜리 명품가방에 열광하던 때와는 달리 동생들 때문에라도 ‘있으나마나 미스 진’이 되지 않기 위해 재영이 건넨 거액을 거절할 수 있게 됐다.
강하 역시 신데렐라의 백마 탄 왕자가 되기엔 지나치게 냉정하고 야멸차다. 하지만 티끌 하나만 묻어도 참지 못하는 강하는 파랑이 명품 옷에 중국차를 엎고 그 위에 음식국물을 ‘또’ 쏟아도 참아 넘길 수 있게 된다.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것은 딱 질색이었는데 오히려 눈을 떴을 때 파랑이 없는 것이 허전하기만 하다. 몽유병 때문에 노랑, 초록과 다리를 묶고 잤다고 하자 그러지 말라는 강하에 “변호사 아저씨 나 진짜 좋아해”라고 파랑의 자랑이 늘어진다.
동생들을 강하네 지하방에 몰래 숨겨 들어왔지만 파랑이의 몽유병 때문에 어른들은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파랑은 강하에게 천연덕스럽게 “몽유병이니 이해하세요”란다.
휴대전화 요금을 연체해 전화가 끊긴 순간 다 같이 버스를 탔다 혼자 내리지 못해 파랑은 미아가 된다. 파랑을 잃어버린 아이들도, 파랑도 경찰서를 찾는다. 파랑은 경찰서를 찾아 “저희 누나 좀 찾아주세요. 근데 우리 누나가 나 버린 걸지도 몰라요. 이번에는 진짜 고아 됐어”라고 대성통곡하는 장면은 짠한 마음이 들게도 하지만 박장대소를 하게도 한다.
넝마주이 할아버지 정욱이 휴대전화를 꺼내거나 고기를 사들고 들어오자 아이들은 “정말 이렇게 살면 안되신다니까요. 사실 방도 없으면서 돈 생겼다고 고기를 사들고 들어오냐”며 잔소리를 늘어놓고 구박하는 아이들이나 갑자기 들어온 태규(이켠)에 일사분란하게 대처하는 아이들은 저절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네 아이들은 자신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빨강을 강하, 준하, 태규 중 누구랑 결혼을 시켜야 행복해질까로 설전을 벌이곤 한다. 여기에 회사 내 단짝인 진주(박현숙)와 은말(김지영)마저 강하와 준하를 두고 비교분석 중이다. 시장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자신의 이름에 맞는 옷을 입은 아이들은 물론 정국까지 길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앵벌이를 시키는 것 같아 우울한 빨강을 ‘홍보’라고 다독이는 이는 바로 주황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에 파격적으로 편성된 전형적인 플롯과 캐릭터 활용법을 따르는 <별을 따다줘>가 그들이 주는 희망이자 기쁨이다.


시청자의 변화된 시청행태 반영하는 뉴시스간대의 이방인
사실 <별을 따다줘>는 MBC 월화사극 <선덕여왕>에 의해 탄생했다. <선덕여왕>의 흥행광풍으로 여타의 드라마들이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스러져가자 SBS가 전통적인 뉴스 시간대인 밤 9시에 <천사의 유혹>을 파격 편성함으로써 신설된 드라마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 시간대에 드라마를 동시편성하면서 시청자 선택의 폭을 좁게 하고 콘텐츠 자체를 사장시켰던 편성의 탈피였으며, 이는 꽤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막장’ 논란도 없지 않았지만 흥행에 성공한 <천사의 유혹>에 이은 <별을 따다줘>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으니 말이다.
높아만 가는 드라마 비율로 콘텐츠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이는 수십억 원의 투자금과 함께 고스란히 사장될 위기에 처한 드라마에는 반가운 편성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별을 따다줘>는 시청행태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별을 따다줘>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KBS2 <공부의 신>과 MBC <파스타>와 경쟁하고 있는 SBS 메디컬 사극 <제중원>은 수목극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꽤 오래 전부터 지켜오던, 드라마의 흥행이 이전 시간대에 방송되는 뉴스의 흥행을 책임지고, 드라마의 흥행이 다음 시간대에 편성된 예능 혹은 교양 프로그램의 흥행을 책임지던 시대가 있었다. 저녁 8시20분대 일일극의 시청률은 고스란히 9시 뉴스, 10시대의 미니시리즈, 11시대의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에 반영되곤 했다.
하지만 마치 먹이사슬처럼 이어지던 시청행태는 인터넷의 발달과 주는 대로 보기 보다는 찾아서 시청하는 행태로 바뀌면서 파괴되고 있다. TV를 틀어놓고 들며날며 시청하기 보다는 콘텐츠의 질과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찾아서 집중적으로 시청한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까지 전후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따라 1~3% 정도 오르내리고는 하지만 그 변화는 현저하게 적은 편이다.
이같은 징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인 뉴스강자 KBS 저녁시간대 일일극의 시청률이 이전만 못하거나 <수상한 삼형제>가 38.4%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던 1월31일 의 시청률이 12.7%로 평일대비 6~8%의 시청률 하락을 보인 것으로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이라는 막강한 예능 지존이 앞에서 끌어주는데도 한자리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MBC 주말극의 몰락에서도, <세바퀴>라는 토요일 심야 예능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2009 외인구단> <친구, 그 끝나지 않은 전설> 등이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한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세바퀴>와 <보석비빔밥>의 동반흥행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잘 만들어졌든, 재미있든 각 프로그램의 매력요소가 작용한 예다. 금요일 밤 11시, 다큐멘터리라는 불리한 요소를 가지고도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마존의 눈물>의 흥행과 공감대 형성도 그 좋은 예다.
이에 콘텐츠의 질과 흥행요소가 보다 중요해졌다. 어쩌면 ‘편성의 묘미’를 살려 프로그램 흥행 기상도를 역전시키는 일은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편성’은 프로그램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는 잘 만들어졌거나, 혹은 공감대 형성에 성공하거나, 혹은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흥행요소가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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