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냄새가 물씬 나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CF 감독 박준원


TV CF 맥도날드 '369 페스티벌' 편과 TTL '토마토' 편을 만든 박준원 감독의 가방에는 늘 팜과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있다. CF를 위한 이미지 자료를 넣어두는 애플 컴퓨터와 인터넷 서핑을 위한 노트북, 요즘 들어 열중하고 있는 DVD 타이틀은 박 감독이 '디지털'이라는 코드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려 준다. 하지만 디지털에 열광하는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인간'의 따뜻함이 묻어난다.

소니 바이오 노트북, 애플 컴퓨터, 팜, 파이오니아 DVD 플레이어, 보스 스피커, 프로젝션 TV, 디지털 카메라…. TTL 소녀 임은경에게 토마토를 마구 던져대던 CF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던 박준원(35) 감독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것들이다. 박 감독의 사무실은 그가 앉을 자리와 장식장이 있는 한쪽 벽면을 빼고는 온통 PC 관련 기기들로 들어차 있다.

디지털 시대의 광고맨

디지털 기기들을 연결하기 위한 케이블들이 얼기설기 실타래를 만들고 있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그에게 그 많은 기기들을 전부 활용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요즘 누구나 이 정도는 쓰지 않나요?"라며 오히려 되묻는다.
"이 기계들은 제 작업에 꼭 필요한 것들이에요. 광고를 제작하게 되면 컨셉에 맞춰 어떻게 찍을 것인지를 결정해야하는데 전 제작 설명회가 있기 하루 전날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편이거든요."
이러저리 돌아다니는 그의 가방엔 어김없이 팜과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있다. 팜은 광고 컨셉에 맞는 아이템을 찾았거나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잊어버리기 전에 바로 메모를 해두기 위해 필요하다. 게다가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태프, 클라이언트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의 하루 일정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은 그에게 팜은 꽤 쓸모있는 비서가 되어준다.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팜에 적어두거나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광고에 맞는 이미지와 조형물을 만나면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둔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디지털 기기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광고맨의 작업 스타일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늘 가지고 다닙니다. 현상이나 스캔 등의 중간 과정없이 바로 PC에 옮겨 담을 수 있고 PC 안에서 마음대로 편집도 할 수 있어 참 편리해요."
이렇게 그가 찍어둔 사진들은 사무실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애플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 애플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안에는 그동안 그가 만들었던 CF의 재료가 되는 지면과 영상 자료, 이미지 파일 등이 꽉 들어차 있다. 차곡차곡 모아둔 이미지들은 '천사' '토마토' '진시황릉' '아이' 등 아이템별로 폴더를 만들어 저장했고 폴더 안의 이미지 수는 각 아이템마다 수백 장이 넘는다. 이렇게 그의 영감을 그대로 옮겨둔 애플 컴퓨터 속의 아이템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 재료들은 그의 손을 거쳐 이미 TTL '토마토' '오토바이' '진시황제' 편이나 엄정화, 하리수의 도도 화장품, 맥도날드 '369 페스티벌' '호랑이' 편, 리복 '무협축구' 편, 그룹 KISS의 뮤직비디오 '사랑하니까' 등으로 세상에 선보였고 앞으로도 꾸준히 영상화될 것들이다.


즐겨찾기 폴더는 모터사이클과 애완동물 천국

소니 바이오 노트북은 인터넷 검색과 문서 작성을 할 때 주로 활용한다. 박 감독이 노트북을 켜고 가장 먼저 찾는 곳은 프리챌에 있는 '빡짱'이라는 커뮤니티다. '빡짱'은 박 감독의 스승인 (주)유레카필름프로덕션의 김규환 감독이 만든 영상 콘텐츠 전문학원 '엔터 스쿨'에서 박 감독에게 강의를 들었던 비주얼 디렉팅(Visual Directing)팀의 모임이다.
"프리챌에서는 '크롬발'(chromebal)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데 '빡짱'은 엔터 스쿨 수강생들과 친목을 다지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새 CF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빡짱의 '프로젝트' 방에 올려두죠. '빡짱'이 생기고 처음 했던 작업이 그룹 KISS의 '사랑하니까' 뮤직비디오였는데 회원들이 아이템과 아이디어, 시나리오까지 올려줘서 많은 도움이 됐죠."
박 감독이 인터넷을 즐기는 이유는 공식적으로는 동호회 활동이나 광고 제작에 쓸 아이템과 자료를 찾기 위해서이지만 어쩌면 집에서 기르고 있는 해수어 사육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 더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해수어가 기르기 얼마나 까다로운 줄 아세요? 소금 농도도 제대로 맞춰 줘야하고, 물고기 종류마다 먹는 것이 제각기 달라서 정말 많은 신경을 써야 하죠. 얼마 전엔 해수어항에 같이 넣어뒀던 말미잘이 전부 죽어버렸어요. 한 마리가 죽으니까 전부 따라 죽더라구요."
해수어에 대한 전문 책자도 없고 기르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해수어 기르기와 관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것이다. 박 감독의 즐겨찾기에는 아쿠아랜드(http://www.secrnd.co.kr/aqua), 말린블루수족관(http://marineblue.co.kr), 리프클럽(http://www.reefclub.or.kr) 등 해수어 관련 사이트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즐겨찾기 폴더를 채우고 있는 또 하나의 아이템은 '모터사이클'. 스무 살을 넘어서면서부터 할리 데이비슨을 타기 시작했다는 그는 모터사이클 광이다.
"초창기 폭주족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그는 "그때의 폭주족은, '거리의 무법자'로 경찰들의 단속 대상인 요즘의 폭주족과는 많이 달랐어요.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헬멧까지 꼭 챙겨 쓰고 천천히 달렸으니까요. 너무 빨리 달리면 주변 풍경들을 하나도 볼 수가 없잖아요"라고 말한다. PC와 영상 관련 기기, DVD 타이틀, 동화책, 화보집 등으로 꽉 들어차 있는 그의 사무실 여기저기에 고글이나 할리 데이비슨 로고 배지, 미니어처, 헬맷 등의 오토바이 소품들이 널려 있다. 이것만 봐도 그의 마니아 기질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할리 데이비슨 동호회인 '크롬윙스' 회원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여행 뿐 아니라 안전교육도 실시하기 때문에 방어운전 습관을 기를 수 있죠. '크롬윙스' 회원 중에는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리는 사람이 없어요."
15년 동안 오토바이를 탔지만 한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다는 박 감독은 오토바이를 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당부한다. BMW 모터사이클 코리아(http://www.bmw.co.kr/product/motycycles/motocycle_overview.html)도 그가 자주 가는 사이트 중 하나다.
황폐한 벌판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은 TTL '오토바이' 편과 최근 신현준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신인 그룹 KISS의 '여자이니까' 뮤직 비디오. 박 감독이 연출한 두 작품 곳곳에서는 오토바이와 카메라, 사진, 동물 영상 등 박 감독의 즐겨찾기 폴더를 채우고 있는 아이템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정과 아이가 살아있는 광고

"광고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작업이에요. 동화책을 읽거나 DVD 타이틀을 보고 있으면 피곤해졌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죠." 박 감독은 요즘 DVD 타이틀 보기와 동화책 읽기에 심취해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한쪽 벽면에는 DVD 타이틀과 동화책들로 빼곡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DVD 타이틀은 대부분 동물 영상과 희귀 명작 그리고 DTS 방식으로 소리를 입힌 뮤직비디오나 공연 실황 등이다. 그가 '아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이제 세 살이 된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에 대해서만 고민했죠.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에서 '내가 세 살이었을 때도 저런 모습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거의 나를 보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통해 나 자신을 보고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깨닫게 되니 '인간'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그의 인간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차갑게 느껴지는 '디지털'이라는 코드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맥도날드 '369 페스티벌', 동원증권 등의 CF 작품에서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지금까지 만든 TV CF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시골 초등학교에서 벌받는 풍경을 담았던 맥도날드의 '369 페스티벌' 편이에요. 아이들이 살아 숨쉬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광고는 한번이라도 더 보게 되고 긴 여운이 남잖아요."
현재 그는 모토로라와 포스코, 비달사순 등의 CF 작업과 함께 사회성 짙은 오락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영화감독으로 변신할 채비를 서두르는 박 감독의 작품이 기대된다.
Posted by hur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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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노아 2017.06.28 05: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이 기사 원본을 찾고 있는 중인데 혹시 가지고 계신가 해서 연락 드립니다. 오래전 기사라 이곳 말고는 나온데가 없네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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